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탑 새로 장만하면서 며칠 전에 나온 GR8800을 샀습니다. 계속 눈팅만 하면서 글은 남기지 않다가 그렇지 않아도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고 작게나마 도움이 되실까 싶어 글을 남겨봅니다. 디카가 지금 없어서 사진은 올리지 못하고 다나와 링크로 대신합니다. 기어렉스 공식 홈페이지 제품 소개란에도 아직 8800은 없네요.

원래는 Xenix P20을 쓰고 있었는데 정말 사고나서 며칠 후에 후회를 했습니다. 키는 뻑뻑하고 시프트와 엔터에 러버돔이라 하나요? 그 키가 입력되는 부분이 한쪽에만 있어서 정확하게 힘껏 누르지 않는 이상 입력이 잘 안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저도 원래 기계식을 써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인들보다는 본능적으로 키보드를 세게 누르는 편인데도 참 적응하기 쉽지 않더군요. 그리고 현재 책상에 코드들이 너무 많고 이미 무선의 편리함에 빠져든터라 살 때 무선으로 사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자리가 여유있는 편이 아니라 텐키리스 제품 중에서 찾아봤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었습니다. 가능한 멤브레인 제품보다는 팬터그래프 제품을 찾고 있었고, 고민 끝에 Gearex 제품으로 골랐습니다. 사진을 보셨다면 아시겠지만, 이 제품은 88키스러운 레이아웃에 텐키가 있습니다. 사실 원래 목적을 위해서라면 DICOM의 XCOMBO 시리즈가 샀어야했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지가 않았습니다. Gearex 제품이 예전에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고른 것도 있습니다. 텐키가 있긴 하지만 메인이 88키 비슷한 레이아웃으로 되어있어서 대략 세이버타입 정도의 너비에서 약간 플러스 되는 편입니다.

일단 특이한 검은색에 오렌지색의 조화는 신선합니다. 이미 게이밍키보드 등을 이렇게 냈더군요. 폰트도 신선한 편이라 마음에 듭니다. 그냥 밋밋한 것보다는 개성있잖아요. 알고 사긴 했지만, 실제로 봐도 괜찮습니다.

상단의 핫키는 XP, Vista 에서 따로 뭘 설치하지 않아도 제대로 다 동작하더군요. 따로 키맵핑 변경하여 사용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거 쓰려고 드라이버 CD를 찾아봤는데 어디갔는지 보이지가 않네요. 아마 98용 드라이버와 넘록, 캡스록, 스크린락 상태를 표시해주는 유틸리티가 담겨져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근데 이미 없는 게 더 편하기 때문에 따로 설치하지는 않았습니다.

키감은 무난한 수준인 것 같습니다. 가지고 있는 아이락스 6300에 비하면 부드럽게 눌러집니다. 다른 팬터그래프 키보드는 만져본 적이 없어서 딱히 평가를 내리긴 어렵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8800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키 레이아웃에 대한 건 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생각보다 우측 엔터와 시프트가 작습니다. 사진으로 보셨겠지만, 이게 제가 가지고 있는 타이핑 습관과는 좀 맞지 않더군요. 대신 평범한 88키보다는 상하좌우 화살표가 큰 편이죠. 딱히 불편하다기 보다는 간간히 오타가 나는 정도긴 하지만, 원래 제가 가지고 있는 노트북 키보드 레이아웃보다는 길어서 그냥 제 습관이 그러려니하고 있습니다. 상하좌우키가 크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장 하단 라인이 보통의 레이아웃보다 약간 좌측으로 밀려있습니다. 사진에 나와있지만 왼쪽 컨트롤키가 작아서 덤으로 알트도 몸이 기억하고 있는 위치보다 왼쪽에 있어서 단축키를 누를 때 오타가 나곤 합니다. 그렇다고 FN키가 있는 게 아니라서 오리지널 88키나 106키 유저들이 조금은 불편함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마우스 역시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 클릭감은 기존에 제가 쓰던 MS Laser6000 보다 앙칼-_-;집니다. 아주 약간 뻑뻑한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정말 잘 안되서 뻑뻑한 게 아니라 뭐 딱히 표현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0- 클릭이나 휠이나 어느 분이 잡으셔도 평균 이상의 평가를 하실 것 같습니다. 그립도 나쁘지 않네요. 로지텍 MX310처럼 손바닥 부분이 좀 올라온 건 좋아하지 않는데, 적절히 잡히는 정도입니다. 무게도 적절한 수준입니다. 건전지까지 더해서 Laser6000이랑 비슷한 수준이라서 저같은 경우는 이질감을 없이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 수신이 가장 궁금하실 부분 같은데 만족스럽습니다. 3미터 정도는 충분히 커버하고 가까운 거리면 벽 하나 정도는 문제 없는 듯 싶습니다. 데스크탑이 책상 아래에 있고 수신기를 뒤에 꽂았는데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습니다. 게임에서의 성능은 많이 테스트를 못해봤지만 밀린다거나 떨림, 스킵 현상 등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는 없었습니다. 슈프림 커맨더, 하프 라이프2 기준입니다. 사실 제가 손이 빠르다거나 센시도 낮은 편이 아니라 신경 쓰시는 분이 하시면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한 코어 유저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누구나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배터리 수명이 1개월로 적혀있다는 점입니다. 이 제품 자체가 시장에 풀린지 아직 일주일도 되지 않아 수명에 대한 건 더 써봐야 알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슬립 모드는 둘 다 잘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키보드보다는 마우스가 티가 나는데 쓰지 않을 때는 꺼놓을 수도 있으니까요. 키보드에는 왜 파워 버튼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야 뭐 충전지 한 세트만 더 사두면 되고 예비 키보드와 마우스들이 널려 있어서 큰 걱정은 안합니다만 정말 배터리가 없어서 입력장치가 없으면 답답하겠죠.

또한 가격이 제 생각이지만 센 편입니다. 아직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것도 있지만, 키보드와 마우스 콤보 제품들 중에서도 저렴한 게 꽤 많다보니 이 제품이 얼마나 선전할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저는 만족스럽습니다.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쉬운 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기에 점수는 9점으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