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감은 아주 훌륭하다.
2. 만든 것은 조잡하다.

지난 주말에 택배로 왔습니다. cherry스위치를 썼다는 아론 키보드.
이렇게 저렇게 알아보다 g시장에서 구매했는데, 5.5만원 가량 들었네요.
(택배비 제외)

그전에 써본 키보드들은 삼성, 세진 멤브레인 싼거와...
키보드매니아를 알게되면서 이리지러 알아보고 회사에서 굴러다니는 거
줏어서 써본 Sun Type 5c (젠더는 회사돈으로 ㅎㅎ) 네피니티 태국산
기타 나름 유명하다는 멤브레인 몇가지 써봤습니다.
체리 멤브레인도 줏어놨는데 AT-->PS2젠더를 아직 못구해서 그냥 쌓아두고 있고요
그러니 제손은 막손이라 할만하죠.

자꾸 여기 눈팅하다보니 계속 욕구가 생기더란말이죠.
회원님들 모두가 "끌리면 어서 오라~~ 기계식의 세계로..."하고 부르짖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무지개 너머 저 곳에 내가 미쳐 알지 못하는 무릉도원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한 것은 못참는 성격이라 몇달을 전전긍긍했습니다.

장터매복은 이게 좋은거란 말인가...이런 생각이 들어서 사용기나 질답 찾아보고 오면
금새나가버리고, 좋은 물건 한눈에 알아보지 못하는 저의 선구안에 답답해 하고 있던차에
5만원대에 체리스위치를 느낄수 있다는 아론 107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아이락스에서 나온 7000원짜리 멤브레인의 새끈한 모습도 끌리기도 하고
한 1주일 장고에 들어갔습니다. 5만원대 키보드냐? 7천원대 키보드냐?
사실 여기 알기전에는 멤브레인도 충분히 감사하면서 사용하고 있었거든요.
"내 주제에 5만원넘는 키보드란 가당키나 한 일이냐?"
"이때 아니면 언제 좋은거 써보냐? 키보드 한번사면 2년 넘게 쓰는데..."
계속 갈등 갈등하다가....지난 연말에 보너스 좀 받은게 생각났습니다.
나름 꽤 많이 받았는데 빚갚는데 홀랑 들어가버리고...
"그래 나에게도 상을 주자. 나라면 고급 키보드 한번 써볼 자격이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질렀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와...친구 오래된 세진 기계식 키보드 처볼때랑은 전혀 다른
느낌... 멤브레인하고는 전혀 다른 느낌이군요. 뭐랄까 그 형언하기 힘든 느낌
아~~ 이런 느낌이구나. 이건 감성적인 것이거든요. 그리고 주관적인 것이고.
누구를 사랑함에 있어서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설명을 하기 힘든 것처럼
이것 역시 그런 영역이 아닌가 합니다. 부드럽게 눌리다가도 딸깍하는 느낌이
뭔가 명확하고 절도 있는 모습. 한참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 쓰던 L사 키보드는 키피치가 짧아서 손가락이 자꾸 엉키고
눌렀을때 먼가 뻑뻑한 느낌이 들어서 실망스러웠는데 이건 키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키보드 앞에 앉으면 정신적인 교감을 나눌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그러나...또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생각은 ... 궁극이라는 리얼포스는 뭐란 말인가?
체리도 종착역이 아닌것 같은데 나에게 그런 상을 줄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다좋은데 평생을 함께 할수 있을 것 같지 않은 한가지는....만듬새입니다.
모든 키보드가 인건비 싼 중국에서 만드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이제품은 정말
전형적인 중국의 선입견을 떨쳐버리기 힘든 제품입니다.
조립이나 프라스틱 재질의 질감이나 특별히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뭔가 2% 부족해요. 플라스틱이라도 고급이거나 잘 사출한 경우에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건 스위치 사는데 너무 많은 돈을
들였는지 좀 아쉬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용서하기 힘든 것은 글자 인쇄 상태입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3000원짜리 키보드를 사도 글자는 제대로 인쇄되어 있던데 이건 제멋대로입니다.
영어와 한글 자소가 대각선에 위치해야되자나요? 그런데 이건 왼쪽 키들은 대충
대각선인데 오른쪽은 아래위 거의 같은 위치에 있습니다. 글자도 좀 삐뚤한 거 같고
인쇄는 너무 신경안쓴거 같아요.

그리고 앞에 분이 지적하셨던것처럼 LED가 너무 위화감을 주게 밝아요. 밝은게 항상
좋은 장치들도 많지만 이건 좀 과장해서 LED를 위에서 보면 레이저 포인터를 바라보는
것처럼 눈이 아플 정도입니다.

나에게는 비싸고 소중한 "사치"인데 이러한 점들이 나를 가슴아프게 하네요.
이제품 다들 이런건가요? 아님 불량인가요?

결론은 근본은 매우 흡족하다 그러나 좀 예쁘게 만들지....ㅠㅠ 입니다.

(사진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귀차니즘때문에 좀 힘들겠네요
더더군다나 화일 업로드가 안되는 회사에서 작성하는 글이라....요청이 있으면
집에가서 한번 찍어보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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