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포스를 구입하고 일주일정도 사용해봤습니다...
구입하기까지 지갑과 계속 싸우면서 계속 고민했죠..
결국 멍하니 쳐다만보기보단 지르고 나서 후회하기로 했지만 의외로 타격이 크더군요..
3개의 키보드를 팔고 나서야 가까스로 지갑의 충전이 되었지만 의외로 후회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최근에 판 체리클릭이 그립다는... -_-;

처음 리얼포스101이 나왔을때만 해도 '절대 저런 고가의 키보드는 안산다'라고 다짐 했습니다...
소장하고 있던 모델엠과 체리키보드만 해도 꿀리진 않는다라고 위안하면서 부드럽고 두루뭉실한 키감따윈 모델엠과 체리에 비해 떨어진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잊고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데스크의 공간 압박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21인치 모니터를 160*120사이즈의 'ㄱ'모양의 사무용 책상위에 얹어놓구 사용하는데 키보드의 가로 길이만 모니터의 가로 길이를 넘는 겁니다. 윈도우를 사용하다보면 솔직히 키보드보다 마우스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 키보드에서 마우스까지 손이 움직이는게 너무 멀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더군요...
또 결정적으로 제 전공이 프로그램 개발이라서 자주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키보드를 치고 있으면 손의 위치가 모니터의 왼쪽에 치우치게 되더군요... 모니터 정면에 앉아서 키보드를 치고 있으면 두 손은 왼쪽에서만 노니는게 꽤 거슬리더군요... -_-; 모르는게 약인데 한번 생각 드니까 계속 신경쓰여 작업 집중이 안되더랍니다... 그래서 염가에 체리 4400 델 블랙을 영입했죠...

체리 4400 이놈은 무슨 놈이 얼핏 볼땐 슬림하고 블랙이고 트랙볼두 달려있고 led 구멍도 4개나 되고, 무언가 있어보이는 놈이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진가는 뽀대가 아닌 키감이죠... 그다지 기대도 안한 오히려 서걱거리고 밋밋한 키감이 치다보면 무의식중에 리듬을 만들어내는것을 느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빠른 기분좋은 리듬이었습니다... 슬림키보드치구 이렇게 타수가 빠른 키보드는 처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법. 이노무 키배열이 도저히 적응이 안되더군요.. 제가 delete,home,end,pageup,down을 무지하게 자주 쓰는데 의식하면서 누르려해도 오타가 나는것이 영~ 적응이 안되더랍니다... 거기서 갑자기 또하나 느꼈드랬죠...
키캡사이의 골짜기가 얕고 좁은 슬림키보드, 미니키보드는 나에게 맞지 않는다. 적어도 풀사이즈 키보드정도의 골짜기가 저에겐 필요조건이라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4400키보드는 예전에 인연이 있었던 분에게 곧 방출되었습니다...

그래서 눈에 와닿은 키보드가 바로 이거.. 리얼포스89U 입니다.. 원래 이보다 먼저 아범 스페이스세이버 신품이 눈에 들어왔지만 두번에 걸친 지갑의 배신으로 다른분에게 넘어가는걸 지켜봤죠.. ㅜ.ㅜ; 그래서 리얼포스에 눈을 돌렸건만 문제는 이놈이 일본자판배열밖에 없다네요.. 뭐 예전부터 영문판은 안만든다 그랬지만... 막상 지르기엔 일본판이 키배열땜시 거시기 하더군요.. 제가 일자 엔터키쪽을 좋아하다보니 'ㄴ', 'ㄱ' 형은 영 거시기한게... -_-;
헌데 타이밍적절하게 키맵변환 레지스트리가 올라왔더군요... 한번의 좌절 후 감잡고 이제는 맘대루 키맵배열을 변환하는 경지에 올랐습니다.. 뭐~ 이런이유로 더이상 키배열도 문제는 안된다 판단 후 곧바로 질럿신공을 발휘했습니다...

첨 받고거 살짝 기대감이 들었죠.. 요란하고 골빈 박스보단 튼튼하면서도 튼튼해 보이는 무지박스가 절 흥분시키더군요.. *-_-*
개봉해보니 오옷~! 경험치가 올라갈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닷~~!
포장 잘 된 키보드, 키캡분리기, 콘트롤 캡스럭 변환 키캡, 매녈... 이게 다네요... -_-;
키보드를 실물로 보니 무지 좋습니다. 선명한 인쇄, 단단한 키캡, 튼튼한 다리, 2중처리된 고무판... 감동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키감.. 하나 눌러봤습니다.. 모델엠으로 단련된 제 손가락이 너무 가볍다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다른 사용기처럼 제 손가락도 심심하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지나면서 시간이 갈수록 적응되더군요.. 부드러우면서 절제된 확실한 구분감. 3중으로 구분된 키압력. 느껴집니다... 하지만 키감은 이게 다입니다.. 역시 저에게 키감의 감동을 주는것은 체리클릭이더군요...
하지만 후회는 들지 않습니다.. 이 키보드를 두드릴땐 키감의 감동을 느끼긴 힘들지만 계속 두드리고 싶다는 기분이 드네요.. 꽤 만족스럽습니다... 체리클릭처럼 모델엠처럼 나 키감좋지? 라고 말하진 않지만 묵묵하게 조용히 키입력만 받아들입니다... 아무생각없이 편하다고나 할까요? 타이핑할때 부담이 없습니다...

제가 학교 연구실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키보드가 컴팩 RT235BT인데 가벼움을 자랑하던 이 키보드도 리얼포스를 쳐 보니 뻑뻑하다는게 느껴집니다.. 거참~ 난감하더군요.. 리얼포스로 작업하면서 익숙해진 손가락이 다른 키보드를 쳐보면 키감이 몇배나 더 강하고 무겁게 느껴지더군요..
아이러니하게 이제껏 쳐왔으면서도 몰랐던 키감이 더 세세하게 느껴지는게 기분이 묘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들게 된 생각인데 거의 모든 멤브렌 키보드는 키가 바닥을 때릴때(접점시킬때) 멤브렌시트를 고무가 누르는듯한 키감이 느껴집니다... 이제껏 몰랐을땐 그냥 넘어갔지만 알고나니 이게 무지하게 거슬리더군요... 다행히 리얼포스는 기계식키보드처럼 깔끔한 바닥치기를 보여줍니다... -_-b

뭐~ 지금 생각이지만 당분간 더이상의 입력기는 없을듯 합니다. 섣불리 새로운 영역에 접근하면 죽치고 모니터링하는 저를 발견하기 때문이죠.. -_-; (이건 병입니다..)
언젠간 또다시 기변하는건 분명하겠지만 리얼포스89U를 메인으로 좌 켄싱턴 우 익스3.0은 제가생각하는 최고의 이상적인 입력부대입니다... -_-v

포스가 함께 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