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3000청색축, 해피해킹프로 묵색각인, 리얼포스 101 한글판, 이걸 3대 키보드라고 부른다.(내 맘대로)
셋중에 가장 많이 사용한 키보드는 해피였다.
난 해피의 말발굽소리가 좋았고 손가락에 전달되는 말발굽에 가볍게 부딪히는 터치감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체리는 채깍 채깍... 사용하면서 가장 여성적인 키보드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여성들이 체리3000 사용하기를 즐기는것 같았다. 아주 감동해서 푹 빠져있는 모습이란...
의외로 해피의 깜찍한 디자인을 좋아할줄 알았는데, 아마도 키조합이 힘들었는지 그리 깊은 호감은 갖지 않는것 같았다.

개인적으론, 해피를 오랜동안 즐겼었는데,
어제 드디어 봄이 온듯한 기운이 내 한몸 뭔가 불사르고 싶은 강한 충동으로 다가왔다.
무엇이든 지르고 싶었지만 무목적적이었고, 막연한 가운데 가슴만 쿵덕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커먼 키보드가 눈앞에 두둥~~
바로 이것이다.
변화가 필요한때가 왔다,
기억을 더듬는다.
언제쯤이었지?
시간을 세어본다 업그레이드하기에 충분한, 세월이라는 명분을 찾는중이었다
적어도 2년은 넘은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모든게 톱니바퀴처럼 맞아 돌아가기 시작했다.

질러야하느니라...ㅡ.ㅡ
3대 강호중 남은 하나...
리얼포스였다!

한동안 둘러보지 못했던 kbdmania.net을 불시에 방문했다.
오옷...리얼포스 한글판이 생겼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블랙이라니...
이건 놀라운 소식이다. 블랙 말이다.

그러나 정작 지르기는 화이트를 질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동안 해피블랙을 너무 오래보아왔기 때문이었다.

자....이제는 현재까지 대략 24시간정도 사용해본 리얼포스에 대한 소감을 말해보자.
실제로 손에 넣고 보니 깔끔한 색의 조화다. 회색과 검정, 베이지색의 조화가 고급스럽다.
체리3000의 백색과 조금 다른 느낌이다.

키 배열이야 너무나 평범하지 않은가.
그동안 해피를 사용하면서 한가지 불만은 숫자키가 걸기적 거렸었는데
왠지 숫자만큼은 손에 잘 익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할때마다,
일일이 시커먼 동굴속에서 숫자 하나하나씩 찾아 꺼내오듯 완전히 독수리타법이되고 말았다.

타격감은 말로만 듣던 리얼포스가 아니다.
사람들 이야기만 들었을때 리얼은 멤브레인 삼성키보드의 촉감에 좀더 고급스러운 탄력과 쫀득함이 존재하리라고 상상했었다.
하지만, 리얼의 키감은 해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놀라운 반전이다.

해피와의 차이라면...
해피는 탄력좋은 젤리, 리얼포스는 고순도 백설기와 같다.
해피는 타격을 한후 바로 튀어오르는 반발감쪽에 인상이 심어진다면
리얼포스는 타격시 들어가는 입력감에대한 감성이 강조된다.

둘간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은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진다.
진공관엠프와 TR엠프의 소리차이를 아는 사람은 알것이다.
다이내믹한 해피와 아날로그적인 리얼포스....
이제 둘다 경험해봤다.

모든 기기는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좋아진 면을 몇가지 적어보겠다.
먼저 해피때보다 오타가 줄었다.
또한 고속 타이핑시 해피에 비해 보다 스무스하게 이동할수 있어 편하다.
파이핑 피로도가 적다.
숫자 입력시 움츠리지 않게된다.
게임시 체리로 바꿔서 하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해피로 고속타이핑시 내가 즐기던 말달리는 소리가 리얼에서도 들린다.
단 차이가 있다면, 말과의 거리가 조금 멀어진 느낌이다.

리얼포스는 all in one 이니만큼, 이제 한개의 키보드로 모든걸 하게 생겼다.
실제로 키보드는 여러개 가지고 있었지만, 실사용은 주로 하나에 집중되게 되어있다.
그냥 모아보는 재미는 있을것이지만, 이젠 하나만으로 최대한 그 재능을 뽑아내보아야 할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