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드릴 키보드는 후지쯔 FKB-4720-103 키보드입니다.
입문한지 얼마 안된 햇병아리지만 그래도 기계식 키감과 멤브레인(러버돔)의 구분은 되는지라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던 이 키보드를 처음 봤을때 검지로 빠르게 세번 치는 탁~탁~탁~신공으로 두들겨 봤습니다. 헉~ 그런데 이놈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았습니다. 분명 기계식 리니어의 키압변화인데 키가 거의 다 들어가는 시점에서 울컥...
'이건 데체 뭐야???'
아무리 다시 두들겨 봐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궁금함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열일 다 제쳐두고 이리저리 검색해봤습니다. 결국에 이 키보드가 후지쯔에서 만든 기계식 멤브레인 좀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스프링+러버돔+멤브레인 방식의 키보드인 FKB-4700 시리즈의 키보드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검색을 통해 하나씩 알아내고 분해를 해서 직접 확인하며 키보드의 정체를 밝히는 일은 매니아만이 느낄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글 마지막에 zoooz에 게시된 FKB-4700 키보드에 대한 김우영님의 글을 링크합니다..

1. 전체 외관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와는 달리 상당히 넓직한 외형을 자랑합니다. 멤브레인의 특징인 보강판 무게에 넓은 하우징으로 인해 안정감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뷁스런 뒉일어입니다(난 좋던데...ㅋㅋ)

2. 스위치(보정 실패로 사진빨 처절..)

키캡을 제거하면 NMB 기계식 스위치와 유사한 키캡형 슬라이더가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모델M의 이중키캡이나 NMB 의 큰 키캡형 슬라이더와 더불어 가장 안정한 구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클릭시 슬라이더 전체가 움직이게 됩니다. 흰 기둥은 스테빌라이져입니다. 가장 단순한 구조이나 대단히 안정적으로 큰 키(쉬프트, 엔터, 백스페이스 등)들을 잡아주더군요.

3. 스위치와 기판

기계식 멤브레인의 특징인 스위치와 스위치를 잡아주는 기본판 그리고 묵직한 보강판이 있으며 기본판과 보강판 사이에 러버돔과 멤브레인판이 있습니다. 키스탭을 주기 위해서 기판 전체가 둥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4. 스위치 구성물

슬라이더, 스프링. 스프링 하우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슬라이더는 사각형 스위치 하우징에 대각선 방향으로 두 부분이 슬라이딩 되도록 만들어 져 있고, 스프링 하우징은 스프링이 궤도에서 벗어나는 것을 방지하여 정확히 러버돔 가운데를 누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채택한 구조물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5. 스위치 세부 구조

왼쪽부터 멤브레인 쉬트 위에 위치한 러버돔->스위치의 하부하우징겸 기본판->러버돔위에 스프링하우징->스프링->슬라이더 입니다. 조립 순서와도 일치합니다. 러버돔은 노트북키보드에 쓰인 것과 유사한 크기로 매우 작습니다. 키는 누를때 궤도의 80% 이상은 스프링의 수축만 이루어지고 마지막 순간에 스프링의 반발력이 스프링 하우징에 전달되어 러버돔을 눌러주는 형태가 되게 됩니다. 그래서 키감이 리니어와 유사하게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또각하는 구분감을 주게 되는 것이죠. 그로 인해 일반 기계식 스위치와 큰 러버돔외에는 접해보질 못한 내공탓에 특이한 키감으로 느껴지게 된 것입니다. 일반적인 기계식은 키를 누를때 중간부위 근처에서 구분감과 신호전달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아주 다른 키감을 선사해 줍니다.

6. 키캡

처음 사진으로 키캡과 슬라이더의 결합형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키캡의 가장자리의 두 부분에 돌기를 만들어서 슬라이더에 결합하는 형태입니다. 또하나의 특징은 키캡의 경사가 비스듬하게 내려오다가 마지막 부분에 약간 굽어지는 형상을 갖고 있는데 이는 키캡과 슬라이더가 단단하게 결합되도록 하기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키캡은 상대적으로 얇은 축에 속하나 슬라이더가 이중키캡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키가 가볍다거나 불안정하지 않고 단단한 키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인쇄는 김우영님 리뷰에는 승화방식이라고 되어있으나 중간중간에 변색되어있거나 지워진 흔적이 있는 것으로 봐서 승화방식은 아닌듯 싶고 실크스크린인쇄로 추측됩니다.

7. 스페이스바

특이하게도 스페이스바에는 고정타입의 스테빌라이저가 없습니다. 다만 사진에서 보듯이 철심으로 스페이스바를 잡게 되는데 철심과 기본판사이에 스프링을 도입해서 키가 덜컹거리지 않게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기계식 키보드의 스페이스바 키압은 다른 키들에 비해 높게 만들어지는데 FKB-4720 키보드에서는 저 스프링으로 인해 동일한 효과를 스페이스바에 주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스테빌라이저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이스바가 덜컹거리거나 누르는 위치에 따라 균일하지 않게 내려가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부분이었습니다.

8. 분해중 전체외관

세척 후 재 조립중인 키보드입니다.
흰색 슬라이더가 상당히 깔끔하죠...^^;

9. 라벨

모델넘버가 FKB-4720-103 이며 마데인 말레이시아입니다.


[종합] 스프링+러버돔+멤브레인 방식은 가끔 언급되는 경우는 보았어도 직접 보거나 만져볼 기회가 없었기에 이 키보드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키보드는 기계식과 멤브레인의 결합인 것처럼 키감은 역시 중간 정도의 키감을 주네요. 달리 말하면 러버돔 멤브레인 중에는 아주 좋은 키감이겠죠(리얼당이나 해피당의 태클이 예상되는 상황...^^;). 단점이라면 클릭의 마지막 순간에 구분감과 신호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키를 끝까지 꾸욱 눌러줘야하는 타이핑 형태를 요구하므로 속타에는 그리 좋은 시스템은 아닌것 같습니다. 차라리 리니어 타입이 오랜 타이핑 후에 적절한 키압을 찾아가게 만들어 주는 면에서 보면 훨씬 더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가의 멤브레인과 러버돔을 사용하고 기타 스테빌라이져나 스위치를 간단하고 단순하게 만들었음에도 꼼꼼한 마무리와 만듬새는 어느 기계식 키보드에 뒤지지 않을 만큼의 완성도를 지니고 있었으며, 이 키보드가 갖는 독특한 키감은 기계식 키감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 줄 정도로 매니아라면 한번쯤 꼭 만져볼 만한 키보드였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이상 또 하나의 허접한 소개기를 마칩니다..

아래의 링크는 ZOOOZ의 김우영님께서 작성하신 FKB-4700 키보드 리뷰입니다.
http://www.zoooz.com/review/content.asp?idx=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