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킨토시 유저다. 매킨토시 유저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터이지만 맥을 구입하면 프로 마우스라는 이상야릇한 원버튼 광마우스가 딸려 온다. 감도와 디자인은 끝내주지만 오른쪽 버튼도 없고 휠도 없는 민짜 마우스다. 클릭 방식도 버튼식이 아니라 마우스 전체를 덜컥! 하고 누르는 황당한 방식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프로 마우스를 싫어한다. 프로 마우스 이전에는 일명 하키퍽 마우스라는 동그란 볼 마우스가 있었는데 그 건 더 심했다. 애플의 디자인과 인간공학 기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수준이지만 의아스러울만치 마우스 만큼은 영 아니다.

그래선지 맥을 쓴 이 후로 마우스 만큼은 별도로 구입해 썼다. 사실 키보드보다 마우스에 더 까다로운 안목을 지니고 있다.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마우스 포인팅 속도와 부드러운 감도를 지니고 있어야함은 물론이요 휠의 스크롤 간격도 3~4line 정도가 적당하며 버튼을 클릭감도 무겁지 않아야 한다. 특히 마우스 바닥의 볼 혹은 광센서가 뒤쪽으로 치우지지 않아야하고(되도록 앞 쪽에 센서가 있어야 미세 조정이 편하다) 크기가 너무 커서도 안된다. 작은건 참을만 하다. 그러나 높이가 높지 않되 너무 낮으면 손바닥에 무리를 주므로 곤란하다.

뭐 이런 세세한 조건들을 기준으로 삼아 마우스를 고르는 편이다. 당연히 ... 입에 맞는 마우스가 있을리 없다. 가격이 높든 낮든 간에 죄다 하나둘씩은 걸리게 마련이니까. 한두개 정도의 단점은 감수하고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할 수 없잖은가? 전세계의 마우스를 다 써볼 수도 없는 것이고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없으니까.

진흙속의 진주 - 사이버비틀 시리즈

국내 PC 주변기기 전문업체로 알려진 팬웨스트(www.panwest.co.kr)의 사이버비틀 마우스를 처음 접하게된 계기는 대략 2년 전 ... 놀랍게도 아버님 덕분이다. IT 관련 행사장에 가셨다가 마우스를 참가 선물로 받아오신 것. 예전에 필자가 사드린 MS 옵티컬 마우스에 만족하고 계시기 때문에(크고 묵직하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 당신께서는 필요 없으시다면서 필자에게 선물(?)하신 것이다. 뭐 ... 의례 흔하디 흔한 중국제 싸구려인 줄만 알았던 필자는 그래도 프로 마우스에 불편하던 차. 단순히 휠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한번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딱 10분을 쓴 후 필자는 곧바로 프로 마우스를 서랍 속에 넣어버렸다. 공짜 마우스가 10만원짜리 마우스를 이겨 버린 것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2003년 7월.
필자는 용산을 뒤져 다시 사이버비틀 마우스를 구입했다. 이번에는 USB 방식으로 발전된 사이버비틀II. 가격은 단돈 1,3000원이다. PS/2 어댑터까지 제공되는 이 마우스는 디자인은 그대로지만 감도는 이전 버전보다 2배 가량 향상됐고 보다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사실 사이버비틀I의 경우 마무리가 좀 엉성했다). 길죽한 계란형 디자인은 필자의 크지 않은 손에 딱 맞게 들어오며 손바닥 가운데 부분에 물리는 부분이 볼록하게 올라와 파지감 역시 수준급이다. 마우싱 감도 역시 별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하지 않아도 부드럽고 정확하게 포인팅된다. USB 방식이라 윈텔 PC는 물론 맥에서도 PNP 방식으로 인식한다. 적당한 마우스 패드(천 제품이 좋다)만 받쳐주면 미끄러지듯이 내달리는 사이버비틀II 마우스를 볼 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느껴진다. 소위 말하는 가격대성능비는 물론 객관적인 가치면에서도 수준급인 제품이다.

이보다 더 완벽한 가격대성능비는 없다!

디자인이야 개인 취향에 따라 서로 상반된 평가를 내릴 수 있지만 인간공학적인 측면은 잘 배려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길죽한 계란형 디자인의 사이버비틀II는 손바닥 가운데가 닿는 부분이 볼록하게 솟아 올라 필자의 크지 않은 손바닥에 착 달라 붙는다. 클릭 버튼과 휠 역시 약간 가벼운 듯 하면서도 적당한 클릭감을 지니고 있어 힘들이지 않고 마우스를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마우스 뒷면에는 청량감이 드는 푸른색 다이오드 불빛으로 장식된 스티커 사진 액자가 마련되어 있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특히 USB 케이블과 마우스 본체를 잇는 부분이 45도 위쪽으로 솟아있어 마우스 사용시 케이블이 걸리적거리는 불편을 해소한 점은 인간공학적 요소를 잘 배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이버비틀II 정도면 무선 마우스가 아닌 한 유선 광마우스 계열 중에서는 상위 5%에 속하는 제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가격대성능비 면에서는 3~4배 가격 차이가 나는 MS, 로지텍 마우스를 능가한다. 거의 같은 성능 - 아니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제품을 외면하고 굳이 유명 메이커 제품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마우스는 키보드와 함께 인체에 직접 닿는 PC 주변기기이다. 때문에 되도록 좋은 제품을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나 좋은 제품이 반드시 비싼 제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비틀II 처럼 좋은 품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전혀 마다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