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도 안오고 마음도 울적하고 하여 아이오*** 사이트를 구경하던 중 체리 G80-3000 블랙 넌클릭이 입고되어 팔고 있기에 몽롱한 정신에 무턱대고 질러버렸습니다. 아아, 나도 이제 체리 키보드르를 두들겨 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 목이 빠지게 택배가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지요...('목이 빠지게'라고 하는 관용구의 의미를 실로 이해할 수 있었던 며칠간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한 닷새가 지나도록 키보드가 오지 않는 것입니다. 속으로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입고된지 이틀만에 매진된 상품이다 보니 혹시 내가 넣은 주문이 수량과 맞지 않아서 물건이 없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이런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채 아이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ㅠㅠ 역시 저의 예상이 맞았습니다.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이오***에서 전에 체리에서 받은 G80-3484 블랙 넌클릭 샘플을 보내드릴테니 사용하시다가 4월에 다시 입고가 되면 그때 새 제품과 교환해서 사용하시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고민이 됐습니다. 너무 기다려서인지 샘플을 받으면 왠지 감흥도 떨어질 것 같고.. 차라리 환불을 받고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왕 체리를 질렀으니 체리가 올 때 까지 기다리자 하는 생각에 샘플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드디어 어제 도착...  

포장을 열어보니 블랙바디에 아무것도 없이 키들만 있는 것이 어찌보면 무척 단순하고 어찌보면 조금 촌스러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쓰던 키보드가 IBM Ultranav이다 보니 울트라나브의 수려한 외관에 비하면 구닥다리스러웠던 것입니다.

그리고 키감도 약간의 서걱임이 느껴지면서 스트로크 끝에서 손가락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약간 실망했습니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또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런것일 수도 있겠구요.. 다만 주변 동료들의 부러운 시선과 키감에 대한 찬사가 있어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시 출근... 어제 저녁에 조금 즐겁지 못한 일이 있어서 오늘 출근길도 마음이 무거웠었지요. 울적한 마음에 메일을 보내야하는 일이 있어 아웃룩을 열고 메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어쩌구 저쩌구.."

"또각또각각또또가각다닥다각또각"

오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어제 하고는 또 다른 키감과 경쾌한 소리...
이것이 바로 체리의 힘인가 봅니다.

ㅋㅋ 역시 지르기를 잘했습니다. '체리는 배반하지 않는다'더니 정말이네요...
이제 제 책상은 '좌체리 우나브'로 간지 작살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