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키보드 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왼손 새끼 손가락이 아픈게 느껴졌는데, 이유를 찾아보니 키보드 왼쪽 쉬프트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귀퉁이를 누르면 걸리는 느낌이 나더라구요. 싸구려 멤브레인 키보드를 쓰다보니까... 그냥 키감이 좋은 수준에서 키보드를 골라 썼는데, 왼쪽 쉬프트키가 약간 불량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키보드 쓰는 시간이 많은 만큼 좀 좋은 키보드를 써보자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키보드매냐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키보드매냐에 처음 온 날부터 나한테 맞는 키보드가 무엇일까 찾아 헤맸습니다.
처음 손에 넣은 키보드는 미니키보드인 ML-4100 이었습니다. 윈키리스 베이지 직선줄 4100을 옥션에서 3.3점에 구입했는데, 상태가 아주 좋은 거의 신품같은 중고였습니다. 4100의 서걱이는 키감은 아주 매력적이더군요... 그래서 하나 더 사서 옆방에 있는 후배에게 써보라고 권했는데, 후배도 아주 맘에 들어하면서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키보드에 대해서 좀 더 알게되면서 4100말고 다른 키보드를 사용해보고 싶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갈축, 청축, 백축, 흑축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개의 사용기를 읽어보다가 갈축이 제일 나한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제 갈축을 이곳 장터에서 7.5점에 구입해서 사용해보았습니다. 전 주인이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새 것에 가까운 물건이어서 케이스를 열어서 처음 본 느낌은 와!!! 멋지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깔끔한 검정색에 미끈한 디자인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쳐보기 시작한 마제갈축은 뭔가 나한테 맞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일단 스페이스바에서 나는 스테빌라이저 소음이 너무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매냐의 팁앤테크를 샅샅이 뒤져서 해결책을 찾아보았습니다. 결국 조그만 고무링으로 튜닝에 성공해서 키감을 죽이지 않으면서 소음은 거의 잡는데 성공했지요. 고무링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보다가 다른 분들하고는 다르게 왼쪽 사이드에 고무링을 장착한게 가장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 결론이었습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스페이스바의 스테빌라이저 소음을 잡은 후에도 갈축의 느낌이 맘에 안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좀 심심하다는 느낌이었지요. 예상과 달리 갈축이 나한테는 별로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얼마 후에 마제갈축을 방출하였지요. 워낙 인기있는 아이템이다 보니 금방 새주인이 나타나더군요. 멋진 디자인이 눈에 아른거렸지만, 보유해봐야 별로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서 방출을 결정했던 것이지요. 방출후에 옆방의 후배가 자기도 갈축 키보드를 써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여서 다음에는 다른 키보드를 사용해보게 해주겠다고 무마했습니다.

어떤 키보드를 사용해볼까 고민하다가 청축을 한번 써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축키보드를 이곳 장터에서 찾아보았는데, 청축은 좀처럼 구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일단 용산에 가서 체리 청축 키보드를 한번 사용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청축 역시 별로 키감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클릭 소리가 별로 맘에 들지도 않고 키감도 싱겁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건 전적으로 제 주관적인 느낌이니 청축 사용자들께서는 맘 상하지 마시길...)
결국 갈축이나 청축 같이 부드러운 키감을 가진 키보드들은 제 스타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 것이지요.

이런 와중에 역시 4100이 맘에 든다는 생각을 하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직선줄과는 다른 꼬인줄 4100을 하나 더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꼬인줄 4100은 확실히 서걱거리는 느낌이 덜하더군요. 원래 제작 때부터 그런 것인지 아님 사용기간이 더 오래되어서 그런 것인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완전히 분해해서 비교를 해보면 차이를 찾아 볼 수도 있겠지만 분해하기가 귀찮아서 확인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축의 차이가 약간 있다는 느낌이었고, 나는 꼬인줄 보다는 직선줄의 서걱임이 더 맘에 든다는 결론에 도달해서 결국 꼬인줄 4100을 방출하였습니다. 그리고 꼬인줄 4100 스페이스바의 스테빌라이저에서도 약간의 소음이 있었습니다. 키캡을 벗긴후 스테빌라이저를 약간 손봐주니 소음이 없어지더군요.

갈축이나 청축의 키감이 나한테 맞지않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백축이나 흑축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든게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곳 장터에서 G80-11900을 7점에 구매하게 된 것이지요. 검정색 바디에 흑축을 사용하고 이색사출 키캡을 쓴 키보드였습니다. 키배열이 일반 키보드와는 달랐지만, 적응에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터치패드는 오래전부터 노트북을 사용했었기 때문에 익숙한편이었는데, 시냅시스 드라이버를 설치해주니 상하, 좌우 휠기능도 사용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USB로지텍 마우스와 함께 사용해보려고 생각중입니다.

흑축의 G80-11900도 처음 사용시에 스페이스바의 스테빌라이저에서 약간 소음이 나더군요. 체리 키보드의 경우 스페이스바에서 소음이 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아님 제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지도... 어쨌든 새로 입수한  G80-11900는 상당히 상태가 좋고 거의 신품에 가까운 것이었는데도 스테빌라이저에서 약간 소음이 있어서 결국 키캡을 벗겨서 고무링으로 튜닝을 했습니다. 키감이 안좋아질 것 같아서 고무링을 칼로 약간 얇게 만들어서 넣었는데, 소음이 거의 잡히더군요. 그러고는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는데.....
이게 제 손에 쫙쫙 붙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여러 종류의 키보드들도 사람마다 궁합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것 처럼 아주 손에 붙어서 맘에 꼭 드는 키감이었습니다. 정말 든든한, 오랜 친구처럼 묵직하고 찰진 키감이더군요. 여러 사용기에서 흑출 리니어 키보드의 키감이 무겁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그리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키캡을 열어 살펴보니 이색사출 키캡이더군요. 그래서 좀 가볍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청축이나 갈축보다는 조금 더 무거운 감의 키보드가 저한테는 맞더군요. 무엇보다도 거의 신품에 가까운 물건을 싼 가격에 입수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습니다. 제게 이 키보드를 사용할 기회를 준 니마누구셈님께 감사를 드려야겠군요. 국내에서는 정식 판매가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아마도 해외에서 구입해오신듯...

당분간은 이  G80-11900이 제 메인 키보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4100은 서브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방출하기에는 정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