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프레 리얼포스 101 (Topre Realforce 101) -

1) 정가 17,800엔. 소매가 16,800엔. 중고 20만원. 키보드.

** 구입기
저는 그다지 키보드를 많이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라고 타이핑을 해대는 직종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이며 -ㅅ-; 애증의 대상인 N모 온라인 게임회사(결국 둘 중에 하나지만 역시 어린이들의 친구라면 -_-;)에서 수수하게 대박을 꿈꾸며 게임기획 일을 하고 있습니다.
따져보면 무지막지하게 키보드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살인적인 가격의 (물론 이 대사는 키보드에 왜 돈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입장) 토프레 리얼포스 101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kbdmania에서 kant님의 리뷰를 빙자한 뿜뿌로 한껏 달궈진 채 장터에 올려져, 많은 이들을 똥줄타게 만들었던 바로 그 물건. 에에... 그 고통의 원흉을 물경 20만원에 낼름 집어와 번뇌의 고리를 끊은 훌륭한 젊은이가 바로 접니.... 다. 쿨럭. -ㅅ-;;
'모든' 주변인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외쳤습니다.

“미쳤다!”

쿠쿵.
one more time.
쿠쿠쿵.

뭐, 그럴 지도 모르죠. 야한 동영상을 동시에 5개씩 돌려도 쌩쌩한 CPU의 가격이며, 야한 동영상을 눈이 쪼개지도록 선명하게 뿜어주는 고급 VGA의 가격이며, 야한 동영상을 풀버전으로 250개는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HDD의 가격인 20만원으로!
종종 집 앞 쓰레기통에도 버려져 있고, 재활용품 매장에는 2000원짜리가 차고 넘치며, 컴퓨터를 사면 말 없이 공으로 껴주기까지 하는 키보드를 사다니!
회사에선 로또의 숨겨진 당첨자가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고 친구들은 장기매매를 한 것일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주었습니다. (실은 wacom 타블렛을 팔았습니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모사이트에서 공구한 체리 키보드가 도착한 지도 얼마 안 됐다는 거죠. ㅜ.ㅜ )
네. 아무리 최고급이라도 1만 원짜리 마을버스를 타랴... 하는 생각도 들긴 듭니다. -,.-;

그런 주제에 왜 샀냐... 하면.
체리 키보드가 도착하기 전까진 아론 넌클릭 모델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세벌식 자판이 인쇄된 (네. 저는 세벌식 사용자입니다.) 나름대로 레어 키보드죠. 실제로 아론 넌클릭의 부드러움에 매우 만족하고 있었고, 집과 회사 모두 같은 키보드를 쓰고 있었습니다. 저는 키를 힘 없이 누르는 편이라 아론 클릭 키보드나 여타 멤브레인 키보드들은 손이 금방 피곤해졌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없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체리 키보드 공구를 보게 됐고 평소 갖고 싶던 키보드라서 냉큼 주문했죠. 근데  체리의 클릭키가 그렇게 쉽게 눌리는 (물론 제 기준으로) 것은 아니더군요. 경쾌하고 신나기는 하는데 손가락에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문제의 토프레 리얼포스가 장터에 올라왔고 고민고민하다가(진짜 하루 종일 일은 하나도 못하고 계속 팔렸나 안 팔렸나만 체크.. ㅡ.ㅡ;;; F5키가 닳아서 없어졌시유.) 차라리 확 질러버리고 잡생각 없이 일을 열심히 해서 본전을 뽑자는 마음으로 구입했습니다.

종로5가의 kant님 사무실로 가서 리얼포스를 몇 번 눌러보고 바로 구입을 결정했습니다. 첫인상은 솔직히 말하면 20만원어치의 감동은 없었습니다. 키감이 무지무지 심심했거든요. 어? 이게 다야? 하는 느낌. 그래도 터치의 부드러움, 입력의 편안함은 확실한 것 같아 별 망설임 없이 구입했습니다. 그곳에서 애플의 옛날 키보드들도 눌러보고 리뷰에 올라온 키트로닉도 눌러보고, kant님의 켄싱턴 트랙볼에 대한 강렬한 뽐뿌를 끝으로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아아... kant님은 뽐뿌의 극에 달한 남자. 이번엔 또 뭘 팔아야 한단 말입니까.... ㅜ.ㅜ (마.. 마누라를?)
                                              
토프레 리얼포스를 손에 들고 지하철역에 도착한 저는 어느 순간 걱정으로 똘똘 뭉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거 혹시 누가 알아보고 소매치기라도 해가면 어쩌지하는 것에서부터 플랫폼 틈새로 키보드를 떨어뜨려 열차에 두동강나는 상상까지... (물론 그 상황에 키보드를 구하러 뛰어들 것인지도 걱정) 하지만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이, 누구도 신경써주는 사람 없이 집에 도착했습니다.

체리를 잠시 치워두고 리얼포스를 연결, 우선 날개셋 타자연습을 실행시켰습니다. -ㅅ-;; (체리 키보드가 도착하고 제일 먼저 한 일도 이것이었습니다.) 날개셋 타자연습은 세벌식 자판을 가장 완벽하고도 효과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종종 타이핑 연습을 하곤 합니다. (아직도 겹받침은 헷갈려서...)
이전의 체리 키보드로 몇 일 놀아본 통계는 평균 470타 정도.(장문연습 - 잠언) 같은 조건으로 토프레 리얼포스를 사용해서 측정을 해봤습니다. 물론 이런 엉터리 방법으로 두 키보드 간의 타속차이를 비교한다는 건 말도 안 되겠죠. -ㅅ-; 그날그날의 컨디션도 있고 어쨌거나 손이 익은 쪽이 더 빠를 테고... 그냥 재미죠 재미. ^^ (14만원짜리가 470타니까 23만원짜리는 500타도 넘을 거란 계산도... 재미죠 재미. -ㅅ-;;)
두두두다라라락 ......... 한 20분 정도 놀았습니다. 결과는...

420타???

쿠쿵.
one more time
쿠쿠쿵.

그랬습니다. 무려 평균 50타 정도나 떨어져 버렸습니다. 분명히 키를 누르는데 힘은 훨씬 적게 들었습니다. 자판배열이 다른 것도 아니고 둘 다 똑같이 큰 백스페이스와 ㅡ자 엔터키. (체리는 윈도우 키가 있지만 타자연습에 아무 상관 없죠.) 갑자기 타속이 느려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네. 원인은 오타였습니다. 느리게 치는 게 아니라 비슷하게 쳐놓고 오타 수정을 하는 시간이 그만큼 걸린 거죠. 그럼 토프레 리얼포스는 오타제조기인가? 하면 그런 건 물론 아니고...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체리의 G80-3000LSMEU-0 모델은 아시다시피 파란색의 MX 택타일 스위치를 장착한 제품입니다. 당연히 택타일 특유의 짤깍짤깍 소리가 납니다. 예전에 박순백님의 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소리가 타이핑 에러를 순간적으로 눈치채게 해주는 역할을 -깨닫기 전에는 정말 그런 건가? 싶었습니다만 이제는 확신하고 있는- 하기 때문에 키입력의 확실한 인식과 그에 따른 흐트러지지 않는 리듬감을 제공하고 결국 그것이 정확도(내가 지금 어디를 타이핑하고 있다. 하는)를 높여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몇 번의 비교를 해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최소한 제 개인적인 상황엔 신빙성 있는 결론 같습니다. 다른 분들께 똑같이 적용될 순 없겠지만요.

리얼포스의 장점인 저소음과 부드러운 키터치가 더 편안하고 빠른 입력을 뒷받침해 줄 수도 있지만, 제로의 영역(물론 분당 1000타씩 찍어대는 뉴타이피니스트 -ㅅ-;; 님들이 보시기엔 우습겠지만 저에게 500타면 “이미 너는 멍해있다.” 상태...)을 넘나드는 초고속 타이핑 시엔 '어라? 내가 받침을 눌렀던가?'하는 낭패 상황이 제법 발생할 수도 있는,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게 완전히 손에 익게 되면, 그땐 제다이의 광선검이 되는 거겠죠. ^^


2) 역시 정가 17,800엔. 소매가 16,800엔. 중고 20만원. 키보드.

** 박스, 내용물
아시다시피 박스의 외관은 좋게 말해서 수수합니다. 누런 골판지로 만들어져 있고 Topre와 Realforce 101이란 글자와 키보드 사진 정도가 찍혀 있습니다. 마치 “겉포장에 들어갈 돈도 키보드를 위해 쓴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ㅅ-;;
박스를 열어보면 키보드가 덜렁 비닐에 싸여있고 연결 잘 하고 열심히 두들기라는 설명서가 한 장 들어있습니다. 여분의 키캡도, 스프링도, 키캡리무버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끝.

** 키보드 프레임
단단하다! 라는 것이 첫인상입니다. 모델M 같은 육중함이 아니라 속이 꽉 찬 듯한 단단함. 이 느낌의 가장 큰 이유는 크기에 어울리지 않는 묵직한 무게와 뒤틀어도 꿈쩍하지 않는, 삐그덕 소리도 내지 않는 정말 단단한 프레임 때문입니다. 상하 프레임 연결은 나사 없이 꺽쇠만으로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키보드들을 압도할 만큼 단단하고 빈틈없이 조립되어 있습니다. 프레임을 이루는 플라스틱 자체의 강성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그 밑에 깔려있는 철판 덕분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일단 정말 신뢰감을 주는 느낌입니다. (자꾸 체리와 비교하게 되는데, 체리는 키보드 양쪽 끝을 잡고 빨래 짜듯이 비틀면 삐그덕 대며 휘어집니다. 단단한 느낌은 없는 거죠.) 모든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해서 키보드가 더 작아 보이기도 합니다. 바닥에는 키보드 연결선이 좌, 우로 빠져 나갈 수 있는 홈이 있고 아래쪽으로 미끄럼 방지 고무가 두 개 달려있습니다. 이게 위쪽에도 달려있거나, 적어도 키보드 높이 조절 다리에도 달려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게 덕분에 덜하긴 하지만 고무 받침 두 개로는 아무래도 좀 키보드가 움직이는 감이 있습니다. 높이 조절 다리는 부드럽게 펴지고 접히면서 마지막 순간에 딸깍하며 고정되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무려 MADE IN JAPAN입니다. 아마 가격의 절반은 인건비일 것만 같습니다. -_-;

** 로고
숫자키패드 위로 각종 Lock키를 표시하는 LED가 붙어있는데 그 밑 줄에 떡하니 Realforce 101이라고 써있습니다. 정말 최악의 센스라 평해도 모자람이 없는, 절묘할 정도의 구린 느낌! 누가 봐도 리얼포스임을 알아주길 바란 걸까요.(사람들은 리얼포스 자체를 모른다구!) 체리 키보드의 깔끔함이 너무나 아쉽습니다. 차라리 가격을 1만원 올리고 이 레이블을 떼달라고 말하고 싶은 정도.

** 접속 케이블
1.5m 길이의 ㅡ자 케이블입니다. 저는 스프링처럼 감겨있는 코일형 케이블보다 이렇게 쭉 펴진 케이블이 더 좋습니다. 접속 단자는 PS/2 방식.

** 키캡
실린더리컬 키탑, 측면 배열은 스텝 스컬쳐2 입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Spherical - Step Sculpture1의 궁극콤보가 터질 만도 한데 말이죠. -ㅅ-;
게이트 자국은 작긴 해도 보입니다. 키캡의 안쪽 면으로 넣어서 안 보이게 할 수는 없는 걸까요... 반다이라면 가능할 지도. -ㅅ-;
흑색의 승화인쇄 방식의 문자는 작은 번짐도 없이 정말 깨끗하게 처리 되어 있습니다. 키탑의 요철 느낌 외에는 아무런 이질감도 찾을 수 없습니다. 반면 체리의 레이저 인쇄는 돋음새김의 느낌 좀 강하게 납니다. 경지에 오르면 점자처럼 문자를 만져서 뭔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키탑의 요철은 리얼포스 쪽이 훨씬 굵어서 오돌도돌한 느낌이 확연합니다. 체리는 아주 곱게 되어있죠.

** 특징, 키감
키압력이 55/45/30g의 3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키의 하중이 몇 g인지는 알 수 없지만 대충 느낌으로는 대부분 55g이고 약지에 해당하는 키는 45g, 새끼손가락이 30g으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같은 손가락으로 눌러보면 확실히 압력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독수리타법으로 이 키보드를 사용하면 장점이 하나 없어져 버리는 게 되겠죠. -ㅅ-; 열 손가락으로 사용했을 때 약지와 소지의 부담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어 정말 편안한 느낌입니다. 혹시나 들쭉날쭉한 키압의 변화가 어색하진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고 절대적으로 편안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키트로닉의 장점을 유추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키의 흔들림은 매우 적은 것 같습니다. 적습니다가 아니라 그런 것 같다고 쓴 이유는 실제 흔들어보면 비슷한데 일단 소리가 안 나고 키터치가 워낙 부드럽기 때문에 키의 흔들림을 느끼기 전에 이미 눌려버리는 특성이 있어서 입니다. 그래서 키탑을 좀 옆에서 눌러도 수직으로 누르는 것과 거의 동일한 키감으로 입력이 가능합니다. 이 부분 만큼은 (별로 안 중요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눌러본 어느 키보드보다 훌륭합니다. 스페이스바 같은 대형키의 경우 이 장점은 더 확실해집니다. 뜯어서 스태빌라이저를 보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 않았습니다. -ㅅ-;; (새가슴)

음... 이제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키감'에 대한 얘기를 할 차례네요. 다른 정전용량방식 스위치를 눌러본 일이 없어서 이게 리얼포스만의 특성인지 정전용량식은 다 이런 느낌인 건지 알 수 없지만, 음... 뭐랄까, 일단은 엄청나게 부드러운 멤브레인의 느낌입니다. 아론이나 체리의 택타일 느낌은 전혀 아니고, 넌클릭이라고 하기엔 제법 구분감이 있구요. 어떤 분이 말씀대로 무지하게 깔끔한 넌클릭이란 표현이 가장 적절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기계적인 소음이나 감촉이 전혀 없다는 면에서 역시 정전용량식의 특성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후... 이 느낌을 글로 명쾌하게 풀어쓸 만한 내공이 안 됩니다. ㅜ.ㅜ 하긴 같은 키보드라도 100명이 누르면 100개의 다른 키감이 되는 거니까 정답은 없겠죠. (굳이 말하자면, 정전용량식의 토프레 리얼포스 101의 키감과 동일합니다... 가 정답... -ㅅ-;;)
재밌는 것은 설명서에 '소프트 택타일 필링'이라고 써있습니다. (야! 이게 무슨!! 이라고 외쳤습니다. -ㅅ-;;)

여타의 짤깍이 키보드에 비해서 타이핑의 '재미'는 확실히 떨어집니다. 하지만 장시간 사용해도 손이 편안하고 세벌식 모아치기를 지원하는 날개셋 편집기와 리얼포스의 n키 롤오버(몇 개의 키를 동시에 눌러도 모두 입력) 기능의 조합은, 고속타이핑을 위한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벌식 사용자에 한한 이야기이긴 합니다.) 게다가 이 심심한 느낌의 키감도 나름대로 중독성이 강하고 키보드의 완성도가 분명히 돈 값을 하기 때문에 일단 사용해 보면 두고 두고 생각나는 키보드 중의 하나일 듯합니다. (네. 집에서 사용할 땐 잘 몰랐는데, 회사에 가니까 계속 생각나더라구요. 원래 소중한 것들은 없어진 다음에 그 가치를 깨닫곤 하는 것처럼요. -ㅅ-;; 좀 오버했나?)


3) 훌륭하다 리얼포스. 열심히 쓰자.

** 결론
이 글은 토프레 리얼포스 101로 끄적이고 있습니다. 글질을 하면서 가장 조심한 것은, 구입가격 20만 원어치의 위약 효과(placebo effect)였습니다. 가격에 압도되어 없는 말을 지어내진 않을까, 있지도 않은 느낌을 상상해 버린 건 아닐까 고민했고 최대한 그 가격에 사로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명품의 짝퉁이 아무리 허접해도 짝퉁임을 눈치채기 전까진 훌륭하기만 하죠.) 비슷한 가격대(?)의 고급 키보드를 체리 G80-3000밖에 갖고 있지 않아 (앞으로도 계속 그럴 테지만... -ㅅ-;) 비교 대상이 그것 하나였습니다만 둘은 키감도, 매커니즘도 전혀 다르므로 단순 비교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또 흔한 질문이 되기도 하겠죠. “20만 원으로 토프레 리얼포스를 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모델M 중고에 켄싱턴 트랙볼을 사는 게 좋을까요?” 같은 거 말이죠. ^^
뭐,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키를 눌러 보고 돈 값을 하겠다고 생각되면 사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 다만 토프레 리얼포스의 구입을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저는' 120% 만족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럴 것이라고 권하는 말이 아니라, 저는 그렇단 말씀입니다.)

굳이 졸렬한 결론을 내보자면 이렇습니다.
첫째, 조용하고 편안합니다.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의 스위치 특성상 매우 조용하며, 손가락의 힘에 맞춰진 각기 다른 키스트록 압력 특성이 아주 잘 발휘되어 오래 타이핑을 해도 피곤하지 않습니다.
둘째, 키보드 자체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만들어져 있어 높은 신뢰도와 내구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셋째, 비쌉니다. 제 아무리 쓰다보면 만족도가 올라간다 해도 20만원이 넘는 가격은 분명 높은 진입장벽일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제가 써본 것들 중 가장 좋습니다. 어차피 키보드는 혼자 갖고 노는 물건이고 그 어떤 절대적인 기준도 없습니다만 적어도 저에겐 토프레 리얼포스 101이 최고입니다. 아직까진 말이죠.


4) 사족.

101키 레이아웃, 큰 백스페이스키, ᅳ자형 엔터키.
이렇게 나와줘서 정말 고맙다. ᅮ.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