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6만원짜리 딸깍거리는 청축키를 수년동안 사용해오면서, 참으로 밤늦은 시간에 요란한

 

소리를 내는 심적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벼르고 별러서 구입한 것이 바로 이 조위

 

기어의 셀러리타스이다. 구입가격은 15만원선. 일단 이 키보드를 선택한 것은 백스페이스키와

 

엔터키가 모두 크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키보드가 엔터키가 크면 백스페

 

이스키가 작고, 반대로 백스페이스 키가 크면 엔터키가 일자형태로 되어 있는게 대부분이었다.

 

내가 바로 원했던 것은 바로 이것. 엔터키와 백스페이스키가 동시에 크다는 점. 그리고 전혀, Never,

 

결코 사용하지 않는 오른쪽 Shift 키는 (나는 차라리 없어도 상관없지만)  상당히 작아졌다는 점이다.

 

나는 프로그래머로서 엔터키가 작으면 별로 좋지가 않다. 라인작업을 많이 해야하기 때문에, 엔터

 

키를 칠때 새끼손가락으로 확실하게 눌러주면 일단 심정적으로 안정적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오

 

는 모든 키보드들이 또 엔터키가 커져 있지만  몇년전만 하더라도 모두가 다 일자키로 되어 있던

 

적도 있었다. 그렇담 그 당시에는 백스페이스키가 그토록 중요했단 말인가? 쭙...

 

자... 각설하고.

 

사실 내가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이런 글은 참, 할일 없는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려니 생각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곳에서 글을 쓰고 있다. 쭙...

 

 

일단 첫번째 특징을 얘기한 것으로 하겠다. 엔터키와 백스페이스키가 동시에 크고, 대신에 오른쪽

 

쉬프트키가 아주 쪼끄라들었다는 점이다.

 

두번째로는 기본적으로 강철보강이 되었다는 점인데, 그런데 무게가 완전히.... 다르다. 예전에 내가

 

사용한 청축키보드도 강철보강이라 무게가  장난이 아니었는데, 이건 완전히 한손으로 집어들기조차

 

여려울 지경이다. 무게를 달아봐야 알겠는데... 아무튼 무겁다. 그런데 이 무게가 세번째 특성과 연결

 

된다.

 

세번째 특성은 일반적으로 키보드 뒷쪽에 높이를 조절할 수 있게끔 딸깍거리면서 올라오는 플라스틱

 

작은 다리같은게 있다. 그런데 이것은 그게 아주 없다. 완전히 없다. 높이 조절을 아예 할 수가 없다. 그

 

게 조금 서글프다. 그런데 바닥에 뭐랄까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랄까, 그런게 붙어있어서 한번 책상 표

 

면에 놓으면 절대로, 결코 미끄러지지 않는다. 이것은 무게와도 상관이 있는 것 같다. 무게가 별로 나가

 

지 않으면 이렇게 책상바닥에 콱 박힌 것처럼 고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즉, 이것은 고의성

 

이 짙어 보인다. 일반적으로 예전에 사용하던 강철보강의 기계식 키보드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고속

 

타이핑을 할때, 약간씩 뒤쪽으로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일정시간마다 키보드를 다시 정밀하게

 

손목과 키보드 사이와 책상모서리와의 간격을 신경써서 자리잡아 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것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정말이지 바닥에 완전히 고정되어서 마치 못질한 것과도 같은 느낌이다. 물론 내 책상은

 

유리표면도 아니고, 그냥 일반적인 사무용 책상이다.

 

네번째 특징은 키입력 속도이다. 네단계로 나눠져 있는데 무시무시할 정도로 막강하다. 가장 높은 단계

 

에서는 이렇게 빠른 속도를 감당할 사람이 있을까 하는 정도로 느껴진다. 나는 두번째 단계로 맞춰 놓고

 

사용하는데도, 정말 빠르다고 느껴진다. 사실 나는 프로그래밍이나 워드작업을 하면서, 예전의 윈도95시

 

절이 그리워지곤 하였다. XP시절부터 이상하게도 키보드 입력 속도가 많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

 

문자를 오래 누르고 있으면 반복되어 입력되는 속도가 '참, 컴퓨터가 아닌가벼' 라고 느낄 정도로 많이 느

 

렸고(물론 운영체제어서 옵션으로 조절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특히나 백스

 

페이스로 일정 라인을 삭제할 때도 속도가 느려 답답함을 많이 느꼈던 터였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 예전

 

윈도우 95시절의 속도 그 이상을 설정할 수 있게 되어 많이 속시원해졌다. 나는 아직 최신버전인 윈도우7

 

을 사용해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윈도우7부터 또다시 예전처럼 키보드의 입력 속도를

 

환상적으로 높일 수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키감을 말씀드리겠다. 나는 갈축을 처음 사용해보았는데, 참, 청축에서 나오는 그 딸깍

 

거림이 없어서 좋았다. 키감이 약간 목마른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아주 부드럽게 눌려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키들이 약간씩 건들거리는게 언듯보면 일만원짜리 키보드와 거의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

 

난 확실히 쳐보면 쳐볼수록, 그 미세한 차이는 조금씩 굳어져간다.

 

 

전체적으로 만족이다. 그러나 가격대비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10만원 이상의 키보드를

 

오늘 처음 만져보는 입장이다. 따라서 그 가치에 대해서 비교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나처럼 엔터

 

기와 백스페이스 키가 둘다 모두 컸으면 하는 갈망이 엄청나게 강하다면, 그리고 갈축에 만족한다면, 게다

 

가 키보드 입력속도가 정말로 빨랐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그 간절함을 이 키보드가 최대로 만족시

 

켜 줄 것 같다. 왜냐하면 현재, 지금, 바로 이시간까지도 갈축이면서 엔터키와 백스페이스키가 동시에 큰

 

키보드는 이것이 오직 유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