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서론

한동안 majestouch minila 유선 버젼 일본어버전을 사서 잘 쓰고 있었는데, 일본어 키보드 특유의 쓸데없는 키들에(무변환키 등등) [~`]키를 이식해 보겠다는 생각에 키보드를 분해하고 컨트롤러에서 매트릭스를 따다가(milila의 컨트롤러에는 어째선지 숨겨져 있는 키들이 있더군요. 매트릭스를 따다보면 숫자패드 쪽의 키들도 나오고. F1~F12키도 나오더군요.) 실수로 컨트롤러를 불태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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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신 minila 컨트롤러. 어쩐지 매트릭스를 따던 도중에 고소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아마도 매트릭스를 따다가 엉뚱하게 gnd를 잘못 갖다대서 과전류가 흘렀던 거 같습니다.

필코 본사에 메일로 매트릭스를 따다가 컨트롤러를 불태워 먹었는데 컨트롤러만 구할 수 없냐고 물어봤더니, 예상 이상으로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더라고요. 컨트롤러만 보내줄 수는 있는데 현재 남아있는 부품이 없고, 생산 라인이 항상 도는 게 아니라서 다음번 생산할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컨트롤러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로 했습니다.


잘 쓰던 기계식 키보드를 못쓰게 되니까 역시 손이 심심해지더군요. 기왕 이렇게 된거 키보드를 하나 더 지르자! 라고 마음을 먹고, 이번에는 무선 버전을 질러 보았습니다.


2. 백축?


예전의 키보드는 흑축이었습니다. 흑축의 탄력있는 키압은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클릭이나 넌클릭 등이랑 비교하면 손이 심심하더군요. 하다못해 멤브레인 키보드의 구분감마저도 색다르게 느껴질 정도라서, 다음번에 지르는 건 구분감이 있는 키보드를 사는 걸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음번에 지르는 키보드는 구분감이 있으면서 최대한 바닥을 살살 치는 조용한 키보드를 원해서 

http://www.kbdmania.net/xe/index.php?_filter=search&mid=tipandtech&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 %9E%85%EB%A0%A5&document_srl=630768

스카페이스 님의 글을 보며 나름대로 연구를 해본 결과, 백축을 사용하면 구분감을 느끼고 나서도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에(링크 글의 백축 그래프를 아시겠지만 청축이나 갈축은 구분감을 느끼는 지점의 압력이 바닥을 칠 때의 압력과 비슷하지만 백축은 3mm이후로는 구분감을 느끼는 지점보다 압력이 커집니다) 바닥을 살살 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청축처럼 시끄럽지도 않고 갈축처럼 어중간하지도 않으니 백축으로 개조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다만 보통은 순정 백축의 압력이 너무 높기 때문에 변백을 만든다던지 하던 거 같더라고요. 하지만 전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3. 필코 이색사출 키캡+실리콘 와셔


기왕 이색사출인데 좀더 예쁜 색깔로 찍어내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는 키캡이긴 하지만 리뷰를 보니 어느정도 힘을 잘 받아주는 효과가 있어서 흑축이랑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녀석을 백축에 쓰면 백축의 너무 높은 키압이 상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이런 글도 있더라고요.

http://www.kbdmania.net/xe/index.php?_filter=search&mid=tipandtech&search_target=title&search_keyword=%EC%99%80%EC%85%94&document_srl=2873672

실리콘 와셔를 끼워서 저소음으로 만들면 꽤 쓸만한 녀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질러라!


그래서 질렀습니다.


majestouch minila air 적축 영문배열12000엔

필코 이중사출 키캡 5000엔

백축 스위치 50개 3500엔

필코 원목 팜레스트 3500엔

별모양 드라이버 500엔(참고사항으로, minila air를 분해하려면 십자드리아버가 아니라 가운데 구멍뚫린 별 모양 드라이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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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요. )


그외 땜납 등등...


굳이 적축을 지른 이유는, 기존의 흑축 키보드를 적축+흑축 차등배열로 개조하는걸 염두에 둔 것도 있고,쉬프트키나 fn키 등은 적축인 편이 나을 거 같아서입니다.


5.일단 끼워보자.

사고 나서 스위치를 갈아 까울 여유가 없어서 적축 순정 상태에서 이중사출 키캡을 끼우고 사용을 해 보았습니다만, 이건 좀 아니더라고요. 필코 이중사출 키캡의 특징이 키캡이 높다 보니 손가락의 힘을 잘 받아주기 때문에 안그래도 키압이 낮은 적축에 끼우면 너무 심하게 바닥을 치게 되더라고요. 절대로 순정상태로는 못 쓰겠다는 걸 깨닫고 덮어두었습니다.


6.근성의 디솔더링 그리고 스위치 교환

솔더윅으로 디솔더링을 하는데, 디솔더링을 제대로 안해서 스위치를 떼다가 중간에 선을 몇개 끊어먹었습니다;; 다행이도 회로를 보고 새로 선을 만들어 이으니 문제는 없더라고요. 한두시간이면 될 줄 알고 밤 12시 정도에 시작했는데, 처음 하다 보니 4-5시간은 걸렸던거 같습니다. 하고 보니 커스텀 키보드를 만드시는 분들이 존경스럽더군요.



7.일단 스위치 교환 종료 그리고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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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스위치 교환을 했습니다만, 실리콘 링을 끼울지 안끼울지를 고찰을 해 보았습니다.

먼저, 이중사출 키캡은 높이가 거의 1cm정도 되기 때문에 바로 실리콘 링을 끼우는 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스펀지 패킹을 쑤셔넣어서 공간을 어느 정도 메꿔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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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렌치로 꾹꾹 찔러넣으니 어떻게 들어가긴 하더라고요. 저렇게 쑤셔넣고 높이를 어느 정도 맞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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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링을 끼웠습니다. 저 실리콘 링은 반경 5.3mm에 두께 1mm짜리입니다.


<iframe width="420" height="315" src="//www.youtube.com/embed/M-d4bqcdc9Y" frameborder="0" allowfullscreen="">


타건 영상입니다.R,T,Y,U,I는 실리콘 와셔 미장착, 나머지는 실리콘 와셔를 장착한 상태입니다.

실리콘 와셔를 쓰니 바닥치는 소리가 줄기는 했는데, 그 대신에 손가락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스펀지를 쑤셔넣은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소리가 잡히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실리콘 와셔는 다 빼고, 스펀지만 다 쑤셔 넣었습니다.


8.완성!IMG00172.jpg

문자열과 caps lock,tab,ecs키에만 이중사출 키캡을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링은 쉬프트키,fn키,alt키,ctrl키 같이 꾹 누르고 있어야 되는 키에 적용을 시켰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사용기를 써 볼까요.


9.장점


일단 백축과 이중사출 키캡의 궁합은 정말 막강합니다. 그냥 백축에 기본 키캡을 쓰면 키압이 높아 손가락이 아파서 쓰기 힘들어질 정도인데, 이중사출 키캡을 쓰면 적절하게 구분감을 느끼면서 바닥을 약하게 친다기보다는 만지는 수준의 키압으로 두드리는게 가능해집니다. 이쯤되면 필코에서 이중사출 키캡을 만들면서 왜 백축 키보드는 출시를 안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아, 그리고 하단열에는 스페이스바가 맞는 게 없어서 이중사출 키캡을 적용을 안했는데, 오히려 저게 더 좋습니다. 이중사출 키캡의 단점 중의 하나가 높이가 높다보니 팜레스트가 없으면 하단열이 손에 닿아 버린다는 점인데, 저렇게 해두면 그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제 경우는 하단열은 적축이기도 하고요.(문자열에만 백축을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fn키, 엄지손가락에 fn키를 배분해서 방향키 등을 누를 수 있는게 매우 편합니다.  거기에 딥스위치 조작으로 백스페이스와 \키를 바꾸면 거의 모든 조작이 손을 제자리에 두고 손가락만 움직이는 걸로 가능해집니다. 스페이스바가 작은 걸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의외로 적응되면 별 상관 없습니다. 실제로 일본 키보드 표준 배열의 스페이스바는 저 정도 크기이기도 하고.


10.문제점.


유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의외로 이게 제일 큰 문제가 되더군요. 무선 연결은 안드로이드 같은데 연결할 때나 편리한 거지, 컴퓨터랑 연결할 때는 무선으로 연결하려니 설정하는게 귀찮더라고요. 거기다가 제가 리눅스를 쓰는지라 하드웨어 지원이 가끔가다 살짝 맛이 가있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해 자주 재설정을 해줘야 된다던지 하는게 귀찮습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minila air는 유선 버전인 minila와 똑같은 기판에 컨트롤러만 다른 걸 쓰기 때문에 minila의 컨트롤러와 호환이 되기 때문에 지금의 백축 기판을 그대로 유선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컨트롤러만 구하면 지금의 백축 기판은 유선 버젼으로 바꾸어서 쓸 것 같습니다.

사실 뒤뚜껑을 뜯어보면 충분히 유선과 무선 컨트롤러를 동시에 얹을 수 있어 보이고 실제로 마음만 좀 독하게 먹으면 유무선 동시지원으로 개조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키보드 기판이 유선 컨트롤러와 무선 컨트롤러에 동시에 연결되도록 하면 될 거 같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minila와 minila air의 컨트롤러가 완벽히 호환되기도 하고), 한번 컨트롤러를 태워먹어 보니 그럴 용기는 안나군요.


오른쪽 쉬프트

아직까지 오른쪽 쉬프트를 어떻게 써야 편리하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오른쪽 쉬프트를 누르려다가 빈번하게 방향키를 누르게 되는 문제 때문에 불편하네요. 일본어 사용자들이 오른쪽 쉬프트키를 별로 사용하지 않으니까(아에 일본어 버젼에선 딥스위치 설정으로 오른쪽 쉬프트를 없에버릴 수 있습니다!) 저런 배열을 생각한거 같은데 역시 꽤나 짜증나네요.

사실 설계를 할 때 레오폴드의 fc660과 같이 오른쪽으로 한칸만 더 늘려서 오른쪽 쉬프트도 1x2로 하고 오른쪽 컨트롤키도 달아주고 했으면 됐을거 같은데 왜 이런 설계를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옛날 필코 미니 키보드들을 찾아보면 1x2배열의 오른쪽 쉬프트키를 단 녀석들도 많이 보이는데 말입니다.


11.아쉬운점

~키와 \키를 바꾸어주는 딥스위치 설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설정이 없더라고요. 어짜피 minila를 사는 사람들이면 스페이스 바의 크기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fn키를 스페이스로 바꿔주는 딥스위치 설정보다는 저 둘을 바꿔주는 설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12.결론:


-필코 이색사출 키캡은 백축과 만날 때 비로소 빛을 발하는 키캡

-minila air는 엄지손가락 fn키는 대단히 편리하지만 조금만 더 잘 설계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 같아서 매우 아쉬운 키보드. 근데 진짜 엄지손가락 fn키는 편합니다. 


13.여담

-이색사출 키캡의 색깔은 다크 브라운이라고 하는데 어느정도나면 밝은데에선 갈색, 어두운곳에선 검은색입니다(...) 정말로.

-팜레스트는 처음에 쓸데는 편한 거 같더니 좀 쓰다보니 오히려 좀 불편해지더라고요. 손목을 그대로 팜레스트에 올려두면 편한데 45도로 손목을 세우고 치면 손목이 오히려 아파집니다;; 

-쓰고 나서 보니 참 아쉬운 점이 많군요. 필코 본사에 메일이라도 보내볼까요.

-중간에 임시저장을 해두고 글을 썼는데 어째서인지 모바일 버젼에선 임시저장한 글이 보이네요;;


그럼 리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