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는 말

안녕하세요. 똑바로 살아라!!입니다.
아무래도 이 이름이 어려워 다시 바꿔야 할까봐요..

자유게시판 등에 저의 키보드 섭렵에 대한 몇몇 글을 올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운영자님이 마련해 준 공식적인 자리에 사용기라는 것을 쓰기는 처음이군요.
몇일째 사용기를 한 번 써 봐야지, 써 봐야지 하면서 계속 사진만 찍다가 밤이 늦어져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내일 늦잠을 공식적으로 허가 받은 바로 오늘.. 요즘은 주5일제라 금요일이
예전의 '반공일' 분위기가 나죠?^^ (반공일이라는 말을 아실런지 모르겠습니다.ㅋㅋ) 드디어
보잘것 없는 저의 첫 사용기를 쓰기로 굳게 먹고 일찍 들어왔는데.. 생전에 잘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가 오늘따라 왜 그리 울어대는지 이제서야 겨우 편안하게 자리잡고 앉았습니다.

2) 변명

솔직히 그 동안 사용기 많이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쓸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요 다~~ 여러분들
때문입니다. 흐흐~

작년 2004년 9월에 가입하여(솔직히 왜 이 사이트를 알았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만.. 아직까지 후회해 본 적은 없습니다. 아! 있군요... 공부해야 하는시간에 나도 모르게 딸깍딸깍 거리고 있을땐 잠시 후회를 합니다만.. 멋진 게시물에 "예약이요~" 하고 댓글을 달고 나면 후회는 커녕 왠지 모를 뿌듯함에 ㅋㅋ 미쳤군요 흑흑) 그동안 아주 레어한 몇몇 키보드들을 제외하고는 거진 다 만져 봤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키보드들이 다 뒷북식이라 여러분들이 이미 많이 사용하고, 분석하고, 사용기를 작성해 놓아서 미천한 제 안목과 식견으로 더 이상 쓸 내용이 없었습니다.

또 하나, 전 막손입니다... 알프스 핑크와 오렌지도 구별할 줄 모르고, 아직도 체리 청색축의 키압이 갈색축 보다 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구한 제니스 노랭이와 파랭이 구별도 못합니다. ^^;;

그렇다보니 쓸게 없었습니다. 만약 썻었다 그래도 입수기 정도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전 게으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시도하셨던 스위치 분해하고, 판스프링, 슬라이더, 하우징 분석하는 일은 엄두도 못 냅니다. 사진은 커녕 몇개 분해하다 조립도 안 하고 잤을겁니다.
그런 점에서 얼마전에 완성한 와이즈 와이어링 작업은 제 키보드 역사에 길이 남을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빠*님, 뀨*님, 키노*님 등은 하루에 하나씩도 하시겠지만 말이죠.^^;;

어떻습니까?
맞죠? 제말이.. 다시 생각해 봐도 전 쓸 사용기가 없었습니다.^^

아주~~ 서론이 길군요. 제 특성상 이 글을 다 끝낼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벌써 부터 잠이 오려고 합니다. 흐흐

3) 내 손을 거쳐간 것들

이것도 서론인 것 같아용^^;;
자잘한 것을 제외하고 간단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계식만으로다가 말씀 드린다면.

IBM Model M, M2, focus 2001, 신형청축 3000, IIGS (일산, 대만산), 확장2, 스탠다드, 마벨, 트라이젬(알프스), 세진 1020, 컴팩1800, 와이즈(PC용), 와이즈(터미널용), 3000키릴, 3000hau,5000, 4100, 필코 86E, 필코 81E2, ZKB-2, ZKB-2R, 그린트리,3000블랙, win, 1800구형흑축..아 생각이 안나네요.^^

상태는 몇몇 거래하신 분들이 아실지도 모르지만 나름대로 그 당시에는 A급들의 상태였습니다...만 역시 모두 뒷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쓸번도 했던 적이 컴팩 1800이었습니다.
이 키보드는 제가 총 6대(현재 한대 포함)를 가지고 있었는데.. 초기에 두 분에게 분양하고, 최근에 한 분에게 분양하고 지금 사용하는 것 한대와 집에 실리카겔의 경호속에 고이 잠자고 있는 두대가 있는데.. 각각 제가 느끼기에 조금씩 키감 및 키압이 달라 비교한번 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역시 2)변명의 세번째 이유로 인해... 실패..

최근에 공구한 블랙3000과 아는 형이 가지고 있는 11800(점돌기 포함) 3대와 다시 비교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만"하고 있습니다.^^;;

4) "체(리)"바라기..!!

작년말까지 제 메인의 자리를 탐내던 키보드는 5000, 와이즈, 키릴, 제니스 녹색(ZKB-2R).

그 와중에도 사용 빈도가 높았던 것이 보강키릴(+G81-1800hau키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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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은 처음 사용하고 그 레이아웃에 한 번 반하고, 키감에서 실망해 버린 키보드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레이아웃만은 아직도 최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키감의 경우는 제가 중고를 구한 경우라서, 원래 그런 것인지 노화에 따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요즘 쓰고 있는 1800과는 달리 판스프링에 걸리는 느낌이 없이.. 마치 키압이 낮은 리니어스위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구분감이 있는 갈색축으로 교체를 생각해 보기도 했으나, 언젠가는 박스품을 맛보리라 다짐하며 방출해 버렸습니다.^^;; 아직까지 후회되는 않습니다.
맛볼 키보드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보강하지 않은 흑축은 솔직히 가치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강 전/후의 키릴의 키감 차이는 명확합니다. 보강전의 3000흑축의 느낌을 잃어갈때 쯤인 최근에 보리문*님께서 분양해 주신 3000hau를 다시 만나니 그 좌절스러운 통울림 및 기판 울렁거림의 공포가 다시 손가락 끝에서부터 팔을 타고 온몸을 훑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은 전혀 개조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제 개조 능력을 제가 알기도 하거니와, 요즘같이 개조가 활발한 시점에서 순정품 3000hau라는 것이 키보드에게는 오히려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쓸데 없는 자부심이겠죠..ㅋㅋ 사실 보강판에 계속 투자할 여력이 없습니다.^^

5) 와이즈와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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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손인 제가 비교는 안 하려고 했으나 동일한 스위치를 가지고 있는 이 두 놈을 비교하지 않기는 힘들군요..
같은 이색사출, 구형흑축, 보강버전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두 키보드의 차이는 확연합니다.
제 식견으로 결론은 뻔했습니다.

키캡의 두께와 하우징에 존재하는 공간...

아시다시피 와이즈는 미칠듯하게 조아 놓았습니다. 측면도 얍삽합니다.^^;;
이 차이는 3000hau를 사용해 보면서 확연하게 났습니다.

그리고 키캡의 두께 때문인지는 몰라도 와이즈에서 조금더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예전에 3000청색에서 나는 소리를 산새소리라고도 했는데 그 소리가 키캡에 의해서 재연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결론은 둘다 좋습니다만 전 와이즈가 좀 더 좋습니다.

P.S) 저도 와이즈에 갈색 축을 심고 싶어 준비했었습니다. 갈색축을 구하지 못해 작업은 하지 못한채 말이죠. 그런데 어느 댓글에서 빨간*엉이 님께서 한마디로 "돈버렸다"라도 하시더군요.

귀가 얇고 모든 것을 선도할 줄 모르는 저는 그 말씀에 아무런 미련없이 개조를 포기하고 순정품 소장모드로 돌입합니다.^^;;

6) 제니스 ZKB-2R(그린)에 무너진 키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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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세 역전은 역시 시간 문제였습니다.
제니스를 알고부터 키릴은 영광의 메인 자리를 내어주어야 했습니다.

한동안 제니스에 정신이 팔려 쉴새 없이 모았습니다. 그래봤자 지금 가지고 있는 5대(부품용포함)가 전부이지만 말입니다.^^
역시 후회없는 않는 선택이었습니다. 각각의 상태가 다 좋을 뿐만 아니라 (그린트리와 ZKB-2R은 신동품 수준이이며, 알프스 노랭이의 고유 특성이라 알려진 것처럼 누르면 "미끈덩"합니다.)
키감만으로도 키릴을 누를 수 있을 만했습니다.

특히 그린 슬라이더를 채택한 ZKB는 제 개인적으로 느낌으로나 청각적으로 최고였습니다.
일전에 IIGS(일산, 윈도우 사용자에게 있어서 편의성을 떠난다면 키감이나 특히 그 음색에 있어서는 저는 최고로 치고 있습니다)의 경우 도각도각 거리는 느낌에 혼을 잃을 지경이었었는데 이놈도 그렇습니다. 최근에 입수한 그린은 그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고 있고, 신품을 경험해 보지 않은
제가.. 어느 키감이 원래의 키감에 가까운 지는 알수 없습니다만... 조금은 넌클릭틱한 전자가 더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알프스 리니어 고수님들께서 노랭이와 녹색은 걸리는 느낌 없이 쑤~~욱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고유의 키감이라 하지만... 고유의 느낌을 느껴보지 못할 아쉬움이 있을 지언정.. 그리고 노화의 영향으로 변한 키감일 지언정.. 저는 요놈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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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러나 결국....

이렇게 좋아하는 제니스 그린도 저의 습관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얼마간 HHKB PRO에 익숙해 있었는지 풀사이즈 키보드가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지금은 또다시 체리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고 기나긴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제 친구들과 함께 말입니다.

이 놈은 너무나 잘 아시는 놈이라 굳이 말씀 드리진 않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제가 사용기라는 것을 쓰는 날이 온다면 이 놈에 관한 것이 될 것입니다.

8) 마치며..
.
아직까지 키보드에 들어가는 20-30만원이 아깝진 않습니다. 이상합니다.
올지 않올지도 모르는 키보드를 위해, 생면부지의 땅, 미국에다가 수십만원을 갔다주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라고 따질줄도 모르며, paypal 송금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에도 전혀 망설임이 없습니다.

"過猶不及" 이라는 말이 있죠?
이런 저를 보면 조금 지나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젠 자제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처음 MODEL M을 사면서 HHK PRO를 처음보고 그 생김새에 놀라고 또 그 가격에 놀라며, "미쳤지"라고 했었습니다만.. 결국은...하하하

보너스로 사진 몇장 더 첨부합니다. (사용하려고 찍었었는데 제가 사진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해서 많이 남아버렸습니다. 나름대로 잘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들이 말입니다.)

*와이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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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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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밤 되세요.

                                                             2006.1.20   똑바로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