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구흑 와이즈 키보드를 구입한게 왔습니다.


옆동네에서 와이즈를 포함한 잡동사니들을 팔고 있어서 와이즈에 줄을 섰었는데,


일괄판매가 되어서 무산될 뻔 하다가 그분이 와이즈만 저한테 분양해주셔서 쓰게 되었네요.



개인적으로 키보딩 하면서 사람들이 와이즈 와이즈 하길래 한번 쯤은 써보고 싶었지만,


가격과, 101키 배열이라는 압박적인 배열 때문에 좀 망설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와이즈 키보드는 원래 구흑인지 구청인지 몰라서 헷갈린 것도 있고,


제가 주옥션으로 경험해 본 구갈축이 그렇게 감흥이 없었던 것도 구 체리 스위치에 관심이 없었던거에 일조를 했겠지요.



하여간, 제가 체리 축마다 투어를 했을때, 이제까지 써본 키보드가,


신 청축으로 Tesoro M7, 구 갈축으로 MX-8000, 신 적축으로 FC700R, FC300R, 신 백축으로 FC200R 텐키레스


이렇게 사용해 보았습니다.



사실, 흑축을 아예 타건하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타건 매장에서 흑축하고 적축을 비교하면서 타건해보면서 적축하고 그렇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결국은 흑축이 아닌 적축 키보드를 사 버린 적도 있었지요.



그런데, 결국 이 키보드로 흑축에 본격적으로 입문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키보드를 새로 사면 그 키보드가 얼마나 좋은지 타건을 할 겸 해서 뻘글을 새 키보드로 투척해 보는 편입니다.


지금 이 글도 와이즈 구흑으로 타건하고 있구요.




대략 잡소리는 잠시 접어두고, 이게 제가 받아본 와이즈 키보드입니다.


IMG_20130221_210827.jpg


이 키보드의 모델명은 TO-300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어느 곳을 쳐다봐도 이 키보드의 제작회사가 나와있질 않습니다... ㅡㅡ;


그리고, 원래 와이즈가 터미널용 키보드라고 들어서 전화선 포트가 있는걸로 아는데요,


이 키보드는 OEM으로 나올때부터 그걸 변경시켰는지, AT포트로 연결이 됩니다.


외형만 보면, 제가 검색해 본 와이즈 OEM 키보드 중에서도 가장 순정 와이즈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와이즈 OEM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얇은 폰트로 영어가 적혀있어 깔끔했던 키캡에 비해,


한글과 숫자 문자열의 키캡은 좀 투박하다고 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와 한글폰트가 적혀있습니다.


원래 와이즈 키캡은 이색사출키캡이라고 들었는데, 이 키캡은 PBT 승화키캡이라고 합니다.


제가 이제까지 써 본 키보드 중에서 저 키캡이랑 폰트가 비슷했던게 세진 SKM-1080이었지요. --;;


하여간, 기성품 치고는 매우 준수하고 세련된 하우징에 비해서 뭔가 좀 안맞는 키캡입니다.


(다만, 이게 메인컴이 아니라 서브컴에 들어가는, 즉 부모님이 쓰실 키보드라 한글이 없으면 뭔 일이 있을지 모르지요..)



그리고, 하우징은 매우 견고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제가 사용해 본 빈티지 키보드가 체리 MX8000인데, 상판과 하판 사이에 유격이 꽤 있었고,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들기면 통통 소리가 나며 울렸으며, 그 하우징 덕에 통울림이 좀 더 심화되었지요.


그런데, 이 키보드는 빈티지 키보드 중에서도 가장 준수한. 아니, 요새 키보드하고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준수함을 보여줍니다.



제가 파워타이핑을 조금 자제하며 타건하고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게 타이핑을 해도 통울림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우징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두들겨봐도 하우징에서 통울리는 소리가 전혀 나질 않습니다.


게다가, 빈티지 키보드 특유의 커다란 베젤(?)이란 특성이 많이 약하여


요새 나오는 기성품 키보드보다 약간 큰 정도로 끝나서 모델엠하고 비교하면 덜 갑갑해보입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위치의 키감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여 보면,


흑축을 경험하지 않고 체리 스위치에서 다른 키보드로 넘어온 것을 후회할 정도로 매우 좋습니다.


제가 신흑축을 사용하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이 흑축이란게 비슷한 형식인 적축과도 또 달라서, 오히려 적축보다도 흑축이 좀 더 부드럽다는 느낌입니다.


적축은 스프링 압이 낮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구름타법을 시도하려고 해봐도 지체없이 키캡이 바닥에 부딪혔다면,


흑축은 타건할때 스프링에 반발력이 있어서 그것이 대략 완화되는 느낌입니다.


다만, 역시 이 글을 쓰면서 어느정도 타건을 해 보니 손가락에 피로가 쌓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만요.. '-'


오랫동안 빠른 타건을 지속할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그렇게 큰 상관은 없으리라고 봅니다.



체리 스위치를 사용해 본 기성 키보드는 물론이요, 알프스 스위치를 사용한 기성 키보드나, 


러버돔 멤브레인 이외의 방식을 사용한 기성 키보드도 꽤나 많이 사용해 보았지만,


이렇게 기성품 키보드 중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키보드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델엠도 기성품 중에서는 매우 마음에 드는 축에 속했지만, 일단은 멤브레인 키보드이다 보니 논외로 치구요.


아무래도 언젠가 키보딩을 접을 때가 와서 남은 키보드를 다 처분해야 할 때도,


제가 처음으로 만든 알프스 커스텀과, 모델엠, 그리고 이 키보드만은 끝까지 가져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키보드였는데, 한글 문자열만 어떻게 좀 폰트가 세련되었으면 더 완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100점 만점에 90점이 되었습니다.



만일 제가 리얼포스를 기점으로 체리 스위치 이외에 관심을 두지 않았더라면,


이 키보드로 저는 완전히 정착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만 이제 어쩌겠어요.


알프스 등정을 시작해 버렸으니, 이제는 끝까지 알프스로만 달리렵니다.


그래도, 체리 흑축은 다른 축들에 비해서 상당히 매력있는 축임에 분명합니다.



이상으로 초보 키매냐 유져의 흑축 입문기였습니다.

키보딩 졸업.

역시 키보드는 기성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