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무모, 무지한 개조로 인해 멀쩡했던 확장 2를 일거에 폐물로 만들어 버렸던 아픈 추억을 뒤로하고 용기를 내어 digipen 님께서 알려주신 방법으로 리니어로 개조해 보았습니다.

개조라고 해봤자 별다른 어려움 없는 판스프링 제거일 뿐이라서 그리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전에 저질렀던 짓이 있었던지라 마음 속으로는 '제발 쓸 수 있게만 되다오~~'라는 간절한 바램이 있었지요.

판스프링 개조는 정말 함부로 손댈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문제가 단순히 키감이 무거워진다, 들쭉날쭉해진다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니까요. 이번의 바보짓으로 알게 되었지만, 키보드의 키감이라는 것은 저의 상상보다도 훨씬 섬세하고 민감한 것이어서 아주 판스프링 하나하나에 약간의 변형만 주어도 타이핑 할 때의 키감은 하늘과 땅차이로 차이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것을 대담하게도 마구 손을 대놨더니만 키가 너무 무거워져서 분명히 제대로 키를 입력했는데도, 새끼손가락 같이 힘이 약한 것은 누르는 데 시간이 걸려서 오타가 나게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정도라면 거의 사용 불가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리니어로 개조된 확장 2는 뭐랄까...쓸만은 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만족스러운 정도 까지는 아니었으나, 심하게 흠을 잡을 수는 없는, 좀 묘한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한 10분 정도 사용해 보니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사용하고 있던 체리 클릭을 꺼내서 쳐보고, 또 확장을 쳐보고..(노트북에 물려서 사용하는데, 체리는 ps2로, 확장은 imate로 물리니 노트북에 무려 3대의 키보드가 돌아가더군요. 신기했습니다)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은 아마 반발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려갈 때의 느낌과 압력은 판스프링을 여러 각도로 조절, 실험한 결과 멀쩡한 상태의 것과 그렇게 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구분감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올라올 때의 반발력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것 때문에 확장 2리니어는 그렇게까지 추천할 만한 아이템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판스프링이 없기 때문에 키가 튀어 오르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는' 같은 글자를 입력하려면 'ㄴ'을 하나 건너 한번 더 쳐야 하는데(물론 2벌식에서 입니다), 체리 같은 경우는 즉각즉각 와서 다음 타이밍에 문제가 없었지만, 이 리니어의 경우는 스프링이 원래 리니어용이 아닌지라 미처 올라오지 못한 키를 다시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키가 손가락에 붙어서 내려가는 게 아니라 허공에서부터 키에 떨어지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스프링 상태가 좀 좋은 것이었으면 또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제것은 뜯어보니 세월의 무게가 스프링에 여실이 묻어있었습니다. 스프링의 크기와 탄성이 들쭉날쭉이더군요.
이런 느낌이 손가락에 상당한 피로감을 주었습니다. 잠깐식 두고 쓰기에는 몰라도 장시간 쓰기에는 도저히 무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p.s 판스프링을 다시 되돌려 놓는 것은 정말 '무리'였습니다. 저지르기는 쉬워도 되돌리기는 어렵군요.
오늘 보니 DJ.HAN님께서 확장 2를 올려놓으셨군요. 무지하게 고민되고,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지만, 그..그..그놈의 돈이..(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