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블루투스(Bluetooth) 키보드

제품명 : Bluelogic Bluetooth Trackball Keyboard
제조사 : ㈜블루로직
발매 : 2004. 1
키 : 88 키
크기 : 본체 300x160x15 / 블루투스 모듈 71x32x11
무게 : 약 0.6 kg (배터리 장착시)


   1.        HTPC용 키보드
작년 9월즈음, 한창 HTPC를 구성하던 필자는 PC를 구성하며 무선의 필요성을 강렬하게 느
꼈다. TV-OUT으로 멀찌감치 소파에 앉아 PC동영상을 보다가도, 잠깐 멈추거나 다른 동영상
을 틀거나 볼륨을 조정할 때마다 PC로 가야 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PC도 리모콘으로 조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동영상의 볼륨도 소파에서 조종하고,
데굴데굴 구르면서 메신저도 하고, 드러누워 영화를 보다가 그냥 끄고 자버리기! 뱃살은 늘
어날 지 언정 귀차니즘에 빠진 PC 매니아라면 누구나 꿈꿀 환경이 아닌가?!

이리하여 무선 마우스와 키보드를 사용해 보기도 하고, 저가형 리모콘을 이용해 보기도
하였으나, 짧은 동작거리와 만만치 않은 크기 또는 TV까지 동시에 컨트롤 해주는 주파수 오
류덕분에 좌절감을 맛보았다...ㅠ.ㅠ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신문기사에서 블루투스 키보드의 소식을 듣고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살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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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트랙볼 키보드의 외견]

필자는 딱 보는 순간 반해버렸다. 최대 10 미터의 자유로운 작동거리와 배터리 장착 시
에도 약 0.6kg에 불과한 무게, 그리고 마우스를 대신할 트랙볼 기능까지!! 게다가 HTPC를
위해 마련된 단축키버튼들은 제품의 매력을 한껏 높히게 했다. 게다가 블루투스라는 신기술
에 대한 호기심도 필자의 구미를 당기지 않는가?!

순탄치 않은 과정을 거쳐 결국 올 1월 필자의 손에 들어오게 된(;ㅅ;), 국내 최초의 블루
투스 기반의 무선 키보드, ‘블루로직 블루투스 트랙볼 키보드’.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2. 환상적인 작동 범위
작동범위에 있어서는 한마디로 엄청나다. 스펙 상의 최대 거리는 10m 이며, 필자가 방과
마루를 돌아다니며 타이핑을 하였지만 윤활히 입력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는 벽 너
머에서의 신호에도 잘 반응하였다.

한마디로 무선 통신기능에 있어서는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여기에 트랙볼 키보
드의 강점인 휴대성이 합쳐져,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기존의 다수의 무선 키보드가,
일반 106키 형인데다가 마우스 분리형이어서 이동 시 들고 다니는데 애로사항이 꽃피었으나,
휴대성을 배려한 디자인와 무게, 그리고 마우스를 대신할 트랙볼 기능은 키보드의 무선 기
능을 너무나 강력하게 증폭시켜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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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다니기 편하다]

3. 안정감 있고 세련된 디자인

위에서 언급하였듯, 트랙볼 키보드는 휴대성을 배려한 디자인으로 고안되어 있다. 그러나
단지 휴대성 뿐 아니라 미적인 면에서도 세련된 모양을 자랑한다.

손잡이를 고려한 좌우측과 하측면의 곡면은 손잡이 역할뿐 아니라 디자인 적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또한, 메탈릭 그레이 컬러의 플래스틱 본체는 세련된 느낌과 아름다운 빛 반사
를 보여주고 있으며, 플래스틱에는 그레인 느낌이 주어져 있어서 촉감도 무척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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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를 고려한 형태의 좌우하측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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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릭 그레이 컬러에 그레인 느낌의 표면질감]


하측면 역시나 손잡이를 고려한 형태로 되어 있으며, 바닥과의 접촉성을 고려한 하측부의
고무바킹은 얇아서 형태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휴대성을 주
목적으로 한 이 기기에 이렇게 안정감을 추구한 디자인은 큰 점수를 줄 만 하다.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떨어뜨리면 얼마나 눈물이 나오겠는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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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홈과 고무 바킹은 얇으면서도 충분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작은 크기(300*160*15) 또한 큰 장점이다. 노트북의 자판을 사용하고 있으며 최소한의 사
이즈로 제작하려 한 노력이 엿보인다. 저 숫자로 감이 잘 안온다면,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아론의 106키보드와 비교해 보시라.(필자가 측정한 가장 두꺼운 부분으로는 325*178*25 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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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키보드와 한장]


4. 좋은 키감과 키 배열. 그리고 트랙볼

그렇다면 키감은 어떠한가? 딱 잘라 말해 평균 이상이다. 아니, 노트북 키보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급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저가형의 노트북 키를 사용한 키보드는 키를 눌렀을
때 특유의 ‘쫄깃쫄깃’한 맛이 없이 허허실실한 경우가 많은데, 이 트랙볼 키보드는 누름
에 대한 충분한 반탄력을 보여준다.

더욱이 키감을 신뢰할 수 있게 하는 사실은, 이 키보드에 사용된 키가 소니 바이오 노트
북에 사용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제품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바이오 노트북이 없어 비
교해보진 못했으나, 컴팩의 중가 노트북과 비교하였을 때는 확실한 우위를 보여주었다.

또한 특수키의 인쇄에도 매우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는데, 펑션 키를 통해 사용하는 키는
다른 색을 사용하여 표기하여 확실한 분류를 해 놓았다. 또한, 자주 사용하게 되는 키패드
옆의 4방향키를 독립시켰을 뿐 아니라, 배열 모양도 일반 키보드와 동일하다는 점에서 사용
자의 측면을 얼마나 고려하였는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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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으로 입혀진 펑션기능키]

마우스를 대신할 트랙볼 기능 또한 이 키보드의 매력이다. 앞서 언급하였듯, 무선제품에
서 마우스와 키보드를 함께 가지고 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것 이여서, 이렇게 제품에 포함
시킨 것은 정말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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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볼. 정말 편리하다.]

트랙볼의 감도는 150dpi로, 매우 민감하지는 않지만 무선 조작에는 불편함이 없을 정도이
다. 또, 들고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배치된 트랙볼과 트랙볼 버튼의 위치는 좌우측면의 곡
선과 함께 매우 인상적인 작동 환경을 제공한다. 다만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하겠으나, 이
동시 트랙볼의 흔들림이 불안감을 조금 유발하고(물론 실제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가벼
운 동작감은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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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볼을 사용하는 손의 배치 special thanks to mom~]


위쪽 공간을 활용하여 여러 가지 멀티미디어 펑션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또한 매우 만
족스럽다. 실제로도 HTPC를 위한 동영상 플레이어 컨트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outlook, explore, 절전 모드등 알찬 기능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익스플로어키와 아웃
룩 키 사이에 절전키가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다. 단축키 사용
시 매우 불편함을 유발하며, 이것은 차기 버젼에 꼭 수정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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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키 사이의 절전버튼]


다만, 상부의 멀티미디어/트랙볼 버튼의 감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다. 사실 키의 중요
성 면에서 키감에 신경 쓸 버튼들은 아니지만, 키보드의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박탈감
을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다.(키보드를 누르다가 멀티미디어 키를 누르면 기분이 좋지 못하
다.) 특히 마우스의 버튼을 대신하는 트랙볼 버튼의 경우는 키보드 만큼이나 사용빈도가 높
다는 면에서 좀 더 인체공학적 디자인과 좋은 키감을 추구하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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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볼 버튼]


4. 키보드로서의 약점

그러나 지금까지의 트랙볼 키보드는 키보드의 원초적 기능에 있어서는 약점을 가지고 있
다. 바로 키의 연속 입력에 대해 약점을 가지고 있다. 무슨 뜻이냐 하면, 빠르게(거의동시)
입력된 두 키에 대해 하나를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는 뜻이다. 예컨데, 고속
의 타이핑시 ‘ㅘ’와 같은 2중모음 입력 시 거의 동시에 입력이 되면 하나를 무시해 버리
고 만다.

예) 환경 -> 혼경  이렇게 타이핑 되고 만다.

정말 ‘헉’ 소리가 나올만한 문제점이긴 하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되지
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 제품의 목적성에 기인하는데, 고속의 타이핑이 대부분
문서작업 시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정확성이 중요한 문서 작업을 멀리서 소파에 누워서 데
굴데굴 구르면서 할 이유는 없지 않겠느냐~ 는 이유이다.

그러나 필히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임에는 틀림없다.


5. 아쉬운 마감세

또 한가지 이 제품에 대한 아쉬움은 최종 마감세의 부족함이다. 크게 눈에 띄는 부분을
지적하자면 첫째, 배터리 덮개의 손잡이 부분이다. 전체적인 완성도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대충 만들어져 있는데, 사람의 손이 직접 닿아 힘을 가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마감 없이
날카롭게 만들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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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덮개의 손잡이]

또 한가지는 무게중심이다. 제품이 전반적으로 위쪽으로 무게가 쏠려 있으며, 배터리만
조금 더 아래쪽에 위치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결이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이기는 하나, 비틀림 시 들리는 플라스틱간의 마찰음도 제품의 고급스러움을 깍아내린
다.


6. 광고/홍보. 그리고 제품 특성화와 커버의 부족함

㈜블루로직이 블루투스 기반의 인터페이스 제품의 수요를 어느 층으로 잡고 있는지는 모
르나, 필자의 판단으로는 고급 유져를 대상으로 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가격적인 면에서
기존에 고급제품으로 인식 받고 있는 로지텍이나 마소제품과 비슷하기 때문에라도, 상기 회
사의 제품 급, 혹은 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소위 말해 키보드의 ‘명품’ 이랄까? (물론 더 고가의 키보드도 많이 있지만.. 필자에겐 이 정도면
명품이다..ㅠ.ㅠ)

그러나 아쉽게도 블루로직의 트랙볼 키보드는 그렇지 못하다. 기능적인 면에서 타사 제품
을 압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즉, 제품 외적인 면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무감각
하다. 제품의 케이스는 저가형과 다를 바 없고, 제품명도 ‘블루로직 블루투스 트랙볼 키보
드’로 길고 어려우며 애매모호하여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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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메뉴얼은 프린트된 뭉치]


더욱이 홍보의 면에서는 더욱 아쉽다. 이 제품이 모토로 삼는 어구는 ‘Enjoy your wireless
digital life with bluetooth trackball keyboard’이다. 무선이나 디지털이나 트랙볼 키
보드나 알겠는데, 이 제품의 특징이 뭔지?....

…대체 ‘블루투스’가 무엇인데?

기존의 RF방식의 무선제품과 격이 다른 레벨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루투스가
무엇인지, 어째서 이 제품이 다른 무선제품과 비교가 안 되는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아니 사실 쪼그맣게 10m 쓸수 있다고 써있다. 그러나 안 보인다.) 필자의 솔직한 심정으로
는 케이스에 대문짝 만하게 ‘무선 기능이 딴거 쨉도 안되게 좋지롱~’ 이라고 써넣고 싶을
정도이다. 아는 사람 몇 없는 Bluetooth만 커다랗게 써넣는 대신에 말이다.

그리고 각종 홈쇼핑 방송에서 HTPC를 많이 판매하는데 99000원 추가하면 들어가는 형태로
HTPC의 마누라로 끼어 들어가는 등과 같이 소비자들에 대한 접근을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이 키보드의 등장으로 필자는 정말 너무나도 기쁘기 짝이 없다. 컴퓨터 보급율 1위 국가
임에도 불구하고, 인터페이스 제품 제대로 만드는 곳이 손에 꼽는 국내의 제작 상황에서,
또 하나의 ‘제대로 만든’ 제품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세세하게 사용자를 신경 쓴 부분
들을 보며 감동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로서는 제품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감에 없지 않다. 사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신기술이긴 한데 뭔지 알지도 못하고, 가
격은 고가 키보드 급이며, 메이커는 들어본 일도 없는데 포장까지 허술하다면… 바로 옆에
있을 세련된 포장의 잘 알려진 마소나 로지텍제품 사이에서 선택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
이다.

부디 블루로직 사에 바라건 데, RF방식의 단점을 들어 기존의 무선 제품들을 깔아뭉개주
길 바란다. 작동거리 10m라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품보다 5배 더 긴 것을 자랑해
주길 바란다. 블루투스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보다는, 블루투스가 RF나 적외선 방식보다 비
교도 안되게 좋다는 것을 알려주길 바란다. 예컨데, (물론 쉽지 않겠지만) HTPC와 제휴하여
홈쇼핑 방송에서 유명메이커의 더 비싼 RF 제품을 가져다 놓고 그 자리에서 작동거리를 비
교하는 테스트를 보여준다거나 한다면 대번에 매력적으로 보이리라.

앞으로 더욱 다양한 블루투스 제품군을 선보일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보다 앞서 이루어
져야 할 일은 ‘블루투스’에 대한 ‘대놓고 자랑’일 것이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4년 2월 우준홍 씀
(사용기에 문제나 질문사항 있다면, gainman@hitel.net 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