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애플2를 처음 구입해서 컴퓨터를 두드려댄지 시간이 꽤 지난것 같다.
하지만 이제와 다시 컴퓨터를 두드리는 도구에 입문한다니 좀 웃기지만 입문이라는 단어가 지금 나에게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단 한번의 구매를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고나서 다시 잊어버리고... 이런 나의 패턴이 키보드에 있어서는 깨져버리고 말았다. 키보드 구입이 아니라 키보드 입문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감각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 할 때 CPU, RAM, HDD(조금더 신경쓰는 사람은 VGA정도 까지?)를 가지고 좋다 나쁘다 신형이다 구형이다를 이야기 하곤한다. 물론 좋은 사양의 PC를 사용하는 것은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우리의 몸 중 컴퓨터와 직접 접촉하는 손의 편안함을 고려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나 역시 키보드나 마우스에 대해서 그랬었다. 그냥 적당한 녀석으로...


우연
키보드를 찾아헤메인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모니터가 노후하여 LCD모니터를 구입하게 되었고, 책상위는 한 뽀대 하게 되었는데 한가지 걸림돌이 있었으니 그 흉물은 삼성 키보드였다. 구입한 LCD가 검은색 배젤이어서 키보드도 블랙으로 통일 시키고 싶어서 검은색중에서 고르다가 아론의 블랙 106키(클릭)을 구입하였다.
어떻게 보면 너무 인위적인 것 같기도 한 그 딸깍 소리와 한번한번의 클릭이 구분되는 느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예전 XT, AT 시절엔 이런 키보드들이 흔해서 몰랐는데 멤브레인방식이 키보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지금 손가락에 느껴지는 딸깍거림은 모니터,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 까지 검은색으로 통일된 뽀대와 더불어 컴퓨터 앞에 앉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었다.


욕심
잘 쓰던 키보드가 약간 실증날 무렵 한동안 나의 취미생활은 옥션의 키보드매물 검색이었다. 하지만 체력과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모되는 옥션 모니터링을 그만두고 과감히 키보드 두개를 거의 동시에 구입하게 되었으니 뽀대에 반해버린 '맥컬리 아이스'와 일반적인 기계식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세진 1080'이었다. 이녀석들을 한 달정도 두드리다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보고자 zoooz.com 을 거쳐 바로 이곳 kbdmania.net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중고로 구입하여 각각 사무실과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HHK lite2' 와 'Model-M 1390120'은 지금 나의 주력기이고, 1390120이 주는 손맛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당분간 키보드 추가구입은 없으리라고 생각(만)하고 있다.


난 왜 기계식을 원하는가?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든사람이 한가지 키감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키감은 모두 다르다. 소리없는 부드러움을 원하는 사람, 깊숙히 들어가 바닥까지 때리는 맛을 원하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누르는 키마다 확실한 구분감을 원하는 사람 등등...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를 그렇게 갈망하던 내가, 확실한 구분감 이라는 것을 기계식도 아닌 모델엠에서 느끼고 만족하던차에 언젠가 한번 써보고 싶었던 체리 스위치를 타입나우를 통해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외관 및 키배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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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한 일반적인 키보드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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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페이스는 USB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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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바 오른쪽의 한영키 와 한자키를 alt, ctrl 키로 겸해서 사용할 수 있게 한 점은 돋보인다.

쓸데 없이 키를 추가하지 않고,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한 오른쪽 alt와 ctrl로 한영전환 및 한자변환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일반 사용자 뿐 안라 영문각인 키보드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 덕분에 길어진 스페이스바가 키보드의 멋을 더한다.(잡다한 키들이 다닥다닥 더해져서 짧달막해진 스페이스바를 싫어하는 사람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색상에 있어서 깔끔한 맛은 없다. 아직 눈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 것일까?
어중간한 바디칼라와 키캡의 약간은 흐리멍텅한 듯한 색이 아쉬움을 남긴다.
어차피 개인적으로 키보드를 들여다 볼일은 거의 없으나 가끔 눈길이 갈 때면 그리 이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세진의 이색사출 키캡의 칼같은 선명함을 선호하는 입장에서는 흐리게 레이저인쇄 된 키캡을 어떻게 바꿔볼 수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바디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키캡의 인쇄상태 덕분에 눈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금 바디나 키캡의 색상으로 봤을때 오래 써도 선탠이나 때가 심하게 묻는다거나 변색의 우려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그런 점을 고려해서 제작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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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키보드를 높이기 위한 지지대는 조금 부실해 보이는데 더 튼튼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손맛
지금 어떤 키보드를 구입할 것인지 찾아 헤메이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키보드의 디자인이나 기능보다는 손맛에 맞는 녀석을 구하려고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키보드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방식은 멤브레인, 기계식, 팬타그래프 방식이며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러버돔을 이용한 멤브레인이라고 보면 되며, 딸깍딸깍 소리가 나는 녀석은 기계식, 노트북의 느낌이 나는 녀석은 팬타그래프 방식으로 보면 된다. 가끔 기계식은 아니지만 확실히 딸깍(을 넘어 탱탱)거려주는 모델 엠 같은 키보드도 있고, 탄소무접점 방식의 리얼포스나 해피해킹 프로같은 녀석들도 있다.
기계식 키보드는 어느 정도의 키압에서 어떻게 걸려서 넘어가느냐가 키감을 좌우하며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 이녀석의 손맛은 어떤가?
체리의 제품은 키 스위치에 따라서 키감이 다른데 백색, 흑색, 갈색 등 스위치의 색상에 따라 클릭, 넌클릭, 리니어 등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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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나우는 청색축으로써 클릭스위치다.

기계식 중 가장 일반적인 녀석으로써 적당한 키압을 가지고 있으며 타이핑시 적당히 딸깍 거림으로써 타이팅의 맛을 더한다.

지금 까지 사용한 클릭 키보드는 아론의 블랙모델, 세진 skm1080 으로 용산등지에서 도 구할 수 있는 국내 기계식 키보드로는 위 두 모델 정도이다.
아론은 클릭음이 상당해서 사무실에서 사용하기는 좀 어려운 정도이고, 세진 1080은 부드럽게 들어가다가 마지막에 손끝으로 살짝 느낌이 오는 정도이며 소리는 조용한 편이다. 지금 사용하는 타입나우는 딸깍 이라기 보다는 짤깍짤깍하며 마지막에 확실히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키가 입력되었음을 확인해 주며 비교적 키들의 키압이 균일한 편 이어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주목할 점은 키보드에 철판이 보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키스위치를 철판에 단단히 잡아두므로써 타이핑의 파워가 키보드 바디에 전달되지 않고 철판에서 그 진동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깔끔한 느낌의 타이핑이 가능하다.
철판을 보강 함으로 마치 스피커 아래 대리석을 받쳐놓으며 기대하는 효과와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낳은 키감을 위해 개인적으로 철판을 만들어서 보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비용과 수고가 만만치 않아서 시도하기 어려운 일인데 철판이 기본으로 나오니 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끝으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타입나우의 특징은 체리 청색축(클릭), 철판보강, 기본레이아웃, 사양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청색축 기본레이아웃의 키보드는 그동안 체리의 G80-3000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가격은 대폭 낮추고 철판까지 보강된 제품이 출시 되므로 키보드계를 방황하며 쓸만한 놈을 구하던 매니아들에게 구매는 필수요 추천은 선택인 품목이 되라라고 본다.

하지만 아직도 나도 처음에는 그랬듯이 일반적인 PC사용자들에게는 '키보드가 왜이리 비싸?'라는 말이 나올 만한 가격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일반 사용자들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아니지만 조금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제품들을 접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며, 컴퓨터를 구성하는 각 하드웨어들이 시시각각 발전하는 마당에 키보드만이 컴퓨터 가격을 낮추기위한 수단이 되어 버린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기계식 키보드 구입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타입나우는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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