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tecparts.co.jp/예전에 제가 파릇파릇한 미소년(우웩)이었을 무렵, 제가 대책없이 맥을 사랑했던 무렵, 만혁쓰(?)와 룰루랄라 손잡고 일본까지 건너가 맥월드 엑스포에 놀러갈 정도로 삶에 여유가 있었을 무렵, 92년인가 3년인가 기억은 흐릿하지만, 여하간 그때 동경 맥월드 엑스포엔 Tecparts의 맥웨이(혹은 맥센스) 블랙 키보드가 있었습니다.

당시 맥월드 엑스포에 갔던 이나무(?)군도 그 키보드를 샀습니다. 그는 평이한 아이보리색을 선택했지만 저는 검정색을 샀습니다. 그때만 해도 맥이 지금처럼 컬러풀하지도 않았건만 뭣 때문에 검정색을 샀느냐고요? 저는 감히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남우군이 아이보리를 샀다면 나는 검정색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건 그냥 그렇게 되는 겁니다. 강호가 넓다 하나 초류향은 하나 뿐인 이치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키보드를 사오자마자 집이 이사를 가느라 어딘가에 처박아야 했습니다. 또 이사를 하고 또 이사하는 동안 키보드는 오데로 갔는지 뵈지도 않는 형편이 됐습니다. 저도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무사가 기연을 만나기 위해 절벽에서 떨어지듯, 맥웨이 블랙 키보드를 찾기 위해선 뭔가 특별하고도 기이한 일이 일어나야 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허나 그건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작년 초, 저는 그 키보드를 옷장 바닥에서 찾았습니다! 우째 이런 일이! 왜 키보드가 그런데 들어가 있는거야? 이러니 못찾지!

예, 배경설명은 이쯤에서 그만 접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맥웨이 블랙 ADB 키보드는 이제 구할래야 구할수도 없는 추억의 키보드입니다.
10년전 일세를 풍미했던 키보드답게 한치 거짓없는 메커니컬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논클릭 알프스 스위치를 탑재한 애플 확장 키보드 II와는 달리, 키보드를 누를때 경쾌한 소리가 울리는 알프스 클릭 스위치를 탑재했죠.

크기는 일반 키보드보다는 작은 편이고 미니 키보드(아론 모델과의 비교)보다는 큰 편으로, PC 기준으로 따지자면 전형적인 컴팩트 키보드 크기죠.
Insert/Home/Pageup 등 6개의 펑션키를 없애고 커서 키를 Shift키 아래쪽에 배치했지만 상단 펑션 키와 우측 텐키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PC에선 보기 힘든 배열일지도 모르지만 맥 키보드(애플 스탠다드 키보드)에서는 이게 표준적인 배열이었죠.
키 배열에서 눈여겨 볼 점이 하나 더 있다면, 좌측 Control 키와 Capslock 키 위치가 바꿔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맥에서는 IIgs 이후로 찾아볼 수 없던 배열이죠.

아론 블랙 미니 키보드(KPT-84)와 키감을 비교하자면 조금 더 무거운 편입니다. 아론이 가볍게 짤각거린다면 맥웨이는 조금 무겁게 철컥거립니다. 어느 쪽이 나은지는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갈리겠죠.

한때 이 키보드는 만혁쓰(?)에게 iMate(ADB-USB 컨버터)와 함께 장기대여 되었으나, 지금은 제게 돌아왔습니다. 아이북에 연결해 사용하니 웬만한 데스크탑 부럽지 않더군요.
맥에서 쓸만한 키보드 찾기가 쉽지 않은 오늘날, iMate와 구형 ADB 키보드의 조합도 나쁘지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특히 확장 키보드 I은 오늘날에도 견줄만한 물건을 찾기 힘든 명품이고 맥웨이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겠죠.

- DJ.HAN -

PS : 이 사용기는 작년 말에 작성한 것입니다. 아직도 집에서 이 키보드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북은 없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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