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가입한지 얼마 안된 신입회원입니다^^

이번에 마제스터치(갈축)을 새로 구입하게 되어서 사용기를 남겨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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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입기 -

저의 첫 기계식키보드 입문은 아론 101Key(103Key?) 였습니다.
늘 멤브레인만 쓰다가 중학교때 기계식 키보드의 존재를 알고 친구를 꼬셔서
함께 구입했었습니다. 사실 아주 어렸을때 컴퓨터 학원에서 접했던 키보드도
기계식 키보드였던것 같은데 그당시에는 그계 기계식 키보드인지 뭔지 알 수가
없었죠. 그 후 멤브레인만 쭉 접하다가 중학교때 처음 '기계식'이라는 종류의
키보드가 있으면 묘하게도 '찰칵' 거린다는 그 말에 두근거림을 안고 구입한것이
아론 키보드였습니다.

처음 손에 들었을때 멤브레인과는 다른 그 묵직함. 그리고 웬지 어설퍼 보이는
키캡의 인쇄상태와 제품의 마무리가 실망스러웠지만 써보니 멤브레인과 달리
갑작스레 쑥 들어가는 키압에 찰칵! 하는 소리가 경쾌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디자인을 배제하고도 쓸만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준
녀석이였습니다. 그 당시 학생으로서 만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구입했음에도
(지금생각하면 싼게 비지떡이지 싶습니다만) 허약한 내구성에 각종 호환성 문제들
때문에 과감히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에는 그냥 평범하게 손에 잡히는 아무 멤브레인 키보드나 써왔고 한동안
국민 키보드라는 DT-35를 쓰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노트북을 쓰면서 펜타그래프
키보드가 또 맘에 들더군요. 그래서 요즘 많이 나오는 펜터그래프 키보드를
이것저것 전전하다가 울트라나브도 써보고 다시 디자인 특이한 멤브레인으로도
돌아와보고 하는 아주 정신없는 키보드 라이프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분명히 기계식 키보드라고는 하는데, 어렸을적 머리속에 각인된
허접한 아론 키보드와는 달리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멋진 키보드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네, 마제스터치 였지요..


가격을 알아보니 예전에 기계식이라고 써봤던 아론의 그것과는 또 다른, 고가의
가격이기에 그만 포기해 버리게 됩니다. 그러나 한번 눈에 들인 물건이 쉽게
잊혀질리가 있겠습니까.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 보니 결국 이 사이트에 까지
흘러들게 되었고, 마제의 가격이 결코 기계식축에는 비싼것이 아니라 오히려
'보급형' 같더군요...


이는 저의 선지름 후수습 사고 방식을 합리화(?)하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용기를 읽고 보니 걱정이 되더군요.

'기계식=찰칵거림'이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었던 저에게, '넌클릭=찰칵거리지않음'
이라는 명제는 너무 생소했고, 도대체 찰칵거리지 않으면 멤브레인과 다른것이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의문과 동시에 최근에 새로나온 갈축이 아닌 흑축 마제에도 신경이 쓰이기
시작합니다. 키압이 선형으로 증가한다니? 이건 또 무슨 키감인지... 사람마다
갈축을 추천하기도 하고 흑축을 추천하기도 하니 혼란스러울 수 밖에요...

그래서 직접 IOMania로 출동을 하게되었습니다. 사전에 사무실에 연락을 하고
방문해서 물건을 보고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오피스텔에 물건 가져다 놓고
배송하고 계시더군요. 방문하니 친절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일단 제1의문점인 마제 흑축과 갈축의 키감차이를 알기위해 견본제품을
타이핑 해봤습니다.


첫느낌은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몇년을 멤브레인만 써와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몇몇 사용기에서 '키압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말을 듣고갔는데, 제 손끝에는
딱히 '키압'이라 할만한것도 느껴지지 않고 쑥쑥 들어갑니다. 그리고 기계식 특유의
청량한 클릭감도 없으니 또 실망.

그나마 소득이 있었다면 흑축과 갈축의 미묘한 키감차이를 느꼈을뿐인데,
흑축이 손끝에 아무것도 걸리는게 없다면 갈축은 흑축에서 약간의 '손끝걸림'이
느껴졌습니다.

몇몇분들이 표현하신대로, 갈축은 반리니어 같더군요.. 청축이나 백축에 비하면...


내친김에 청축 키보드도 좀 보여달라고 하니 체리 키보드도 보여주셨습니다.

확실히... 제가 찾는 물건이였습니다.
손끝에 걸리는 클릭감, 키보드를 누를때마다 생기는 경쾌함!
하지만 역시 마제와 비교하면 그 옛날 아론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투박한
디자인이 살짝 아쉬웠습니다. 잠시 숙고의 시간을 가진뒤에, 당장에 손에 맞는
청축 체리 보다는 마제 갈축을 집어왔습니다.

청축이 클릭감도 있고, 취향에도 더 맞는데 왜 안골랐는가하면

1. 마제에 비해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
2. 클릭감과 적절한 소음(?)은 좋으나, 연구실이나 직장과 같이 여러사람이
쓰는 공간, 혹은 야심한 시각의 컴퓨팅에는 적합하지 않음

와 같은 이유들 때문입니다. 청축,갈축,흑축 이렇게 놓고 비교하니

비교적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인 갈축을 써보고 싶더군요..


약간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마제 갈축을 든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 사용기 -



서론이 너무 길었나요 ^^;;;


아무튼 마제 갈축을 사들고 와서 집에서 안방마님 노릇을 하던 로지텍G15를 퇴역시키고
마제를 사용해보았습니다.

여지껏 제가 써왔던 키보드들 중에 가장 고가인 키보드인지라 아주 살살^^


살살 사용하다가 실수로 손톱으로 키보드를 긁었는데..
모니터 앞에서 한마리의 닭으로 변신하는 것 같더군요.

표면에 우레탄 코팅이 되있다고는 들었는데 이런 느낌인줄은 몰랐습니다.
흡사 분필가루 없이 깨끗하게 닦아놓은 칠판을 만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처음엔 거부감이 좀 있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되니 손가락이 미끄러지지 않고
나름 장점도 느껴지는듯 합니다

처음 몇시간 사용시에는 왜 청축을 안사왔을까 하는 후회가 지배한 시간이였습니다.
멤브레인과 다른 점은 충분히 알겠는데 아무래도 상쾌하지가 않았습니다. 클릭감이 없으니...

시간이 좀 지나니 흑축의 느낌과는 다르게 누르다가 중간에 '사각'하고 키압이 변하는 부분이
재밌어지기 시작합니다. 나름대로 '키압'이 어떤 것인가인지도 감이 오기 시작합니다.
조금 타이핑속도를 올리면서 파워 타이핑을 하니 뒤쪽의 보강판을 때리면서 생기는 '잘각잘각'
하는 소리도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클릭방식을 너무 염두해놓은 나머지
마제가 속삭이는 소리는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던것 같네요.


지금은 청축과 갈축을 놓고 선택하라면 주저 없이 갈축을 선택할것 같습니다.

청축은 이제 막 대학 신입생이 되어, 한참 풋풋하고 꾸미기 좋아하는 활기찬 아이들같다면...
갈축은 사회에 나가서 적당히 눈치도 보면서, 실속을 챙기는 노련해진 20대후반~30대초반
같다고나 할까요 -_-;; (비유가 조악한가..)

지금은 자금의 여유가 생긴다면 집에서 쓰는 용도로 말고, 몇개 더 사서 소장하고
연구실에서 쓰고 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또 다른 키보드도 사서 체리의 스위치 말고
알프스 스위치도 느껴보고 싶기도 하고...

이래저래 키보드의 세계는 무섭습니다..



다음은 제 주관적인 느낌이 많이 반영된 마제(갈축)의 특징 정리입니다.


1. 기계식이지만 넌클릭방식의 스위치 사용으로 조용함.

- 아무리 넌클릭으로 소음이 없다지만 멤브레인보다는 소음이 좀 있음
( 청축 소음도 : 2, 멤브레인 소음도 : 1 이라고 하면 마제 갈축의 경우 1.3정도? )
하지만 마제가 시끄러울 정도로 타이핑을 한다면 멤브레인도 시끄럽긴 마찬가지

2. 클릭감을 희생한 대신 쫄깃함을 얻은 듯한 키감

2. 기계식 답지않은 세련된 디자인과 깔끔한 마무리, FILCO가 새겨진 케이블타이

3. 유저의 취향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우레탄 코팅

4. 세간에서 흔히들 알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의 장점인 '무한동시입력' 지원하지 않음

5. 고속타이핑에 적합하지 않음 (지극히 주관적인..)

6. 일(一)자 키보드, 한영키,한자키 부재에 대한 적응필요
- 일부키가 없어짐으로서 스페이스바가 길어진것은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스타일입니다

7. 약간은 높은 키보드 높이

8. 게임에는 약간 부적합(FPS게임).
- 한 키를 오래 누르고 있어야 한다면 손끝에 반발력이 약간 불쾌할 수 있음.





PS. 전에 쓰던 키보드를 팔아야 하는데, 선뜻 장터에 내놓기는 또 아깝고..
지금은 잘 포장해서 놔뒀는데, 이것참 계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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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제 전에 쓰던 키보드 입니다. Logitech G15 Gaming Keyboard

키감은 뭐 그냥그렇고~

여러가지 매크로키 ( 프로그램 단축키 )
미디어 컨트롤키 ( 볼륨UP,DOWN  트랙 PREV NEXT )
그리고 LCD를 통해서 각종 성능정보나, 시간, 날짜 등을 확인 할 수 있는녀석입니다.
키보드에 백라이트도 들어오구요..

더 이상 키보드에 지름은 없을줄알고 약 2달전에 구입한 물건인데 벌써
퇴역이네요.... ㅠㅠ


PS2. 다시한번 글을읽어보니 이건 뭐 사용기라고 하기에는....
마제 갈축의 특징에 대해서 키보드매니아 분들이 너무 잘 알고 계실텐데
뻔한 얘기만 줄줄 써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