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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3는 체리 흑축을 사용한 미니 배열 키보드로 과거에 꽤 높은 인기를 끌었던 모델입니다. 체리사의 ML4100과 거의 흡사한 배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ML스위치가 아닌 MX스위치를 사용하여 풀사이즈 체리스위치 키보드의 키감을 미니배열에 그대로 옮겨놓은 형태의 키보드라 하겠습니다.


키보드를 리뷰함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1)키감 (2)배열 (2)마감및 디자인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순서대로 리뷰해 보겠습니다.

(1) 키감


TG3에는 체리사의 리니어 흑축이 심겨 있습니다. 리니어 계열 스위치는 서걱거림 유무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윤활로 어느정도 보완할 수는 있지만 '구흑'이라 불리는 구형 흑축의 경우 서걱거림이 비교적 적고, 스프링압이 낮아 조용하고 부드러운 키감을 보여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데커드님의 TG3 스위치는 서걱거림이 거의 없는 상급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사람을 거치며 자연윤활이 된 것인지, 누군가 윤활제로 윤활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상태 좋은 한우 구흑에 크톡윤활을 해둔 여분의 스위치와 비교해봐도 차이를 전혀 못느낄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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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3의 스위치는 모두 거꾸로 박혀있습니다. 원래 체리 흑축의 순정스프링 키압은 상당히 높은 편으로, 쫄깃하다는 느낌과 함께 장시간 강하게 타이핑시 손가락 마디가 저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TG3의 키압은 언뜻 느끼기에 70g 전 후 정도의 무게감입니다.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스위치가 거꾸로 박혀 있는 것이 키압을 낮추는데 어느정도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체리 스위치를 정방향으로 설치했을 경우 접점부분이 위를 향하게 됩니다. 체리 스위치는 키가 완전히 눌릴때까지는 슬라이더와 접점부의 마찰력이 작용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키캡의 위쪽이 됩니다. 그런데 키캡을 누르는 손가락의 각도상 키캡의 아랫쪽에 상대적으로 강한 힘을 주게 되므로, 일반적으로 설치했을 경우 슬라이더와 접점의 마찰력이 조금이나마 더 커지고, 이것이 전체적인 키압을 상승시킨다는 생각입니다. 더불어 서걱임이 존재하는 스위치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이 부분은 체리스위치의 단면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체리 스위치 단면은 스카페이스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1.kbdmania.net/xe/index.php?_filter=search&mid=best_article&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8A%A4%EC%9C%84%EC%B9%98&document_srl=638315) 결국, TG3의 흑축치고 가벼운 키압과 서걱임 없는 부드러운 키감은 거꾸로 박혀 있는 스위치도 한 몫하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보강판의 유무는 키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칩니다. TG3는 풀보강의 형식을 취하는데, 재질은 헤어라인 가공된 알루미늄인 듯 합니다. 알루보강은 리니어에 궁합이 좋은 편입니다. 바닥도 보강판과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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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3의 통울림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습니다. 리니어 계열은 타이핑의 정숙성이 키감의 호불호를 가르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서걱임과 통울림이 적어 타이핑의 정숙성이 보장되는 만큼, 스위치와 보강판 하우징의 밸런스가 상당히 잘 잡혀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해 사진을 찾아보니 두꺼운 기판과 더불어, 면적이 작으면서도 상당히 두꺼운 하우징이 돋보입니다. 그 덕에 기판과 바닥면 사이에 상당한 공간이 비어 있음에도 통울림이 적은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작지만 매우 단단한 느낌의 키감입니다. 하지만 알루하우징이나, 스테인레스 계열의 하우징에서 느끼는 단단함과는 다릅니다. 단단하게 잡아주지만 전체적으로 플라스틱 하우징이기 때문에 금속계열의 차가운 느낌이 아니라 아크릴 계열의 따뜻한 키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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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은 와이즈 폰트의 얇은 ABS 투톤, 이색사출방식입니다. 리니어에는 두꺼운 PBT가 잘 어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긴 하나, 키캡 또한  하우징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집니다. TG3는 얇은 ABS이지만, 충분히 리니어에 어울리는 키감을 선사합니다. 


스테빌라이저는 스페이스바에만 들어가 있는데, 윤활을 안한 탓인지, 째깍거리는 타격음을 냅니다. 윤활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실제 소음으로나 외관으로나 너무 조용한 키보드라(심지어 LED 하나도 없는) 가끔은 째깍거리는 스테빌의 잡소리가 정겹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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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3 타건 영상입니다;  소리가 전체적으로 날카롭게 녹음되어 실제보다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톤이 더 낮고 조용합니다.)



<param name="movie" value="//www.youtube.com/v/CeG1IjQWAfg?hl=ko_KR&amp;version=3"/>


( 첫번째 A87 62g 흑축 5T아크릴보강 두꺼운PBT / 두번째 Kingsaver 알프스 흑축 4.5T아크릴보강 중간PBT    - TG3와의 비교)




(2) 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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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열은 기본적으로 ML4100과 거의 흡사한 배열입니다. 필자의 타이핑 습관은 정석(타자연습이 권장하는)에 가까운데, 오른쪽 쉬프트 크기가 상당한 불편함으로 다가옵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고속타이핑시 순간적으로 빗겨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또한 숫자키 '1'키가 긴 것이 의외로 오타를 많이 냅니다. 같은 위치에서 넓이만 넓어진 것이라 오히려 더 누르기 쉬울 것이라 예상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2'키를 누르게 됩니다. 또 '~'키의 위치는 매우 독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본 세팅의 경우 한글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shift+space도 먹질 않았는데, 'Hankey'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shift+space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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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키는 워드 작업시 사용빈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델키와 insert키의 위치는 일반적이진 않으나 한번 외워두면 사용에 딱히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짧은 오른쪽 쉬프트와 화살표키 편집키가 빠듯하게 붙어있는 구조는 워드작업시 가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오른쪽 쉬프트를 누르면서 동시에 화살표키를 누르기라도 하면 거의 두 세 문장이 순식간에 블럭으로 선택되는데 바로 옆에 있는 delete키가 눌리면서 1초도 안되는 순간에 두세문장이 지워져 버리는 경우가 생깁니다. 고속타이핑시 가끔 발생하는 증상으로 

ctrl+Z 명령으로 다시 돌려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이는 노트북에서 자주 겪었던 문제인데, 미니키보드의 한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3) 마감 및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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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준수한 마감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옥의 티라면, 하판의 나사가 조금 어긋나게 설계되어 있는 부분입니다. 

살짝 아쉽습니다. 


디자인은 주관적인 느낌이 강할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한마디로 제가 경험한 어떤 미니배열 키보드(커스텀 포함)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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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조절이 안되는 점은 아쉽지만, 외형 디자인 하나로만 놓고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바닥과 평행하게 살짝 떠있는 하우징에 모서리 곡면이 강조된 베이지색 플라스틱 하우징은 앙증맞으면서도 빈틈없는 깔끔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예쁘다'라고 첫운을 뗄 수 밖에 없는 디자인입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첫 눈에 눈독을 들인건, 알루스킨커스텀에 크림치즈가 꼽힌 A87이래로 이 TG3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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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작다는 것은 공간활용에 절대적인 이점을 갖습니다. 표준 풀배열 키보드 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모델M과 비교시 절반 정도의 크기입니다. 


<총평>


키감              32/33

배열              23/33

마감및 디자인 30/33

총점              85/99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 했습니다. 필자 역시 커스텀에 발을 담그고 있고, 키매냐의 많은 분들이 커스텀에 흠뻑 빠져 계신줄로 압니다. 

그러나 한땀한땀만든 커스텀조차 잘 만들어진 기성품의 높은 완성도에 비할바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작은 크기에 풀배열의 키감을 빠짐 없이 담아내면서도 군살은 완벽하게 제거한(흔한 LED도 없습니다) 그만의 철학이 엿보이는 훌륭한 키보드입니다. 이미 유명한 키보드 입니다만, 더 많은 매니아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키보드를 타건할 기회를 주신 데커드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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