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장난감 병정의 게임 보금자리운영하고 있는 토이솔저라고 합니다.

아이오매니아의 키보드 협조로 키보드 리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리얼포스 키보드 이후 매주 리뷰를 하려 했으나, 그게 정말 녹녹치 않군요. 그 탓에 보름이나 지난 지금 다음 연재를 게시하게 됐습니다. 참고로 본 글은 제 블로그와 함께 게재합니다. 아무래도 블로그에서 쓴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라서, 사용기 게시판의 형식과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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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tsu Libertouch

* 본 리뷰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썼습니다.
* 키보드 키감에 대한 취향이나 이해도, 만족감은 개개인마다 판이합니다. 본 리뷰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만 봐주시면 됩니다. 아울러 제 키보드 성향을 아래에 게재합니다.

1. 보통 사람보다 손이 크고 손가락이 매우 굵음(큰 키보드일수록 유리).
2. 타이핑 속도는 단문 800타. 장문 650타. 타이핑 경력 22년.
3. 손가락에 힘을 들이지 않는 스무스한 타이핑 선호.
4. 힘을 빼고 타이핑하므로, 키 입력 시 저항감이 적을수록 좋음.
5. 키캡 높이가 낮은 것보다는, 높으면서 저항감 없이 바닥까지 뚝 떨어지는 느낌 선호. 바닥까지 닿는다는 건 구분감 차원의 얘기.
6. 타이핑 시 소리는 타입에 따라 선호도가 다른데, 기계식이라면 명확하고 경쾌한 소리가 나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매우 조용해야 함.
7. XT 시절부터 써온 86키 키보드에 익숙해져서(가운데 6키와 Arrow키를 뺀 키패드가 존재하는 버전), 항상 Num Lock을 끄고 맨 오른쪽 키패드를 쓰는 경향이 있음.


0. 후지츠 리버터치 키보드 - 제목에 한없이 고민하다

바보 같은 얘기입니다만, 리뷰를 쓰기 전에 후지츠 리버터치 키보드의 제목을 뭘로 잡을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마음을 굳힌 지금까지 '이대로 해도 될까?'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리버터치의 키감을 '소프트쿠키'에 비유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비유는 바닥의 보강판 때문에 아무래도 맞지 않는 것 같더군요(키감 설명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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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와 블랙의 조화가 강렬한 리버터치 키보드 케이스

리버터치 키보드와 리얼포스 키보드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양 키보드 모두 바닥에 강판이 깔려 있습니다(그래서 무게가 둘 다 무겁습니다). 안정감을 높이고 키스트로크 시 구분감을 위해서입니다. 양쪽 모두 러버돔 키보드이며(유접점이냐 무접점이냐의 차이는 있지만), 키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스프링을 넣어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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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명만 듣고 보면 얼핏 키감이 비슷할 것 같지만, 직접 쳐보면 확연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리얼포스의 키는 쫀득쫀득하게 눌리면서 강판에 톡! 하고 닿습니다. 이때 톡! 하는 느낌이 굉장히 바삭하게 느껴지지요. 백 스페이스 키를 연타하고 있으면 마치 목탁을 두드리는 듯한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기계식과는 다른 굉장히 개성적인 소리입니다. 듣고만 있어도 확실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리버터치의 키는 부드럽게 쑤욱 눌리면서 강판에 팍! 하고 닿습니다(키감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부드럽게 쑥 눌리는 것만 따지면 '촉촉한 초코칩' 정도로 비유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구분감을 주는 보강판 때문에 약간 머쓱해집니다. 씹는 도중 팍! 하고 터지는 캐러멜이 리버터치 키감을 묘사에 가장 부합하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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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녹은 캐러멜 속에 팍 터지는 파핑 캔디가 숨어 있는 느낌?

그러나 그런 캐러멜은 여태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혹시 싶어 주변에 자문도 구해보았으나 같은 대답을 들을 뿐이었어요. 결국 다른 대체품을 찾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심 끝에 발견한 것이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모 31 점포와 제과점에서 생산하는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은 일단 부드럽습니다. 약간은 쫀득하기도 합니다. 확 베어 물면 입안에서 상쾌하게 터지는 파핑 캔디가 의외성을 자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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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아이스크림을 광고하는 듯해 뒷맛이 개운치는 않지만...
슈팅스타와 가장 비슷하지 않나 싶다.

비록 리버터치를 치는(베어 먹는) 맛이 아이스크림처럼 '시원'하거나 블루베리처럼 '상쾌'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살짝 쫀득하며, 팍! 하고 터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고로 슈팅스타 아이스크림으로 최종 낙찰(...)했습니다.


1. 키보드의 외형 - 중후한 분위기의, 그러나 덜 세련된

리버터치는 화이트와 블랙 모델로 나뉘는 103키 스탠다드 키보드입니다. 제가 받은 모델은 블랙 모델인 FKB8540-117/B이었습니다.

멀찌기 보면, 키보드 크기가 일반적인 스탠다드 키보드보다 크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키 피치가 다른 것도 아니고, 키 배열 등도 몇 개를 제외하고 거의 같습니다. 하우징 크기가 약간 클 뿐입니다. 헌데 상단부의 폭이 넓어서인지 그보다 더 크게 보입니다. 키보드 내에는 보강판까지 들어있어서 중후한, 약간 과장을 보태보면 웅장한 맛은 확실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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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만 보면 확실히 알기 어렵지만, 일반 키보드보다 약간 크다.

 이제 부분별로 살펴봅시다.

우선 Num Lock과 Caps Lock, Scroll Lock의 On/Off를 표시하는 LED 점멸등이 키보드 상단 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세 키가 눌렸는지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이지요.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위치상으론 절묘한데, 정작 키보드를 바라보는 비스듬한 각도에선 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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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는 선명하게 잘 보이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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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키보드를 치는 도중에는 눈에 잘 안 띈다.

오른쪽 숫자패드 위쪽으로 눈을 돌리면 별도의 공간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품 설명에는 메모지나 명함 등의 수납용이라고 쓰여 있으나, 이렇게 쓰는 분이 얼마나 계실지는 의문입니다. 키보드의 크기가 크다 보니 조금이나마 공간 활용을 해보자는 의도인 듯한데, 조금은 의미 없는 행동이 아니었을까요? 마치 독서 시 자투리 페이지에 ‘memo'라고 써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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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출용 포스트잇. 실제론 이렇게 쓴 적이 없다.

키를 보겠습니다. 키캡은 마치 기름을 바른 듯 반들반들합니다. 키보드 정위치에 손가락을 올린 후 살짝 움직여 보면, 마잘력이 적어서 이리저리 미끌립니다. 마찰력을 더해주는 미세한 돌기 같은 것도 거의 없어서 키에 손가락이 착 달라붙는 맛이 떨어집니다. 반질반질함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필자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리버터치의 구성 요소 중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건 ‘폰트’입니다(한국어판 한정). 멋들어진 로만체의 Libertouch 로고와 똑같은 사이즈로 개성 없이 나열된 고딕체의 모습이 퍽이나 대조적입니다. 물론 이것이 타이핑을 치는 데 영향을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나요? 일부는 이탤릭으로, 일부는 굵기를 좀 줄여서, 일부는 사이즈를 좀 줄이는 등의 타이포그래피가 가능했을 것 같은데... 자판을 바라볼 때마다 뭔가 답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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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몰개성 폰트는 대체 어쩔 건데. -_-;

<뒷면을 보면 바닥에 두 개의 고무패킹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바닥의 고무 패킹은 종이 아닌 횡으로 긴 형태입니다. 따라서 엄지손가락으로 조금 힘을 주면 밀 수 있지만, 옆으로 치우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들고 옮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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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 패킹 + 무게 덕분에 절대 미끌릴 일이 없다.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USB 포트가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다만, USB 1.1 인터페이스인지라 USB 메모리를 꽂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따로 허브가 없고, USB 포트가 부족한 상태라면 USB 마우스 연결용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넷북 이하의 미니 노트북에 연결해 쓰기엔 꽤 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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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1.1 지원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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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자의 USB 메모리 형태가 기기묘묘하여 들어가지는 않았다(...).
결국 테스트 실패.

<무거워 보인다는 걸 빼면, 전체적으로 평범한 외관을 지녔습니다. 리버터치 역시 고가형 키보드임에도 겉보기만으론 (비교대상으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리뷰에서 다뤘던 리얼포스 키보드와 외형상 차이가 많이 납니다. 퀄리티만 따지면 두 배 정도인 가격 차이 이상이라고 봅니다. 2만원대 저가형 키보드와 겨루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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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캡 곡선이 그렇게 세련된 편은 아니다.


2. 익숙함에 대해 - 103키 키보드 특유의 문제점은 그대로

* 본 챕터의 내용은 리버터치만이 아닌 103키 키보드 전체의 문제입니다. 컴팩트 타입 중에선 86키 키보드의 키 배열이 103키와 같습니다.

앞서 얘기했듯 리버터치는 103키 키보드입니다. 우리가 국내에서 가장 흔히 접하게 되는 106키 키보드와 비교해 보면 스페이스바를 기준으로 좌측에 한자 변환키가 없고, 우측에 한/영 변환키와 윈도키가 없습니다(104키에는 우측 윈도키가 여전히 남아 있죠). 맨 아래 행에서 키 세 개가 제거된 형태이므로, 106키 키보드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스페이스바가 비정상적으로 길다고 느끼실 겁니다. 근데 그냥 ‘느낀다’ 정도로 끝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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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폰트를 뒤로 하고.
Alt(한/영)키, 메뉴키, Ctrl(한자) 키만 있는 것에 주목.

우리는 키보드의 키 배치를 외운 채로 타이핑을 합니다. “N이 어디에 있지?”라고 물으면 당장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기 일쑤이나, 손가락으로는 바로 찾아냅니다. 왜냐? 몸으로 익혔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업군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만, 글쟁이들은 한/영 변환키 사용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헌데 사람이 살다 보면 컴퓨터란 도구를 반드시 집이나 직장에서만 쓰지는 않습니다. 사람들과 어울려 PC방을 가야 할 때도 있고, 도서관으로 가서 책 검색을 할 때도 있습니다. 친구 집에서 잠깐 컴퓨터를 쓰기도 하지요.

이때, 높은 사용 빈도의 한/영 전환키 위치가 확연히 다름을 깨닫고 당혹감에 빠집니다. 키 두 개만큼의 차이라는 건 실로 엄청납니다. 키보드에 손가락을 정 위치로 놓고 내려 보면 106키일 땐 검지 위치고 103키일 땐 소지 위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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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전환키는 새끼손가락을 내린 위치에 있다.

<전 리버터치로 타이핑 할 땐 약지로 한/영 전환키를 누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습관이 되어 있다가 다른 키보드를 만지면, 저도 모르게 (같은 위치의) 윈도 키나 메뉴 키를 누르게 됩니다. MS-DOS 시절부터 컴퓨터를 써온 분들이라면 쉬프트 + 스페이스바도 생각해 봄 직하나, 키를 두 개나 눌러야 한다는 건 기민성에서 약점을 드러냅니다. 한글과 영어를 자주 바꿔야 할 땐 정말 ‘미쳐 버립니다’. 그나마 프로그래머는 다행입니다. 리버터치를 쓰시는 지인 프로그래머 형의 말씀을 들어보니, 코딩 시 한/영 전환을 할 일이 없어 큰 무리가 없다고 하시더군요.

결국 해결방법은 키보드를 직접 들고 다니는 겁니다. 그러나 리버터치 키보드는 크기가 제법 큰 데다 무겁기까지 해서(...) 휴대성이 떨어집니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면 집과 사무실에 리버터치를 각각 한 대씩 두는 거겠죠. 두 대 가격을 합쳐봤자 리얼포스만도 못하므로(...). 아니면 리버터치와 상관없는 86키 컴팩트 키보드를 들고 다니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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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길기는 길다.

<결국 익숙해져도 문제, 익숙해지지 않아도 문제입니다. 다만, 한자 변환키도 106키와 판이한 건 마찬가지이나 사용빈도가 상당히 낮으므로 큰 문제는 안 됩니다. 리얼포스 키보드 때 얘기했던 것처럼 익숙해지면 굉장히 편해진다는 것도 플러스 요인. 그러나 한/영 전환키만은 답이 없습니다(뒤에서 다시 얘기하겠습니다). 이는 리버터치, 아니 103키 키보드 사용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3. 키감 묘사 - 거품으로 감싸주는 듯한 부드러운 키감

전부터 리버터치의 키감이 가장 맞다는 얘기를 누누이 강조해 왔습니다. 이제부터 리버터치의 키감을 상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리버터치는 45g의 균등 키압 키보드입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리얼포스 같은 차등 키압을 의식한 듯) 옵션으로 35g과 55g의 키압 러버돔을 15개씩 제공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용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이론상으로는 리얼포스와 비슷한 차등 키압을 구현해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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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색이 35g 러버돔, 흰색이 55g 러버돔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리버터치의 키감은 리얼포스와 상당히 다릅니다. 키보드 업체에서 얘기하는 키압이란 '눌렀을 순간의' 무게일 뿐입니다. 누른 후 손가락이 바닥까지 닿기까지 걸리는 저항은 전혀 별개의 문제지요. 지속적으로 힘을 줘야 하느냐 아니면 도중에 힘을 쫙 빼도 되느냐인 거라서요. 이 저항은 키압보다 키감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입니다.

55g 키압의 뻑뻑한 멤브레인 키보드를 친다고 가정해 봅시다. 키가 들어가도록 하는 데(패이는 데) 드는 힘은 55g이지만, 이 상태에서 바닥까지 닿고자 하면 여전히 강력한 고무의 저항에 부딪힙니다. 이 저항을 힘겹게 이겨내야 겨우 원하던 고지(...) ‘바닥’에 닿을 수 있는 거죠. 키 몇 개를 누를 때야 전혀 상관이 없지만, 장시간 친다고 생각하면 잠재적인 문제 요소가 됩니다. 제대로 해결이 안 되면 손마디가 아프고 손목이 뻐근해오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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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러보는 순간 확연히 다른 키감을 경험할 수 있다.

<처음 리버터치를 접해보면, (과장을 약간 섞어서) 누르는 순간 아무런 저항도 걸리지 않고 바닥에 닿는다는 착각이 듭니다. 사실 이 느낌 때문에 ‘리버터치의 키감은 재미없다’고 표현하시는 분들도 제법 됩니다.

좀 더 자세히 묘사해 보지요. 아무 키나 눌러보면 일말의 주저함 없이(...) 쑥 들어갑니다. 그러나 이때의 느낌은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거침없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키스트로크 시 리버터치는 급작스럽게 떨어지면서 거품이 손가락을 감싸주듯 부드러움이 뒷받침됩니다. 급격하지만 스무스하게 쑥~ 들어가며, 바닥에 떨어지기는 하지만 완충장치가 많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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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거품이 손가락을 감싸주는 느낌?

리버터치는 원칙적으로 스위치 방식의 차이 때문에 정전용량 방식의 리얼포스만큼 정교한 인식은 불가능합니다. 메모장을 하나 띄워놓고 아무 키 하나를 사알사알 눌러봅시다. 어느 정도 깊이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문자가 입력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타이핑 시엔 대충 눌러도 쑥~ 바닥까지 들어가기 때문에(밟으면 푹 빠지는 느낌으로) 중간에 문자를 놓치게 될 확률은 대단히 적습니다. 편하게 구미대로 치시면 되겠습니다.

탁월한 키감을 자랑하는 리버터치지만 몇 가지 눈에 띄는 단점이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으나, 처음 접할 땐 키 스트로크 시 새는 소리가 상당히 거슬립니다. ‘토도독’ 하는 타이핑 소리 외에 ‘쑤걱쑤걱’ 하는 소리가 자꾸 들리기 때문입니다. 누가 뭐래도 ‘세련됐다’고 표현할 수는 없겠죠.

또한 리버터치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지적되는 스페이스 바의 마감. 예전 리얼포스 리뷰에서 35g 압력으로 설정되어 있는 키의 문제점을 적은 바 있습니다. 무의식중 키보드 위로 손가락을 편하게 올려놓으면, 35g이라는 저압력과 리얼포스 환상의 인식력이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a(ㅁ) 같은 키가 계속 눌린다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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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을 할 때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아쇠를 당겨라'라고 배웠다.
리버터치의 스페이스 바가 딱 그렇다. 한 번씩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눌려 있다. -_-;

결과는 다르지만 리버터치에도 비슷한 문제가 있습니다. 스페이스 바 위로 엄지손가락을 올려놓으면, 일정한 지점까지 무게를 잡아주는 장치가 없어서 어느 순간 공백이 화면을 수놓고 있습니다. 다른 키와는 확연히 다른 스페이스 바의 부실한 키감은 사용자들로부터 불만을 자아낼 만합니다. 스페이스 바의 키압을 55g으로 바꾸면 어느 정도 나아집니다만, 근본적인 해결이라고 할 수는 없겠죠.


4. 장시간 타이핑 후의 느낌

리버터치 키보드로 타이핑을 하면, 살짝만 눌러도 손가락은 상쾌하게 쑤욱 들어가고 이내 부드럽게 감싸진 느낌의 보강판에 닿습니다. 힘을 들이지 않아도 구분감이 확실하면서 장시간 쳐도 손에 무리가 없습니다. 몇 시간씩 쳐도 거의 부담이 없다는 건, 리버터치 만의 탁월한 장점입니다. 직업적으로 장시간 타이핑을 치셔야 하는 분들께 적극 권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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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담 없이 칠 수 있는 키보드.

<그러나 정작 문제는 한/영 변환키에서 발생합니다. 이는 리버터치 키보드의 문제라기보다는 103키 키보드의 한계로 보입니다만, 앞에서 빼놓은 부분을 본 챕터에서 마저 다루겠습니다.

기나긴 스페이스 바를 봤을 때의 당혹감도 잠시, 이제 한/영 전환을 위해 힘겹게 키를 눌러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엄지로 아등바등 누르려고 해보지만, 엄지손가락이 뻐근해질 정도로 뻗어야 하는 거리가 먼 탓에 비교적 편하게 칠 수 있는 약지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그냥 엄지로 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편의를 위해 바꿨다는 겁니다).

한/영 변환키 담당을 약지로 바꾸니까, 손가락만 살짝 내려도 눌리는 터라 확실히 부담은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장시간을 칠 땐 얘기가 달라지더군요. 우리는 ‘숫자’를 칠 일이 아니면 보통 한 손가락 당 가운데를 기준으로 위와 아래의 세 행만 담당합니다. 그런데 한/영 전환키를 전담한 약지의 커버 범위만 네 행으로 늘어나게 되고, 이렇게 몇 시간쯤 지나니 약지에 약간씩 경련이 오기 시작합니다(...). 문자 입력을 담당해야 할 약지를 일부러 빼서 한/영 전환키까지 내려야 하는 부담도 은근히 무시를 못하고요. 비교적 한가한 엄지로 한/영 전환키를 담당하는 건 괜한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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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03키 키보드의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으니...

또, 개인차가 큰 부분입니다만, 리버터치로 오래 타이핑하다 보면 부드러운 키감이 약간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되나... 계속 거품으로 스무스하게 감싸주는 것까진 좋은데, 기름진 음식을 오래 먹은 것 마냥 느끼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는 겁니다. 사실 리버터치를 치다가 다른 키보드를 만지는 순간 ‘왜 이렇게 퍽퍽해!’라고 울부짖을 거면서, 오래 적응하다 보면 또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간사해서 그런 걸까요?


5. 타이핑 동영상

지난 번 리뷰와 마찬가지로 어린왕자 1장의 일부를 텍스트로 활용했습니다. 본문 길이는 대략 500자입니다. 촬영에는 캐논 똑딱이 카메라 A640 님이 수고해 주셨고(...). 타이핑 소리는 실제와 90% 이상 유사합니다. 비교 분석을 위해 델 키보드를 놓았습니다. 델 키보드는 저가형 표준 키보드의 관점에서 계속 사용할 예정입니다.

 


리버터치로 입력해 본 어린왕자 1장.

 


이번 주에도 고생하는 비교용 델 키보드.

 

 

6. 총평 - 부드럽고 매끄러운 여성스러운 키보드

키보드에 대한 키감의 이해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릅니다. 보시는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이라도 참고가 되시라고 글 서두에 일곱 가지 성향을 밝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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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얘기하지만 키보드에 대한 키감의 이해도는 사람마다 판이하다.

여기서 리버터치는 3, 4, 5번에 상당히 부합합니다. 키 입력 시 저항력이 극도로 적어서, 힘을 빼고 쳐도 바닥까지 뚝 떨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리얼포스처럼 바삭하지는 않더라도 내가 다른 키를 치고 있음을 느낄 정도의 구분감은 됩니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한다 좋아한다’를 밝히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지요.

즉, 후지츠 리버터치는 나 자신은 부드럽게 치는 것을 선호하지만 그렇다고 구분감도 포기하기 싫다는 분들께 강력 추천합니다. 장시간 타이핑이 부담스러운 분들도 포함해서요.

그러나 파워 타이핑을 즐기시거나(탄력 있는 타이핑을 즐기시는 분들), 쫀득쫀득한 키감을 선호하시거나, 팬터그래프처럼 손가락 움직임을 최소화하고픈 분들께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울러 디자인이나 키보드의 소재 등 외형적인 모습을 크게 따지시는 분들께도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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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키도 구별이 되기는 하지만, 리얼포스와 비교하면 정말...

또한 (마땅히 넣을 챕터가 없어서 넘어갔습니다만) 동시 키 입력을 자주 하시는 분들은 리버터치를 무조건 피하셔야 합니다. 5초가 지나기 전에 절망적인 동시 키 입력에 좌절한 후 바로 매물로 내놓게 되실 테니까요(사실 동시 입력이라는 건 엄밀하게는 동시 입력이 아니지요.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다루겠습니다)

리버터치 키보드를 한 마디로 표현하며 긴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살짝만 눌러도 부드럽게 쑥 떨어지고,
이내 바닥에서 팍 하고 터지는 여성스러운 키감의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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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감을 굳이 표현하자면 '여성스럽다'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음 리뷰는 일명 ‘해피당’을 이끌고 있는 PFU의 해피해킹프로2(HHKB2) 키보드가 될 예정입니다. 매주 연재를 하려고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까지 겹치니 정말 쉽지가 않네요. 늦어도 9월 초엔 올릴 수 있겠지요.

* 본 리뷰는 아이오 매니아의 협조를 받아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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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포스트의 주소는 http://gamenest.co.kr/110067773446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