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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번에 소개할 키보드는 필코 화이트 흑축이다. 이미 키보드 세계에서는 레어템으로 통하는 필코 화이트 텐키레스...

기분 탓이겠지만 분명히 FC200R과는 닮았지만 다른 느낌의 형제 같은 느낌은 버릴 수 없었다.


1. 외형

그냥 하얀색 필코 텐키레스다. 개인적으로 오리지널 버젼의 올 화이트의 느낌은 희소성을 제외한다면 실제로 검은 색보다 "멋있다." 또는 "간지난다."라는 말보다는 "깔끔하다.", "순수해보인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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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이미지는 홍게에서 구매했던 무각 키캡+레터링 키캡이다. 보는 것처럼 특징없이 순수한 느낌이며, 순수하다는 말은 마치 착하다고 생각되는 느낌이지만 사실은 그 보다는 "Default"의 느낌에 가깝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순정의 느낌, 디폴트, 설정되지 않은 값... 같은 느낌이다.


2. "변화하다"

필자는 FC200R이나 필코 제품에 대해서는 기계적인 성능을 좋아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키캡만큼은 체리 키캡과는 정말 다른 느낌과 생각을 하게 된다. 얇고 높은 키캡은 사실 클릭이나 논클릭에서는 공명이 일어나서 소리를 크게하고 느낌을 좋게하지만 흑축에서의 느낌은 우퍼가 없는 스피커에서 중후한 베이스의 음이 나오는 듯한 느낌을 귀가 아닌 손가락이 느끼게 한다.


[필코 화이트 텐키리스 흑축 타건음]


그 만큼 타건음보다 타건의 감촉은 많은 점수를 주기는 개인적으로는 어렵다. 그 것이 의도된 느낌인지 아니면 어떻게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흑축의 공명음을 손가락으로 느끼는 그 느낌은 개인적으로 참아내기 힘든 촉감이였다.(물론 이 느낌을 좋아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키감과 타건음은 개인적인 취향이니 이 부분은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기를 권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키캡으로 바꿔끼는 것이 최선의 길일 것이다. 역시 흑축에는 두꺼운 것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명제를 가지고 이 녀석에게 제공한 키캡은 8955문자열(필자의 리뷰에 자주 등장하는 그 키캡)과 나머지 열은 돌치 레플리카 키캡으로 교체를 시도했다. 


이렇게 키캡을 교체하고 나서의 녀석의 자태는 필자의 추억속에 있던 삼성 SPC-1000 8비트 퍼스날콤퓨터(그 당시 표기법)의 모습이 보이면서 클래식함이 아닌 클래식을 뛰어 넘고 싶은 클래식의 느낌(쉽게 말해서 지금 보니 참 촌스럽다는 것이다.)이 풍겼다.

그러면서 은근히 마음에도 들고 촌스러운 것이 멋스러움으로 다가오는 모습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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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체리 키캡의 느낌은 흑추의 느낌을 조금은 우퍼의 기능을 가진 스피커 처럼 중후하려는 노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 느낌은 귀가 아닌 손가락이 먼저 느끼게 된 느낌이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체리 레이져 키캡 + 돌치레플리카]


여전히 제일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화이트 문자열과 나머지 키캡의 색상톤이 어떻게 보면 이쁜데 어떻게 보면 시골 촌놈같은 느낌은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키캡에서 느껴지는 타건의 느낌만큼은 발군이였다. 분명 발군이라고 생각했다. G80-9035 키캡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3. 투톤의 클래식, "정석"

역시 화이트 키보는 투톤의 모습일 때 필자는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운좋게 구할 수 있었던 G80-9035의 키캡이 아니였다면 이 녀석은 개인적으로 미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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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5 + G80-9035 + BTC-5100C]


그러나 Y,Z,AUDIO,방향키의 색상은 이 키보드를 클래식하지 못하게하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물론 G80-9035라는 키보드가 산업용 키보드로 특홛된 키보드라는 것은 알겠지만, 타건시 시각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Y,X는 정말로 인정하기 싫지만 옥의 티라고 생각했다. 초록색 키캡은 이쁘지만 그 것을 받쳐주지 못하는 방향키의 색상은 뭔가 어색하고 뭔가 답답한 느낌이였다. 이 키보드의 키포이트는 저렇게 톤도 안맞는 강조점이 아니라 있는 듯, 없는 듯 서로 융화하는 것이 최고일 것이라고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모든 키캡을 꺼냈다. 그리고 몇번을 조합하고 몇 번을 맞췄고, 고민을 했다. 정말로 키캡의 색상때문에 이렇게 고민한게 처음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즐거운 고민을 하고... 또 하고...


[산업용 키보드에서 추출된 키캡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레터링 작업]



많은 고민 끝에 프로타입(?)으로 조합한 것이 상기의 사진의 녀석이다. 조건은 오른쪽 특수 키들의 키캡의 높이를 맞추는 것에 중점을 두고 조합을 했다. Y,X,+(=),`(~)키들은 8955 키로 대체했다. 그리고 Y키와 ](})대체로 넘어온 tab키를 delete,end,page down으로 대체하고 방향키를 오렌지 키로 대체 했다. 


처음 2-3시간은 마음에 들었다. 필자는 또 다시 딜레마에 빠지고 말았다. "이 키보드에 키포인트가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과연 저 오렌지 색이 맞는 색일까?" 였다. 오죽하면 저 특수문자열을 공방에 맡겨서 썰어표로 만들어볼까 하고 심각하게 고민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필자는 모든 키캡을 쏟고, 고민하고 고민하고 하나의 조건을 걸었다. DELETE,END,PAGE DOWN의 키캡의 높이를 포기하고 전체 톤을 맞추자... 라는 것이 필자가 필자와 타협한 조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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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사진들은 필코 화이트 텐키레스 흑축의 최종 키캡 변경 버젼이다. 필자는 선물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정작 방향키에 사용되었던 회색톤이 특수키들을 지인의 키보드에 맞춰서 선물한 것을 처음으로 후회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체 90%이상을 이색사출과 승화키캡으로 맞춘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러나 정작 나를 만족케 했던 것은 클래식한 모습이 아니라 두꺼운 이색사출에서의 안정된 키감의 느낌이였다.


완변한 우퍼를 지원하는 스피커에서 완벽한 베이스음이 나오는 듯한 느낌, 높지 않은 체리 키캡에서 공명을 줄여주고 두꺼운 키캡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필자의 마음을 흡촉하게 했다.


[최종 마지막 버젼의 타건음]


4. 후기

필자는 키보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배열과 키캡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아도 기본 배열을 벗어난 키보드는 불편했다. 익숙하면 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불혹을 4일 남긴 필자의 경우는 그냥 필자의 고집으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로운 것보다는 익숙한게 좋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2-3주만에 미뤘던 리뷰를 올리고 나니 크리스마스가 지났다. 독감과 고열로 시달렸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다가올 2011년에는 꼭 리얼포스 균등을 써보리라 다짐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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