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기 앞서...

불과 2-3년전까지만해도 제가 인식하던 키보드의 이미지는
"삼성, 세진 키보드... 1~1.2만원 이내의 단순한 컴터 입력장치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접하게 된 건 아론 블랙 106S 클릭키보드를 구입하고 나서........
어떤 경로로 아론 키보드를 알게 되어 구입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만족해 사용하였고
이후 넌클릭 모델 구입은 물론 아론의 특별회원까지 신청하게 되었구요.  -_-;;
그리고 한참후에야
국내 쌍두마차격인 양대 키보드 커뮤니티 사이트 oozoo.com과 이곳 kbdmaina.net을 알게 되었네요.

지금은 아주 정감가는 이름인 "체리", "model M", "애플 확장 키보드" 등등
처음 봤을 때는 완전 딴 세상 얘기였죠.
내가 그때까지 아주 자랑스럽게 쓰고 있던 아론 키보드의 실체(?)도 알게 되었고요.
실체를 알게된 이상, 저 역시도 뽐뿌 마공의 주화입마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 성격이 바꿈질은 별로 심하지 않은 대신
한번 지를 때 제대로 된 걸 지르자는 주의인지라... -_-;;
그 때부터 대대적인 정보 수집에 들어갔습니다.

2. 구입하기까지

사용하는데 있어 가장 보편적이고 무난한 디자인이면서
성능(여기선 키감 ^^;)면에서 탁월한 제품은???

리뷰와 각종 사용기를 바탕으로,
또 손에 익어본 경험이 있는 아론 클릭, 넌클릭, 세진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을 떠올리며...
끝까지 남은 체리와 경합을 벌여 제가 선택한 제품이 바로
지금 제가 사용기를 쓰고자 하는 이 토프레 "리얼포스(RealForce) 101" 모델이었습니다.
- 체리는 국내에서 정식 수입원을 통해 수입된다고 하고,
현 시점에서 체리는 구하기 더 쉬울거라는 판단에...
(마침 총알의 여유분도 있던지라 리얼포스가 훨씬 비싸니 비싼만큼 뭔가 다르겠지하고 생각해서에요... -_-;;)
그런데 문제는 비싸다는 것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국내에 리얼포스를 쓰시는 분이 손가락에 꼽는 정도인지라 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았죠.
(제 성격이 한번 맘 먹은 걸 어영부영 내버려두면 손에 일이 잡히지 않습니다. ㅠㅠ)
그러다 XXX매니아 사이트에 본 제품을 구하는 방법을 물어보았는데
전혀 엉뚱하게도(? ^^) 건빵맨님께서 공구제품 여분이 남았다며 연락을 주시게 됩니다.
아...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ㅎㅎ

메일 연락받은 즉시 바로 통화하고는 그날 점심에 종로에서 바로 구입해 버렸습니다. -_-;;;
이 부분에 있어서도 쓰고자 한다면 따로 분량이 나오지만...
사용기인지 구입기인지 애매모호해 지는 터라 pass 하겠습니다. ^^;

3. 사용기

아.. 드디어 진정한 의미의 사용기겠군요.

사실 사용기라고 거창하게 이름을 붙였지만
리뷰를 통해서나 Arch-Angel님, 박경환님의 사용기를 통해
이미 제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저 똑같은 말만 반복하게 될지도.. ㅡㅜ

(1) 키감

뭐니뭐니해도 키보드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구름 위에 손가락 끝을 올려놓을 수 있다면 그 느낌일 것"이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납니다만
저 역시도 이 이상의 더 자세한 표현은 힘들 듯 합니다.(거봐... 똑같은 말 반복이라니까.. 에혀~)
저는 파워타이피스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저조차도 처음 리얼포스의 키감을 접했을 때
이게 뭐냐? -_-;;;;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밋밋한 키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이 글을 보시는 분께서 파워타이피스트라면
아마도 키감에 적응하시는데 상당한 기간을 소요하시거나
결국에 적응을 못하시고 바로 유동자금으로 변형시킬 위험성을 가지는,
양날의 칼같은 키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허나 그 적응기간을 잘 보내신다면 적응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이 키보드의 흡심대법에 빠지리라 장담합니다 - 초고속 타수의 소유자일수록 말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일진 몰라도 모델명에서 "RealForce"가 주는 의미는
"키감에서 보여지는 헤어날 수 없는 마력"이라고 정의하고 싶을 정돕니다.
이 키보드의 키감을 정의할 때,
이 제품을 접해본 모든 이들이 인정하는 단 한 단어 "예술"...
저 역시도 그 말에 적극 동참합니다.

(2) 키배열(레이 아웃)

키보드의 레이아웃은 개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완벽히 갈리는 키보드 선택 요소의 중요부분 중의 하나지요.
이 키보드는 모델명에서도 아실수 있듯 101 키보드입니다.
소위 말하는 요즘의 멀티미디어 키보드나 106키보드 와는 다르게
윈도우키, 한/영 변환키, 한자 변환키 등이 빠져 있죠.
더구나 일자(一)형 엔터키, 엔터키와 맞먹을 정도로 커다란 백스페이스에 따른 역슬래쉬 키의 배치...
요즘 키보드에 익숙해져 있는 분들께는 분노를 느끼는 일이 아닐수 없죠.

물론 지극히 개인적으론 제가 젤로 좋아하는 키배열 형태입니다.
기~~~ 다란 스페이스키에 일자형 엔터키, 커다란 백스페이스... 푸헬헬~
어차피 윈도키는 Ctrl+Esc로 대체하고, 오른편 Ctrl, Alt키로 한/영 변환키, 한자 변환키를 쓰니...
저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입니다. ㅠㅠ

(3) 디자인 및 외관

제가 가지고 있는 신조(?) 중 한가지가 "Simple is best" 입니다.
정말 이 모토에 아주 충실한 제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웬지모를 강자의 여유로움이라고 할까?
묵직하니 안정적인 느낌이 들고 신뢰감이 물씬 풍겨났습니다.
키캡은 상아색과 회색톤의 투톤 칼라를 채용,
심플하면서도 아주 효율적으로 기능키 구분을 해 주고 있습니다.[사진1 참고]
키캡의 인쇄 방식은 승화인쇄 방식이라고 하나요?? ^^;
하여튼 레이저 인쇄 방식을 쓴 키캡에서 느껴지는 양각의 느낌이 전혀 나질 않네요.
키보드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을 때 느껴지는 감촉은 F, J자 위에 지긋이 솟아 있는 돌출부를 통해서만 알 수 있었습니다.

keyboard001.jpg
                                                                    <사진1>

외국산인만큼 한글 각인이 되어 있지 않죠.
오히려 순수 영문 자판에서 오는 깔끔한 느낌을 충분히 살려주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애플 키보드에서 쓰는 자판 폰트-이탤릭체가 더 이쁘던데... +_+)
이건 어디까지나 한글 자판을 외우지 못하는 분들께는 엄청난 쥐약으로 다가옵니다.
그렇다고 여기에다 한글 자판 스티커를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0-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자면 차후 리얼포스가 정식 수입되더라도
한글 자판 인쇄를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판으로 쓰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위에 언급드린대로 양각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마치 무각인듯한) 키캡인데
부득이 한글 인쇄를 하게 된다면 양각의 느낌이 나게 된다는 점이... ^^;

그리고 많이들 말씀하시는 리얼포스의 로고....[역시나 사진1 참고]
자주보니 괜찮습니다 그려~
순전히 키보드에 제가 적응한 것인지도.... 후후~
이것 역시 미려하게 음각으로 "Realforce 101"이라고 단색처리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램이 있습니다. ^^

지금까지 거의 칭찬일색으로 제가 사용기를 써 왔습니다.
허나 리얼포스의 치명적인 부분이 있으니.. -_-;;;
키감이나 키보드의 기능상의 부분에 있어선 아무것도 아닌 부분이겠지만 말입니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키보드의 뒷마무리를 왜 이렇게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 유일하게 존재했습니다.
키캡의 게이트 자국..
제가 알기로 이름 있는 제품의 키캡은 게이트 자국 하나 없는 깔끔한 뒷마무리를 보여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나... 이 리얼포스는.. -_-;;;
제가 예전에 쓰던 아론 키보드보다 못한, 눈에 띄게 심한 게이트 자국을 보여줍니다.[사진2 참고]
마치 일부러 보이고자 하는 듯이 말입니다. ㅠㅠ

일부러 게이트 자국을 낸 걸 겁니다. 그래요 그럴 겁니다 (위약 효과에 따른 부작용)

keyboard002.jpg
                                                                     <사진2>

(4) 박스 및 기타 부속물

keyboard004.jpg
                                                                    <사진3>
keyboard003.jpg
                                                                    <사진4>

박스... 간단합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구리구리한 골판지 같이 생긴 박스에 종이 쪼가리 한장이 다 입니다.[사진3 참고]
종이 쪼가리라는 건 제품 보증서(한자에 약합니다.. -_-;)인 것 같네요.[사진4 참고]
제품의 완성도만큼이나 박스에도 조금만 더 신경써 주었으면 하는 투정아닌 투정을 부려 보고 싶네요.

4. 총평

이상에서 나름대로 장단점을 적어봅니다.
똑같은 장단점을 다른 분의 사용기에서도,
또 이곳에서도 다시 한번 접하게 되니 짜증나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

(1) 장점
  - 키감의 마력 (이름그대로 진정한 포스를 느끼시게 됩니다. +_+)
  - 묵직한 무게에서 오는 신뢰감 - Arch-Angel님께서 무거운 키프레임이라고 잘 표현해주셨네요 ^^*
  - 키캡의 흔들림이 적다. - 바로 위에 적은 것과는 조금 의미가 다릅니다.
  - N-키 롤오버의 완벽한 지원
    
(2) 단점 :
  - 순수 영문자판에서 오는 불편함 : 한글 자판을 완벽히 못외우신다면 대략 낭패입니다.
  - 키캡의 뚜렷한 게이트 자국
  - 끔찍한 가격.. -_-;;(HHKP보단 덜할지라도...)

c.f. 키배열에 따른 부분은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것처럼 호불호가 확실히 나뉘어지는 문제라..

(별 5개 만점)
▶키감    : ★★★★★
▶디자인 : ★★★★
▶완성도 : ★★★★★(제품 자체에선 키캡을 제외하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쓴 모습이 역력합니다.)
▶가격    : ☆
▶총평    : ★★★★☆

부족한 제 글을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p.s. 지금 이 글도 리얼포스에 손을 싣고 쓰고 있지만, 컴퓨터 앞에 앉을 때마다 너무 들뜬 마음이 듭니다. 아마 컴터 주변기기 중 끝까지 함께할 물건 중 한가지에 들것 같습니다. ^^  이제 남은 건 하나..... ㅎㅎ 뭐일까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