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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뷰할 키보드는 필자가 늘 애타게 찾았던 제니스 84라는 빈티지 키보드이다. 과거 86키가 무림을 지배할 때 정파에서 정점을 찍었을 것 같은 고수의 느낌이 풍기는 키보드다. 그 고수는 무술뿐만 아니라 풍류를 좋아했었을 것이고 자신이 사라져야할 때 스스로 물러나 전설로 남았을 것 같은 고수의 느낌을 가진 키보드다. 

구질 구질하게 주화입마에 빠져 자신의 과거마져 퇴색되는 그런 퇴물 고수가 아닌 진정한 전설로 남았을 법한 그런 느낌...


외형

필자가 이런 형태의 빈티지 모델을 찾았던 이유는 한가지였다. 현재의 스탠다드 구조의 키보드의 경우는 문자열이 왼쪽에 몰려 있어서 타이필을 할때 손의 모양이 왼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세는 스탠다드 구조의 키보드가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라서 미니 키보드로 우회하거나 컴팩트 또는 텐키리스 모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 것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것인데 텐키리스는 텐키가 없어서 불편하고 미니 키보드나 컴팩트 모델은 자판 배열이 스탠다드 하지 못해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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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빈티지 모델인 제니스 84의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왼쪽으로 몰려있지 않아서 타이핑에 많은 도움을 주는 고 있다. 물론 실제로 위의 사진에서 보면 알겠듯이 편집키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스탠다드 구조라면 편집키가 따로 나오고 텐키도 그 역활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대부분은 NumLock을 켜놓은 채 텐키는 텐키로만 사용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위의 키배열의 구조는 지금에 와서는 결국 미니 키보드나 컴팩트 구조가 가지는 불합리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샘이다. 그러나 저 보드는 전설이 아니던가... 보드를 사용자에 맞추는 것은 전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소한 빈티지 키보드는 사용자가 보드에 맞춰야하는 것이 예의이다.  불편한 것을 감안하고 사용하려고 구하는 것이니 말이다. 


키 배열을 보면 다소 현재의 사용빈도가 낮은 ScrollLock 키나 NumLock의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이 보드가 중원에 고수로 있을 무렵에는 PC를 구매할 때 마우스는 옵션 제품으로 고가에 팔리고 있었을 무렵이였다.

Dr.Halo라는 프로그램이 대중화가 되면서 "마우스"라는 제품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을 때였고, 결국 이 당신 제일 활발하게 화면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방향키 위에 ScrollLock 키와 NumLock키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DOS 기반의 프로그램에서 Tab 키는 지금의 Tab과는 다르게 사용되었고, 화면을 이동하면서 숫자등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ScrollLock 키나 NumLock키가 바로 옆에 있었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론해본다. (이 당시 마우스를 비싸게 구매해서 가지고 있었던 필자의 경우 모든 프로그램이 마우스를 지원하느 것은 아니였다.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지원을 했고, 그 프로그램 구동전에 마우스 구동 프로그램을 먼저 구동 시켜야만 사용할 수 있었던 시절이였다.믿기 어렵겠지만 그런 시절이였다. simcga4 아는 분 손...)


이 보드의 무게는 모델 엠보다 무겁다. 모델엠은 보강판이 두껍고 무거워서 무겁다고 하지만 이 보드는 그냥 쇳덩이다. 

보강판도 두꺼운 쇠고 보드의 뒷판도 그냥 쇠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이 보드를 녹이면 김치 냉장고 한대분의 철은 충분히 나올 것 같다. 쇠로 만들었다는 말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이 이야기는 키감 이야기때 다시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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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판과 보강판 사이에는 얇은 알루미늄과 같은 쇠가 하나 더 들어있다. 이 얇은 쇠도 있다는 것을 기억 해야한다. 

이 쇳덩이들이 타건시 꽤 재미있는 일을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은 외형을 이야기하는 하는 중이니까 옆길로 나가지 않기 위해서 이렇게 만 소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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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너무 좋은 나머지 키보드 세척을 못하고 촬영을 했으니 지저분한 것은 너그럽게 용서를 바라면서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이 보드 또한 스텝스켤쳐2를 적용하고 있다. 아랫열의 각도를 보면 저 키보드는 구름 타법을 위한 키보드가 아니라는 것이 슬쩍 느껴진다.

중원의 고수답다. 어떤한 힘으로 내려쳐도 견뎌낼 것 같은 각도면서 필자는 이상하게 스텝스켤쳐 1,2의 라인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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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받은 보드는 어떤한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문자열은 이색사출 키캡이지만 특수키,펑션키등과 같이 회색의 키캡들은 모두 승화 키캡이다. 아마도 문자열은 필자에게 오면서 아마 추출후 교체 되었을 것으로 판단이 선다.

이색이든 승화든 위의 사진에서 보듯이 선명한 각인은 정말 키보드 자체의 퀄리티를 높게 한다. 흐릿한 것은 부드럽지만 선명한 각인은 흐릿한 레이져와는 다른 정말 찰진 느낌을 가지게 한다. 

타건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 그 것은 마치 중원의 고수를 향해서 머리를 조아려야만 목숨을 건질 것 같은 분위기의 압박감과 비슷하다. 사실 그런 느낌보다는 뽀송 뽀송한 너무 이쁜 아이의 빰을 살짝 꼬집듯 만지고 싶은 그런 느낌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키감.. 그리고 알프스 녹축

필자는 알프스축을 사용해 본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흑축,핑크축,백축,유사축 정도가 다였고, 알프스 축의 특징은 "사각"거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필자가 많은 경험을 못했지만 필자가 사용했던 모든 "알프스"축들은 모드 체리의 사각이 아닌 ML-4100 키보드가 자연윤활이 되기 전의 사각 사각 거리는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보드는 그런 사각 거림이 없고 존득거림을 가지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필자는 정의 내리기 힘든 것이 녹축이라서 그런 것인지 세월에 의해서 모든 키가 자연 윤활이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키에서 동일한 느낌을 받는 것을 볼 때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녹축은 사각거림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쁜가? 절대 아니다. 정말 새로운 축을 만나는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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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어 만큼의 졸깃함과 반반력을 가지면서 키의 가벼움은 갈축과 흑축의 중간(변흑보다 약간 가벼운) 정도의 키압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위에서 말했던 보강판과 뒷판과 중간의 얇은 쇠들이 화음을 내기 시작한다. 

무슨 악기도 아니고 화음을 낼까 싶겠지만 분명히 축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소리... 얇은 쇠가 두꺼운 쇠를 만날 을때 탄성계수에 도달해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나오는 특유의 맑은 쇳소리가 들렸다.  

바로 오르골 소리였다. 쇠막대기가 돌면서 얇은 음계판을 튕기면서 나오는 기분 좋고 맑은 소리가 이 보드에서 난다. 


필자가 예전에 체리 스탠다드 청축 리뷰에서 스프링 소리에 대해서 말한 적이 있다. 그 때는 스프링이의 이음이였지만 이 것은 분명히 바닥의 쇠와 중간의 쇠 그리고 얇은 쇠사이에서 나오는 느낌의 소리고, 그 소리의 크기는 내려치는 속도와 힘에 비례를 하는 것을 봤을 때 요즘 키보드의 바닥을 치는 소리이고, 키보드의 통울림 소리일 것이다.

지금의 보드들은 통울림이나 바닥을 치는 느낌이 마이너스적인 요소로 작용을 해서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하는데, 최소한 이 보드는 그 바닥을 치고 통을 울리는 느낌은 요즘의 보드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체리의 청축이 스위치에서 나오는 소리라면 이 것은 키보드 자체에서 나오는 소리... 이 것은 키보드가 아니라 한음만을 내는 기분 좋은 타악기 같은 느낌이다.  타이핑을 하면 이보다 경쾌한 느낌은 없다. 시끄럽지도 않으면서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내공이 6갑이상의 중원의 고수의 소리...


아내가 이 키보드를 보고 황당한 듯한 표정이 실제로 타건을 해보고는 바로 한 말은 "내가 쓸래..." 였다.

이유는 생긴 것은 오래된 것 같아서 싫지만 타건의 느낌은 요즘 나온 키보드 못지 않다는 것이였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한때 시대를 주름 잡았던 전설의 고수인데...


알프스 등정에 집안 말아먹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알프스는 알프스 이름을 달고 나온 키보드가 없다고 한다. 결국 자사의 키보드 브랜드가 없다는 것은 그 만큼 제작이 되면서 많은 커스텀마이징이 되어서 나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알프스 등정에 집안을 말아먹게 되는게 아닐까 생각이든다. 


필자는 타건을 설명하면서 보통 "이런 이런 사람이 쓰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보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냥 내가 쓰고 싶다."


그 만큼 이 보드의 키감은 비교할 수 없다. 한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모든 제니스가 이런 느낌인지 아니면 이 보드만 이런 느낌인지는 비교할 수 없어서 확답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분명 최소한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제니스 84 레드 라벨은 키보드가 아닌 오르골이 분명한데 이 정보는 극히 제안적이 되거나 또는 제니스의 대표적인 특징이 될 수 있는 정보가 된다는 것을 확정하지 못하는게 조금 아쉽다.


총평

리뷰를 쓰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네가티브적이지 못한 성격으로 단점 보다는 장점을 보는 성향으로 필자는 분명히 객관적인 리뷰를 쓰지 못하는 것이 불만이다. 하지마 어떻게 하겠는가 완벽한 제품은 없으니까 말이다. 


필자가 부서원들에게 잘하는 말은 "못하는 것을 잘할려고 하지 말아라, 너 잘하는 것을 하면된다."라는 말이다. 나쁘게 표현한다면 "남 신경쓰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가 될는 건가? 비록 현재에 와서는 불편한 레잉아웃이 되었지만 스탠다드의 크기이면서 손이 왼쪽으로 몰리자 않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나머지 점수는 이 독특하면서 특이하고 너무 찰진 키감에 모든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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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처음으로 리뷰하는 키보드로 작성되지 않은 리뷰를 쓰면서 이 번 리뷰에 개인적으로 많은 아쉬움을 담아보면서 이 시리얼 키보드를 개조해주실 분을 기다리는 것으로 이번 리뷰를 마무리한다.






정말 애타게 찾던 키보드를 제게 판매해주신 이상한나라의동화님에게 남루하지만 리뷰를 헌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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