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 G80-3000HAU (체리 구형3000)

## 간략제원

키보드 이름 :  Cherry G80-3000HAU
사이즈 : 가로 46.8Cm X 세로 19.4Cm X 높이 5.6Cm (높이 조절 다리를 최대로 폈을 때 / 펴지 않았을 때 4.3Cm)
스위치 : 체리 갈색 넌클릭 스위치
무게 : 약 1,295g (알미늄 보강판 포함)
연결방식 : AT
키탑 인쇄방식 : 이색사출성형
제조 : Cherry
생산지 : Germany
FCC ID : GDD5Y0G80-3000


## 선물


값진건 아니더라도 <선물>이라고 부르는 그 어떤것을 받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흔한 생일케잌도 살면서 딱 한번 받아봤는데..
남들 퍼주는 건 참 좋아했던거 같다..
지금은 살기가 힘들어서 잠시 동면중이지만..
아! 그래, 기회가 되면 나도 사람들에게 <선물>이라고 부르는 것을 다시금 해주며 살 수 있는 그런 시간이 올거라고 믿는다..


##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겠지만..




[NIB여서일까.. 책상위에서 미끄러짐 방지능력이 월등하다.. 나사체결은 기본..^^]


[통울림 방지용 스티로폼..]


체리 구형 3000이라고 흔히 우리가 부르는 이 키보드는 메냐동민이라면 누구나 한대쯤은 가지고 있는 그런 키보드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그렇기에 그 안과 그 밖을 살펴봄은 그다지 의미가 없을 듯 싶군요.
흔한만큼 많은 사진자료가 존재하고 있고 질문에 빠른 피드백이 존재할 수 있는 대표적 키보드이므로..

본격적으로 이 키보드를 꺼내서 만지작거리고 사용해보기 전까지 3000은 제 마음안에서 덩치가 산만한 그런 키보드로 생각이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스위치작업을 하고 보강판 작업을 하고, 하우징을 깍아내고 하면서 3000의 사이즈가 이렇게 아담했던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하긴 요즘에 제 책상위에는 한덩치하는 여러종류의 키보드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으니 갑작스럽게 위아래/좌우로 몇 Cm씩 줄어든 사이즈의 키보드가 책상에 자리하니 참 작게 느껴지기도 할만합니다..^^;




'무식은 부엉이도 인두를 들게 한다'고 하는 신종 속담이 생각이 나는군요. ^^;;
체리라는 키보드와 컨트롤러라는 것에 대한 후일담으로 체리 구형3000의 외/내관에 대한 이야기는 마칠까 합니다.
또는 '부엉군은 얼마나 무식한가' 라는 소제목으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사실 저는 단순무식 그 자체거든요. 전기적인 것도 전혀 모르고.. 그저 단순한 것들만 할 수 있는.. 일을 해도 머리쓰는 일은 싫어하고 힘도 없으면서 몸으로 때우는 일만 하려고 하고..ㅎㅎ
그런 제게도 새로운 용어가 머릿속에 들어왔으니 그것은 바로 '컨트롤러'라는 것이었습니다.
짧은 과거 시점에서 wyse를 구하기 위해 가슴졸이고 있을 때 저렴한 터미널용 wyse를 공수해와 삼성DT-35의 컨트롤러를 이식하여 와이어링하는 것이 고수분들에게 대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더랬습니다. wyse는 구하지도 못하고 와이어링은 누군가가 1번. A의 왼쪽 다리와 B의 오른쪽 다리를 전선으로 잇어주고... 2번... 은 어떻게 하고..
뭐 이런식으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지금도 와이어링같은 건 전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여하튼 그때부터 컨트롤러라는 것이 뭔가 궁금해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뀨뀨님의 1800 기판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저도 1800pos를 보강판 작업해보면서 컨트롤러라는 것이 키보드에는 들어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문제는 1800을 작업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컨트롤러는 컨트롤러보드에 장착되어 기판과 분리가 되어있습니다. 11800도 마찬가지구요.
뀨뀨님의 3rd 기판을 가지고 저도 한차례 멤브의 컨트롤러를 사용하여 키보드를 조립한적이 있었구요.
하여 저는 체리의 키보드는 컨트롤러라는 것이 기판과 분리되어 또하나의 보드로 되어있구나..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3000 기판을 공구할 때도 3000도 속은 그렇게 되어있겠거니 생각을 했죠.
더불어 또뀨3000이라는 것이 세상에 실체를 드러내게 되었을 때 컨트롤러보드를 저 좁은 몸체 어디에 붙일까 궁금하기도 했었구요.
그런데 가지고 있던 구형 3000을 뜯어보니 이것은 보드가 없네..
확실히 머릿속에 '컨트롤러라는 것은 따로 떨어진 보드화된 형태의 것' 이라는 생각이 박혀있다보니 여기저기 올라오는 글과 내용들에서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하더군요. 또뀨3000은 도대체 뭘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궁금한데...
하여 뀨뀨님께 바보같은 것이지만 여쭤보니.. 3000은 컨트롤러가 기판과 일체화된 것이고 또뀨3000은 3000에서 컨트롤러칩을 떼어내어 부착하며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컨트롤러칩' 그렇습니다.
컨트롤러라는 것이 독립된 보드라고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던지.. 단지 하나의 칩이었던 것을 몰랐기에 무척이나 오랫동안 생각은 딴곳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니 메냐동에 이런 바보가 있다니..." 하고 혀를 차실 분들 계시겠지만 그 무식함이 오늘 또 이렇게 궁시렁 거릴 수 있는 얘깃거리가 되고 있으니...
세상살이는 참 아이러니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 체리, 키보드를 만지던 어린아이를 어른으로 만들다.



  


키보드에 대한 관심에 있어서의 성장, 그 과정의 구심점은 과연 무엇일까요?
흔히 우리가 명기라 부르는 키보드들은 그 자체로 손댈 것 거의 없는 무결점의 완성체로 의식과 손끝에 다가옵니다. 산뜻한 폰트가 적용된 훌륭한 키캡과 단단하고 야무진 하우징, 묵직하고 안정감 있는 보강판, 납땜을 여러차례 하기에 걱정없는 튼튼한 동박과 기판...
여기에 비하면 체리의 키보드는 종잇장 같은 얇은 기판에 두번이상 납땜하기 힘든 상태의 동박면, 흔한 보강판도 없어서 또각님 보강판이라도 장착하려면 하우징을 깍아내야하는 수고스러움 등등... 체리 키보드는 누리는 명성에 비하면 약점과 헛점 투성이의 이상한 나라의 키보드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체리 키보드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사랑의 원인은 바로 그 부실한 약점들을 사랑해주는 인도주의적인 관심..(말도 안되는 소리구요..ㅎㅎ)이 아니라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키보드이기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체리제조의 키보드는 메냐동에 입문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양분이 아닐까 싶군요.
보강판이 들어있는 차려진 밥상같은 키보드대신에 체리를 선택했다면 보강판이 장착하고 싶을 때 손을 베이거나 찢어지더라도 칼을 잡는 법을 배우게 되며, 스위치별 들쭉날쭉한 키압군의 스위치들이 불만스러울 때 스위치를 분해하여 스프링을 바꿔주는 고된 작업의 고통을 알아야만 합니다. 기판의 동박면이 쉽사리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아이때의 천진스러움과 개구스러움으로 대하다가는 기판이 절명할 수도 있음을 알게 될 때 조심과 신중이라는 어른이 되어가는 마음가짐을 익히게 되며, 상태좋지 않은 스위치라도 걸리게 되면 윤활이라는 것을 해야하는 압박감의 스트레스를 알게 됩니다. 그 무엇보다도 체리의 키보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입문한 이곳에서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 뒤의 만족과 희열.. 때로는 좌절의 복합적인 감정선위에 자신이 놓여있음을 알게 하는 첨병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마도 그래서 제게도 몇 대의 체리 키보드가 존재하고 있나봅니다. 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기에 터무니없이 먼.. 어른도 아이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에 놓여있음이 불안합니다.



[또각또각님이 주신 고무링..잘 안보인다..1800이나 11800이나 멤브나 또다른 구형3000이나..만나본 모두 스테빌라이저는 금속색깔 그대로였는데 이키보드만 스테빌라이저가 검은색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래서 잘 안보인다.]


사용기의 체리 구형 3000은 제 사용기의 첫 번째 NIB키보드입니다. 언감생심.. 제게 구형 3000신품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싶었는데 정말 마른하늘의 날벼락처럼 제 손에 쥐어진 이 키보드를 어떻게 써야만 키보드를 주신분과 실제 사용하는 제 마음에 흡족함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오리지널은 익히 아시듯 구형흑축이 채용되어있으며 이미 접해본 몇 대의 구형흑축 키보드중에서는 키압이 제일 높은 편이 아닌가 싶더군요. 다른 것들은 키압이 어느정도 높은 것을 선호하는 저지만 체리 흑축만큼은 이상하게도 키압낮은 녀석이 좋더군요. (노바님의 스프링 개조한 빨간불을 쳐본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하여 스위치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11800의 갈축 스위치를 이식하기로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다가 우연히 갈축에 키압이 더 낮은 청축의 스프링을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분리되어있던 스위치의 스프링을 바꿔서 눌러봤습니다. 흔히 모호함으로 분류되던 갈축의 느낌이 청축의 스프링을 넣고 눌러보자 확연하게 살아나는 구분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신형 스프링을 넣기로 하였으며, 새로이 입수한 와코즈 실리콘 오일로 접점파트와 스프링, 슬라이더를 각각 윤활했으며, 또각님의 스위치 상/하부 하우징 맞닿은 부분을 종이테이프로 보강해주면 흔들림이 적어진다는 팁을 보고서 종이테이프는 아니지만 종이테이프와 비슷한 공업용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주었습니다.
스페이스바의 철컹거림은 또각님이 주신 고무링으로 해결을 했구요. 역시나 또각님의 알미늄 보강판으로 마무리를..
역시나 어려운 얘기지만 작업후의 키감은 갈축으로 만나본(지금까지 넉대정도) 최상의 키감을 제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갈축보다 조금 낮아진 키압의 영향인지 무척 부드럽고 포근하게 바닥면을 향해 손끝을 이끌어갑니다. 그 끝에서 만나는 알미늄 보강판의 영향으로 특유의 바닥치는 맛 또한 깔끔하며, 스위치간 하우징의 상하부의 견고해짐은 부드러운 느낌위에있는 편안한 마음의 흐트러짐을 막아주는듯합니다. 어쩌면 이런 말랑말랑하고 달콤한 멋진 느낌은 윤활과 여러가지 작업의 총체적인 것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것의 편안한 느낌은 이 키보드가 제가 받은 선물이라는.. 그 행복감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다만 키압이 조금 더 낮아져서 인지.. 보강판 장착의 여파인지 스테빌라이저가 있는 키들의 키감이 일반 키에 비해서 약간 푸석한 느낌을 주는 것.. 유일한 단점이군요.
이 단점을 해결해보고자 또각님 2차 스프링으로 바꿔주려고 했는데.. 막상 스프링을 비교해보니 전에는 신형 청축 스프링보다 압력이 더 세다고 생각했던것이 제대로 잡고서 눌러보니 청축 스프링의 압이 더 세더군요. 그래서 흑축 스프링으로 바꿀까 하다가 자연스럽게 푸석함이 사라지고 좋아질때까지 타이핑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스페이스바는 최초에는 백축 슬라이더에 흑축 스프링을 넣어서 장착했는데 맘에 들지 않아서 원래의 회색 리니어 슬라이더 스위치를 그대로 바꿨더니 일반 스위치들과 압력이 차이가 너무 심해서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엄지손가락에 통증이 심하더군요. 하여 최후로 흑축 스위치를 넣어줬더니 많은 하중을 지지해야 하는 스페이스바와 일반 키들과 적정선의 좋은 반발력으로 다가오더군요.
사실 갈축의 모호함을 스프링 교체를 통해서 좀 더 구분감있는 무언가로 바꿔볼 수 있을거라는 기대에서한 작업이었으나 역시나 키감이라는 것은 스위치가 기판위에 장착되고 그 위에 키캡이 씌워지고 제대로된 하우징에 안착된 후에야 알게되는 것임을 간과했었나봅니다. 스위치자체에서만의 느낌을 믿고 진행한 것이 구분감보다는 부드럽고 가벼운.. 그러면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느낌으로 바뀐것이 못내 아쉽긴 합니다.

이렇게 부엉이는 또 어른이 되고싶은 마음과 아직은 어린아이의 손을 가지고 한발짝 또 앞으로 힘겹게 발을 내딛고 있나봅니다.


## 가장 힘들었던 것에 대한 이야기로 마치며.


[예전에 몇개의 스위치에 테이핑을 하고서 찍어둔 사진.. 좀 삐뚤빼툴인데.. 나중에는 그래도 반듯하게 잘 되더군..ㅎㅎ]


[테이핑을 기다리는 스위치들.. 언제 다 붙이나 염려스러웠는데 시간날때 조금씩 했더니 어느덧 완료..]


[빅토리녹스사의 아미나이프.. 일명 맥가이버칼.. 전역선물로 받은건데 이번에 유용하게 쓰다]

이 키보드를 작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처음 해보게 되는 테이프 붙이기였습니다. 여러가지 고난이도의 팁같은 것은 따라하지 못하지만 인형 눈 붙이기마냥 단순한 작업..음.. 내가 또 단순한  거는 잘하지..^^; 하는 생각에 테이프를 잘라서 붙여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찌나 잘 안되던지.. 손도 떨리고..ㅎㅎ
다행히 조그만 핀셋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 같습니다. 가위로 작게 잘라낸 테이프 조각을 손으로 붙이기엔 힘들고.. 핀셋으로 집어서 붙이니 좀 수월하더군요. 전역하면서 사병들이 사준 맥가이버칼이 이렇게 쓰임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가위도 쓰고 핀셋도 쓰고..^^
하지만 역시나 좀 굼뜨고 잽싸지 못한관계로 시간이 꽤 걸리더군요. 평균 한개의 스위치 네군데에 테이프를 붙이는데 소요시간이 2분 30초 정도.. 키보드 한대 분량의 스위치를 작업하려면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것만 한다고 했을 때 네시간 정도.. 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산만한 요즘이라 한번에는 죽어도 못하겠더군요. 결국 며칠간에 걸쳐서야 테이프를 다 붙이고. 키보드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치를 실제로 장착하고 하우징 상부를 손가락으로 흔들면 테이핑작업하지 않은 스위치는 상부가 덜그럭 거리면서 움직이는데 테이핑 작업한 것은 거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이것이 어떤 효과를 주는 것인지는 여러분이 직접 해보셔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정신이 다 어디로 도망갔는지... 원래 하고자 했던 얘기는 하나도 못하고 진짜로 횡설수설만 한 거 같아서 심히 송구합니다.
갈수록 나아져야 하는데 갈수록 사용기도 저 자신도 망가져만 가는 듯 합니다.
OS는 재설치가 되는데 이 황폐해져만 가는 의식은 왜 재설치가 안되는 것인지....


## 감사함을 전합니다.



A.비어스는 [악마의 사전]에서 행복은 타인의 불행을 보는데서 오는 쾌감이라고 했다죠. 저는 행복은 타인의 행복을 보는데서 오는 좋은 느낌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한 일도 없는데 덜컥 이런 값진 선물을 주셔서 맘이 늘 무거웠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제가 할 수 있는건 NIB를 박스안에 모셔두기 보다 실사용하면서 행복해하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선물이란 것은 역시나 받기 보다 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 듯 합니다.
주신 이 키보드로 제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보리문디님... 이제 거의 오시지 않는 듯 하지만 언젠가 이 횡설수설 사용기를 보면서 미소짓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