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도 안되는 가격, 무려 23만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에 절대로
죽어도 처다 보지 않을려고 그리도 몸부림 쳤지만, 사이트에 올라오는
그 많은 찬사의 글을 보고 있으니, 참는 것도 한계가 있더군요.

안사겠다고 마음 먹고, 그 마음 먹은 거 지킬라고 하는게 보통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서 큰병 나서 병원비 나가는 것보다는,
사고서 써보는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 결국에는 질렀습니다.

회사에서 감히 써볼 생각은 못하고 차 트렁크에 우선 고히 간직하고
퇴근시간만 쳐다보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는데...

옆에 두고 운전하고 가면서 옆에 살짝 살짝 눌러보는데, 슝슝들어가는게
무슨 키보드가 이러냐 싶었습니다.

집에 와서 정식으로 책상에 올려놓고, 며칠동안 차분히 타이핑을 하는데,
느낀 점은 아주 단순 복잡한 키감이었습니다.

1.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멤브레인의 특징이 기계식에 비해서 좀 더 부드러운 점.
2. 기계식의 확실히 눌렸다는 감이 오는 점.
3. IBM 넷피니티는 다른 멤브레인에 비해서 쫀듯쫀듯한 점

이 세가지가 아주 절묘하게 어울려져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드럽게 쫀듯거리면서 소리 없이 다가오는 또각또각하는 느낌...

또한 어는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확실히 압력이 세가지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키감에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저는 제가 둔해서 그런지
그냥 그렇구나 하는 정도의 그냥 밋밋한 느낌만 있는 것입니다.

다른분들처럼 리얼포스 키감에 감동을 받아야 하는데, 왜 저는 그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다 한시간 정도 다닥닥 사용하다 보면 아주 조금이나마 리얼포스의 장점,
즉 고속타이핑시 타 키보드에 비해서 피로도가 적다는 점을 미약하게나마
느끼게 되더군요.  그런데 감동은 아닌 것입니다.

좋은 것 같기는 한데, 감동이 없는 밋밋하고 찝찝한 기분...

다른 사람들은 좋다고 하는데, 전 그 좋다는 느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감정이 메말라서 그런가?  감정불구자인가?  아뭏튼 생각이 복잡해지더군요.

곰곰히 생각해 보니깐, 저의 경우는 직업이 시스템 관리인지라 개발자에 비해서는
현격히 키보드를 사용하는 시간이 적습니다.  

그나마 퇴근해서 집에 와서 사용하는데, 한두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집에서는
고작 웹서핑이 전부입니다. 차라리 마우스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확실히 저는 다른 리얼포스 사용자 분들에 비해서, 리얼포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시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그 진가를 느낄텐데, 그 절대키감이
무엇인지 그걸 느끼고 싶다는 마음에 23만원을 저질르고 보니깐, 후회가 좀 되더군요.

차라리 책상이 좁으니깐, 무선 키보드가 저한테는 더 어울리는 선택이 아닌가
합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는 키보드가 당사자에게는 진정한 힘인 리얼포스가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