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매니아 게시판 설정이 이상한지 중간 저장을 하니 바로 공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창피한 글인데 미완인체 여러분들께 보여지고 말았습니다. 이에 가능한 빨리 가다듬어 완성본을 업로드하였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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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바오를 탐험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을 종종 보게 됩니다. 때로는 그것이 소중한 발견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를 하나 늘리는 결과에 이르기도 하지요. 그러나 어떤 경우든 통상 '중국'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대체로 일치하는 무엇인가가 걸려있기 마련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Rantopad/镭拓(이하 란토패드)라는 브랜드와 그들의 TKL 키보드인 MXX는 꽤나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MXX는 수입 브랜드와 가격 차이를 가지기는 하지만 주류 제품으로는 '제대로된 키보드'라고 평가받으며 그 만큼 높은 가격대를 취하고 있는 iKBC, GANSS 등과 비교해 대등한, 아니 더 높은 가격으로 제품가를 책정하고 있으며 브랜딩에 있어서도 마치 미국이나 유럽의 게이밍 브랜드와 같은 가치 부여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호기심이 발동해 구매하여 약 10여일간 사용해보았고 그 후기를 정리 합니다.



1. 사전 정보 - 브랜드에 대하여.


란토패드는 중국내에서의 판매 뿐만 아니라 비록 공급 수량이나 인지도는 주류 브랜드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미국 사이트를 오픈하여 판매하고 있으며 아마존 리뷰등을 읽어보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라인업은 마우스패드, 마우스, 키보드 등으로 마우스패드의 다채로움에 비하여 장비류의 구성은 단촐하지만 그만큼 정선된 느낌을 줍니다. 북미의 반응도 긍정적이어서 아마존 기준 평정은 대체로 4점 이상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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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토패드 중국 사이트 (http://www.rantopad.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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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토패드 미국 사이트 ( http://rantopadusa.com ) -


의문인 부분은 국내의 란토코리아와의 관계입니다. 유사한(RANTOPAD라는 부분까지는 동일한) 디자인의 영문 로고를 사용하지만 로고 문양 자체는 틀린데다 란토패드의 주요 상품인 마우스패드에 있어서 동일한 제품명을 부여하고 있는 것들이 유통되고 있으나 디자인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유관한 회사인지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2. 대상 선정 - 제품 선택과 사용 기간


게이밍 기어들이 채택하고 있는 일명 '오글거리는' 네이밍 계보를 이어가기는 합니다만 단순명료함을 이름으로 가지는 이 키보드는 가격에 있어서 중국 기계식 키보드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상당한 괴리를 가집니다. 중국내 판매가 299(게이트론)~449위안(체리), 미국 판매가 $85~$110 (공식 사이트 및 아마존, 게이트론) 들로 고가를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겉모습에 혹하였다 후회하는 아픔을 경험하고 싶지 않는 모솔과 같은 기분으로 상대적으로 저가인 게이트론 스위치 제품을 택했습니다. 실은 게이트론 청축 스위치에 대한 큰 만족감으로 적축에 대한 느낌 또한 궁금하기도 했었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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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상으로 라인업하고 있지만 주문 가능한 것은 그레이와 블루 뿐입니다. (출처 : 타오바오 공식 유통 채널)  -


최초 라인업으로 4개 색상을 제안하였고 최근 영어 웹사이트에서 블랙 색상을 공개하였지만 현재 구입 가능한 것은 아쉽게도 그레이와 블루 뿐이며 리뷰에서 선택한 색상은 블루입니다. 



3. 패키징 - 연출된 고급스러움


마치 애플이나 샤오미를 벤치마킹한 듯 제품 이름 만큼이나 간단명료한 포장으로 디자인 정체성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타의 타오바오 구매품이 철저하게 중국 내수 지향으로 패키징 표기를 일관하고 있는 것에 비하여 포장 박스 후면 안내중 일부와(그것도 세번째) 제조사 주소 표기 외에는 한자 사용이 억제되어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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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들로 패키징 내부에 로고를 형상화한 리무버와 보호 커버를 제공합니다만 제조사 공식 유통 채널에서 구입하였기 때문인지 비록 각각 5위안 정도로 판매되는 제품들이기는 하나 별도 포장으로 마우스패드와 벨크로 세트 들이 추가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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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형 - 유니크한 디자인 + 신선한 경량화 + 모호한 고집스러움


상면부는 로고 배치와 표출 방식으로 정체성을 과감하게 강조하고 있으며 상판과 하판, 상단과 하단의 마름모 꼴 비대칭형의 디자인을 채택해 유니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전형적인 '중국 비키' 스타일보다는 서구 게이밍 기어 브랜드에서 종종 보이는 아스트랄한 모호함과 일맥하는 면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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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부에서는 틸트를 과감하게 배제한 동굴 형상의 디자인으로 유니크를 넘어선 상식 파괴를 보여줍니다. 후술하겠지만 이 구성은 단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타이핑에 있어서도 매우 특색있는 혹은 호불호를 갈리게하는 특징을 들어내는 원인이 됩니다. 틸트 부재에 대한 대응으로 제조사는 넓은 논슬림 범폰을 통해 45도 경사각 까지의 사용을 광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틸트를 못하니 경사 있는 모습으로 사용하고 싶으라면 책상을 기울이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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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함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기계식 키보드의 상식을 깨는 약 650g의 매우 가벼운 무게입니다. 제조사가 밝히는 5000 시리즈 마그네슘 알루미늄 알로이 상판과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플라스틱 재질 등이 이유인 것으로 짐작됩니다. 


'The MXX keyboard is designed to be portable with a total weight of only 1 pound, 7 oz. With the hot-plugging USB cable; you can take it with you anywhere. Enjoy a cooler feel and game more comfortably with our 5000 series magnesium aluminum alloy cover.'  - MMX의 영어 제품 설명중에서...


앞서의 당황스럽기까지한 신선함과 달리 키캡과 LED는 매우 고지식해서 현란한 RGB는 남의 일인듯 한 단색 화이트 LED와 단일 사출 코팅 ABS 키캡 구성의 무료함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원가 절감이나 정성 부족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화려한 RGB나 레인보우 LED는 지금까지 보여준 '단순명료'와는 거리감을 가지는데다 타이핑의 느낌에 있어서 코팅된 ABS 키캡은 호불호 큰 하우징 특징과 맞물려 꽤나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스테빌라이저는 체리 타입으로 투명한 윤활유로 가볍게 윤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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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형 케이블을 채택하고 있으며 여기서도 유별남은 유지되어 본체와의 체결 신뢰성 향상을 위해 여타의 USB + 미니5핀 구성이 아닌 양방향 모두 일반 USB 형태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대응해 본체의 채결 부위 구조 역시 평범하지 않음은 물론입니다. 더불어 실효성이 의문이긴 하나 페라이트 코어와 금도금 단자가 채택되어 대세는 당연한 듯 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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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결 부위의 구조와 형태는 게이머들의 휴대 사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휴대에 있어 분리형 케이블이 가지는 장점이 크나 체결 부위 손상으로 인한 신뢰도 하락이 수반되는 것에 대한 란토패드의 해결책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나 구조의 특이함은 곧 전용 케이블을 요구하는 것으로 본 구조에서도 일반 케이블을 사용도 가능하나 구조물 형상에 의한 견고한 맞물림은 전용 케이블에서만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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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트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인지 일반 키보드의 틸트 사용과 미사용의 중간 정도의 기울기를 제공하며 전면부의 높이는 다소 낮은 형상을 취하고 있습니다. 충격적인 무 틸트의 동굴형 구조와 USB 체결부의 형상 때문에 볼륨이 꽤 크게 보이지만 실제 이들을 제외하면 경량화 때문인지 꽤나 슬림한 형태이기 때문에 전면부 높이가 낮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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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용 - 잘 짜여졌지만 극명한 호불호


- 호불호 1 - 미려함의 기준


소재와 의되된 정체성의 유지는 분명 매력적이며 그간의 중국발 키보드들이 보여준 키치함, 불완전함 들과는 격을 달리합니다. 이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라는 의지와 함께 '덕력'의 집중을 보여줍니다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과함은 결국 더부룩한 감상을 수반하게 합니다. 분명 멋지지지만 사다리꼴을 테마로 한 디자인은 일반적이지 않고 미려한 상판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탈릭한 감각의 고급스러움은 그 만큼이나 사무실에 내어놓고 평범하게 쓰기에는 용기를 필요로 하게 합니다. 애플과 샤오미의 미려함은 조화를 전제로 하였이지만 MXX의 미려함은 '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호불호 2 - 틸트 부재의 한계


틸트 부재의 대안으로 설정한 중간 값의 미묘한 기울기는 틸트 선호와 무관하게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지만 이는 또한 그 누구도 완전한 만족감을 엊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유려한 디자인을 위해, 경박단소한 감각을(설사 결과가 그러하지 못하더라도)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장치이고 잘 설계되었지만 이것에 모두가 전적으로 납득할 것이라는 기대는 란토패드 역시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더욱이 초기 출시 제품은 U자형 굴곡이 큰 키캡을 채택하여 틸트 고정 등에 따른 오타 발생을 조금이나마 보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행 유통 제품은 통상의 키캡과 차이점이 없어 더욱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 호불호 3 - 도각거림과 소음의 사이


경량 소재를 이용해 가능한 얇게 만든 본체를 동굴 형태로 뛰어올린 듯한 구조는 단지 멋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타이핑 감각을 결정적으로 가르게 합니다. 여기에 얇은 단일 사출 코팅 ABS 키캡이 결합되면 결과의 인상은 더욱 강해집니다. 불균형한 키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데다 부드럽기로 따지면 클론 스위치들중 가장 체리와 유사한 게이트론 스위치와 결합했으니 이 또한 매력적입니다.


- Rantopad/镭拓 MXX 타이핑 테스트 -


키보드의 구조에 따른 하단 공백은 의도되지 않은 통울림 수준을 넘어선 공명을 가지게하는데다 여기에 코팅된 ABS 키캡은 필코나 더키의 키보드를 다루는 듯한 경쾌함을 연출해 더욱 큰 도각거림을 체감하게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흥겨운 경험은 불가피하게도 가볍게 타건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파워 타이핑을 하는 듯한 소음을 수반하며 사용자는 도각거림의 흥겨움과 소음의 경계에서 매우 곤혹스러운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 호불호 4 - 잘 선택된 키캡 그러나 아쉬운...


앞서 기술하였던 것처럼 키캡은 제벌 잘 어울리는 선택이었습니다만 사용자에게 따라 PBT와 이중사출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 남을 것입니다. 이것은 LED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 취향이야 역시 만족하지만 동 가격대는 물론 더욱 저렴한 제품들도 현란한 RGB를 탑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예 제공되지 않아 쓸 수 없는 기능과 사용자가 취사 선택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 몇몇 이들에게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 Rantopad/镭拓 MXX 타이핑 테스트 -



- 호불호 5 - 너무나 느린 제품 전개


최초 제품 출시가 2016년 2월 경인데 비하여 아직까지도 레드와 화이트는 사전 주문 단계이며 엉뚱하게 블랙 색상과 체리 스위치 탑재 고가형 제품들이 먼저 선보였습니다. 레드나 화이트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꽤나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느리게 전개하는 것은 매우 큰 아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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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품 브로셔의 화려한 색상은 아직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출처 : 타오바오 공식 유통 채널) -



6. 결론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디자인과 정체성에 집착해 고집을 부린 면이 있어서 호불호가 분명한 키보드입니다만 중국이 마음먹고 고품질을 노린다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경험하게 해준 좋은 제품이었습니다. 다만 역시나 국내 출시 여부가 요원한 점이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지금쯤이면 각 유통사들도 조금은 더 차별화해 고품질 지향으로 접근할 수 있을텐데 수입 업체의 분발을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볼품 없는 사용기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마칩니다.


규정에 의한 점수는 80점을 부여합니다. 제품의 품질은 90점 이상을 주어도 될 만큼 우수하지만 사용의 편이성에 있어서 호불호가 극명하고 소비자 지향이 보수성을 가진 키보드매니아와는 일정 정도 거리를 둔 게이밍 기어이기 때문입니다. 이점 보시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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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수준 높은 고품질 추구, 무서움은 이제 부터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