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ue bird




아름답게 포장된 파랑새의 이야기는 멀고 먼 길을 돌고, 긴 세월을 지나오면서 때론 우화로 때론 풍자로 사람들의 의식과 함께 해왔습니다.
사람들의 동경이라는 것이 얼마나 덧없는 일인지 우리들은 어려서부터 이런 동화를 읽으며 배우지만, 어려서 배운 삶의 작은 기초 같은 것들을 쉽게 잊고 무시해버리고 살듯이 파랑새의 이야기는 수없이 읽은 그림 동화책의 한 이야기로 기억 안에 묻어버린채 시간과 함께 우린 나이를 먹어가고 어른이 되어가고 이야기는 아이들의 것으로 포장해둔채 정신없이 시간을 소비합니다.
살면서 문득 문득 돌아서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리고 우리가 붙잡고 싶어서 이리 헤매이고 저리 헤매이던 그 모든 것들이 의미 없거나 가끔은 내 옆에 늘 있어왔다는 것을 깨닫게되지만 시간의 수레를 탄 어른이라는 존재는 깨달음 안에서 멈출 수가 없나봅니다. 달려오던 그 탄성으로 멈춰야 할 지점을 언제나 지나쳐 다음을 기약하고, 생각을 뿌려버린 지나온 지점은 내가 멈춰 서야할 지점이 아닐 것이라고 합리화 해버리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허무의 수레를 탄 한 소시민이기에 늘 후회하고 멈춰서고 싶어하지만 고백컨데 그 일은 진심으로 어렵습니다.
Apple의 llgs키보드를 만난 건 어쩌면 키보드라는 수레를 탔을 때 길의 입구에서 빨리 멈춰설 수 있는 것을 발견했었음..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살면서 만난 최고의 키보드를 두고서 더 나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정처없이 길을 나선것은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봅니다.
손끝과 의식한다는 것의 많은 것들을 감동시키고 만족시켰던 llgs를 초입에 만나면서 어쩌면 더 나은 만족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또 다른 것을 만나보고 서로 섞어보기도하고.. 그러면서 얻어지는 것은 갈증뿐이었나봅니다. 만족을 줄 수 있는 다른 것.. 다른 것..

아무리 고가의 키보드를 만나고 최고라고 일컫는 키보드를 만나도 시작에서 느낀 기분좋음은 다시 얻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이곳에 선 사람들에게 숙명과도 같은 것일 것이며, 정처없이 방황하여 돌아온 내 집의 내 책상위에 놓인 그저 아무렇지 않은 키보드로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건네고 그 옆에서 자연스럽게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하는 일상 안에서 늘 흘려 보내던 한 문장은 지나치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옵니다. '키감은 각자의 마음안에 있다' 라는..
동화안에 갇혀있던 행복의 파랑새는 어쩌면 특별함이 아닌 일상의 자연스러움이라는 작은 깨달음으로 그렇게 제게 날아오는 듯 합니다.



## dogma




가끔, 또는 자주 이곳에서 사람들은 도덕적인 율법에 갇혀버리는 듯 보입니다. 종교적인 진리이며 최고의 권위를 갖는 도그마가 의미하는 것은 현대에 와서 속박과 구속의 의미로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95년에 발표했던 영화제작에 있어서의 십계명인 '도그마95' 선언이 얼마나 창작과 작가주의의 영향에서 영화를 건조하고 메마른 미디어로 얽매는 것들이었는지 생각해본다면 우월적이고 이상적이며 도덕적 한계에 갇혀버린 선언을 주창主唱 한다는 것의 위험성과 그 안으로 대중과 의식을 포섭해버린다는 것의 위험과 독단성은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일반 대중이 생각하기에 키보드는 비록 하찮은 컴퓨터의 부속물이지만 키보드매니아라는 수레를 이끌어가는 근간이자 힘의 원천은 역시 키보드입니다.
이 당연한 말을 새삼 곱씹어 생각해봐야함은 어쩌면 누가 주창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류에 떠밀려 정처없이 한 종의 키보드에 쏠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늘 경계하고 돌아봐야 한다는 말씀을 드려보고 싶어서입니다.
인기있는 키보드는 키보드에 목말라하고 있는 영혼들을 타인의 말과 한장의 사진에 가둬버려 율법서라도 되는 것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들 때가 있는 듯 합니다.
어쩌면 사람은 아무것도 나서서 주장하지 않으며, 어쩌면 키보드는 책상위나 소장용 박스안에 놓인 이 한판 푸닥거리와도 같은 소용돌이의 '맥거핀' 인지도 모릅니다.
도그마라는 속박에 갇히는 것은 바로 '나의 마음' 이 아닐지 가끔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긴 시간 동안 제 마음이 만들어 낸 무언가에 갇혀서 지내온 것이 사실이고, 또 어쩌면 아직 갇혀있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사실일겁니다. 하고 싶은 말은 시류에 휩쓸릴 때, 무언가에 정처없이 빠져있는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 진지하게 한발만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는 조금은 여유있는 마음을 가져보셨음 하는 것입니다.
"귀를 기울여라, 그러나 거기에 붙잡히지는 말아라" 이 위험한 줄다리기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네가 얘기하는 것 그것조차도 도그마가 아니냐고 누군가 반박하신다면 고정관념에 빠지지 말라는 말조차도 빈번히 사용되며 고정관념화 되어버렸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언어는, 생각은.. 돌고 돌면 고착화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은 하나 뿐입니다. 자신에게 이상적인 것을 빨리 찾아내고 그것을 찾았다는 것을 빨리 깨닫는 것.. 그것 뿐이지 않을까요?



## epilogue




프롤로그도 없었는데 문득 저는 몇 개 올린 사용기의 '후일담'을 쓰고 있습니다. 키보드에 대한 마음은 이것이 끝이 아니지만 짤막하게 끝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사용기 쓰기가 너무 길어져버린 듯 합니다. 재작년 봄에 애플의 llgs를 만나고 너무 감동하여 컴퓨터도 없는 때라 A4지 두어장 가득 사용기.. 라기 보다는 주절거림을 써서 친구집에서 그것을 올리고, 일년이 지나서 지난 해 봄에 문득 만난 키보드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야겠다 싶은 생각에서 사용기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주에 하나씩.. 두 세달이면 끝을 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llgs의 사용기는 쓰지도 못한 채 해를 넘겨버렸습니다.
사용기를 쓰면서 제게 키보드란 것이 어떤 것인가.. 난 왜 키보드를 좋아하는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던 거 같네요. 질문은 돌아오지 않는 답이 되어 의식안에 쌓여만가고 아무 해답도 없이 무책임하게 일단의 사용기들에서 마침표를 찍고자합니다.
제가 던졌던 질문들에 대한 훌륭한 해답은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떤분이 나타나서 좋은 글과 객관적인 어휘로 풀어 설명해주실 날이 올거라 믿습니다.
위에 정말로 모처럼 진지하게, 그리고 위험한 내용이 될 수도 있는 말들을 해봤습니다. 생각을 제대로 진행시키지도 못하겠고 생각을 설득력있게 전달하지도 못하는 걸 보면서, 그동안 너무 가볍게 살아왔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고 성찰없이 아무 말이나 지껄여왔던 저 자신을 탓해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루하기만 한 사용기를 참고 봐 주신 많은 회원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은 꼭 하고 싶었습니다. 리플로 격려해주신 분들께 말로 다 못할 진심의 감사함을 항상 느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으며, 리플로 의견을 개진해주신 분들께 더욱 더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용기가 아님에도 그동안 올린 몇 개의 사용기에 대한 후일담이니 게시판을 잘 못 찾았다고 너무 질책하지는 마시구요.^^
자신이 생각하는 정말 좋은 키보드 모두들 빨리 만나시기 바랍니다. 그 안에서 마음병은 너무 얻지 마시길 바라구요.
행복하시고, 건강들 하세요. 그동안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상.. 빨간부엉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