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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금요일 부터 택배가 늦어져서 이 키보드만 오매불망 기다리느라 계속 속을 썩여왔는데요,


기어코 오늘 늦게 택배가 와서 회식 끝나고 찾아온 택배에서 K20을 꺼내어 보았습니다.


패키징이 잘만 K50급으로 간략하면서도, K50처럼 싸구려 티는 면한 듯한 멋진 패키징이 특징이었는데요,


(똑같은 5만원짜리 키보드여도 잘만 K50은 기계식, 아이락스 K20은 멤브레인이니 패키징에 여유가 있었으려나요...)


보다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하여 기어코 제가 메인으로 쓰던 알프스 청축 키보드를 빼내고서,


아이락스 K20으로 갈아 껴 놓고 이 리뷰를 타이핑 하며 시작해 보겠습니다.


철저히 기계식/무접점 정전용량을 충분히 써본 매니아의 관점에서 리뷰를 쓰고 있으며,


제가 느낀 그대로의 소감을 축약하지 않고 적으므로 스크롤 압박이 매우 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패키지 개봉 직후 소감 -


일단, 풀사이즈 키보드가 하나 들어갈 만한 박스에서 별다른 완충재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녔을 법한 키보드가 참 아쉬웠습니다.


택배상자를 열고 보니 이미 키보드 박스의 한 귀퉁이가 약간 찌그러져 있더군요...


그래도, 작동만 잘 되면 아무 상관을 안하는 본인에게 있어서 그 정도는 너그러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패키지를 열자 마자 바로 본체를 보면서 본 생각은 이것 하나,


"기계식을 써본 사람에게는 조금 고급스럽지 못한 외형이다." 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모서리가 너무 둥글게 처리되어있어서 샤프하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던데다, 


나름대로 디자인적 포인트를 주려고 했을 법한 옆면의 레드라인은 오히려 움푹 들어간 것으로 인해서


유격이 있을까 걱정하게 될 수도 있을 법한 디자인이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게다가, 키보드용 먼지 덮개의 문자열 부분이,


FC200R/300R, 하다못해 M7 Gaming SE라도, 키 모양에 맞추어서 구분선이 움푹 파여있거나 했던 데 비해서,


문자열 부분이 통짜로 처리되어있어서 너무 첫눈에 덮개가 약해보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만, 실제로 몇번 만져보니 200R/300R에 쓰였던 것과 같은 PET 재질인것 만큼, 그렇게 물렁물렁하진 않았습니다.



 -  타건 전 세부적인 외형에 대한 소감 - 


출시 전부터 사진으로 보았듯, K20의 키캡은 밑부분이 둥글게 처리되어있어 마치 방패와도 같은 모양이 되어있는데요,


아무런 튜닝 없이 순정 상대로만 사용할 거면, 통일감 있는 디자인으로 꽤 멋지게 보일 것 같기도 한데,


다른 체리용 키캡을 끼우거나 하는 순간 아마 그 밸런스가 심하게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짜피, 모든 회사에게 있어서 튜닝은 자기 회사가 상정한 상황이 아니니 넘어갑니다.)


게다가, 같은 열의 키캡도 조금 들쭉날쭉한 높이로 체결되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키캡의 문제인지, 플런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제가 받은 물건이 불량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에 비해서, 미끄럼방지 고무가 제대로 되어있고,


높이 조절용 다리를 올려도 그 다리에 미끄럼 방지용 고무가 있다는 것은 확실한 장점으로 보입니다.


(막상 저는 높이 조절용 다리를 올리고 쓰지 않기에 테스트는 안해보았습니다.)



 - 타건 후 키감 평가 -


일단 키감을 평가하기 전에, 개인 취향으로 평가가 갈릴 것을 우려하여, 


제가 이제까지 사용해 보면서 좋았다고 생각한 스위치(혹은 키보드)는 이하의 물건입니다.


[알프스 청축, 알프스 황축, 리얼포스 45g 러버돔, 모델M의 버클링 스위치, 체리 흑축(그중에서도 구흑)]



일단, 지금 들어 다시 부활하고 있는 플런저 키보드 (대략 국내 모델로는 KR-6260)을 만져 보신분은 다 아시겠지만,


기계식과 비슷한 키감이라고는 해도, 기계식하고 진짜 비교해보면 산으로 가는 키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자면 리얼포스에 가까운 키감, 나쁘게 말하자면 일반 러버돔 멤브레인에 덜덜거리는 소리를 더한 느낌.


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키캡과 플런저가 일체화 되어있는 일반적인 러버돔 멤브레인은,


그나마 파워 타이핑을 해도 플런저가 일체화 되어있어서 덜덜거리는 소리가 좀 적게 나는데,


이 키보드는 키캡과 플런저가 분리되어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파워타이핑을 하면 심하게 덜덜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심지어는, 누르다가 빠르게 손이 미끄러지듯이 놓아버리면 틱! 하는 소리도 납니다.



그래도, 나쁜말만 하면 정말로 나쁜 키보드 처럼 보이기에 조금 변호를 해 보자면,


러버돔의 반발력과 구분감을 보니, DT-35(큐센)보다는 구분감이 좀 약하지만, 리얼포스 45g 러버돔보단 구분감이 센,


대략 리얼포스의 러버돔으로 따지면 55g 러버돔의 반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ESC키 밖에 55g 러버돔이 채택되어있지 않아서 몇번 눌러보진 못했지만,


적당히 두꺼운 대륙승화나 그런걸 체결해서 한번 타이핑 해보면 55g 균등하고 꽤 비슷해 보일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멤브레인 키보드와는 달리, 체리 키캡이 어느정도 호환 될 것 같아 보이는 것도 그렇구요.



잠시 러버돔의 반발력에서 벗어나서 다른 방향으로 키감을 얘기하자면,


리얼포스 (러버돔을 쓴 멤브레인이 아닌 키보드가 이것이랑 해피밖에 없으니..;;) 차등을 사용해 본 제 경험으로 미루어 봐서,


이 아이락스 K20의 키 스트로크는, 리얼포스의 키 스트로크보다 좀 짧다는(혹은 얕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 알프스 댐퍼축의 키감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리얼포스의 키 스트로크를 가져야 될 법 한데, 끝에서 무언가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달까요.


어쩌면, 기판에서 러버돔과 스프링(물론 반발력엔 거의 기여를 안합니다.)이 들어가는 리얼포스에 비해서,


멤브레인 시트를 확실하게 눌러줘야 되는 구조 상 중앙에 기둥같은게 들어가는 러버돔이 되어서 결국은


그 기둥에 의해서 맨 끝의 스트로크가 둔해지게 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 키캡, 아아, 키캡... -


일단, 제가 제품을 구입하기 전에 아이락스 본사에 문의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얻어낸 답변이, 키캡은 PBT재질에 레이저 각인, 플런저는 POM이라는 얘기였는데요.


(동시에 KR-6260의 재질도 문의해서 KR-6260의 키캡 재질은 ABS라는 얘기를 동시에 들었기에 신뢰를 하였었습니다.)



지금 그 키캡을 타건하기 전에 개봉 하자마자 뽑아서 조금 만져보니...


얇은 PBT 키캡으로 유명한 주옥션(체리 MX8000)을 능가하는 정도로 엄청나게 얇은 키캡이었습니다.


조금만 힘주어서 양옆으로 압력을 가해도 무참하게 키캡이 깨져버릴 듯한,


아무리 화가 나도 키보드를 두들겨서는 절대로 안될듯한,


그러한 빈약하고 연약해 보이는 두께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애시당초 키캡 재질이 PBT인가 아닌가를 의심하게 될 정도로 ABS랑 흡사한 반질반질함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지식이 맞다면, 레이저 각인 키캡은 레이저로 키캡을 태웠으니, 각인이 없는 면과 일체화 되어야 될텐데,


각인이 되어있는 부분이 유난히 돌출되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다, 실제로 만져보면 돌출된 듯 싶습니다.


키캡은 아무래도 PBT 레이저각인이 아닌, ABS 실크인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우 안구에 습기가 흐르게 합니다.


[추가 : 옆동네에서 정보를 얻은 결과, 검은색 키캡은 레이저 각인을 한 후에 흰색 재질로 충진을 해서 돌출감이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 몇번 진짜 PBT 얇은 키캡과 비교해 보면서 만져봐야 진위를 알겠지만,


이 키캡 문제는 절대로 단순히 넘어가서는 안될 문제로 보입니다.



- 스태빌라이저, 그리고 키캡 튜닝 -


일단, 단도직입적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문자열 튜닝은 되는데 스태빌라이저가 들어가는 부분은 망했어요.



일반적인 저가형 멤브레인 키보드 처럼, 철심이 들어가는 턱이 키보드 안쪽 벽면에 존재해서 철심을 키캡에 걸고,


플런저(다른 멤브레인 키보드의 경우 플런저가 들어갈 홀) 옆부분에 일체형으로 돋아나있는 플라스틱 걸쇠에 반대쪽 철심을 거는


극히 일반적(멤브레인에게 있어서)인 방식의 스태빌을 사용하였습니다.



만일, 체리 키캡과의 호환성을 노렸었다면, 차라리 구동부 양옆도 플런저로 처리해서 체리 순정 스태빌같은 형태를 취하던지,


아니면, 키캡에 피스를 삽입해서 마제스터치와 비슷한 스태빌을 취하던지를 하여서


다른 체리 키캡과 호환을 확실하게 노렸으면 좋았을 터인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태빌라이저의 형태 때문에 호환도 무리일 뿐더러,


충격을 받으면 두번 다시 스태빌라이저를 끼울수 없는 구조가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키캡은 투톤베이지를 선호하는 편인데요, 


하단열과 쉬프트,엔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진 것 같아서 너무나도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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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런저 방면으로 얘기를 돌려보자면, 정방형 테두리 중앙에 십자돌기가 나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키캡을 분리하여 보면, 체리 키캡과 그 구조가 매우 흡사합니다.


어느 FPS 카페에서 해외판 K10 (K20과 비슷하지만 풀배열입니다)을 사용해 본 사람의 말에 의하면,


체리키캡을 끼울때 좀 뻑뻑한 면이 있지만, 무리없이 체리 키캡이 호환이 된다고 합니다.


저는 어떠한 체리 키캡도 갖고 있지 않아서 테스트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바로 알프스로만 달리는 키보더의 슬픔입니다... ㅡㅜ)



어쩌면 검은색 PBT 이색키캡을 찾아다닐 수도 있겠지요...



 - 총평 -


분명, 이 아이락스 K20을 발매일 첫날에 구입하신 분들은 


KR-6260의 평가를 보고서 시원찮다고 생각하여, 제대로 된 후속 모델을 기대하셨던 분도 계실테고,


IBM 스페이스 세이버2에 이어서 몇년 만에 제대로 된 멤브레인 텐키리스 키보드가 나와서 기대하시던 분도 계실테고,


그냥, 순수히 기계식을 사기엔 비싼데, 텐키리스에다가 스펙이 좋아 보여서 샀던 분도 계실텝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의 정가는 거의 5만원인데다가, 저도 150개 특가를 놓쳐서 정가로 구입한 사람입니다.


물론, 스페이스 세이버2의 중고 거래가도 5만원 정도 하지만, 굳이 이정도 품질로 5만원을 받아야 되냐 라고 하면


제 대답은 NO 입니다.


오히려, 조금 키보드를 간략화(LED를 뺀다던가...)하여 가격을 3만원대로 낮추거나,


아니면 본격적으로 두꺼운 PBT를 사용하여 6~7만 정도로 고급화를 노리거나 둘중 하나가 나아보였다고 봅니다.


(물론, 후자로 가면 아무도 사지 않는 망한 키보드가 되었겠지만요.)



제가 너무 타건해보면서 나쁜점만 부각해서 그렇지만,


키의 반응속도라던가 윈도우 잠금 기능이라던가, 키보드 작동 쪽에 있어서는 전혀 어떠한 불만도 없었습니다.


다만, 이 키보드매니아 커뮤니티의 특성 상, 작동은 기본이요, 키감이 중요한 커뮤니티라 판단하여,


키감을 중시한 리뷰를 좀 써 보았습니다.



결국, 이 키보드에 대한 제 감상을 한마디로 정리해 보자면,


일반인에게는 충분히 좋은 키보드이지만, 기계식을 써본 사람에게는 극구 사양할 키보드


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 장점 요약 -

1. 텐키리스다.

2. 텐키리스 중에서 가장 저렴하다.

3. 반응속도가 빠르다.

4. 묵직한 무게에 미끄럼 방지가 제대로 되어있다.

5. 일부 체리 키캡이 호환된다.


- 단점 요약 -

1. 가격대가 매우 애매하다.

2. 순정 키캡의 느낌이 영 좋지 못하다.

3. 플런저의 소음이 심하다. (타건시 전체적인 키 소음이 있다.)

4. 하우징이 좀 저렴해보인다.

5. 완벽한 키캡 튜닝은 무리이다.

6. 하단열이 매우 아쉽다.





이제까지 달렸던 키보드가 좀 있어서 혹평 일색의 리뷰가 되어버린 감이 좀 없지않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막연하게 이 키보드에 좋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이 글을 참고하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듯 싶습니다.


매우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상 만년 키보딩 뉴비인 피씨브레이커 였습니다.



키보딩 졸업.

역시 키보드는 기성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