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저희 동네에서 멀리 떨어진 피씨방을 갔을 때,


일반적인 피씨방에 놓일 만한 키보드 (큐센 SEM-DT35, 큐센 GP-K5000, 아이락스 KR-6220등등...)가 아닌


WSAD, 방향키, ESC키에 포인팅 키캡이 사용된 키보드를 발견하여 기계식 키보드 자리로 알고 착석하여


첫 타건에 기계식 갈축으로 착각한 키보드가 있었더랩니다.



그 자리에서 인터넷을 검색해 본 결과, 기계식 키보드가 아닌 플런저 키보드라서


이전에 리뷰했던 아이락스 K20 (http://www.kbdmania.net/xe/6327079) 때의 트라우마가 있었던데다,


다나와나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 본 결과, 리테일로 파는 경로가 보이지 않아서 신경을 껐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친구들이랑 그 피씨방을 찾을 일이 생겨 다시 그 키보드를 사용해 보니,


플런저 키보드 치고는 키감이 꽤 우수한 편이어서, 다시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 취향이랍시고 만든 흑축 커스텀 키보드 때문인지, 아니면, 요새 다이어트를 위해 하고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 때문인지


왼쪽 새끼손가락이 자꾸 아파오는 제 손때문에 체리 청축 키보드를 하나 들여놓을까 생각하고 있던 참에,


이 키보드도 괜찮다고 생각하여 피씨방 사장님께 3만원에 하나 업어오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플라잉 겟이라고 해도 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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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아이매직 G키보드 IGK1의 제품 박스입니다.


이전에 제닉스 Tesoro M7 Gaming SE Blue의 피씨방용 벌크를 봤을때도 그랬지만,


이것도 역시 피씨방용 벌크라 그런진 몰라도, 무지박스입니다.


그 흔한 리얼포스 같은 제품 그림이나 모델명 프린팅도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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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 역시 심플하여, 키보드에 꼭 맞게 폭을 맞춘 종이상자에 본체만 달랑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뭐, 피씨방용 물건인데 박싱에 정성을 들일 필요는 없지요.


게이밍 키캡 셋트는 따로 포장되서 나오는 모양입니다. 저는 필요 없어서 가지고 오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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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체적인 본체의 모습입니다. 폰카의 화질이 저질이라 바로 위에서 찍으면 전혀 빛을 잡지 못하더군요.


104키 키보드임에도 불구하고, 엔터키는 역 ㄴ자 엔터키를 사용하였습니다.


뭐, 키캡놀이를 하려면 일자 엔터키가 좋지만,제 주위 사람들은 저렇게 면적이 넓은 엔터키를 좋아하더군요.


일자 엔터키를 누를때, 자꾸 \키를 누른다고 말입니다.


키보드 하우징의 최하단부는 비교적 완만하게 경사가 지어져있어, 팜레스트의 필요성이 좀 줄었습니다.


제 커스텀 덕포커의 경우는 하단부가 높고 가팔라서 언젠가 팜레를 사려고 생각을 했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키보드를 한번 들어봤는데, 꽤 묵직합니다. 한 1Kg정도는 나갈 것 같습니다.


무거운게 기계식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어느정도 착각할 수도 있을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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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방식은 USB입니다. PS/2 젠더를 시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작동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폰카의 문제로 USB 단자가 좀 누렇게 찍혔지만, 실제로는 금도금이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사실, 금도금 USB라고 해서 노이즈 감쇄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느끼는 점은 별로 없죠.


키보드를 험하게 다루는 사람이 많아서 자주 교체해 줘야 되는 피씨방의 입장으로는, 사소한 것으로 단가 상승이 일어나는 건


별로 좋은 일이 아니라 생각하여 넘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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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의 모양은 매우 독특합니다.


대체적으로 상단의 손가락이 닿는 면은 역사다리꼴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하단부가 둥글게 만들어져있습니다.


왜 대체적으로 라고 말하냐면, R1열(펑션열, 숫자열)부분의 키캡은 거의 정사각형의 형태를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도 하단부가 둥글게 만들어진건 동일합니다.)


사실, 이 점은 키보드가 좀 멋없게 보이는 점도 있지만, 키보드의 전체적인 디자인으로 보면 그렇게 감점요소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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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을 분리하여 플런저를 보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알프스 스위치의 직사각형 슬라이더 (일명 빅풋 슬라이더) 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래서, 분리한 키캡을 마침 하나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알프스 포인트 키캡과 비교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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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이 G키보드의 키캡, 우측이 알프스 및 알프스 호환 스위치에 들어가는 포인트 키캡입니다.


알프스도, 네모난 돌기가 슬라이더 안에 끼워져서 체결되는 방식이었는데요,


G키보드의 키캡은 뭔가 플런저에 끼워지는 네모난 돌기가 알프스의 그것보다 더 컸습니다.


시험삼아 알프스 키캡을 플런저에 올려 놓았더니, 헐거운 수준이 아니라, 그냥 뒤집으면 떨어지더랍니다.


그래서 알프스 키캡으로 키캡놀이를 할 생각은 접어야 될 듯 싶습니다.


알프스 키캡의 돌기에 뭔가를 칭칭 감아서 두께를 늘리면 억지로 체결이 가능할 것 같지만,


그렇게 까지 할 가치를 느끼지도 않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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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스락을 분리해봤는데, 캡스락에도 스태빌라이저가 들어가있더군요.


역시나, 이 키보드의 스태빌라이저는 키캡 안에 걸쇠가 들어가있어서 철심을 고정시키고,


그 철심을 밑판에 붙어있는 피스에 걸어서 반대쪽을 고정시키는 일반적인 멤브의 방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키보드 역시, 화가 나서 키보드를 쾅쾅 두들기면 스태빌라이저 걸쇠가 부러져서 두번다시 체결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게다가, 키캡쪽 걸쇠와 닿는 철심에는 윤활유가 발라져 있습니다.


나중에 키보드 청소할때 먼지가 달라붙어 곤란해질 수가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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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키보드를 뒤집어 봤습니다. 


키보드 모서리마다 미끄럼방지 고무가 하나씩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중앙 하단에 추가로 하나 더 붙어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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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높이조절용 다리를 피면 그 끝에도 미끄럼방지 고무가 붙어있습니다.


이 높이조절용 다리에 미끄럼방지용 고무를 놓지 않는게 은근히 설계할때 자주 범하는 실수이던데,


빠짐없이 이렇게 고무를 달아준 것에 대해서 꽤 세심함을 느낍니다.


다만, 저 높이조절 다리를 펴서 올려봤지만, 그렇게 키보드가 높아진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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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뒤집은 채로 나사를 풀어봤습니다.


멤브레인 키보드 답게, 전체적으로 나사를 많이 썼습니다.


아무래도, 기판이 있어서 구멍을 뚫으려면 기판과 보강판에 함께 구멍을 뚫어야 되는 기계식 키보드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나사홀의 위치를 정하기 쉬워서인지는 몰라도, 멤브레인은 나사의 갯수가 기계식의 최소 두배 이상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전자제품 메이커는 소비자가 자신의 제품을 쉽게 분해하지 못하도록 별 수를 다 쓰게 마련인데,


여기서도 그런 꼼수를 써 놓았더군요.



일단, 저 미끄럼방지 고무 밑에 전부 하나씩 나사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총 5개의 미끄럼방지 고무를 떼어내야 되는 것이지요.


여러번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하다보면 접착력이 떨어져서 나중엔 고생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14곳의 나사를 풀고 분리하려던 순간..


어느정도 힘을 주어도 키보드가 분리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상품 라벨 밑에도 나사가 하나 숨어있었습니다.


마침, 시리얼넘버 밑에 나사가 숨겨져있어서, 저걸 벗겨내고 나사를 풀면 시리얼넘버가 훼손되는 위치여서,


어떻게든 분리를 하면 A/S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지조차 느끼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물을 쏟거나, 음료수를 쏟거나 하면 분리해서 세척하고 말려야되는게 키보드의 기본인데,


저렇게 분리 자체를 못하게 막으려면, 세척만을 위하여 A/S를 보내도 깨끗하게 씻어주는 서비스를 해줘야 된다는게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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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밑판의 나사를 다 풀어내고 상판을 들어내려고 했습니다.


저 전선에 걸려서 떨어지지 않더군요.


마침, 피씨방에 걸려있던 POP 안에서, 이 키보드는 생활방수가 된다고 하는 그런 문구가 있었는데,


그런 방수를 위함이었을까요?


기판을 지나가는 전선은 얇게 처리하여 2단으로 겹쳐진 고무 패킹 사이를 지나가게 되고,


그 고무 패킹을 투명커버에 나사를 조여서 꽉 압박을 하여 기판으로 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어느정도 방수에 대한 신뢰감이 쌓일지도 모르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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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 분리를 위하여 투명커버와 패킹을 제거하고, 소켓에 물려있던 키보드 전선을 빼내었습니다.


그리고 상판을 뒤집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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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브레인 기판 밑에 철판으로 덧대어져서 또다시 나사로 철저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철판이 되게 묵직해서 멤브레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특유의 무게감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이전에 주옥션 개조용으로 땡겼던 체리 3000 멤브레인 키보드에도 철판으로 보강판이 되어있어


어느정도 신경을 써준 멤브레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멤브레인 시트를 제대로 고정시켜줄 수 있는 수단만 있으면, 철판을 쓰든 아니든 별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철판이 생김으로써 통울림이 어느정도 감쇄된다던가 하는 그런 부가적 요소를 기대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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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판을 풀고 분리해보니, 상판에는 플런저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멤브레인 키보드의 키캡에 붙어있는 플런저보다 전체적으로 면적이 넓습니다.


뭐, 요새 나오는 플런저 키보드는 다 플런저가 넓은 편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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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브레인 시트를 살펴보니, 반발력을 주는 매체가 일체형 실리콘 러버 시트로 되어있습니다.


다만, 러버 시트를 들어내 보니 뭔가 막 삶은 양장피처럼 흐물흐물한게 나중에 러버돔 경화가 일어날 때에 좀 걱정이 됩니다.


또한, 러버시트의 외곽과, 내부에 구멍이 뚫려있어, 상판의 기둥에 여러 곳을 걸게 되어있어


철판을 덧대고 그 위에 나사로 조일 수 있도록 되어있는 구조입니다.


아무래도, 이 일체형 러버 시트 또한, 멤브레인 시트 위를 완벽하게 덮음으로써,


물이나 기타 액체가 시트 내로 들어가서 쇼트를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는 구조로 보입니다.



분해를 하느라, 막상 중요한 키감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았는데요,


이 키보드를 맨 처음 타건해 보았을때 받은 첫인상은, 체리 MX 갈축같다 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어느정도 타건을 해 보고 난 뒤에는, 그 느낌이 상당히 빠른 단계에서 벗겨졌습니다만,


그래도, 거의 힘을 주지 않고 조용히 타건했을 때에는, 갈축 특유의 사각사각함이 느껴졌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완벽히 체리 MX 스위치의 키감을 구현했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체리의 MX스위치하고는 걸리는 포인트라던가, 스트로크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러버돔을 이용하여 반발력을 얻는 키보드의 특성 상 그럴 수 밖에 없긴 합니다만...



하지만, 이전에 아이락스 K20에서 느꼈던, 알프스 댐퍼축 같은 스트로크 끝에 무언가가 걸리는 느낌이라던가,


키캡이 덜덜거리는 소리라던가, 손을 놓았을때 생기는 틱! 하는 소리는 여기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K20에서는 손가락을 놓고 상하로 움직이면 키캡에서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가 났지만,


G키보드에서는 상대적으로 키캡이 더 단단하게 체결되어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느정도 타건을 하고 받은 느낌을 얘기하자면, 이 키보드는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도 아니고,


리얼포스의 키감하고도 매우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똑같이 러버돔을 사용한 리얼포스의 타건음을 얘기하자면,


두꺼운 키캡을 사용하여 어느정도 저음으로 울리는 소리가 나서 도각도각함이 느껴졌다고 하면,


이 키보드는 타건시 저음역대의 소리는 그렇게 울리지 않습니다.



키캡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이 키보드의 키캡은 ABS인 것 같습니다. 각인은 어떻게 되어있는진 모르겠습니다.


분리해서 살펴본 키캡의 두께는, 역시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의 키캡에 비하면 꽤 얇은 편입니다만,


그래도, 이전에 아이락스 K20에서 느꼈던, 누르면 깨질 것 같은 그런 위태위태함은 없었습니다.



동시입력 얘기를 해보자면, 어느정도의 동시키 입력은 되나, 풀 N키 롤오버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USB키보드는 6+1키 동시입력을 지원하지만, 이 키보드는 그 이상의 동시입력을 지원합니다.


어떤 원리로 6키를 넘는 동시입력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게임에서 동시입력이 안되서 키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은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키보드에도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멤브레인 키보드는 쉬프트, 스페이스, 엔터같은 길다란 키에는 플런저를 두개 이상 넣어서


다른 문자열 키하고의 키압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는게 대부분이지만,


쉬프트, 스페이스, 엔터키, 그리고 숫자패드의 0, 엔터키에도 플런저가 하나만 붙어있어서


상대적으로 길다란 키의 압력이 낮습니다.


이는, 특히 스페이스가 띄어쓰기를 하려고 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압력으로도 스페이스가 눌리게 되어


오타를 내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키감만으로 보면, 반 기계식 키보드라는 그런 플런저 키보드 제작 업체에서 내세우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이정도면, 최근에 나온 멤브레인 키보드하고 비교하면 상당히 잘 만들어 진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리저리 주저리주저리 써 보았는데요,


이 키보드에 대한 제 전체적인 느낌을 담은 한줄 총평은


'매우 만듬새가 잘 되어있고 가격 대비 정갈한 키감의 멤브레인 키보드' 입니다.



역시, 플런저 키보드에서 내세우는 기계식에 가까운 키보드라는 슬로건하고는 좀 거리가 먼데다가,


제가 이전에 타건해보았던 일부 멤브레인 키보드하고도 타건감이 어느정도 닮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계식 키보드가 아닌 리얼포스하고 비교를 해도, 역시 저가형임에서 오는 키감 차이는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기계식이나 리얼포스를 써본 적도 없고 돈도 별로 없으신 분께는 꽤 어필 요소가 충분한 키보드라는 느낌이 듭니다.


요새는 일부 키보드 업체가 키보드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물건을 내어 놓고서 마케팅으로만 해결하려는 행위를 하던데,


이런 기본적인 만듬새가 충직한 키보드를 리테일로 팔아먹지 않는게 어느정도 아쉬울 따름입니다.



요새는 커스텀 키보드를 달리다보니 전혀 돈이 없어서 이런 키보드로도 외도를 하지만,


가끔씩은 이런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멤브레인 = 싸고 안좋은 키보드 라는 그러한 인식을 타개해 줄 모델이 다시 나올수 있기를


마음으로부터 기원하는 바입니다.



p.s. 이 글을 쓰고 나서도 역시 왼쪽 새끼 손가락의 통증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해야될지 미칠 노릇이네요... ㅜㅜ

키보딩 졸업.

역시 키보드는 기성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