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nith Mini


## 스위치를 중심으로..


다들 아시는 얘깁니다만..

80년대에 본격화된 개인 PC시대의 시작과, 키보드는 그 궤적을 같이합니다.
컴퓨터가 부품을 간소화하면서 덩치와 몸값을 다이어트하기 시작하면서 품질이 저하됐듯이 키보드도 마찬가지죠.
기계식 키보드라 불리우는 키보드들의 무게와 한대의 본체에 맞먹는 제조비용등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겁니다. PC와 주변기기는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을 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게 몸값을 줄여나가던 키보드의 현재는 멤브레인 시트한장 깔고 키보드를 간략하게 작동시키는 시절까지 몰락해버렸습니다.
아마 그렇기에 현 시스템의 키보드에 대한 불만으로 과거의 유물이나 다름없는 키보드에 그렇게 애착을 가지게 돼었나봅니다.


제가 사용기를 써오고 있는 키보드들은 모두 기계식 키보드들인데 80년대의 유물(?)부터 현대의 기계식 키보드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만나왔습니다.
세상 많은 제품들이 대중에게 보급되기 이전에 흔히 원형, 또는 프로토타입proto type 이라고 불리우는 물건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테스트를 하거나 소수 전문가들에게 평가를 받으며 물품을 개선하여 세상에 등장하게 되죠. 뭐 다 아는 얘깁니다만..ㅎㅎ
어쨌거나.. 키보드들도 그런 프로토 타입의 물건들이 분명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는 방식에 따라 여러가지로 분류가 되지만 통상 하나의 키값에 하나의 접점식 스위치가 사용되는 키보드를 기계식키보드라고 부릅니다.
그 스위치들이 90년대에 보편화된 것들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기계식 스위치들인데 이것들을 여러가지 분류방식 (생산시기나 생산공장, 또는 실제 스위치의 품질에 따라) 을 통해서 구형과 신형으로 분류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신/구형의 분류 이전의 스위치들이 존재하는데요.  이런것들은 구형에 '구'자를 하나 더 붙여서 통상 구구형 스위치라고 명명합니다.
기계식 키보드 스위치의 대명사격인 체리와 알프스에 당연히 이런 구구형 스위치가 채용된 키보드가 존재하며, NEC, NMB등의 스위치들에서도 이런 스위치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된 경우가 많지 않으며 스위치의 구조나 키감등이 보편화된 스위치에 비해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이런 구구형 스위치들은 스위치를 생산하던 시대의 시행착오를 겪던 산물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정해봅니다.
마치 프로토타입을 통해 개선된 제품을 만들듯이 말이죠.

  

<digipen님이 2005년 6월에 올려주신 사진입니다>


오늘 사용기의 키보드는 스위치 자체로는 보기 드물고 귀한 키보드를 소개하고자합니다.
하지만 키보드 자체가 만족감 면에서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스위치 사진을 감상하는 정도에서 마칠까 합니다.
원래 이 키보드는 알프스 리니어 스위치가 채용된, 매니아들 사이에서 굉장히 선호도 높은 키보드인 Zenith 를 생산하던 Zenith DataSystem에서 나온 미니 키보드로 아주 예전에 사진으로 만나봤을 때는 정말 갖고 싶던 키보드였지만 하우징이 없는 내용물만의 키보드를 구해서 만난 이 키보드는 많은 실망감을 안겨준 키보드였습니다.
우선 알프스 스위치라면 당연히 존재해야만 하는 보강판이 없는 구조에서 오는 불만감이 가장 컸으며 원 하우징과 컨트롤러등이 없는 키보드였기에 와이어링을 해야 했으며 (제 최초 와이어링 키보드입니다) 컨트롤러를 바닥에 위치시키기 위해 기판이 좀 들리게 되는데 이로인해 보강판 없는 구조의 영향을 많이 받아 키보드가 심하게 출렁이게 됩니다.
이것은 다른 키보드의 하우징을 만들어보면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지만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digipen님이 과거에 들여오셔서 올려주신 사진을 보면 검은색 보강판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검은색 부직포입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스위치를 살펴볼까합니다.
우선 zenith mini (정확한 키보드명칭을 모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에 들어간 스위치는 두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주종을 이루는 넌클릭 스위치가 있으며, NumLock등의 LED가 있는 스위치는 리니어 스위치가 채용되어있습니다.











리니어 스위치는 과거 빠샤님이 올려주신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스위치 상부 하우징이 금속으로 되어있습니다. 이 스위치는 분해해보진 않았습니다. LED는 전형적인 녹색 LED가 들어있습니다만 와이어링을 통해서 확인한 LED의 빛은 많이 어두운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메인이 되는 넌클릭 스위치는 예쁜 하늘색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위치를 분해해보면 안에는 스프링 대신에 접점을 가진 러버돔이 들어있으며 스위치 바닥면에는 금속의 접점 판이 있는 구조로 슬라이더를 눌렀을 때 러버돔의 바닥에 있는 접점원과 바닥의 접점판이 맞닿으면서 키값을 입력하는 구조더군요.
그 외의 요소들은 현재의 알프스 스위치 채용 키보드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테빌라이저들도 같고, 키캡도 현재의 알프스 스위치와 호환이 됩니다.
특별히 사진을 찍지는 못했는데 스페이스바의 프라스틱 구멍 (알프스 스위치 채용 키보드들의 스페이스바 중간에는 원형의 막대가 돌출되어있고, 보강판에 있는 프라스틱 홀에 맞춰서 끼우도록 되어있습니다) 에는 스프링이 하나 들어있어서 스페이스바의 키압이 무척 높은 편이고, 대신에 알프스 스위치 키보드들의 스페이스바가 대부분 덜그럭 거리며 키감을 저하시키는데 이 키보드는 스페이스바의 눌림이 무척 안정적인 것 하나는 맘에 드는 요소였습니다.





키캡은 이색사출로 사용감이 없는 편이라 번들거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키보드 자체가 만족감을 주지 못하다보니 이색사출이라는 요소도 그다지 강점으로 다가오지 않는군요.

어리석게도 뭔가 하나가 맘에 들지 않으면 전체가 맘에 들지 않는 유아틱한 발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듯 하군요. ^^;;



## 그래도 키감은 궁금하다..^^

키감은 사실 별로 얘기할 게 없네요. 늘 하는 얘기의 동어반복일 뿐이니까요..ㅋㅋ
여하튼 키감 이전에 스위치의 다리가 나오는 기판면을 잠시 보고 갈까 합니다.
일전에 <와이어링의 재구성>이란 글에서 보신 사진들이겠지만 다시 한번 살펴보자면 이 키보드의 구형 알프스 스위치는 사진에서 보면 네개가 모여있는 물방울 모양이 하나의 스위치 일 듯 하지만 좌, 우로 널찍하게 떨어진 네개의 다리가 하나의 스위치를 구성하는 다리입니다.
문제는 이 키보드를 와이어링 해야할 시점에서 어느 곳에 와이어를 연결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테스터키를 사서 비프음으로 확인해보려고 했지만 네개의 다리를 어떻게 조합해도 스위치를 눌렀을 때 비프음이 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다만 좌, 우 다리를 수평으로 테스터기를 연결하면 통전이 되어 비프음이 나긴 하지만 스위치를 눌렀을 때 비프음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해 하다가 하루를 흘려 보내고 퇴근길에 문득 방법이 생각이 나더군요. 와이어를 네개의 다리에 조합해서 컨트롤러와 연결해서 키 테스트 프로그램에서 찍어보면 될 것을 쓸데 없이 고민했던겁니다.
이렇게 하나씩 고행(?)을 통해 간단한 원리를 깨우쳐가는건가 봅니다.
스위치 작동의 접점을 구성하는 다리는..이 구형 알프스 스위치에서는 대각선으로 와이어를 연결해야 하며 대각선의 방향은 상관이 없더군요. 다만 대각선이면 키입력이 되었습니다. 단지 테스터기를 이용해서 비프음을 확인하려해도 실제 키값은 입력이 되지만 스위치 눌렀을 때 비프음은 나지 않더군요. 어떤 원리로 이렇게 되는 것인지는 궁금하지만.. 그냥 궁금함으로 남겨두기로 했습니다..ㅎㅎ


위의 경우는 넌클릭 스위치의 경우에 해당하는 얘기구요.
LED가 들어있는 스위치 상부 하우징이 금속으로 된 스위치의 경우는 또 다른 조합을 보여줬습니다. 이 스위치도 마찬가지로 네개의 다리로 되어있는데 넌클릭이 대각선으로 입력을 받는 것과 달리 리니어 스위치는 아래쪽의 두개 다리가 키 입력을 받는 다리였습니다.
그다지 이런 키보드를 만나게 될 경우가 여러분들에게 별로 없을 듯 하지만 (저 역시 이런 스위치를 제가 만져보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었으니까요) 혹시나 어렵게 구하시게 되면 참고하실 분이 있을까봐 장황하게 스위치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위에 이 키보드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다고 했는데 맘에 들지 않음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별로인 키감' 때문인 듯 합니다. 잔뜩 기대를 하고 받아본 키보드를 타이핑 해봤을 때 둔탁한 느낌에 무척 당황했습니다. 푸석푸석하고 턱턱 걸리는 느낌이.. 아 이게 아닌데 싶더군요.
최초에 기판을 무상분양해주신 digipen님의 말씀에 상급의 키감이라고 하셨는데.. 이 녀석은 나하고 맞지 않는구나 싶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버리고 나니 그때부터 그다지 애정을 쏟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인데 어째서 이런 느낌이 나는 것일까.. 사실 너무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스위치라 뜯어보기도 두렵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말려던 것을 키 입력 받는 다리를 찾을 수 없어서 뜯어보게 되었는데 안에 스프링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러버돔이 들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이 푸석하고 둔탁한 느낌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그때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키감의 좋고 나쁨은 사람 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이렇게 좋지 않다고 단정하는 것이 옳지 않겠지만 제 사용기니까 제 느낌을 남겨둡니다.



## 방치할까? 다시 만들까?

이전의 확장2 사용기에서 백색 반투명 아크릴로 만들었다가 맘에 안들어서 다시 만들었다고 했는데 이 녀석도 그때 당시에 같이 아크릴을 주문해서 만들었었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것이라 너무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는데요. 일단은 이 키보드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무상으로 제공해주신 꾸락님께 다시 돌려보낼까.. 아니면 하우징을 다시 만들어볼까..
일단은 여유가 없기도 하고 키감도 그다지 별로여서 스위치 구경을 한 것으로 만족하자는 마음이 현재는 우위에 있습니다.
오늘 퇴근하고 돌아와서 뽁뽁이 안에 들어있는 이 키보드를 바라보니 그래도 스위치 사진이라도 보여드리는 것이 제 의무가 아닐까 싶어서 무성의하고 간략한 사용기를 적었습니다.
사용기 기대하셨을 꾸락님께 심히 죄송합니다.. 이렇게 일단 비양심적 의무를 이행해봅니다.. 용서해주세요.. ㅡ.ㅡ;;

  

## 그래도 감사해요...





무작정 와이어링을 해보겠다고 이 키보드 달라고 졸랐는데 선뜻 무상으로 제공해 주신 꾸락님께 너무나 고마웠다는 얘길 하고 싶었습니다.
멋지게 만들어서 좋은 사용기를 올리는 것이 주신 꾸락님께 행할 선물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됐네요.
그래도 좋은 분을 알게 됐다는 사실이 멋진 키보드를 갖는 것 보다 더 행복합니다. 그런 행복감을 선물받을 수 있게 해주심..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