후우... 드디어 온갖 우여곡절 끝에 확장1을 손에 넣어 만져보게 되었습니다.
말도 많고 사연 많고 돈도 시간도 무지하게 잡아먹은 놈이어서 그 많은 사연들 말하고 싶지만, 그러나 박스 열어보고 그런 말들은 모두다 사족이 되어버렸습니다.

1. 외관
확장1을 한번도 만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것에 비교하여 상태가 어떻다라고 단정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digipen님과도 통화를 했지만 아무리 박스 안에 있었다고 해도 세월을 비켜가기는 힘들었나봅니다. 스페이스바가 약간 변색되어 있었습니다. 프레임 역시 약간 변색이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10년도 더 전의 물건이 어떤 색깔이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얼마나 변색이 된건지는 잘 알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실망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문제는 스크레치가 전혀라고 할 만큼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판에조차 스크레치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나사를 풀어 분해를 해 보았는데, 아마도 처음 뜯어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풀린 나사에 미세하게 갈려 나오는 플라스틱의 상태로 보아 거의 확신에 가까운 추측입니다. 물론 모든 스위치 하우징이 분해되었던 흔적이 없습니다.

2. 슬라이더
슬라이더는 델 알프스와 구조가 같다고 하지요. 제가 잠깐 만졌던 델 알프스는 흑색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확장1은 널리 아시는데로 오랜지색입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이 비싼 확장1을 구매한 것은 절반은 그동안 구하고 싶었던 것이기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델 알프스를 만져보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델 알프스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쳐보았는데 확장2와는 전혀 다른 깔끔한 바닥치기에 반해버렸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에게는 무책임한 뽐뿌질이 될지 모르겠지만, 확장1과 델 알프스는 슬라이더의 구조가 다만 '같을 뿐'입니다. 타격시의 부드러움이 차원을 달리합니다. 하도 유명한 오랜지색 슬라이더라서 내심 기대는 했습니다만 이정도로 수준이 다를 줄은 몰랐습니다. 물론 제가 만진 델 알프스도 윤활처리가 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만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슬라이더와 하우징의 정밀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델 알프스는 약간 흔들거리며 불안정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 느낌은 확장1을 만지고 나서 느낀게 아니라 델 알프스를 치면서 느낀 점이기 때문에 확신할 수 있습니다. 오렌지 슬라이더의 하우징이 델의 것보다 더 오차가 적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상하운동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오랜지 슬라이더의 왁스도 한 몫을 하지 않는가 추측합니다.

3. 판스프링
상태가 다른 확장2 2개와 델 알프스, 그리고 확장1을 만져보게 되었습니다만, 이 확장1의 키감은 길조차 들지 않은 것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판스프링의 운동은 digipen님이 윤활처리하셨던 확장2가 가장 움직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아예 새것이라는 느낌이군요. 판스프링의 운동이 너무 팽팽한 나머지 약간 거슬릴 정도입니다.

4. 키감
키감은 뭐.. 황홀합니다..(부끄..) 다른 분들이 왜 확장1을 그토록 극찬하셨는지 이해가 갑니다. 게다가 알프스 넌클릭 특유의 도각대는 소리도 좋군요. 체리나 알프스나 버클링이나 클릭버전들은 소리가 나서 어떤 때는 좀 짜증도 나고 주위 눈치도 봐야 하지만 타이핑에는 적절한 소리가 나는 편이 리듬을 이어가기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도각대는 소리가 클릭음을 대신해주니 저의 취향에 잘 맞네요.

5. 기타
확장2가 그리워집니다. 뜬금없는 말이지만 확장1을 만져보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확장2의 개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확장2를 방출한 이유는 고무댐퍼의 반발력이 타이핑리듬을 깨뜨렸기 때문인데, 손을 잘 길들인다면 오히려 고속 타이핑에도 리듬감있게 다음 것을 준비할 수 있게되는 장점이 되지 싶습니다. 확장1과 2는 digipen님의 말처럼 서로 이질적인 차원에 놓여서 비교가 불가능합니다. 확장2의 키감이 확장1의 하위에 놓여있다고 볼 수 없다는데 동의합니다. 다만 취향의 차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요.

마치며..
확장1이 끝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만져왔던 키보드들의 추억과 손끝의 촉감이 각자의 개성을 기억속에서 꺼내오는군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선에 선 듯한 기분입니다... (좋은 걸까요, 아님.. 판단불가입니다.)

p.s사진은 디카를 빌려서 올리지요. 요즘 널리고 널린 디카가 없어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