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에서 밝히겠지만, 

모종의 이유에 의해서 갑자기 지름신이 강림하였고, 얼마전(이라고 해도 2주는 되었군요.)에 받아놓고만 있던 키보드의 리뷰를 적어보고자 합니다. 일종의 개인 아카이브의 개념도 있고, 주저리주저리 할말이 좀 있을 것 같아서 리뷰보단 자게에 쓸까 하다가, 그래도 새 키보드는 새 키보드인지라 리뷰란에 써 봅니다.


0. 어쩌면 가장 길 서론

 알프스 스위치란게 있습니다. 한 때, 키보드용 기계식 스위치를 만드는 회사로는 일본의 알프스 전자에서 제조, 공급하던 스위치 입니다. 뭐, 키매냐 분들이야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요즘 새로 기계식 혹은 고급(?) 키보드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에게는 좀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어쨌든, 이 알프스 스위치란게 본래는 상당히 많은 수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고, 종류도 많고, 각각 종류가 여러 개개인의 취향에 적중하는 것도 많아서, 마치 거대한 산맥의 한 봉우리 한 봉우리를 이루고 있었고, 이미 생산 중단되지도 오래 되었기에 알프스 스위치를 이용한 키보드를 '파던' 사람들은 '등정'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그래도 기본되는 모델로, 알프스 스위치라고 하면 '빅풋'계열로 통일됩니다. 몇몇 키보드가 독자적으로 디자인 된 스위치를 사용한다고 키매냐의 오래된 강의글을 보면서 알았습니다만(앞서 한 표현을 빌리자면, '산맥'의 줄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조금 떨어진 곳에 홀로 있는 봉우리이죠.), 알프스 스위치 하면 네모난 슬라이더에, 복잡한 접점부와 키감을 주는 판스프링이 추가된 이 빅풋 계열을 일컫는 말이었죠. 

 

 점점 커가는 컴퓨터 시장에서 생산량의 문제였는지, 단가의 문제였는지, 이유야 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언젠가부터 알프스 마을에 새로운 아이가 등장합니다. 바로 '간이축'이라고 표현되는, 접점부의 부품수를 체리처럼 두 개의 판스프링으로 줄여버린 간소화 버젼입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저가형이죠. 

 이 간이축을 알프스가 내놓으면서 생산 라이센스를 맺은 기업이 바로 대만의 Forward electronics란 회사입니다. 관련 위키에선 간이축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 이 대만회사라고 합니다만, 일본에서 생산한 것도 있다고 하니, 공동개발 혹은 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에서 생산을 하기 위해 부품수를 줄인 스위치를 일본에서 개발하여 기술이전을 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듭니다. 그 후 간이축은 이 Forward electronics 생산이 주가 되었다고 하니, 알프스 간이축의 오리지날은 이 회사 제품이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을 듯 합니다. 또한 간이축이 등장 한 이후, 이 스위치의 복제품이 중국과 대만의 여러 회사에서 생산됩니다. 특허 문제를 어떻게 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양한 복제품이 생산되고, "알프스형" 스위치는 황금기? 를 맞이합니다. 

 물론, 오리지날에 비해 간이축 계열은 키감등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더군다나 오리지날 간이축인 Forward electronics사의 제품을 모방한 복제스위치는 더더욱 평가가 좋지 않습니다. 

 결국 커가는 PC시장과 함께 압도적인 생산단가를 무기로 하는 멤브레인 형 키보드가 대세를 차지하면서 결국 일본도, 대만도 알프스형 스위치의 생산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래도 한 때 시장을 풍미하던 추억이 남은건지, 요즘 이 알프스 간이축을 부활시켜서 내놓은 것이 바로 Matias스위치 입니다.(여담입니다만, 이 Matias스위치의 QC가 꽤 괜찮아서 오히려 오리지널 간이축보다 괜찮은 평가를 받는 듯 합니다? 특히, 간이축 계열에는 없는 damper를 장착하여 {약간의 키감을 희생하고?} 소음을 줄인 저소음축은 궁금하긴 하네요.-최근 체리도 비슷하게 elastomer damper를 넣은 silent축을 내놓았죠.)


1. 그래서 이 키보드를 왜 질렀나?

 자, 서론에서 이야기했든, 알프스의 시대는 아직 부활할 것 같지 않습니다. 체리가 끝까지 살아남고, 시장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한 지금 부활한 알프스계인 Matias스위치는 틈새시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틈새도 찾아내고, 공략하는것이 마니아에 대한 시장의 접근법이고, 어쩌다 구매한 스위치 테스터 이후로 눈팅만을 하자고 다짐한 매스드랍에 이 키보드가 올라오게 됩니다. 알프스계 스위치를 사용한 텐키리스 키보드... 물론 기본 스위치는 Matias 스위치입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것이 하나, 선택 가능한 옵션중에 Fukka(Fuhua)스위치가 있습니다?

 이 Fuhua 스위치가 뭔고 하니, 바로 위에서 언급한 오리지널 간이축을 생산한 Forward electronics사의 대만 현지 사명을 읽으면 Fuhua라고 합니다. 이게 잘못 알려진 이름으로 Fukka 명칭도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미 생산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오리지널 알프스 간이축입니다. 이게 어떻게 원래 대만 회사가 복각을 한 것인지, 시설만을 인수한 실제론 다른 기업인건지, 아니면 남아있던 재고거나, 정말 말도 안되는 가능성으로 어떻게 중고를 잘 고쳐서 내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닙'을 중고시장에서 찾지 않으면 얻을 수 없을거라 생각되던 오리지널 알프스계 스위치의 새 제품인 것이었죠.

 알프스 산맥에는 끼지 못하고, 특정 키보드를 위해 만들어진 외따지만 높은 봉우리도 아니고, 그냥 산기슭에 발 한 번 밟아보는 그런 위치인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신기함과 호기심은 저를 이겼습니다. 


2. 외형


box.jpg

박스는 그럭저럭 심플합니다. 제품명과 옆에 스티커로 Fuhua 라고 적힌게 언듯 보이네요.



int.jpg

그냥저냥 적당한 포장상태.



key.jpg

구성품은 이게 전부입니다. 본체와 연결선. 연결선은 나름 단자 도금이 되어 있고, 직조케이블이라 요즘 트렌드를 잘 따라갑니다. 

텐키리스 구성에 LED가 없는(없을 수 밖에 없는?) 모델이라 스크롤락과 캡스락 LED가 있습니다. LED색은 하얀색입니다.


switch1.jpg

스위치와 키캡.

키캡은 조금 얇은편인 ABS재질 같고, 실크인쇄입니다. 따로 코팅은 안 되어 있는지 번들거리거나 그런 느낌은 없군요. 다만 실크인쇄는 실크인쇄.. 손에 걸리는 느낌이 그리 좋지많은 않습니다. 스위치와 키캡의 결합은 강한편입니다. 키캡 뽑을때 스위치 부러지는거 아닌지 걱정이 들 정도입니다ㅡㅡ;; 경험한 체리 키보드 중 가장 강했던 스텐다드 백축보다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폰트는 오히려 이런 간결함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듭니다.


Fuhua.jpg

Deskthority wiki에서 캡쳐하였습니다. 스위치는 딱 가장 나중에 생산한 형태로군요. 어쨋든, Fuhua 스위치인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2. 기능

설명서 같은게 없어서 기능은 키캡에 인쇄된 내용을 보고 판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만, 딱히 특별한게 있지는 않습니다.

Fn키 조합으로 사용가능한 multimedia control 기능과 win key lock기능이 있군요. 

딱히 아쉬움은 없는 수준인 듯 합니다.


3. 키감

가장 중요하죠..

솔직히 이야기하면, 아직 손에 익지 않습니다.

이 리뷰를 해당 키보드로 작성하고 있습니다만, 

이 스위치 자체가 키압이 높고, 알프스계열 자체가 원래 체리 키 보다(방에서 주력으로 쓰는것이 덱 청축입니다.) 빨리 '걸림'이 있고, 이 걸림을 지나는데도 비교적 더 큰 힘이 요구됩니다. 결과적으로 약간 파워 타이핑을 해야 하고, 때문에 보강판 치는 느낌도 좀 있습니다.(다만 키압 자체가 좀 높아서 저압 스위치로 보강판 파워 타이핑 할 때 느껴지는 손끝의 저릿함은 딱히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스위치의 키감 자체는 개인의 호불호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 이상 주관을 섞는건 그닥 좋지는 않을 것 같네요. 

다만 기존 체리 사용자라면 조금 적응이 힘들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가락에 힘이 덜 들어가서 생기는 오타가 종종 나네요. 손이 빨리 피로해지기도 하구요. 키캡이 얇아서 그런지 스위치의 장단이 드러난다고 해야 하나요? 정돈된 맛은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4. 만듦새.

아.. 뭐랄까요.. 정말 최소한만 합니다.

플라스틱이 뒤틀리거나 상처가 있거나 균형이 안맞거나 하는 치명적인 하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스위치의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스프링 튕김음이 딱 거슬리는 정도로만(??) 나고,

통울림도 심하지는 않지만 딱히 잡혀있지도 않아 스프링 튕기는 소리가 섞이니 좀 거슬립니다.ㅎ 

처음에는 잘 못 느꼈는데, 계속 타이핑을 하다보니 스페이스바의 스테빌 쇳소리와 찌꺽이는 소리도 납니다..


첨부된 3gp파일은 타이핑 소리를 녹음한 것입니다.(책상 상태등이 동영상을 찍기에는 부담되어서;;) 덱 청축은 비교용으로 넣어 놨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통울림이나 스테빌 소리는 잘 반영되어 있지 않군요.. 


아, 이건 호불호 영역입니다만, 클릭소리 내는 방식의 차이인지 클릭음 자체는 체리 청축보다 좀 더 낮은 소리입니다. 체리축이 아이들 떠드는 느낌의 짤깍짤깍 이라면, 이건 성인 남성이 이야기하는 듯한 달각달각 하는 느낌입니다. (위에 이야기한 다양한 '잡음' 없이 이 소리만 들으면 오히려 체리보다 제 취향인데 말이죠..ㅠㅠ)


5. 총점

키보드 자체는 일단 '기본'은 하고 들어갑니다. 반은 먹고 들어가죠.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의 유행이 시장되고, 특성화, 고급화를 겪은 현재의 다양한 키보드나, 기본적으로 우수한 만듦새를 자랑하는 레오폴드나 덱등에 비교하자면 아무래도 잡음에서 나오는 단점이 너무 드러납니다. 

키감은 말씀드렸듯 호불호의 영역이라 평점에 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새로 제작된 오리지널 알프스 간이축'을 쓸 수 있다는, 현재로선 정말 특이한 '유일성'은 일종의 수집욕에 불을 당기는 점이 있어 당장은(?) 플러스 요인입니다.

해서, 점수는 60점 책정합니다. 


참고로 매스드랍에서 구매가는 한화로 13만 몇 천 원 정도였습니다. 배송비 포함으로요.

만듦새를 생각하면 가성비가 낮은 편이다 라고 해도 되려나요?


딱히 추천하진 않습니다만,

구매하겠다면 말리지도 않을, 그런 키보드군요.



마치는 한마디 : 아.. 윤활을 해야 하나..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