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디어 사용기를 올리는군요. 지난달에 득템하고는 먼지 한번 쓱 털고 나서 몇번 두들겨 보고 나서 잠정 반영구 봉인모드에 들어간 삼보 OEM의 팩심 PX8901의 간단한 사용기입니다.

이 녀석을 얻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에 열혈 보물사냥 모드에 돌입해서 용산과 청계천 일대를 이잡듯 뒤지던 때였죠. 단 두주일만에 RT-235BT, MX11800, 아론 기계식 구형 알프스, 아론 기계식 국산형, 그리고 이 PX8901을 득템했으니 정말 운수가 미칠듯하게 따라주던 때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행운이여~ 다시 한번 내게 기회를!!!!! ....이봐, 자네 대머리 까진다!!!)

아무튼 그때 청계천에 한번 가봤었죠. 온갖 잡다한 물건을 파는 곳이니 혹시 왕년의 명품 키보드가 먼지를 먹고 굴러다니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그러나...청계천을 한참 돌아다녔지만 그다지 마음에 드는 녀석은 없었습니다.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마침 아직 안들어가본 허름한 컴퓨터 수리점이 있기에 이것을 마지막으로 하고 알아보자...하는 심정에 과감히(?)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그 가게에는 놀랍게도 범상치 않은 다크 포스를 풀풀 풍기시는 영감님 두분이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나이가 꽤나 들어 보이시는 분들인데 컴퓨터 수리를 하고 계시다니...참으로 멋진 분들입니다. -_-b

아무튼, 그곳에 들어가서 구석에 쌓아놓은 고물 키보드 더미를 뒤져봤습니다. 그렇지만 별다른 것이 없더군요. 막 실망을 하려는 찰나, 가게에 앉아계시던 영감님께서 제게 말을 걸으셨습니다.

"이봐, 뭐 찾아? 그것들 다 못쓰는거야!"

과연 영감님 말씀대로 별로 쓸만한 녀석들은 아니었습니다. -_-;;;

아무튼, 혹시나 하는 심정에서 그 고물 더미에서 몸을 돌리면서 영감님께 "혹시 오래된 옛날 구형 키보드 갖고 계신거 없으십니까?"하고 여쭈어 보았죠.

그러자 영감님께서는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시더니...옆에서 작업중이신 동료분에게 옛날 구식 키보드가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그러자 그분께서 잠시 생각하시더니 "아, 그 알이 굵은거 말이지!!!"하시더군요. 알이 굵은 것이라고 하는건...바로 AT단자를 말하고 계신 것이었습니다. -_-;
아무튼 그분께서는 선반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구형 컴퓨터 부품 더미를 잠시 뒤지시더니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무언가 범상치 않은 포스를 발하고 있는 키보드를 하나 꺼내셨습니다.

그것이 바로...이놈이었습니다.



그것을 받아 들고는 저는 정말로 깜짝 놀랐었습니다.
보관 상태가 너무나도 엄청났기 때문이죠.
거의 286/386 시대에 생산된 키보드인데도...마치 한번도 사용이 되지 않은 녀석인 마냥 너무나도 깨끗했습니다.

하우징에는 어떠한 선탠자국이 있지도 않았으며, 키캡의 표면은 맨들거림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꺼칠꺼칠한 신제품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키의 상태는 신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이물질이 껴서 서걱거리지도 않았으며, 키의 측면을 눌러도 어느 하나 제대로 눌려지지 않는 것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오리지널 포장용 비닐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영감님의 설명을 들어보니 아는 지인이 선물로 준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받으시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그냥 구석에 쟁여놓고 소장을 하고 계시던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키보드를 받아 들고 집으로 와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모든 키가 다 정상작동을 하였습니다.
알프스 클릭 스위치인 만큼 짤깍하는 클릭음이 들리는데...오래된 중고 알프스 클릭 스위치에서 간혹 보이는 키마다의 클릭음의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키가 다 부드럽게 눌려졌구요.
엔터키, 시프트키 모두 측면을 눌러도 모두 다 부드럽게 눌려졌습니다.
게다가 적당히 까칠까칠한 엠보싱된 키캡 표면의 상쾌한 감촉과 이중사출로 제작된 두꺼운 키캡에서 발생하는 타격음, 그리고 무식하게 두꺼운 보강판에 의한 안정감은 정말이지 그때까지 만져본 키보드들 중에는 가히 최고였습니다. -_-b (물론 제가 만져본 키보드는 기껏 해야 체리 갈축, 체리 흑축, 알프스 백축, 후타바 신형/구형 스위치, 모델M, 모델F 정도였습니다...그것도 다 오래된 중고키보드였기 때문에...나중에 경제적으로 안정화 된다면 다른 신품 키보드를 만져보고 나면 새로운 눈이 뜨여질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비록 클릭 스위치라고는 하지만 타이핑할때 보면 클릭음보다는 키가 부딛쳐서 생기는 타격음이 훨씬 컸습니다. -_-;;; 만약 넌클릭 스위치를 사용했다고 해도 키캡의 타격음 때문에 여전히 탁탁탁하는 상당히 통쾌한 소리가 났을 겁니다.

한편 이 키보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볼려고 웹을 검색했지만...의외로 별로 정보가 없었습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PAXIM이라는 업체에 대한 정보도 찾을 수 없었고, 이 키보드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조차 없더군요. -_-;;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해외의 명기들과 어깨를 겨눌만한 명작 키보드가많이 생산되었을텐데...주변에 돌아다니는 정보들은 모두 다 해외의 키보드 일색이고 국산 키보드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한 현실이 상당히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흑흑흑.

아무튼, 어디선가 귀동냥으로 무한 동시 입력이 가능할 거라는 말을 듣고 한번 확인을 해 볼려고 했는데...아시다시피 보강판이 철저하게 기판을 떡!하니 가로막고 있어서 기판을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대신에 손전등을 가지고 기판과 보강판의 틈새를 비추어서 힐끔 엿보니 키 스위치마다 조그마한 다이오드가 나란히 박혀있는 것이 보이더군요. 무한 동시 입력을 지원하는 것이 맞는 모양입니다. ~_~

아무튼 몇번 타이핑을 해 보고 몇번 감탄을 한 다음, 지금은 원래 딸려온 포장 비닐에 고이 쌓아서 책상의 깊숙한 곳에 고이고이 모셔놓고 봉인중입니다. 도저히 아까워서 못쓰겠더군요. -_-;;;;

물론, 이 키보드가 모든것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건(?) 오른쪽 Alt와 Ctrl키가 각각 한/영과 한자로 표기가 되어있는데, 실제로도 Alt/Ctrl이 아닌 진짜 한/영키와 한자키라는 점입니다. -_-;; 개인적으로 윈도우에서 일본어 입력기의 버그 때문에 한/영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스캔코드 매핑해서 한/영키를 오른쪽 Alt 키로 바꾸려고 하면 이제는 아예 어떠한 반응도 없다는 점입니다. -_-;;;;;; 대체 무슨 노릇인지....

오른쪽의 한/영키와 한자키가 그냥 Alt와 Ctrl키였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10점 만점을 주고 싶지만...한영키 문제 때문에 -1점, 그리고 스태빌라이저의 철심이 다소 가는 편이라서 -1점...총합 8점입니다. -_-


한편, 고물상을 돌아다니면서 충격적인(?)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어느 제법 큰 고물상에 들어가서 오래된 구형 키보드 찾으신거 있냐고 물어보니...키보드는 요새 나오는 키보드 아니면 다 부숴버린다고 하시더군요. -_-;;; 그 말을 들으면서 고물상에 끌려와서 오래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산산조각 박살이 나버린 명품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음...뭔가 사용기도 아니고 잡담도 아닌 이상한 횡설수설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읽어주시느라 정말 감사합니다. (꾸벅)

NMB RT-101+ Everex version, with white linear switch (IT'S THE FREAKIN' BEST KEYBOARD 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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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ni Key Ultra, Alps White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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