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글솜씨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으니 적당히 애교삼아 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25일, 결국 구입한 것은 해피 해킹 키보드 프로페셔널입니다.


사실 올해초까지만 해도 "키보드따위 입력만 되면 되는거지..." 라는 쪽이었습니다만,
처음으로 키보드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애플의 G5키보드...였습니다.
자주 다니는 블로그에서 본 사진이었습니다만, 애플 시스템에 물려져 있는 그 키보드....
투명한 바디에 새하얀 키캡들...
그야말로 "헉..." 이라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뭐 그랬습니다.

그 키보드를 구입하기 위해 다나와...검색엔진...기타 등등 여러 곳을 찾아다녔습니다만,
디자인에 대해서만 칭찬할 뿐, 키보드 자체에 대해선 비관적인 시선뿐이었던지라, 상당히 망설이게 되었지요.

가격에 대해서도, 당시 "키보드는 소모품"에 가까웠던 인식 덕분에 "이쁘기만 한 키보드가 뭐가 저리 비쌀꼬..." 라는 생각 뿐이었고, 결국은 새 키보드 구입을 단념하게 되었습니다..............



......단념 한 줄로 알았습니다만, 지인의 홈페이지를 보다가 꽤 오래전에 본 한가지 문서가 기억났습니다.



"해피 해킹 키보드 제작 과정에 대하여"
이런류의 문서를 꽤 좋아하는지라, 상당히 열심히 읽었지만, "아- 그렇구나. 근데 저런거 파는데나 있나?" 정도로 쉽게 넘어갔습니다.

헌데 그 지인의 사이트에 비슷한(똑같진 않고-)것이 있던 거였습니다. 그게 바로 해피해킹 라이트였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뽀대만세 상태였던지라, 오호라, 이 키보드를 사다가 놓으면 나도 전문가틱 하겠구나!
(영화 등을 보면 항상 해커 혹은 컴퓨터를 만지는 역 들은 키보드만 두드리니까요-매트릭스도 그랬고)

라는, 조금 어이없는 망상에 빠져, 결국 중고 HHKB Lite2를 구입해버린 것이었습니다.

(이때 작성한 사용기는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user_review&no=848 을 참조)

라이트2를 사용하면서 큰 불만은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해피라이트는 프로라는 진짜 미끼를 물게 만드는 떡밥이다 정도로 말하시기에, 프로는 대체 얼마나 좋길래-_- (여기에다 더 비싼 것이 좋아보이는 일종의 허영심에 가까운 묘한 심리도 부추김을 조장했을까 하는 느낌입니다만) 네네, 질렀습니다. 중고지만.

(이때까지도 해피프로 가격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기에 신품을 지를만큼 뽐뿌받진 않았어요 아하하)








여튼 쓸모없는 왜 구입했냐에 관한 이야기부터 늘어놓았습니다만,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 HHKB PRO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으로 매끈하게 다듬어진 글을 적기에는 능력치가 부족하므로, 그냥 번호를 매겨가면서 적도록 하지요.



1. 모양

네네, 컴팩트 60키 키보드. 일단 작습니다. 가격에 비해선 수수하지만 저는 이런 디자인이 좋습니다. 흐흐흐.

해피라이트랑 똑같....지는 않습니다. 해피라이트는 측면에서 보면 하우징이 아래로 휜 형상입니다만 해피프로는 거의 일직선입니다. 완전 직선은 아니고 조금은 휘었습니다.결국 해피라이트에 비해 키캡이 더 많이 튀어나와 보이기 때문에 하우징도 작아 보이는군요. 라이트에서 스페이스 아래쪽에 있던 약간의 공간도 없습니다. 아마 라이트에서는 방향키를 삽입하기 위해 늘린 것 같습니다.

뒤집어보면 나사구멍이 몇개 없습니다.분해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상단부 나사만 제거하면 하단부는 플라스틱끼리 맞물려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해피프로의 상하판 하우징은 크기가 같아서 맞물리는 면의 높이가 같습니다만, 라이트는 상판 하우징이 약간 더 넒습니다. 그래서 맞물리는 부분이 살짝 층지게 되어있는데, 별로 좋을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디자인한건진 모르겠습니다-_-;

얼추 보기에는 비슷합니다.


2. 재질감

구성 재질 자체는 비슷한 것 같은데, 금형의 차이인지 그냥 기분탓인지 해피프로쪽이 각이 더 잘(?)잡혔습니다.
키캡을 뽑아서 비교해봐도, 해피 라이트는 키캡 모서리가 뭉툭하네요.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표면의 무광처리(-끈적거리며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플라스틱이 미세하게 주름지게 해주는 처리)가 해피프로쪽이 더 미세하게 되어 있습니다. 비교하자면 해피라이트는 30대 아저씨들의 피부고 프로는 20대 아가씨의 피부... 닿는 느낌이 조금 다릅니다.


3. 컬러

먹색 각인 모델입니다만, 사진상으로 봤을땐 "표면 코팅을 했나? 저런 색이 어떻게 나오지..." 라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론 그냥 플라스틱 느낌입니다. 네. 하지만 싼티나는 플라스틱이 아니고, 레고 블럭(!)같은 색입니다. 완전 검정색도 아니고 진한 회색인데, 왜 먹색이라고 표현했는진 모르겠습니다...
혹시 이렇게 표현해도 아시는 분이 있을까 해서 적어둡니다만, "저먼 그레이"같은 색감인데 조금 더 진합니다.

아, 구입하다보니 라이트는 백색 프로는 먹색으로 구입해서 비교할만한건 아니지만, 라이트는 옥스포드 프로는 레고 라는 느낌


4. 케이블

분리형 케이블은 범용 MiniB <-> 표준형 케이블입니다. 소니 카메라에서도 쓰는 그런식의 케이블입니다. 페라이트코어가 없지만, 아마 키보드 내부에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거의 오작동 염려는 없지만 키보드 신뢰성을 1g이라도 늘리고 싶으시면 페라이트 코어가 내장된 쉴디드 USB 케이블을 구입해서 쓰셔도 되겠습니다. 분리형 케이블이라서 좋은 점은 그냥 키보드의 미니B쪽을 뽑아서(-_-;) 디지털카메라나 PSP에 푹 꼽아서 써도 된다는 것이겟네요. 키보드를 쓸 수 없어지지만 어차피 연결후 하는 작업이라곤 파일복사밖에 없으니...


6. 키캡

재질감을 이야기 하면서 적었지만, 키캡 모서리가 각이 확실하게 져서 손끝으로 키캡모서리 구분하기 좋습니다.
먹색 각인 제품이지만 진한 회색 위에 검정색 폰트가 적혀 있어서 주변이 어두워지면 구별이 거의 안됩니다.
처음에는 패스워드 입력에 애로사항을 겪었지만 이젠 적당히 익숙해졌습니다.
원래는 숫자는 텐키로만 입력해서 상부숫자키로 입력하는 데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글씨가 안보이니 뭐가뭔지 모르겠더군요.
아직 키패턴을 못 외우신 (- 아마 거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분이라면 백색 각인쪽이 나을것 같습니다.
슬라이더 고정부는 동그란 원통모양에 홈이 직선으로 나 있는데...
십자형으로 홈을 한줄 더 넣으면 얼추 체리키에도 들어갈 것 같은데 체리키가 없어서 테스트는 못해봤습니다.


7. 키감

정전용량감지식의 특징이랄까, 입력타이밍이 상당히 빠릅니다. 보통은 키가 반 이상 들어가야 입력되지만 이것은 2~3mm만 들어가도 입력이 됩니다. 그래서 "입력되는 느낌"이 들기 이전에 입력됩니다. 미세한 차이지만 입력시 쾌적한 느낌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대신 손가락만 올려놔도 어느순간 글씨가 줄줄줄 입력된다는 점도 있습니다만....

감지방식은 정전용량식이지만, 작동기는 러버 돔 방식입니다. 이거때문에 "해피프로도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아무래도 키감을 결정하는 것은 "러버 돔인가 아닌가"가 아니고 "멤브레인인가 아닌가"인것 같습니다.(버클링스프링인 모델M제외..-_-;) 완전 러버돔만으로 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원뿔형 스프링도 같이 들어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정도의 차이 때문에 심각한 키감 변화가 오리라고는 생각되진 않네요.

멤브레인인 해피 라이트에 비교하면, 훨씬 깊이 들어갑니다. 1~2mm 정도는 더 들어가는 느낌이고, 끝부분에 닿을때의 느낌이 확실합니다. 멤브레인은 끝까지 닿아도 힘주어 밀면 더 들어가는 느낌이 납니다만 정전용량식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고무를 누르는 느낌이 안납니다. 확장2가 댐퍼가 달려서 키감이 좋지 않다라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과 같은 맥락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해피라이트는 분해해본적이 있는데, 절대 싸구려 러버돔이 아닙니다. 탄력감 있는 재질이...프로의 러버돔보다는 좋지 않겟습니다만 적어도 제가 직접 본 러버돔 중에서는 최고의 재질이었습니다. 다만 다소 두껍습니다 -_-

결국, 작동기 자체에서 오는 "구분감"은 별로 없습니다만, 감지방식의 차이때문에 구분감이 명확하게 생깁니다. "도각도각"이라는 느낌이랄까 뭐...말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꽤 신경을 쓴 키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리얼포스도 만져보고 싶어지네요 -_-.....지출이 ㅠㅠ


8. 레이아웃

뭐 아시다시피 방향키 없습니다. 익숙해지면 나름 편리합니다만 익숙해지기 이전이 관건이겠네요.
익숙해질때까지 상당히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Fn키 대신 시프트를 눌러버린다거나 옆의 키를 눌러서 페이지업을 해버린다거나...
헌데 Fn+키조합은 의외로 불편하진 않습니다. 손자체를 움직일 필요가 없어지므로 문서작업할때도 편하고...
물론, 상당히 자주 이동해야 할 경우엔 따로 있는것 보다는 불편합니다.

탭키 자리 컨트롤도 잘 알려진 것이지만 , 편리하다고 보면 편리하고 불편하다고 보면 불편하기도 합니다.
단축키를 자주 쓰시는 분들이라면 이 컨트롤의 위치가 편하겠지만, 아니라면 굳이 이렇게 누르기 쉬운 곳에 있을 필요는 없겟네요.
그리고 캡스락 키 자체가 사용빈도가 적다는 것.
대부분의 경우 타이핑시 새끼손가락이 캡스락 줄에 위치하므로 이 위치 자체가 사용빈도 높은 키를 배치하는게 효용성이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ESC위치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데, 익숙해지면 함부로 누르게 되지 않습니다. 쓰다보니 전부 "익숙해지면"이라고 적었는데 바꿔말하면 이 위치가 편리하지는 않다는 것이겟네요. ~ 를 많이 쓰시는 분은 조심하시길.

일자엔터, 그리고 바로 위에 백스페이스(딜리트).
이것은 개인취향에 따라 달라지겟지만 저는 일자엔터가 더 좋습니다.

그리고 펑션키,편집키, 텐키가 모두 생략된 이 레이아웃은 해당 키를 자주 사용하는 특정 작업에는 약합니다.
대체로 별다른 불편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요즘 펑션키를 쓰는 게임이 너무 많아져서 게임에는 쓰기 힘들겠네요.




9. 기타

딥 스위치가 있습니다. 이미 완성된 기성품 키보드로서는 꽤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습니다.





10.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

해피라이트에 체리 키를 이식하려고 합니다.



ps. 점수에 대해서 - 가격때문에 1점 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