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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키매냐 우영님께서 리뷰용 키보드를 보내주셔서 작성이 가능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의 말씀을 전하면서 세진 SKR-1196의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1. 첫 느낌.

필자가 받은 세진 SKR-1196은 2001년도 제작된 키보드였다. 아마도 이 시기를 시작으로 세진이 미니 키보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제품이 아닐까 생각을 했다. 텐키레스만한 사이즈 그리고 해피해킹 라이트 같은 방향키의 모습들은 필자가 호감을 느끼기에는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도리어 기보적인 배열을 벗어난 키배열들은 타건도 하기 전에 "이런 이런 문제가 생기겠구나..."라는 상상을 먼저하게 되었다.


결국 첫 인상에서는 많은 매력을 주는데는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였다. 정말 동떨어진 DELETE키의 위치는 정말로 최악이 아닐까 생각할 정도 였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첫느낌이 이상하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도기적인 키보드가 사실 어색해서 느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니 배열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풀배열도 아닌... 그저 그런...  그러나 모든 키보드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세진 키보드라면 괜히 만들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한편에서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이 보드와의 공존을 시작했다.


2. 배열과 특징

특이하게 이 보드는 텐키를 살리는대신 특수키 부분이 없는 배열을 취하고 있다. Pageup,dn,hoem,end는 방향키과 FN키의 조합으로 처리했고, 사용하지 않는 스크롤락키를 제거하고 그 부분에 4개의 키를 배열했다.

프린트 스크린,브레이크,insert,Delete(FN+del = 스크롤락) 이런식의 배열을 보는 순간 배열을 디자인하면 많은 고민들이 느껴졌다.

특히 개발자 같은 경우는 Delete키는 자주 사용하는 키인데 왜 저렇게 멀리 놓았는지 의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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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작은 사이즈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키가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디자인적인 측면보다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배열이 다소 틀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피해킹처럼 적응을 필요로하는 배열도 아니고 Delete의 위치는 개인적인 이야기이니까 풀배열을 써야하는데 책상이 좁은 사람에게는 정말로 괜찮은 배열을 제공하는 키보드가 아닐까 생각이든다.


여기서 좁은 책상이라는 것에 대해서 디자인 했던 사람들의 배려가 하나 더 숨어있다. 그 것은 PS2 포트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PS2포트 하나 더...????"라고 의아할지 모르겠지만 2000년초반까지만해도 USB 인식은 대부분 1.1 버젼이였고 인식율과 고장율도 많은 편이였다. 그러니 주변기기에 맡는 포트들을 지금의 USB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시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그 당시에는 USB의 과도기 같은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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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오른편에 위치한 PS2 포트


reSizeIMG_1518.jpgPC에 연결되는 PS2 포트 2개(마우스와 키보드)


결국 이러한 것을 볼 때 이 보드는 좁은 책상이나 공간의 최대화를 염두에 두고 나온 키보드라고 생각이 든다. 이 또한 세진이 미니 키보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든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런 느낌이였다.


3. 키캡

세진의 키캡, 역시 후타바 슬라이더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제품의 키캡은 2233과 마찮가지로 이색사출은 아니였다. 이전 리뷰에서 소개했던 2233의 키캡의 마감이 별로라고 했는데, 어라... 이 보드는 얇은 키캡이지만 감촉이 달랐고 그 것만으로 필자는 갑자기 이 보드에 대한 강한 흥미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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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니 2233의 리뷰의 키캡과 닮았지만 퀄리티적인 측면에서도 달랐다. 인쇄도 선명했으면 그 퀄리티가 훨씬 좋아보였다. 두께는 같았지만 감촉은 180도 다른 느낌의 키캡의 느낌이다. 그러면서 한가지 뇌리를 스친 생각은 이 보드에게 이색사출 키캡을 끼워주면 어떨까?에 대한 생각이 호기심으로 발동하기 시작했고 이제부터 이 보드의 진가가 나오기 시작한다. 반전이였다.


4. 키감

이 리뷰의 제목은 "... 구분감을 말하다..."였다. 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숨은 반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구분감... 확실히 타건에 대한 구분감, 그리고 깔끔한 타건음이 이 보드의 장점이였다. 정말 깔끔한 타건음이라는 것, 청축의 맑고 청량한 소리라면 이 보드의 타건음은 깔끔했다. 잡음이 들어가지 않은 깔끔함을 가진 키감. 지직거림 없이 줄 것을 정확히 전달하는 느낌의 타건음과 구분감은 정말로 이게 리버돔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맞나할 정도로 특이했다.


특히 클릭할 때마다 "쓰윽~싹"하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사실 필자는 리뷰를 쓸 때는 미리 리뷰거리를 촬영하고 동영상을 찍고 그 키보드로 리뷰를 작성을 한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마음은 몹시 들뜬 상태였다.)


키감도 우수하지만 정말로 키를 눌렀다는 그 구분감이 정확히 손끝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쓰윽~" 부분이다. 그리고 리버돔의 반발력에서 나는 소리 "싹" 경쾌하면서 한치의 잡소리가 나지 않는 섬세함을 가진 키감이였다.


바로 그 것을 더욱 경쾌하게 만드는 요소가 바로 얇은 키캡이다. "쓰윽~"의 느낌을 한층 차가우면서 깔끔하게 "탁~"의 느낌에는 다른 잡음이 들어가지 않토록하는 그 느낌, 그리고 스테빌에서 나는 잡음도 거의 없는 상태. 솔로 연주가 아닌 화합이 정말 잘되는 오케스트라의 완벽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누구하나 잘난거 없이 모두 똑같이 보통인 상태)


그럼 이 녀석에 두꺼운 이색사출은 어떤 느낌일까?


바로 오케스트라에 콘트라베이스 한대가 더 들어간 느낌이다. 한층 더 무거우면서도 여전히 잡음이 들어가지 않은 확실한 구분감으로 타건음이 변화했다. 어느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다. 뭘 사용해도 이 보드의 구분감이나 타건음은 변하지 않았고 음 영역대만 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리버돔에서의 반발력도 그렇고 소리가 기계식의 타건음 못지 않다. 아니, 왠간히 허접한 기계식보다는 훨씬 더 고급스러운 타건음을 가진 보드다.


"디자인이 뭔 상관이냐 구분감이 확실하고 소리 좋은면 디자인도 좋게 보이더라."


확실히 구분감은 키캡의 높이에서도 나타난다 중간에 공간이 없이 붙어있어서 잘못하면 손가락이 집을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을 최소화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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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보면 텐키 부분의 키캡의 높와 스탭스컬쳐의 변화로 인해서 보지않고도 타건이 가능하도록 구분감을 제공한다.

이런 것은 방향키에서도 마찮가지다.


reSizeIMG_1505.jpg 갑자기 확 낮아지는 방향키 덕분에 "아...여기가 방향키구나..." 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문자열 부분에는 기존의 스텝 스컬쳐2를 적용해서 기존의 키보드에 익숙한 사용자들도 힘들지 않게 처리되어있다. 과연 이게 저가형 키보드에서 절대로 볼 수 없는 섬세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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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드는 아마도 공학도에게 어울리는 키감과 디자인을 제공하는 제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10년전 키보드지만 그 시대에 맞게 같이 변화하는 과도기를 가진 키보드 SKR-1196...


앞으로 몇 년이 더 흐른 뒤에도 이 보드의 구분감은 확실할 것이다. 첫인상이 다소 실망스러워지만 키감과 타건음 하나로 모든 것을 덮을 수 있는 힘을 가진 키보드였다.


멤브레인의 점점에 서 있을 법한 녀석이다. 아마 이 뒤로 저가형들이 쏟아지면서 이런 명기가 나오기 힘들었을테니 말이다. 마지막 왕조의 후손 같은 느낌의 키보드. 왕이 될 수 없는 왕자, 황태자가 되지 못하는 비운의 키보드지만 그래도 왕족은 왕족이 아닐까라는 마지막 생각을 끝으로 이 보드의 리뷰를 여기서 정리한다.


아래 타건 동영상의 감상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두꺼운 이색과 타건음 차이
  2. 타건시 타건음
  3. 백스페이스와 DELETE키의 타건 모습
  4. 방향키의 구분감과 텐키의 구분감
  5. 구름타법으로이 타건
  6. 백스페이스와 DELETE키의 타건 모습 디테일
  7. 방향키의 구분감과 텐키의 구분감 디테일
  8. 두꺼운 이색과 타건음 차이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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