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이디팩토리에서 산토리니 청축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지만 하루에 1회 정도 넘버락 키가 나갔다가 다시 누르면 들어오네요. 키감은 무척 가볍고 클릭음이 경쾌하더군요. 넘버락 키가 나갔다 들어오는 것은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는부분이어서 따로 수리를 보내지 않고 사용 중입니다.

 

레오폴드에서 FC300R의 가격을 낮추었기에 2주 전에 청축을 하나 구입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흠...키감이란 것이 상당히 주관적이지만 산토리니에 비해 뭐랄까요. 같은 체리 청축인데 FC300R은 키감이 조금 둔하게 느껴진다고 할까요. 클릭음은 산토리니보다 적은 편이지만 경쾌함을 날려버렸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랬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키감이더군요. 대신 스테빌라이저를 사용하는 키들은 상당히 먹먹한 느낌입니다. 초짜이지만 키감을 따지기 시작한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런 것에 둔감한 마눌님도 만져보더니 같은 의견이더군요. 타자기의 환상에 빠져 있는 저로써는 그런 먹먹함은 질색인지라 아직 카드값이 날아오기도 전에 동서한테 선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팩토리에서 그루브87 텐키리스 청축을 새로 구입했습니다. 예약판매 중에 사려고 했는데 매일 들락거리다가 하루 빼먹었더니 하필 예판이 끝났더라구요. 금액이 몇 천원 올라간 것은 신경쓰지 않지만 사은품이 없다는 것은 피를 토하는 느낌이랄까. 게다기 예판 이후에 정상가로 구입하는 경우 제공된다는 덮개는 아직 준비되지 않은 상태인 것 같더군요. 오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그루브87 텐키리스 청축은 같은 회사 제품이지만 산토리니 청축과 전혀 다르더군요. 일단 FC300R 청축보다 가볍습니다. 엔터키나 백스페이스키가 먹먹한 느낌을 주지도 않구요. 산토리니 청축만큼 경쾌한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적당한 클릭임과 적당한 느낌을 줍니다. 산토리니 청축과 FC300R의 중간이랄까요? 하우징은 정말 잘 다듬었더군요. 일단 값어치가 확 풍기는 느낌을 줍니다. 제가 예판 중에 구입하지 않고 저울질하도록 만들었던 방향키의 큼지막한 삼각형 표시는 막상 실물을 받아보니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더군요. 사진으로 보는 것만큼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단지 키보드 뒤쪽의 받침대를 펼쳐 올렸을 때 아주 미세하게 균형이 맞지 않아 한쪽 고무가 바닥에서 약간 뜹니다. 그래서 한쪽은 뒤로 좀 밀리네요. 이게 좀 미묘한 부분이고 글쓰는 작업 외에 게임 같은 것은 하지 않는 저로써는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어쨌든 그루브 87 텐키리스는 외양에서 아주 좋습니다. 키감은 적당하고 클림음(원래 저는 큰 것을 좋아하지만)도 약간 묵직한 느낌을 주는 중저음으로 깔리면서 연타 중에도 그리 요란스럽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다. 여러 고수님들이 키캡의 재질을 많이 따지시던데 청축을 느낌을 제대로 살리기에 적당한 키캡인 것 같습니다. 키캡이 그리 두껍지 않아서 손끝으로 느끼는 클릭감이 짜릿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키탑의 요철이 나중에 좀 빨리 죽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청축에 두꺼운 키캡은 좀...짜릿함이 덜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요철의 마모는 크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10만원 조금 아래부터 10만원 조금 위까지 보면 그루브87 텐키리스는 일단 제 값을 하는 제품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엠스톤 그루브87 텐키리스 청축은 경쾌하지만 조금 요란스럽던 산토리니 청축보다 잘 정리된 키감과 키압, 그리고 클릭음을 제공하며 레오폴트 FC300R보다 키감이 가볍고 클릭감이 잘 느껴지고 조금 긴 키(엔터키, 백스페이스 등)에서 느껴지던 먹먹함이 없어서 매우 추천할만한 느낌입니다. 제품의 외양이 주는 느낌은 사진보다 실물이 더 좋습니다. 여러 리뷰나 아이디팩토리의 사진을 모두 살펴보았지만 실물이 주는 느낌이 더 좋네요. 느낌이 꽤 좋아서 40대 중반인 제가 이런 후기도 처음 남기네요. 원래 글을 많이 쓰는 편이라 키보드를 끼고 사는데 일단 사용해본 경험으로는 산토리니와 그루브87 텐키리스는 좋은 느낌입니다. 특히 그루브87 텐키리스는 키보드 구입에서 가격을 많이 따지는 저로써도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 이 정도 느낌을 줄 수 있다면 정말 돈이 아깝지 않은 선택입니다. 물론 지금은 산토리니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근무 중(오해하지 마시기를 근무 중에 상사 몰래 딴 짓하는 것은 아님! 제가 오너라서...^^;)이고 그루브87 텐키리스는 집에서 글을 쓸 때 사용하거든요. 후기에 사진은 첨부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열성적인 리뷰어는 아니거든요. 단지 글을 쓰는 속도가 빨리서 어느새 장문이 되었네요. 사진은 없고 글만 잔뜩 있는 후기를 써놓아서 좀 민망합니다. - 같은 글을 아이디 팩토리에 상품 후기로 남기면서 여기에도 올립니다. 그 동안 글을 쓴 적은 없고 매일 10번 이상 이 사이트를 들락거리기만 해서 이 사이트를 몇 년 동안 지켜본 사람치고는 포인트가 바닥이거든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