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Cherry G80-0418 흑색축 보강판 키보드

[프롤로그] 스스로를 체리의 추종자라 칭하면서 뭔가 차별화된 나의 모습을 갖고자 고민을 해왔습니다. 각 모델별로 수집을 하면서 회원님들 중 누구보다도 수량이나 종류면에서 다양한 체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부분이 있었죠. 전설의 명기라고 칭하는 MX1000 이 그 해답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 모습은 현재의 기계식 키보드와 그리 외형상 다르지 않았고 저의 갈증을 해결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무언가를 찾아 헤매이다 오늘 소개드리는 이 체리 키보드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체리 변천사의 초기를 장식하는 모델은 아니지만 초기모델에서 MX1000으로 변화하는 과정의 중간에 만들어진 키보드로써 체리키보드도 모델 F 나 올드델 핑크와 더불어 궁극의 키보드였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귀중한 사료로써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체리 G80-0418 키보드를 소개하겠습니다.

1. 키보드 외형


Apple II 에 사용되었다는 G80-0418 체리 키보드의 전체 외관 사진입니다. 체리 키보드의 두들어진 특징중에 하나는 하우징의 기능키 윗부분이 상당히 여유롭다는 것인데 이 키보드역시 엄청나게 넓은 이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본 하우징은 썬탠이 심하나 키주위의 갈색하우징과 적절히 조화가 되므로 오히려 더 이쁘더군요...^^;
아주 오래되었고 애플에 사용된 키보드라서 현재에는 쓰이지 않는 특이한 키('Save', 'List', 'Run' 등) 들이 많이 사용되었네요. 보시다 시피 시리얼도 아닌 것 같은 커넥터로 아마도 장인의 손길을 거치지 않으면 부활하지는 못할 듯 싶습니다...-_-;;


2. 스위치와 보강판


이 키보드의 가장 큰 의미는 보강판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리지널 체리에는 보강판이 적용되지 않았고 체리스위치를 적용한 타사의 키보드들(빨간불, 와이즈, 대양, 치코니 등등)에만 보강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매니아분들이 체리의 부실한 하우징과 더불어 보강판이 없는 것에 무척 불만을 느꼈으며 또각또각님의 엄청난 노력으로 많은 개조작업을 통해서 체리키보드가 거듭나고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뎃글을 달면서 체리는 스위치의 완성도에만 의미를 둘 뿐 하우징이나 보강판과 같은 부수적인 성능향상요인에는 관심이 없다라고 얘기했고 그것이 독일인의 특징 중에 하나라고 말해왔습니다만 이 키보드 하나로 저의 어설픈 추측이 완전히 틀린 것임을 깨닭았습니다. 자게에 올라온 어느분의 말씀처럼 함부로 아는체 해버린 꼴이 된 것이죠... 반성하고 있습니다..(__)

보강판은 철판이나 서스는 아닌 것 같고 컷팅된 단면이 하얗고 거친것으로 봐서 알루미늄 보강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고수님 조언 바랍니다..^^) 꼭 필요한 부분만을 보강하는 공간절약형(?)으로 되어있으며 오른쪽 귀퉁이에 키보드 라벨이 별도로 붙어 있습니다.

3. 하우징


상판 하우징은 베이지색 하우징에 갈색 하우징을 결합해놓은 이색 하우징입니다. 재질은 현재의 그것보다는 강도나 무게면에서 월등히 좋은 것으로 보이며 모델F 것과 유사합니다. 그리고 하판 하우징은 재질이 플라스틱이 아닌 철판이며 상판과는 10개의 나사로 단단하게 결합되도록 만들어 져 있습니다. 하판이 철판인 모델F 나 제니스 84key 등 처럼 키보드 기판은 상판에 결합되도록 만들어져 있고 하판의 역할은 지지대 역할만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 좌측 하단을 보면 하판 안쪽에 갈색으로 덧 대어져 있는 것이 있는데 다들 아시는 것처럼 스위치들이 금속재질의 하판에 의해 합선되는 것을 방지하기위한 절연막이 두껍게 붙어 있습니다.

4. 키캡


사진 위쪽이 G80-0418 키보드에 사용된 키캡들입니다. 흰색/갈색의 이색사출 성형이며 두께 역시 작금의 체리 키캡과 같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체리 3000의 키캡과 비교한 사진(왼쪽이 0418 오른쪽이 3000입니다.)인데 외관 디자인이나 높이 등이 동일한 것으로 봐서 키캡의 원형이 상당히 오래전에 완성되었고 지금까지 거의 변화없이 사용되었음을 알수 있었습니다.

5. 고정부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기판은 상부하우징에 4개의 나사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습니다. 케이블도 나사를 이용한 홀더에 고정되어 있는 것이 특이했으며 하우징 양쪽에 모두 케이블 홈이 있어서 원하는 쪽으로 케이블을 뺄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높이조절다리 역시 현재의 체리보다는 훨씬 단단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으며 하판 하우징에 나사로 튼튼하게 고정되어 있습니다. 사진 오른쪽 하단의 나사들이 하우징 결합에 사용된 나사들입니다.

6. 키보드 옆면


체리 3000과 옆면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스텝스컬쳐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3000과 유사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비교사진으로 미루어 보면 체리 하우징은 초기에 비해 경사가 조금 높아지고 손바닥이 닿는 면을 낮게 깍아주어 편안한 타이핑이 되도록 발전한 것으로보입니다.

7. 라벨


외부하우징에 있는 라벨에는 모델명이 잉크가 아닌 자국으로 엷게 찍혀있어 사진에는 잘 안보입니다. 하지만 기판에 붙어있는 라벨에는 'G80-0418'이라는 모델명과 '536'이라는 시러얼 넘버가 선명하게 쓰여있습니다. 모델명만으로도 MX1000 보다는 훨씬 초기 모델임을 알수 있는데 저렇게 명명된 모델명을 보면서 G80-0100 과 G80-1000 사이에 얼마나 많은 키보드 종류가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정말....orz;;;

8. 조립중인 키보드


키캡을 제외한 키보드의 조립 모습입니다. 너무 이뻐서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결론] 오리지널 체리키보드에는 매니아여러분들이 그렇게 열망하는 보강판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었으며 하우징 역시 내구성이 강하고 단단한 상판과 튼튼한 철판 하판이 10개의 나사로 단단히 고정되어있었습니다. 이는 체리사가 시간이 흐르면서 키보드의 가격압박에 의해 스스로 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현재의 부실한 체리키보드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보강판의 열풍은 단순히 매니아적인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오리지널의 궁극으로 회귀하기위한 본능에 의한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키보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상 체리 G80-0418 키보드에 대한 소개를 마치며 키감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전에 소개드린 대양키보드나 와이즈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많이 알려져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허접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