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롤 압박이 좀 있겠습니다. 





지금 내나이 서른. 


미국에서 대학교때 프로그래밍 전공을 택하고 3학년이 됐을때 어느 겜 회사에서 잠깐 인턴을 했었드랬다.


조그만 회사였는데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 일본 사람들 이었다. 개중엔 천재라고 불려도 부족하지 않을, 일할때 프로그래밍 하고 쉴때 프로그래밍 하고 주말에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하던 미친 인간이 하나가 아닌 여럿 있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들은 약 15년전 대략 300만장 이상이 팔린 PS1 게임 스퀘어소프트 사의 "파이널판타지7" 의 개발팀에 있던 코어 디벨로퍼들 이었었다.


난 그게 신기하고 대단해서 그들과 친해지면서 프로그래밍에 대해 여러가지를 배울수 있었다.


그러던중, 그들중 한명, 코지(맞는가 모르겠다) 라는 사람의 책상위에서 희안하게 생긴, 약간 레트로룩을 가진 한 키보드를 발견했다



물론 이런 키보드는 아니었음





쪼끄마한, 귀엽게 생긴, 옛날 키보드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 중간엔 흰색 사이드엔 회색. 중요한건 키보드 위엔 아무런 글자도 쓰여있지 않았었다. 당시로써는 프로그래밍만 하는 사람이 뭐 이런 "말도 안되"는 키보드를 쓰는걸까 하고 생각하고 우습게 생각하며 장난스레 물었었다.


"이게 뭐야~ 뭐 이런걸 쓰고 그래~ 키도 다 없는 이런 키보드로 코딩이 돼요?



그러자 코지,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한번 쳐볼래? 느낌좋아."




... 그래. 시간을 되돌릴수 있다면... 그떄 난 그 키보드를 만지지 말았어야 했다.




고맙다 코지 이xx 야. 헬게이트에 환영해 줘서.



그러니까, 대강 9년전이다. 그때 해피해킹을 처음 접했던 것이 말이다. 그리고 그 지난 9년간 난 그 환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때 쳐본 10초간의 키보드의 느낌이 정말 오바 조금 보태서 지금 현재까지 손끝에 남아 있었다. 정말 누군가의 표현대로 "구름 위를 퐁퐁 걸어다니"는 느낌 이었다. 당시 코지가 가지고 있던건 HHKB Professional 버젼 이었다. 근데 그 잠깐의 느낌은 정말 쇼크 그 자체였었다. 컨트롤의 위치도 너무나 맘에 들었었다. 난 항상 컨트롤을 누르려고 손목을 꺾을때면 손목에 통증이 오는것 같이 그냥 싫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그떄까지만 해도 키보드는 그냥 눌러지기만 하면 되는 싸구려 컴터엑세서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해고 있었는데 그 후로 시선이 바뀌게 되었고 누군가의 키보드가 특이한 소리를 내거나 특이하게 생겼다면 꼭 한번씩 가서 보게 되었다. 혹시나 해피해킹 키보드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 말도 안된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난 단 10초만에 해피해킹 빠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론 그 누구도 해피해킹 키보드를 쓰는것을 볼순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미국에서는 당시 해피해킹 키보드라는것 자체가 초레어품에 해당 됐고 인터넷에선 구했다는 사람들은 전부 일본에 건너가서 직접 사왔다는 사람들 뿐이었다 .심지어 뭐든지 다 판다는 아마존에서도 팔지 않았고 이베이에도 정말 몇주에 하나 겨우 올라올까 말까 한 정도 였으니까.



 IMG_1076.jpg

그래 요놈이었다 요놈 (Eric Kim 님의 게시물에서 퍼온 사진 입니다)




그렇게 한 2-3년이 지났는가 보다. 여전히 누가 키감 좋은 키보드를 샀다고 하면 '해피해킹 보다 좋겠어?' 하며 콧방귀도 안뀌고 있을 무렵, 어느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해피해킹 키보드를 판다고 하는 광고를 발견하고선 급속도로 클릭을 했다. 어떤싸이트 였는지는 기억 안나지만 정말 광고대로 해피해킹 키보드 (Authentic 이라는 단어와 함꼐)를 팔고 있었다. 오우 지쟈쓰. 드디어 소원을 이루는구나!!!!!





난 급속도로 흥분했다. 하악하악



하악하악하악하악하악하아강가하악학




바로...


프로페셔널 버전을 클릭, 





이름을 넣고..




주소를 넣고...





마지막으로 키보드를 쇼핑카트에 넣는순간 





배송비+택스 다 합쳐서 나온 파이널 가격은 대략:




450불, 




즉 한국돈으로 하면 거의 50만원돈.



이런 젠장




당시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회에 갓 나올 준비를 하며 햇병아리 처럼 삐약삐약 대고 있던 나는 도저히 키보드에 450불을 투자할 자신이 없었다. 아무리 키감이 좋다 한들 한낮키보드에 불과 하지 않은가. 난 눈물을 머금고 해피해킹을 포기하....


려는 찰나.


그 바로 밑에 있던 라이트 버젼을 발견했다. 가격은 150불.


오 이건 뭐지? 이런건 전에 없었는데?



색깔은 까만색에 오른쪽 밑에 "Professional" 이라고 쓰여져 있어야 할 곳엔 커서키가 자그마하게 4개 달려 나온.


그리고 내가 가장 맘에 들어했던 새끼손가락 옆에 있는 컨트롤 키까지!!


그야말로 정말 내가 봤던 키보드와 95% 비슷하게 생긴 그 해피 해킹 이었던 것이다!



150불은 낼수 있어. 지르자.


하고 질렀다. 그리고 그 라이트 버젼이 내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일본에서 건너와야 했었기 때문에) 거진 2주정도가 걸려야 했다. 그리고 파이널리.....



라이트.png

요놈입니다. 방금 제 책상에서 직찍.




큰 기대를 가지고 박스를 열고 키보드를 조지기 시작했는데. 읭. 이느낌이 아닌데.



역시 라이트 버젼에서 프로페셔널 버젼의 니낌을 가지는건 무리중의 무리였다. 하지만 비록 라이트 버젼이지만 드디어 해피해킹을 내손에 넣었다는 기분탓이었을까. 그래도 쓰기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이 키보드를 집에서 쓰는 메인 키보드로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예쁜 디자인의 키보드는 우리집에 오는 손님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 했다. 컨트롤키의 위치도 너무 맘에 들었었고. 키보드 위에 글자들이 각인 되어있었다는건 별로 맘에 들진 않았지만 그래도 난 좋았다. 라이트 버젼 이라도 좋았다. 그렇게 난 이 레이아웃에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6년이 더 흘렀다. 해피해킹 프로페셔널2 는 이미 옛날에 나왔고 살 재력도 생겼고 이젠 이 키보드는 인터넷에서 제가격에 비교적 쉽게 구할수 있게 되었지만 무슨일인지 별로 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여전히 키보드에 300불을 들인다는것에 대한 부담감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한 그동안 여태까지 내가 일하던 곳이 한곳에서 찐득히 앉아 프로그래밍을 하는 곳이 아닌 항상 여러군데 출장을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을 하는 직장 이었기 때문에 더욱 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라이트 버젼은 집에서 쓰고 있었고 그냥저냥 그거에 만족하게 되었던것 같다. 워낙 키보드에 매니아만큼 관심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건 지금도 그렇긴 하다)



득도 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최근 몇주전, 직장을 옮기면서 한곳에만 찐득히 앉아서 일을 하게 되었다. 출장을 안다녀도 됐다. 내 데스크탑 컴퓨터도 생겼고 내 고정 자리도 생겼다.


그리고 회사에서 준 키보드는..



그냥 길다니다가 잠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바로 발밑에 잘근 밟히는


그런 흔하디 흔한 10불짜리 키보드 였다. 


손에 너무 맞지도 않았고 키감도 너무 안좋았다. 자꾸 오타가 났고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와 내 코딩실력을 보여줘야 할 판에 작업이 엄청 느려졌다.



이걸 어떡하지 하고 생각하는 찰나.




그순간 뭔가 홀린것 같이 내 손은 내 머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마존 주소를 치고 있었고...

Amazon.png





손가락은 손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Happy Hacking Professional 2" 를 검색창에 두드리고 있었으며....

Happy Hacking.png






마우스는 손가락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오더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오다.png






그리고 바로 어제.




난 9년동안 그리워 했던 그 해피해킹 키보드 프로훼셔널2 버젼을..




꿈에도 그리웠던 그 손가락 끝의 감촉을 잊지 못했던 그...



10초만의 기적을 나에게 행하셨던..





바로 그놈을... 장장 9년만에 내손에 드디어!!!!!! 넣을수 있었다...........



이뿌니.png

촤캉!




------ 서론이 길었습니다. 진짜 리뷰는 다음편에 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