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적고 옮기려고 보니 글만 아래아 한글 10pt기준 a4 4쪽 분량이군요.. 텍스트 압박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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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들어가며..

1년 전쯤 테소로 그램의 리뷰를 작성하면서 생긴 저의 키보드 생활의 화두 중 하나가 키압과 키 스트로크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키감에 특히 tactile이나 click 등 공감각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없는 linear스위치에서 영향을 미치는가?’ 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프링을 따로 구해서 하는 커스텀 등은 하지 못하는 라이트유저로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제품들의 제한된 리니어 스위치 종류(사실상 거의 체리 적축의 파생들이라...) 때문에 이렇다 할 결론을 못 내리고 어영부영 하고 있었습니다... 는 무슨, 솔직히 그냥 게을렀죠.

 

어쨌든, 그러다가 올해 4월쯤에 괜찮은 가격으로 체리 은축 스위치를 채용한 커세어 K70 rapidfire를 중고로 구매할 수 있었고, 몇 개월 전에 매스드랍을 통해 바로코 MD600 뉴백축을 구하였습니다. K70은 비교적 오래 사용 하였고, MD600도 한 달 정도 사용한 시점에서 몇몇 부분에서 결론이 나서 사용기를 적어 봅니다.

 

1. Barroco MD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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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키보드 자체는 뚜비뚜비뚜뚜바 님께서 정말 자세한 리뷰를 작성하셨으니 봐 주시구요(http://www.kbdmania.net/xe/review/11292225), 저는 개인적 소감을 몇 줄 남기는 걸로 갈음하려 합니다.

 

일단 기존 리뷰에서 초반에 언급한 몇몇 사항이 정말 맞습니다. 이 키보드는 사용자가 적응을 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당장에 사용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제가 MD600을 물려 쓴 컴퓨터는 주로 동영상 시청이나 웹서핑등 키보드로 장문을 쓸 일이 별로 없는 그야말로 집컴퓨터이며, 방향키, 페이지다운, 페이지 업, , 엔드 등 편집키를 자주 사용하는 패턴이라 해당 키가 펑션으로 묶여 있는 MD600은 확실히 당장에 사용하기 불편했습니다.

 

만약 이 키보드가 펑션키 지정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정말 난감했을 것입니다만, 저의 키보드 습관-스페이스바는 오른손 엄지로- 덕에 남는 왼쪽 스페이스바를 펑션키로 지정하고 나니 문서 작성시의 방향키와 편집키 사용이 정말 용이했습니다. 편집키 배열에 나름 고심했음이 드러나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그 외에 자주 쓰는 기능으로는 윈도+오른쪽 스페이스+오른쪽 알트 키를 이용한 방향키 지정입니다. 영상을 스킵하면서 볼 때 기존 편집키가 있는 75%배열과 비슷한 편의를 제공합니다.

 

그 외에는 윤활의 문제인지 촐랑거리는 스테빌 소리는 아무래도 대량생산품의 한계라 하겠고,

키의 위치에 따라 일반적인 키보드와 비키스타일의 키보드에서 나는 소리의 차이를 조금 알 수 있는 점이 재밌더군요. 이게 말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데, 키보드의 옆이 뚫려 있을 때 나는 퍼진소리와 그래도 상판에 의해 모아지는소리의 차이가 나름 느껴집니다.(여담으로, 퍼진다/모아진다란 표현은 키보드 사이즈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때도 쓸 수 있을 듯 합니다만, 타견샵에서 비교해 본 레오폴드 980m660m-레이아웃 내부는 키로 차 있지만 사이즈는 다른 두 키보드-의 소리 차이는 비키와 일반 키보드의 소리차이와는 또 다르더군요.)

 

2. Corsair K70 Rapid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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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제 취향을 먼저 확실히 밝히고 들어가는 것이 공평할 것 같습니다. 제 취향을 한마디로 하면 레오폴드입니다. 스위치 바탕이 체리형이라는 조건에서, 체리프로파일 키캡이 가장 손에 익고, 키캡 마감에 따른 촉감도 레오폴드 키캡PBT키캡 정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LED는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과 간섭하기 때문에 인디케이터로서의 역할이 아니면(그것도 낮은 광량을 선호하며) 불필요하다 봅니다. 소리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도 비키보다는 상판이 있는 것을 더 선호하고, 그것도 키감 자체만 보면 660m 정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눈치 채셨겠지만.. K70은 그 모든 면에서 반대에 있습니다. 얇고 딱히 좋은 마감이 아닌 OEM프로파일 키캡+비키스타일+LED+풀배열.... 더해서 상판 알루미늄 헤어패턴은 결에 수직으로 손톱이 스치거나 하면 정말 끔찍한 느낌을-덜그럭 끼리릭 거리는- 줍니다. 팜레스트는 길이가 짧고 경사가 급해서 효과없음-어중간 정도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추후 언급할 키캡 문제 외에는 키보드 자체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고 바로 은축과 뉴백축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 볼륨조절 다이얼은 편했습니다.

 

3. 뉴백축과 은축

수치로 분석하는 것은 다음 파트에서 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주관적인 느낌/경험만 간단히 이야기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기존 뉴백축의 리뷰는 대구촌놈님의 더키 샤인5 리뷰를 통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http://www.kbdmania.net/xe/review/9069713) 제가 받은 느낌도 거의 동일합니다. 대구촌놈님 리뷰의 분명 좀 무겁고 답답한데 젠장 손가락이 이쯤대면 아파야 되는데 안 아파요.” 부분이 정말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자세한건 다음 파트에서..

 

은축의 느낌과 경험은 좀 더 이야기 할 거리가 있습니다. 낮은키압+이른 입력점이 합쳐진 은축의 특징은 기존에 염려하던 대로의 문제와 기존에 기대하던 대로의 장점의 조합입니다. 일단 손을 올려놓기만 해도 입력되지 않을까?’란 걱정은 반쯤 맞았습니다. 앞서 제가 동영상을 스킵하며 보는 경우의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 때 방향키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있다가 보면 어느 순간 볼륨이 0이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래쪽 키가 살짝 계속 눌려 있어 그리 되는 것이지요.. 타이핑시에도 손가락이 힘이 좀 들어가 있는 상태로 살짝 스치면 입력되며 오타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습니다. 1.2mm입력점에 오차 때문에 좀 더 이른 경우도 생기니 염려하던 대로오타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허나, 기본적으로 은축등 스피드축계열은 게이밍시의 빠른 입력을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있는 만큼, 게임시에는 괜찮았습니다. 저는 가끔 디아블로3 정도나 플레이 하는 정도입니다만, 상당히 강한 바닥 압력에도 불구하고 그 전에 들어가는 힘이 적어서인지(아래 파트 참조) 이동키를 계속 누르고 있는 경우에도 손가락이 그리 피곤하단 느낌은 없었고, 기본적으로 1-2 키는 계속 누르고 있는 게임의 특성상 누르는 키에 힘과 주의가 집중 되면서 다른 키에선 아예 손가락이 떨어지니 오입력의 문제는 딱히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빠른 입력점 덕분에 새끼손가락을 써서(1번 번호키) 스킬을 발동시키는 등의 행동을 할 때 힘이 덜 들어가 전반적으로 피로도가 줄었습니다.(반대로 MD600으로 변경후에 1번 키 입력시 입력점 까지 완전히 눌리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됩디다...)

 

추가로 은축의 바닥점까지의 스트로크는 3.4mm인데, 그램 리뷰에서 논의한 내용과 유사하게 이 스트로크는 전반적으로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주며, 다만 다른 체리 스위치의 4mm에 비해 바닥을 좀 더 빨리 치는 느낌은 약간의 충격(?)/반응(?)으로 느껴지긴 합니다.

 

4. 리니어 스위치의 스프링 특성과 키감.

이 글 가장 첫 부분에서 던진 화두는 키압과 스트로크가 키감에 미치는 영향이었습니다만, 은축이 총 3.4mm 스트로크이며 뉴백축은 4mm, 이 구간에서 스트로크와 키감의 영향은 그램 리뷰에서 논의하였기에 이 파트의 주된 초점은 키압과 키압의 상승폭을 결정하는 스프링의 특성에 따른 리니어 스위치의 키감이 되겠습니다.

 

일단 이전 그램 리뷰에서 키압의 상승률이 높은 점을 들어 은축이 흑축과 가까울 것이라 하고, 뉴백축은 시잠압력이 높으나 키압 상승률이 완만한 반대 패턴이라 또 어떨지..? 라고 했습니다만, 실제 겪어본 바로는 정 반대였습니다.

(입력점 문제를 제외하고 바닥까지 키를 눌렀을 때의 느낌으로) 은축은 적축에 훨씬 가까우며, 뉴백축이 흑축에 훨씬 가까운 느낌입니다.

 

기존에 고려했던 전반적 키압과 키압의 상승률로는 해석이 애매했는데, 아래 계산을 해 보고 의문이 대략 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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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활이 연관되는 마찰등의 요소를 제외하고, 스프링을 통해 작동하는 리니어 스위치에서 키감 자체를 결정짓는 요소는 각 위치에서의 키압, , 시작점의 압력과 압력의 상승률입니다. 이것은 이전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위 두 수치를 보는 것만으로는 실제로 두 요소가 상호작용하며 일어나는 일타건시의 에너지 소모 를 놓치게 됩니다.

 

이 타건시의 에너지 소모량은 개개의 스위치를 일일이 비교할 때 보다, 실제 사용시 지속적인 타건이 이루어 질 때의 느낌의 차이, , 중첩되는 피로감을 더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위의 계산에서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초기 압력의 중요성입니다. 타건시의 에너지 소모가 힘-거리 그래프의 면적으로 계산되므로, 삼각형을 그리는 키압 증가에 따른 추가 에너지 소모와 더불어 아래 사각형의 지속되는 기본 에너지 소모량을 초기 압력이 정하기 때문입니다. 뉴백축이 적축보다 흑축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를 당장에 시작부터 느껴지는 10cN의 압력차이 때문이라 처음 생각을 했으나, 테소로 그램 리뷰의 마지막 그림(아래 다시 가져옴)에서 표시하였듯 실제 타이핑시 손가락이 내는 힘은 전반적으로 일정할거란 가정을 하면 어차피 바닥을 치는 수준의(80cN)의 힘이 계속 가해질 텐데 스프링의 반발력이 손가락이 내는 힘에 가까워지는 지점(그림에서 주황색 화살표가 나타나는 지점) 주변이 아니라면 그 반발력 자체를 느낄 수 있는가?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압각이 있으니 못 느끼지는 않겠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고, 거기에 중첩되는 에너지의 소모를 더해야 완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더불어 이 때, 반발력을 예상하고 처음부터 누를 압력을 결정하는 것이 각 스위치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겠지요.)

 

stop.png

 

이 에너지소모와 압력을 동시에 고려했을 때 완전히 설명되는 또다른 경우는 은축을 바닥까지 치는 경우입니다. 은축의 작동점까지의 경우는 아무리 키압 상승률이 12.510인 흑축보다 높다 하더라도 너무 짧은(1.2mm) 스트로크 때문에 적축과의 이렇다할 비교를 하기 힘들었습니다. 어떻게 비교 하기 전에 이미 입력이 되어버리니깐요.. 실제로 일양은 450uJ로 아주 작은데, 이 또한 짧은 스트로크의 영향이므로 압력--키감의 상관관계를 은축의 작동점의 예시로 설명하기엔 부적절해 보입니다.

 

은축을 바닥까지 쳤을 때는 스프링의 압력 자체는 72.5로 뉴백축과 유사합니다. 그럼에도 은축을 바닥까지 치면서 타건시의 느낌에 스프링의 압력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면 최종적으로 느껴지는 (비교적)강한 압력에 뉴백축에 가까운 느낌을 줬을 것이나, 실제로 느껴지는 것은 적축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이는 바닥점까지 소모되는 에너지량이 은축과 적축의 경우가 비슷한 것으로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바닥까지 누른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_예로 게임중 이동키를 계속해서 누르는 경우_는 이론적으론 움직이지 않으니 에너지가 아닌 압력만으로 느낌이 달라질 것이고, 바닥압력이 높으므로 뉴백축 정도의 느낌을 받아야 할 텐데 오히려 적축과 비슷한 느낌이 받은 것입니다. 바닥을 누를 때 까지의 에너지 소모? / 0.6mm 짧은 스트로크의 영향? 도 생각 해 볼수 있고, 이미 바닥을 누른 상태에선 전반적인 근육의 긴장으로 손가락만이 아닌 손 전체로 누르는 느낌도 있어서 그 동안 차이보다 그 전에 키를 누를 때의 적축과 비슷한 느낌이 계속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고... 이 부분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군요.

 

5. 키캡...

마지막으로, 불만 하나..

위 사용기에서 나타나듯 저의 키보드 사용 패턴은 스피드축과는 거리가 멉니다. 해서 (어차피 스위치 테스터에 끼어온 체리 은축도 2개 있기는 하니 일종의 수집욕은 채웠겠다) K70을 판매하기 위해 키보드 세척을 했습니다. 이전에 하던대로 주방세재 푼 물에 2일 정도 뒀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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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키캡좀 제대로 만들지 이게 뭔지...

여러분, 소위 게이밍브랜드의 저 얇게 도색이중사출키캡을 관리할땐 그냥 물티슈로 닦는 수준에서 그만두세요

절대~ 화학 물질에 노출시키면 안되겠네요. .. 

(게다가 이놈은 알트 1.25 / 컨트롤 1.75란 변태배열이라 맞는 키캡 찾기도 힘듭니다. 망할..)

키보드도 기본을 하는, 만들던 브랜드 것이 훨씬 낫다는게 또 이렇게 증명됩니다.

 

 

. 스트로크와 키압에 따른 키감에 대해서, 1.5mm 작동점일시의 사용성과 3mm 스트로크 리니어 스위치의 느낌에 대한 내용을 이야기 할 수 있을 Kailh LP 스위치 키보드를 최근 구매 하였습니다.(일전에 용산 타건샵에서 스쳐지나간 스틸시리즈 M800 키보드의 대역? 쯤 되겠군요.) 다만 이녀석이 등장할 리뷰는 초점이 다른데에 있으니 관련 내용은 간단히 정리해서 써야겠네요..(그 리뷰 관련 키보드로 이제 주력기를 교체해야 하겠습니다. 그럼 또 한 달 정도 후에나 글을 쓰게 되려나요....) 해당 내용도 정리가 되면 나름 저 화두에 대한 제 개인의 결론은 완전히 내릴 듯합니다. ㅎㅎ


2. 저소음 흑축에 관해서..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래프의 스프링 특성이 기존 흑축의 것과는 꽤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정확히는 시작점 압력의 차이와 그에 따른 키압 상승률의 차이입니다. 제가 스위치 테스터 구매하며 입수한 저소음 흑축과 흑축을 비교하면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그래프 보단 기존 흑축 스프링을 그대로 쓴 경우(“예상”)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에너지 계산값은 두 경우 모두 비슷하게 나와서 손감각을 믿기엔 약간 저어되는 면이 있습니다. 실측값이 어디 없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