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독일이랑 가까워서 체리 키보드를 쉽게 구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한국보다 더 어렵더군요. 기계식 키보드 자체를 파는 곳도 없고
팔아도 기껏해야 4100이나 4400 뿐입니다.
중고를 가끔 보기는 하는데 직접 구입하기는 힘들더군요. 어찌어찌 4100 불어판을 하나 구해서 쓰고 있었는데 풀사이즈 키보드를 하나 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몇달간을 이베이질을 하던 끝에 결국 하나 구입했습니다. 며칠전부터 11800이 하나 나왔었는데 그건 놓쳤고 땅을 치고 후회하던 중에 다른 사람이 11900을 내논겁니다.
판매자 말로는 박스만 뜯은 신품이라길래 그러려니 하고 구입했습니다. 그런데 물건을 받아보니 정말 박스만 뜯고 케이블 접어서 고정해 놓은 스티커도 떼지 않은 상태더군요.
당근 상태 최상이고 흠집하나, 잡티하나, 얼룩하나 없는 신품입니다.

구입하기 전에 흑축을 처음 써보면 맴브레인 같다 실망이다 하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역시 그렇더군요.
이거 멤브레인 아니야 하는 생각에 키캡도 뽑아 봤는데 흑축 리니어 스위치가 맞기는 맞았습니다. 스위치 뽑아보기 전에 첫 느낌은 정말 멤브레인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4100이 MX스위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클릭의 구분감이 있는 반면에 흑축은 리니어기 때문에 구분감이 없고 그게 키감을 크게 좌우하는 듯 합니다.
아주 오래된 ORTEK의 알프스(또는 카피) 녹축 리니어 키보드도 한대 있는데 이놈은 키가 무척 가볍습니다. 튕겨주질 않아서 손가락이 피곤할 정도죠. 그런데 이 11900은 반대로 키가 무척 무겁더군요.
그래서 탱탱하게 튕겨주기는 잘 하는데 이번에는 누르는게 무거워서 적응이 안된 지금은 역시 손가락이 좀 피곤합니다.
그래도 이거저거 타이핑하면서 길을 들이고 있으니 또 나름대로 괜찮군요.
클릭스위치의 키보드처럼 타이핑하는 재미가 있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단 스위치가 익숙해지면 속타는 될 것 같습니다.

배열은 나름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4100보다야 훨씬 좋죠. 오른쪽 쉬프트도 길고 불어배열이라서 ㄱ자 엔터지만 그것도 괜찮습니다. 또 텐키가 있는게 이렇게 편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더군요.
단지 편집키가 일반키보드랑도 다르고 4100이랑도 달라서 이거 익숙해 지는게 시간이 좀 걸릴 듯 하군요.
오른쪽 쉬프트가 길어진게 만족만빵입니다(반대로 불어배열은 왼쪽 쉬프트가 반으로 짧아지고 그자리에 \키가 추가됩니다. 그래도...^^;).

티치패드는 뭐 그냥 그렇습니다. 여기 팁&테크에 올라있는 범용드라이버를 인스톨했더니 스크롤도 가능하더군요. 그런데 터치패드 자체를 써본적도 없고 그래서 잘 쓰지 않게 됩니다(놋북은 계속 아범만 사용해서 빨콩만 써봤거든요). 그래도 애기가 마우스가지고 장난칠 때 나름대로 유용하게 사용은 되는군요.

밤에 아기 잘 때 키보딩을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일단 키보드가 조용한 것은 만족입니다만, 청축이나 갈축의 구분감 있는 스위치였으면 더 만족이 됐을 듯 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과 단점을 능가하는 최대의 장점... 배송료 포함 16유로(2만원 좀 안되는 돈)에 구입했습니다....^^;
담에 이 정도 가격에 다른 키보드가 또 나오면 꼭 지를겁니다.

사진도 없는 잼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