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반년 전, 대학원에 처음 입학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 한 뒤 타이핑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오른쪽 손목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손목 통증의 원인은 바로 이것.



[방향키를 누르는 잘못된 자세.gif]


일에 집중하다보면 타이핑을 빨리 하기 위해 방향키를 가장 가까운 손가락인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다보니 손목이 자꾸 꺾여서 손목 관절에 무리가 갔던 것입니다.


     그래서 방향키를 펑션키 조합으로 누를 수 있는 해피해킹 키보드에 관심을 가져봤는데 역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였습니다. 자주 쓰는 Fn키를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방향키를 누르려면 오른손이 기본열에서 떨어지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고,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프로페셔널 기준, 제 취향과 기준에 의한 것이므로 HHK사용자 분들께서는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던 중, Poker X 키보드의 출시 소식을 듣고 며칠간의 고민 뒤에 갈축으로 하나 구입하게 되었고, 완전히 적응 후 2개 더 살까 (기숙사용, 보관용) 하고 봤더니 재고가 청축밖에 남지 않아서 다시 출시될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왔습니다.

 

1. 외관


     포장을 벗기고,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크기입니다. 풀배열 키보드는 물론, 텐키리스 키보드마저 커보이게 만드는 작은 크기는 좁은 사무실 책상위에서 빛을 발합니다.



[그림 1.1. 키보드의 크기 비교]


이렇게 작은 크기는 웹페이지의 제품설명에서는 오른손으로 마우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FPS게임에 최적화된 키보드라고 이야기하는데, FPS게임을 안한지 오래되어 잘 모르겠지만 분명 편할 듯합니다. 그런데 게임할 때 F# 키 많이 사용하지 않나요? F1: 감사합니다. F2: 죄송합니다. F3: 살려주세요. F4: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거... 저의 경우에 게임보다는, 오른쪽에 마우스 대신 연습장이나 타블렛을 놓고 사용하기 때문에 아래 사진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용하든 저렇게 사용하든, 키보드가 작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입니다.



[그림 1.2. 연구실 책상 샷]


     크기 말고도, 이번에 새롭게 추가되어 출시된 PBT에디션의 키캡은 눈여겨볼만 합니다. 제가 이전에 구입했던 ABS 영문판의 경우, 키캡의 재질을 떠나서 폰트가 너무 크고 못생겨서 불만이었는데 이것이 놀라울 정도로 크게 바뀌었습니다.



[그림 1.3. 바뀐 키캡 사진]


PBT에디션 키보드에서 J키만 ABS 영문 키캡으로 바꾼 사진으로, 기본 배열은 음각으로 처리되고, 기능키 배열은 더 가늘고, 작고, 분홍색을 띄는 글자가 프린트됨으로써 훨씬 보기 좋아졌습니다. 사실 저는 이전에 샀던 ABS 영문키보드의 저 폰트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아래와 같이 홍보게시판에서 산 흑색 음각 키캡 셋 (35천원) + RGB 키캡 (8천원 *2) 으로 다 바꿔버렸을 정도였습니다.



[그림 1.4. 키캡 변경한 ABS Poker X]


이제 PBT에디션이 나왔으므로 저처럼 키캡이 마음에 안 드시는 분은 더 저렴하게 흑색음각 Poker X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받은 물건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맨 윗 열 키캡들이 1부터 Backspace까지 윗부분이 제대로 절단이 안 돼 있었습니다. 이런 건 직접 다 깎자니 귀찮고, 내버려두자니 왠지 눈에 띄어서 난처합니다.



[그림 1.5. 제일 윗 열 키캡 상부]


     외관에서 또 중요한 것이 바로 보강판 없이 비쳐 보이는 붉은색 기판일 겁니다. 평소에는 잘 모르고 쓰는데, 가끔 키보드를 주시하다 보면 이게 참 예쁩니다. 물론 관리함에 있어 더 조심해야겠지만요.



[그림 1.6. 스페이스바를 빼고 본 기판]


그리고 여담이지만, ABS 키캡의 폰트는 몇 번을 봐도 역시 못생겼다고 생각합니다.

 

2. 키 배열


Poker X 키보드가 가지는 가장 특징적인 점은 바로 키 배열입니다. 물론 이전부터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던 HHK키보드가 먼저 펑션키 조합으로 방향키를 지원하여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Poker X 키보드는 이러한 배열을 더 향상시킨 것으로 생각되어집니다.



[그림 2.1. () HHK() Poker X의 기능키 배열]


     위의 배열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르겠습니다. 하지만 Dr. 드보락이 드보락 자판을 개발할 때의 키 배열 기본 원칙중 하나인 가장 많이 쓰이는 키들은 가장 누르기 쉬워야 한다. , 그들은 기본열에 위치하고, 그리고 가장 강한 손가락으로 눌러져야 한다.”를 위에서 빨간 상자로 표시한 방향키에도 고려했을 경우, Poker X의 장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2.1. 평션키를 사용할 때 타자 자세 비교]

 

 HHK (Pro) 

Poker X 

 펑션키를 누르는 손가락 

 새끼손가락

 엄지손가락

 손가락 기본열 이탈

 펑션키를 누를 때마다        

 PgUp, PgDn, Home, Up, Del

 오른손 위치 기본열 이탈        

 펑션키를 누를 때마다 

 PgUp, PgDn을 연속적으로 누를 때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타이핑 중 방향키를 사용한 뒤 다시 타이핑을 하기 위해서 손이 기본열로 돌아오는 과정이 일반키보드 및 HHK와는 달리 Poker X 에서는 완전히 생략되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프롤로그에서 앞서 말했던 잘못된 자세를 예방해주는 효과도 기대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Caps LockScroll Lock, 그리고 Context Menu키를 자주 사용하는 저로서는 Poker X의 키 배열이 더욱 반갑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인 네비게이션 키와 별개로, Esc키와 F#키들이 숫자키 열로 내려옴으로서 손가락의 이동거리가 더 짧아졌으며, 소리 작게/크게, 음소거, 작업 관리자, , 윈도우 계산기 등의 사용자 편의 키들을 펑션키 조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물론 저는 이 중에선 볼륨키, 음소거만 사용하지만, 이 세 개의 키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보통의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없는 기능이기 때문이지요.

 

2.1 키 배열에 대한 사족


     여기에 대해서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다면, ~키를 디폴트로 Esc키로 만들고 Fn+Esc~키로 했다면 더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Fn+q~키를 Esc로 잠그는 기능이 있지만, 재부팅 하거나 실수로 Fn+q를 눌러서 풀리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Esc 잠금을 표시하는 LED는 두꺼운 PBT키캡 아래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2.2. Esc 잠금 LED]


     위의 두장의 사진은 둘 다 LED가 켜있는 상태입니다. 즉 바로 위에서, 가까이에서 봐야지만 그 상태가 보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는 위의 Esc잠금 LED뿐만 아니라 크루즈 커서키 표시등 또한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잘 쓰지 않는 기능이지만, 그렇기에 실수로 켜졌을 때 더욱 당황하기 쉬워졌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여기에 아쉬운 점 한 개를 더 추가하자면, Scroll Lock표시등이 없다는 것인데, 드보락/쿼티 변경을 Scroll Lock으로 하는 저로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그림 2.3. () PBT 에디션과 () ABS 영문의 크루즈 커서 표시등]

 

3. 타건음


     맨 처음 Poker X 키보드가 출시되었을 때 많은 분들이 불만을 표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하우징이 약해보이고 보강판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것들은 Poker X를 오피스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굉장한 희소식이 됩니다. 사실 제가 맨 처음 Poker X를 구입하기 앞서 고민했던 것이 과연 신입주제에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해도 되는 것인가이었기 때문이지요. 원래 가지고 있던 키보드가 마제스터치 넌클릭 제품이었는데, 이 제품은 넌클릭이라고 하더라도 연구실에서 사용하기에는 타건음이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끄러우면 그냥 방에서 쓰자라는 생각으로 Poker X를 구입하고 두들겨본 결과, 생각보다 정숙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Poker X의 경우, 넌클릭 제품은 같은 연구실의 파워 타이핑 하시는 선배들의 멤브레인 키보드 (특히 삼성 DT-35) 보다 조용하였으며, 리니어를 사용하고 있는 지금은 제 키보드가 제일 조용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조용합니다. 실제 타건음은 본문 하단의 동영상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4. 타이핑


     제가 받은 키보드가 흑축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스위치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던 것은 이것이 제가 처음으로 사용하는 흑축 키보드이기에 다른 흑축과 비교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이부분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매우 만족입니다. 갈축보다 조용하고, 말랑말랑한 키감은 아주 마음에 듭니다. 흑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나오는 구름 타법에 대해서도 이게 적응/연습이 필요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 아니며 흑축을 치다보면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손가락에 힘이 없는 저로서는 끝까지 누르는게 더 힘들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게임할 때 이게 어떻게 될지는 아직 게임을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게이밍 키보드로 흑축을 추천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걸로 봐서는 나쁘지 않을 듯싶습니다. (게임은 거의 안 해봐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곤란합니다.)


     다만, 다른 분들의 흑축에 대한 리뷰를 통해 원래 흑축은 어떤 지 읽어보면서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흑축이 멤브레임이랑 비슷하다는 부분은 저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멤브레임 키보드들은 다들 누르면 그냥 푹 박히지 않나요? 이렇게 누를 때마다 안에서 꾹꾹 눌러대는 느낌은 저로서는 처음 느끼는 감촉입니다. 서걱서걱 거리는 감촉을 느낀다는 부분은 키를 끝까지 눌렀을 경우에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SpaceBackspace, 그리고 Enter 같은 Non-letter 키들에서 주로 그 서걱거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Poker X의 경우는 위에서 말한 키들이 마제스터치에서 볼 수 있었던 철사로 된 스테빌라이져가 안쪽에 들어가있어 겉으로 보기엔 그냥 흑축 3개가 나란히 놓여있을 뿐입니다. (넌클릭의 경우, 가운데는 갈축, 왼쪽과 오른쪽은 검은색의 작은 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키들에서도 다른 작은 키들과 거의 마찬가지의 타건음과 감촉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림 3.1. Shift 키 스위치 및 스테빌라이져 모양]


     키캡이 ABS에서 PBT로 달라짐에 따라서 타이핑감이 얼마나 달라지는 가는 에매합니다. 분명 촉감은 훨씬 좋아졌지만 누르는 느낌 자체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제 감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위의 사진 1.4를 찍기 위하여 j키만 ABS키캡으로 바꾼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었지만, 가끔 느껴지는 ABS 코팅의 매끄러움을 제외하고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4. 결론


     IOMANIA 제품 설명에서는 Poker X 키보드를 FPS 게이밍 키보드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감상으로는 이 키보드는 게임뿐만 아니라 오피스에서 사용하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키보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책상, 프로그래밍 및 문서작성에 편리한 키 배열,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을 사무실에서 사용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정숙함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이것들이 Poker X 키보드에 푹 빠지게 하는 매력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특이한 키보드를 한 개 사고 이벤트로 받고 혹시나 고장 날 때를 대비하여 하나 더 사려는 것이겠지요.


     위에서 설명한 장점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타건 동영상을 3편 준비했습니다. “KEABOARD MANIA, POKER X”3번씩 3번 출력하는 포트란 코드를 각각 (1) 마제스터치 텐키리스 넌클릭, (2) Poker X 넌클릭, (3) Poker X 리니어로 MS VS2010에서 작성하여 실행해보겠습니다.


(1) 마제스터치 텐키리스 넌클릭

"http://www.youtube.com/embed/QFmYG8Cs6ao" frameborder="0" allowfullscreen="" 

(2) Poker X 넌클릭

<iframe width="560" height="349" src="http://www.youtube.com/embed/fCBvVSy-S38"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3) Poker X 리니어

<iframe width="560" height="349" src="http://www.youtube.com/embed/kKvo5jfc5Jw" frameborder="0" allowfullscreen=""></iframe>
 


5. Poker X 사용 팁 몇 가지


     제가 위에서 올린 사진들을 보면, 오른쪽 Alt에 위치해있는 Fn키가 거꾸로 꽂혀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보통 이 키를 누를 때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손 안쪽으로 넣어서 누르게 되는데, 이때 키캡의 모서리에 손가락이 걸리면서 오래 누르고 있으면 엄지손가락이 아프더군요. 그래서 키를 거꾸로 꽂아봤더니 왜 처음부터 이렇게 꽂아주지 않은 건가 싶을 정도로 편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구매하신 분들은 한번 거꾸로 꽂아서 써보시고 좋은 것 같으면 이렇게 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Poker X 키보드를 쓰다보면 다른 키보드를 쓸 때도 이 키 배열을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요, 노트북을 사고 나서 노트북에서 사용하고 위해 오토핫키 스크립트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Poker X와 다른 키보드를 함께 사용 중이시거나 구입하기 전에 키 배열을 체험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에서 다운받으셔서 써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다만, 귀찮아서 대충 쓸 수 있을 정도로만 만들었기 때문에 반쪽짜리입니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http://www.kbdmania.net/xe/2849613


여기까지 리뷰 읽어주시느라 감사합니다. 내용 보충이나 충고의 댓글 감사히 받겠습니다.

 


+약간의 내용추가


     어제는 밤이 깊어서 정신이 없어 빼먹었었느데, 한글 키보드 레이아웃은 윈도우 기준으로 Type 3를 사용해야합니다.

이걸 iomania에서 레지스트리 변경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직접 하시고 싶으신 분은

http://mcchae.egloos.com/5202276

에 가셔서 따라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