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사게의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하이프로는 체리식 스위치와 그 감각에 익숙하신 분 보다는...

아주 오래된 키보드부터 사용해오신 일부 레트로 마니아 분들에게 적합한 키보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키보드의 특징은 정전식이라는 것은 모든 분들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전식이면서 정전식 보다는 레트로 키보드의 미덕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키보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해피해킹도 러버돔 스타일의 썬타입 씨리즈에서 터미널 사용자와 개발자를 위해 레트로 양식을 차용해다가 만든 키보드일 뿐입니다.


제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저의 키보드에 대한 연대기적 기준은 모델엠 이전과 이후로 구분됩니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현대식 키보드의 정의는 아범의 모델엠부터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모델엠의 스페이스세이버 모델부터 84키를 지원하는 텐키리스의 현대적 정의의 시작점이라고 말씀드립니다.


하이프로는 모델엠 이후의 현대적 기준에 부합한 레트로 모델의 유산을 승계한 키보드라고 저는 정의 합니다.

정전식 키보드라는 기능적 분류는 다들 아시는 것이니 넘어가더라도 하이프로는 분명 리얼포스의 기존 제품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첫째로 하우징 구조와 통울림 그리고 키감, 반발력 등... 전체적인 느낌은 딱 레트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녀석에 대한 호불호가 더 극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 많이들 사용하시는 체리식 키보드에 익숙하신 분들은 사실 레트로 느낌을 이해하시기 힘듭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NMB 스위치입니다. (나물밥이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리고 모델엠에 사용된 버클링 방식의 스위치... 이 두녀석을 다 경험하고 아신다면 제 말이 이해가 가실겁니다.

레트로 모델 마니아들도 나물밥류의 단단하면서도 도각이는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분들과 버클링의 단단하면서도 다이나믹한 느낌...

그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로 나뉩니다.

이것은 체리냐 알프스냐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는 하이프로에서 묘하게도 이 두 녀석들의 감성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제가 처음 하이프로를 받아봤을 때 느꼈던 그 느낌이 지금 새로 들여와서 다시 사용하는 느낌과 동일하고...

또한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만져봤던 바로 그 레트로의 느낌이었습니다.

분명히 두녀석과는 다른 새로운 키보드(게다가 정전식...)임에도 확실히 하이프로는 레트로계의 적자라고 생각합니다.

일반 리얼포스와는 사실 스위치 방식만 같지 하우징 자체의 지오메트리는 분명히 다른 카테고리입니다.

그래서 연구용으로 해체하려고 구입한 녀석이지만... 예정대로 해체 수순을 밟고... 또 들이려고 합니다.

새로 들이는 녀석들(?)은 고이 밀봉해서 제 던전 깊숙히 숨겨둘 생각입니다.

아마도 모델엠과 나물밥 사이에서 편히 쉬고 있게 될 것입니다.


레트로 키보드의 유산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하이프로는 추천입니다!



[장점]

1. 레트로 감성

2. 간지 작열

3. 타이핑이 즐거워짐

4. 체리따위...하게 됨

5. 알프스...훗! ...하게 됨

6. 희소성이 매우 높음

7. 키캡 - 점돌기를 많이들 구입을 꺼리게 되는 부정적인 원인으로 삼으시는데... 하이프로는 F, J에 점돌기를 넣거나 오목하게 하는 대신에 G, H를 덜 오목하게 하고 ASDF, JKL을 더 움푹 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고속의 정확한 타이핑을 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말씀하시는 문제는 전혀 없고 오히려 더 편안한 타이핑을 돕습니다.저의 평균 영타가 70~80 MPS 입니다. 거의 빠른 영타에 들어갑니다. 전문적인 타이프라이터들이 100 MPS인 것을 감안한다면 일반인으로서는 상당히 빠른 편에 들어갑니다. 그런 제가 하이프로로 타이핑시 가끔 100 MPS가 나옵니다. 오타율은 오히려 더 줄어들고 손가락이 편합니다. 제 주력인 해피해킹은 맥에 물려두고 터이널 작업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상황이고 하이프로가 문서작업과 코딩에 사용중입니다. 초기버전의 하이프로도 주로 코딩과 문서작업용 이었습니다. 작년 여름까지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던 녀석이 하이프로와 해피해킹이었습니다. 둘 다 용도별로 나눠서 사용하고 둘 다 최고로 인정합니다. 여하튼 키감과 타이핑의 쾌적함은 그냥 저에겐 벤츠 타다가 마이바흐 타는 느낌입니다. 뭐 그렇다고요... :)


[단점]

1. 키캡 표면의 스크래치 - 스크레치에 예민하신 분들은 그레이 모델 비추합니다.

2. 케이블 일체형 -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만 휴대시는 상당히 거슬립니다.

3. 보강판 녹 - 오래 사용하면 흔히들 말씀하시는 토프레 전매특허 녹이 나옵니다.



이 외에는 딱히 문제되지 않습니다.

소음은 원래 이런 레트로 키보드의 전매특허입니다.

반대로 경쾌하고 다이나믹한 타이핑이 소리를 더 즐겁게 만들어줍니다.

이것 때문에 윤활을 생각하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으나...

저로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키보드 하우징을 설계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이녀석은 원래 이렇게 나온거고 이대로 사용하라고 나온 녀석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하이프로를 만져보지 않고 단순 타건만으로 점돌기가 없어서 혹은 키캡의 형태가 이질감이 느껴져서...

라고 하시는 분들은 구입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냥 일반 리얼포스를 사용하시는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레트로를 사랑하시고 키보드의 맛을 아신다면 저는 하이프로를 추천드립니다.

초급자나 체리에 익숙하고 엘이디 이런거에 열광하신다면 하이프로는 당신을 위한 키보드가 아닙니다.

과감하게 타건대 앞에서 물러나실 것을 권장합니다.


하이프로는 하이프로입니다.

해피해킹이 해피해킹인 것처럼...

하이프로는 토프레가 만든 리얼포스의 또 다른 카테고리 제품입니다.

절대로 우리가 아는 일반 리얼포스가 아닙니다.

타이핑을 위해서 특화시켜 만들어진 레트로 감성의 전문 타이프라이터용 키보드입니다.



* 저의 키보드에 관련된 글들은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문화, 인문적 관점에서 주로 쓰여집니다.

만년필은 몇백만원 하면서 다들 수긍하면서 키보드는 겨우30만원인데도 '그렇게나 비싸!"...하는 현실적 관점에 자극받아서...

고급 만년필 같은 커스텀키보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키보드 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기술적인 내용보다는 감성적 관점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