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사용기를 쓸 만큼 키보드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말 바로 이것! 이라고 할 만큼 뛰어난 촉각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나름대로 HHKP와 HHKL의 사용기를 짧게 나마 남겨보려고 합니다.
Lite를 구입한 것은 아마 작년 말쯤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 뻥샵에서 8만원 넘는 거금을 드려 구매했습니다. 나중에 키매냐에서 멤브레인 치고 8만원은 너무하다라는 말에 약간 후회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일단 컴팩트한 사이즈와 군더더기 없는 키들이 너무 맘에 들었고(뭔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걸 보면 왠지 거부감이;;;) 키감에 그렇게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 저에겐 썩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타이핑 소리가 크다는 것인데 집에서 혼자 쓸 때는 괜찮지만 회사에서 좀 민폐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집에서만 썼었는데 퇴근을 빨리 하고 싶을 정도로 키보드에 애착이 생기더군요.(뭔가 병적입니다..;;)

그러다 부서 개편되고 자리 이동하면서 구석에 사람 없는 곳으로 자리 배치된 틈을 타 과감히 lite를 회사에 들이게 됩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키보드 소리 가지고 크게 뭐라고 하지 않아 지금은 마음 놓고 쓰고 있지만 처음에는 타이핑 하면서 얼마나 맘을 졸였던지..(엄청 소심쟁이입니다..) 어떤 사람은 제 키보드 소리를 들으면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하더군요..(실은 챗팅인데;;)
주인 잘 못 만나서 먼지가 살포시 쌓여가고 있지만 나름대로 손떼가 묻어가니 이 아니 정겨울 수가..

라이트에 익숙해지면 익숙해 질 수록 어색해져만 가던 우리집 키보드에 Fn키가 없음을 받아들 일 수 없었던 저는 프로를 구입하기로 결심합니다.

(뭔가 갈 수록 장황해집니다.. 키보드 사용기가 아니라 마치 키보드 구입기인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어쨌건..)

암튼 그렇게 부지런히 키매냐와 니*샵을 들락날락 거린 결과 오늘 드디어 Pro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첫인상은 아.. 비싼 키보드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뽀대 나는 빛깔. 어느 분이 lite2가 참기름을 바른 것 같다고 하셨던 표현에 정말 공감했었는데 프로는 마치 펄을 발라 놓은 것 같다고나 할까요. (제가 구입한 것은 먹색 각인입니다.) 무광에 고급스러운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 명품 키보드?!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첫인상을 뒤로하고 처음 타이핑을 했을 때는 상상했던 것과 너무 달라서 솔직히 당황을 했습니다. pro를 구매신청 해놓고 줄곧 궁극의 키감이란 게 과연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직접 만져보고 나니 역시 이런 건 상상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확실히 Lite2와 키감 차이가 많이 납니다. 줄곧 Lite2에 익숙해져있던 저로써는 Pro는 생소할 수 밖에 없는 키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Hello, World 프로그램의 마지막 }를 닫기 전에 아.. 바로 이런 것..! 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키보드를 치는 내내 뭔가 두근두근 하면서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소리는 lite2보다는 비교해서 조용하지만 그렇다고 작은 편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뭔가 경박스럽지 않고 소리가 크게 거슬리지 않더군요...(뭔들 안 이뻐 보이겠습니까만..^^;)

마지막으로 키 레이아웃에 대해서 얘길 하자면.. Pro가 훨씬 더 군살을 빼서 좌측 펑션키와 우측의 방향키가 살아지고 대신 다이아몬드키(뭐라 불러야할지;;)가 좀더 길어졌습니다. 방향키 없는 것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그 덕에 동선은 더 적어질 것 같고, 스위치 설정도 Lite확장모드를 사용하니 윈도우에서 사용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네요. 현재 SW1, SW2는 lite확장모드, 딥스위치 3, 5번을 On으로 설정하고 쓰는데 덕분에 Alt키가 넓적해져서 엄청 맘에 듭니다.

전에 아는 분께 pro를 구입을 했다고 (자랑질을) 하면서 플밍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진짜 농담이 아니고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암튼 정말 맘에 들고, pro 구입을 추천해주신 많은 분들과 저에게 프로를 구매할 기회를 주신 경성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며 이만 허접 비교 사용기를 마쳐볼까 합니다.

모두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