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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리얼포스104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리얼포스, 풀이하자면 포스가 원단이라는 건데요. 모델M과 나란히 한 리얼포스는 더이상 리얼포스가 아닙니다. 현존하는 키보드 중에 모델M만큼 클래식하고 포스 넘치는 키보드가 또 있나 싶을 만큼 모델M의 존재감은 독보적입니다. 



생각보다 키압이 높지 않습니다. 그러나 키를 개별적으로 눌러보면 절대 가볍다고 할 수 없는 키압입니다. 지금까지의 만져봤던 키보드 개념으로는 모델M의 키압을 설명하기가 애매합니다. 키압이 높은데 높게 느껴지지 않는... 개별 키압은 높은데 막상 쳐보면 높지 않은... 


저는 키보드의 첫째 조건으로서 리듬감을 꼽습니다. 축이 뭐건, 접점방식이 뭐건 간에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떠한 리듬감을 형성하느냐입니다. 모델엠의 경우도 고유한 리듬감이 있는데 이것에 제가 만져본 키보드 중 가장 뚜렷하고 강합니다. 


클릭음과 클릭감이 체리 청축에 비할 바 없이 강합니다. 내가 키를 눌렀구나라는 느낌이 이토록 강한 키보드는 못봤습니다. 딸깍하고 걸리는 느낌과 통시에 찰칵하는 스위치 소리와 팅하는 버클링 소리. 또 이 모든 소리들은 굉장히 독립적이서 아무리 빠르게 타자를 해도 모두 고유하게 살아있습니다.(체리 청축의 경우 빠르게 타건할시 클릭음들이 뭉개지며 섞입니다.)


구분감이 굉장히 강렬하고 연타시에도 이러한 느낌이 전혀 뭉개지지 않으니 마치 살아있는 리듬을 형성하는 느낌입니다. 키압이 이론적으로는 높습니다만 결국 타자시 힘이 들고 안들고는 사실  힘의 분배 문제입니다. 멤브레인 같은 경우 키압이 낮더라도 힘이 드는 것은 구분감과 리듬감이 약하기 때문에 힘이 어정쩡하게 배분되기 때문입니다. 이 키가 눌렸는지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지 않으니 하중 이상의 힘을 가하게 되고 연속적인 타자에 있어서도 힘을 고루 분배하지 못하고 무규칙하게 힘을 쓰게 되니 힘이 들 수밖에요. 


결국 좋은 키보드는 1. 사용자로 하여금 치는 맛을 느끼게 하며 2. 키보드 고유의 패턴에 자연스럽게 사용자를 이끌어 들임으로서 타자시의 힘의 소모와 피로감을 줄인다.... 저는 이 정도 요약합니다. 

모델엠이 정말 이 두 요소를 고루 잘 갖춘 키보드라고 생각합니다. 단종된지 오래인데 클래식으로 인정받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있더라고요. 


모델M은 상당히 마초적인 이미지인데... 사실이 그렇습니다. 굉장히 남성적이죠. 그러나 사용을 하다 보면 굉장히 여성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무식하게 마초적이고 무규칙한 키감이 아니에요. 위에서 설명했듯이 굉장히 정돈되고 깔끔한 키감입니다. 단지 구분감을 주는 소리와 진동이 굉장히 크다는 것 뿐입니다. 그 파괴적인 소리와 진동 안에서 어떤 아름다운 멜로디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모델엠, 정말 좋은 키보드입니다. 명품 중의 명품입니다. 


모델엠의 종류는 다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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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이벤트로 제가 사용하는 버젼은 위와 같은 이중 키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다 이런 건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모델엠은 별다른 정보없이 예전에 잠시 사용해 본 것이 다여서요.) 위 구조로서 클릭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다른 버젼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지 궁금하구요. 키압도 생산년도에 따라 상이하다고 하네요.

리얼포스에 애써 정착하였는데 모델엠이라는 강력한 호적수를 만나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여정을 떠나야만 하는지 흥분도 되고 우려도 되고 그렇습니다. 


이벤트 제공해주신 절대고독님께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표하며 제 이전 주자셨던 돼지님께도 감사하단 말씀드립니다. 사용한지 얼마되지도 않았지만 그 느낌을 너무도 강렬하여 이른 리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하며 전설의 키보드 모델엠,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는 소회로 허접한 리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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