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은 맥4에 딸린 모델)

내가 처음 컴퓨터 자판을 만져볼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쯤~ 이었던것 같다.(확인)
그땐 먼지 하나 앉지 않은 PC 실습실의 뽀얀 컴퓨터를 경외감으로 바라보았는데, 마침 당시 구 대우의 아이큐2000이 공전의 히트모델이었는데, 조른 기억도 없는데 빠듯한 살림에도 아버지께서 외판원의 말만 듣고 사주셔서 무척 감격했던 기억이 있다.

아, 그 즈음에 피씨 매장을 운영하시는 푸근한 아저씨 한분이 동네 꼬마들을 모아놓고 "컴퓨터 공부"를 시켜준 적이 있는데, 이 때 친구들이랑 본격적으로 한글워드와 타자연습을 한참 열중하게 되었다.

이때 스쳐갔던 키보드들이 지금은 다들 하나쯤 갖고싶어하는 기계식 키보드들이었을지도 모름에 피식 웃음이 난다.

재밌었던 것은, 한 친구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친구였는데 유독 타이핑이 잘 늘지 않았다.
나름의 경쟁심으로 어찌나 키보드를 세게 치던지 - 내가 보기에는 - 멀리서도 타닥타닥~ 하며 4~500타를 넘나들었다. 나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반사적으로 타이핑을 쓰다듬듯 쳐 조용한 편이 되었는데, 지금도 옆에 앉은 과장님은 실장님 눈치에 '얘는 안그런데 나는 메신져 하구 그러면 확 티나~' 하신다.

하지만, 이것도 나의 관심사가 키보드에 집중되고 다양한 제품의 손맛을 보다 아론 기계식 키보드를 접하면서 깨지게 되었다.
으~찌나 얄밉고 촉새처럼 짤깍째깍 거리는지 귀를 씻고 싶을 지경이었으며, 몇몇 키는 아직 짤깍 하기도 전인데 미친듯이 입력되고 있는 황당한 일을 겪기도 하고 마이콤의 고장으로 구입하자마자 A/S 를 보내기도 하는 둥 상심이 컸던 적이 있다.

이후로 '역시 키보드는 조용한 맴브레인이 좋은거 같어..' 하며 키감이 뛰어난 해피해킹 라이트라던지, 애플 구형이라던지 하는 친구들을 만들게 되었다.

역설적이랄까? 지금 가장 많이 쓰는 키보드는 눌린건지 아닌지 모니터를 봐야 알수 있는 아론의 세벌식 맴브레인인데.. 이게 또 극악의 맴브레인이나, 정이 들어버렸다. -.-

이로써 짐작할 수 있겠지만, 본인의 사용기는 극도로 둔감한 키감의 소유자 입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겠다.


첫 인상 살펴보기.

헉.. 무척 놀랬다. 대만의 I-one 사 제품이 아닌가.. 이 회사 제품은 다른 경로로 다수 모델을 사용해 보았으나, 전원이 인가된 상태에서 사용중 소켓을 탈착하면 컨트롤러가 쉽게 나가는 문제가 있어 해당 업체에선 출시를 미루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기계식을 취급할 줄이야.. 더군다나 익히 잘 알려진 타입 나우 후속(?) 이었다니 두 번 놀라게 되었다.

우선 내 의지와는 달리 첫눈에 단점이 보였다.

키켑은 충실히 step sculture 2 방식을 따르고 있으나, 본체 하우징이 곡선 형태를 따르지 못해 중앙 2열가량의 키들이 반쯤 매입된 듯한 외관으로 하우징 경계상의 몇몇 키 입력이 불편한 경우가 발생하곤 했다.

특히 방향키의 상향키와 Del~PageDown 의 세 키가 마치 반쯤 눌린 외형으로 인해 정확히 키를 치지 못하면 하우징에 손이 걸리게 된다.

<< 또하나, 긴 키의 스테빌라이징이 좋지 못하다.
특히 백스페이스는 정확히 정가운데를 치지 못하면 매끄럽게 축이 들어가지 않고 걸리는 느낌이 든다. 스페이스바는 치는데는 불편하진 않으나 헐렁이듯 yawing 이 심하다. >>
= 현재 셈플 제조상의 오류로 수정될것 이라고 합니다 =

키프린트는 영문판용에 한글 실크를 입힌 형태로, 상대적으로 한글 자소가 남에 집에 얹힌 듯한 모습을 보이며 시인성이 떨어진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레이저 각인에 비해 장시간 손의 땀과 기름에 대한 내성이 낮은 실크여서 언젠가는 지워질 위험을 안고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함임을 감안하여도, 실크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탑코팅(또는 2중의 실크)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여기까지 본 후, 이젠 여유를 갖고 찬찬히 키감을 음미해 보았다.

이전에 경험해본 아론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솔직히 소음(?)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뭔가 기분좋은 짤깍거림보다는 젊은 아가씨가 떠드는 듯한 약간은 날카롭고 가벼운 느낌이었다. 이는 일반 사무실 환경 기준이니 조용한 밤 침실과 같은 곳이라면 와이프의 바가지를 사게 될 것임은 확실하였다.
반면에 그 구분감은 월등히 좋아 짤깍임과 동시에 글이 입력이 적절히 동조되어 자연스럽고, 또 모든 키가 격차 없는 일관된 키압 및 키감을 보였다.

그외의 특이점은 오른쪽 alt  와 ctrl 이 각각 한영, 한자 전환 키로 할당되어 있었다.  이는 특별히 한자, 한영키의 레지스터 값을 쓰지 않아도 WindowXP 에서는 alt, ctrl 이 그 역할을 하게 하는 점을 잘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구 os 에서의 호환성이 궁금하나 확인할 길이 없었다. 반면 Linux 와 맥의 os x 등의 환경에서는 애시당초 한영전환키가 따로 없고 별도의 조합키를 쓰는 애로점이 있는 관계로 일반적인 환경을 감안할 때 이 키들의 타 운영체제와 검증하긴 애매하였음을 밝힌다.


- 계속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