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왜 Angry KBD Nerd냐고 물으시겠죠.
혹시 AVGN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 보고있는 사람이 애처로울 정도로
X같은 게임들을 리뷰하던 외국에 한 아저씨(유부남이라니까) 말입니다.
지금 제가 이 키보드를 보니 바로 그 아저씨의 마음이-_- 너무 절실하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뭐, 저는 아직 Nerd(폐인)라고 할 만한 레벨은 아닙니다만,
오늘만큼은 AVGN의 마음으로 이 키보드를 까발려보도록 하지요.

1

이 물건을 얻은 경위는 상당히 Traditional합니다.
일전에 상당히 특이한 컴퓨터를 한 대 습득한 적이 있습니다.

2

ATEC FLATOP이라고, LCD모니터가 탑재된 일체형 컴퓨터였습니다.
거기에 같이 딸려있던 물건인데, 본체는 맛이 간 상태라 버리고 몇 가지 장기와 이놈만 남았습니다.
그 때는 쓰던 키보드가 있었기에 그냥 박아뒀다가 기계식 키보드를 쓰기 시작하면서
밤에는 조용한 것이 필요하였고, 전에 쓰던 멤브키보드는 너무 싸구려라서
키가 안먹히기 시작했기에 구석에 박아뒀던 이놈을 끄집어냈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었었는데, 밤중에 과제를 여러 개 하다보니
점점 이놈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

아까 사진 또 나왔습니다. 일단 이놈이 어떻게 되먹은 놈인지 봅시다.
생긴것이 참으로 특이합니다. 사이즈는 미니키보드인데 키는 풀사이즈입니다.
일반적인 윈키 키보드의 키는 거의 다 붙어있습니다. 편집키 4개와 스크롤 록 키만
다른 키에 부속된형태고, 그렇기때문에 한쪽 구석에 Fn키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놈의 Fn키가 매우 사람 성질을 긁습니다. 이건 조금 이따가 자세히 보도록 하지요.

3

세진물건입니다. SKR-1196이군요. SKR로 시작하기때문에 멤브 되겠습니다.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되진 않았군요.

5

이 키보드는 매우 특이한 점이 몆 군데 있습니다.
잘 보시면 선이 두 개가 있는게 보이실겁니다. 저 두 선은 각각 두 개의 장치에서 나온게 아니라
한 키보드에 달린 선입니다. 키보드에 왜 선이 두개냐 하면....

6

바로 이것때문입니다. 잘 안보이시겠지만, 저 시커먼 구멍은 키보드 우측에 달린 PS2포트입니다.
아까 두 개의 선 중 하나는 키보드로 들어가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이 PS2포트로 가는겁니다.
꼭 예전 애플 ADB키보드나 Pro Keyboard를 보는 듯 합니다.
둘 다 키보드 옆에 포트가 달려있어서 거기에 마우스를 물리곤 했었죠.
아무래도 그거 보고 한 듯...

7

아랫면에는 이렇게 선을 끼워넣어서 정리할 수 있는 홈이 있습니다.
요즘 물건들에는 이런거 본 기억이 없군요...

4

좌측에서 찍어야하는데 귀찮아서 걍 우측에서 찍었습니다 ;;;
잘 모르시겠지만, 좌측에서 보면 스텝스컬처 2 방식입니다.

자 이제부터 이놈의 문제점들을 꼽아보도록 하지요...

1.Fn키의 존재

DSC02684

저는 노트북 유저입니다. 그러니 당근 Fn키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전 그럼에도 Fn키를 싫어합니다. Ctrl키를 누지를라고 하면 자꾸 Fn키를 누르게됩니다.
아주 성질이 박박나가지고 짜증납니다. 전 대부분의 특수키를 왼손으로 누르기 때문에
저 자리에 Fn키가 있으면 매우 귀찮습니다 -_-;; 뭐, 이거는 개인마다 좀 편차가 있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렵니다. 키보드 구조상 없어서는 안되니까요...

2.텐키

8

이것이 진짜 문제 중 하나입니다.
보통 일반적인 미니키보드는 텐키가 없습니다. 넘버 락이나 Fn과의 조합으로 사용하지요.
그런데 이놈은 텐키가 그대로 있습니다. 있는것 까지는 좋은데
이게 문제가 너무 가까이, 아니, 아예 옆에 붙어있다는겁니다.
특히 짜증나는 부분은 백스페이스쪽입니다. 글씨를 지울라고 백스페이스를 누르면
셋의 하나나 둘은 넘버 락을 건드려버립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시점에도
여러 번 넘버 락을 건드려서 짜증이 청계천에 모인 사람들처럼 올라있습니다 -_-
최소한 다른 키보드들은 공간을 줄여도 딱 붙여놓지는 않았습니다.
방금 전에도 또 넘버락을 눌렀군요... -_-

3.방향키

9

이것이 바로 제게 정부보다 더한 짜증을 안겨주는 그런 대단한 -_- 놈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문제될거 없어보입니다만, 잘 보시면 방향키 양 옆에 튀어나온게 보이실겁니다.
왜 저런데다가 저렇게 벽을 만들어야했을까요?
방향키를 누르면 자꾸 저 턱을 건드려 매우 불쾌해지는데다가
좌우 방향키의 경우는 조금이라도 여으로 손가락이 삐져나오면 어김없이 키캡이 아닌
저 미국산 쇠고기보다도 더 못한 돌기에 손가락이 걸리며 키는 눌리지 않는
어처구니가 바닥까지 긁어도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특히 저는 습관적으로 저런 키들은 측면타건을 자주 하는 편이라 매우 걸리적거리고
짜증이 물대포마냥 솟구쳐나옵니다 -_-

4.한영키

DSC02683

하지만 이것에 비하면 지금까지의 문제는 별거 아닙니다.
세상에나.
어떻게 한자키와 한영키를 저런데다 박아넣을 생각을 했을까요?
뭐, 여기에는 Shift+Space쓰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저처럼 한영키를 쓰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특히 103키나 106키를 자주 쓰시는 분들이라면 저 키를 자주 쓰시죠.

DSC02685

이것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뉴텍 106키 키보드입니다.
보시다시피 한자 - 스페이스 - 한영 - Alt - 윈키 - 컨텍스트 - Ctrl순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배열에 익숙해져있고, 한영 전환시 자연스레
저 위치로 손가락이 갑니다.

DSC02683

그런데 이 젠장찌개같은 놈은 배열이 완전 뒤죽박죽입니다.
Alt - 스페이스 - Alt - 한자 - 컨텍스트 - 한영 순입니다.
게다가 우측 Alt키는 103/106키 키보드의 한영키와 사이즈가 같습니다.
그러니 습관적으로 한영전환을 하려고 손가락이 가면 자연스레 Alt키를 누르게 되고,
입력은 되지 않고 갑자기 펼쳐지는 메뉴를 보면서 F워드가 쏟아져나옵니다 -_-
딱 보아하니 윈키 하나 뺀거 같은데 그냥 스페이스와 Alt를 약간 줄이고
103/106키와 같은 배열로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도데체 생각이 있는건지...

1

세진에서 만들었지만 이름값을 못하는 물건입니다.
키감은 둘째치고, 일단 사용자를 별로 생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사이즈를 줄이는건 좋지만, 좀 쓰는 사람의 습관을 고려해가면서 설계를 해야 하지 않았나 싶군요.
뭐, 미니사이즈 키보드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만, 놓고 보면
다른 미니키보드들을 놓고 봐도 최소한 이렇게 기형적인 키배열로 성질을 긁지는 않습니다.

너무 욕을 해댄 것 같긴 합니다만, 지금 이놈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
...
...
....
정말 성질납니다.
아까 또 넘버 록 건드렸다구요 -_-;;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