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의 어떤 물건이 자기의 마음에 꼭 들 수 있을까요?

키보드라는 파트에 한정하여도 수많은 물건이 있고, 그에 비례하여 수많은 선택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바란다면 그 선택지는 아마 비교적 좁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자기 마음에 꼭 드는 그 무엇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아주 유명한 광고 카피이지만, 또한 역시 물건의 본질을 꽤뚫고 있는 말인 것 같습니다.

키보드 매니아들에게 이른바 명기로 인정받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한끝 차이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순정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매니아들은 두가지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개조, 혹은 커스텀.

 

시작점은 대동소이하지만, 그 방향에 있어서는 양자가 상당히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개조가 다소 소극적인 방법이고, 커스텀이 더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가 단순히 그것만에 머무르는 것만 같지는 않습니다.

 

커스텀에는 일종의 자기 표현이라는 가치가 근저에 상당히 짙게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더 나은 성능과 디자일을 추구하는 것이 기본이며,  더 나아가 자신만의 개성과 특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는 분들은 어떤 부가적인 댓가를 치루더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모두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하이앤드를 추구한다는 말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개조에는 조금 다른 가치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오리지널에 대한 애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대표적으로 체리사의 키보드에 보강판을 제작하는 것을 들 수 있겠지요.

또 최근에 입수하게된 USB로 개조된 2GS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둘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또 컬렉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래 활동하신 회원님들이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시는 컬렉팅은 과연 개인이 저정도 물건을 모으고 보관할수나 있을까 하는 정도이기도 합니다.

과연 키보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이지요.  

 

저로서는 개조와 컬렉팅의 중간선에서 취미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개조된 키보드를 컬렉팅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현실적인 제약 덕분에(즉, 돈...) 대단할 정도는 못되는 수준에서 나름 즐기고 있습니다.

정말 마음에 들고 쓰고 싶은 것만 하나씩 남기고 있지요.

현재 4대를 남기고 있는데, 그에 대한 평은 조금 후에 하도록 하지요.

그런데 얼마전까지는 커스텀에 대한 흥미가 그다지 없었지만, 또 최근에는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한번 구해볼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워낙 인기있는 물건이다보니 올라오는 즉시 팔려버리기도 하고, 혹 올라오더라도 너무나 고가라 선뜻 구매할 수 없더군요.

침만 흘리다가 포기한 물건이 몇몇 있지만, 언젠가는 적절한 물건을 만나게 되겠지 하고 마음을 비우고는 합니다.

 

장터란 참으로 묘한 것이, 그토록 찾고 기다리던 물건은 내가 잠깐 화장실 간 새에 올라오기도 하고, 잠깐 일보는 사이에 올라오기도 하며, 밥먹는 사이에 올라오기도 합니다.

평이 좋은 물건들은 참으로 구하기 힘들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하는 물건은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느긋하게 보다보면 언젠가는 손에 넣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장터의 신비로운 점입니다.

 

 

2.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몇 대의 키보드를 모았습니다.

간략히 평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애플 2GS 키보드(applefan님의 USB개조)

IMG_0629[1].jpg

 

 

애플 확장 시리즈와 2gs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연결방식입니다.

알프스 스위치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수준 높은 만듦새의 바디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메이트가 없으면 사용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은 매우 불편한 조건입니다.

더구나 아이메이트로 연결하더라도 체결이 견고하지 못한점과 씨모스 셋업을 들어가지 못하는 점은 불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번에 입수한 개조품은 이러한 불편함이 모두 해결되어 있습니다.

더구나,오리지널 2gs의 배열은 상당히 적응하기 힘든데, 배열 개조를 통하여 그런 약점이 거의 사라져 있습니다.

clear키가 비활성된 상태에서는 원래의 배열로,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개조된 배열로 작동하는데 이점이 특히나 마음에 듭니다.

이른바 오리지널과 개조의 적절한 절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펑션키가 없기 때문에 이것으로 일을 하는데는 역시 아직 제약이 있지만, 웹서핑과 간단한 글 작성은 무리가 없습니다.

알프스 오렌지축의 키감도 발군입니다.

집에서 사용할 키보드로 매우 만족합니다.

 

2. 체리키보드 3종

IMG_0630[1].jpg

 

 

g80-3000 흑축(http://www.kbdmania.net/xe/index.php?mid=review&search_target=user_name&search_keyword=%EC%84%B1%EC%8B%9C%ED%9B%88&document_srl=2381308)

g80-3000 갈축(http://www.kbdmania.net/xe/index.php?mid=review&search_target=user_name&search_keyword=%EC%84%B1%EC%8B%9C%ED%9B%88&document_srl=2540558)

g80-1800 청축(http://www.kbdmania.net/xe/index.php?mid=review&search_target=nick_name&search_keyword=arch&document_srl=100915)

 

이것들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 작성된 글이 있기에 다시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보강판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체리 키보드에 있어서 보강판의 유무는 상당히 차이를 가져다 줍니다.

또 그 호오도 비교적 명확하게 갈리는 편이지요.

그리고 여기에 수반하는 변수는 제가 경험하기로 세가지이며, 각각 키감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복합적인 연관관계에 있지만, 여기서는 주요한 부분만을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 첫째로는 보강판의 재질을 들 수 있습니다.

두가지 보강판을 경험해 보았는데, 철판과 알루미늄입니다.

손가락의 피로와 소리-특히 청색축의 클릭음-에 주로 연관되어있다고 생각됩니다.

일단 저는 알루미늄이 재질상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1.3t의 보강판을 기준으로 비교해 보았을 때 손가락의 피로감은 단연 철판이 높더군요.

소리는 특히 청축 클릭에 집중되는데, 알루미늄의 경우가 좀더 청아한 울림을 주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 둘째로는 보강판의 두께입니다.

이것은 철판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의 느낌입니다.

손가락의 피로도에 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철판은 1.5t와  1.3t  두가지를 만져보았으며 두께 이외의 설계, 가공 등은 모두 동일하였습니다.

1.3t가 피로감이 적었습니다.

이로 말미암아 두꺼운 것이 좋다는 선입견이 없어지더군요.

 

- 셋째로는 보강판의 절곡 상태입니다.

이것은 알루미늄의 양면절곡과 사면절곡을 비교했을 때의 느낌입니다. 역시 설계와 가공은 같습니다.

보강판의 울림, 즉 진동과 연관이 있습니다.

실상 절곡하지 않은 보강판과 비교해 보아야 정확한 결론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그렇게 해보지 못했군요.

사면절곡의 경우가 양면절곡보다 울림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타건후 약간의 찰캉하는 진동, 공명음이 남습니다.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나 예민한 사람이라면 신경이 쓰일 법도 합니다. 

 

체리의 보강문제는 저에게 화두와도 같았던 것이라 상당한 관심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재질과 여러 두깨로 시험되었 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리포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널리 경험해 본 회원님들의 견해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수치화 하지 않더라도, 다소 주관적일지라도,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글에 들어간 정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한 뽐뿌가 아닌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닐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료는 앞으로 이 커뮤니티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 가겠지요.

 

3.

 

키보드라는 산을 몇 번이나 종주한 올드 회원님들은 적지  않게 있습니다.

어떤 분은 그저 지켜보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여전히 열심히 활동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은 졸업해서 더이상 들어오시지 않기도 합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잔정이 많은것 같은데, 이 키보드매니아라는 사이트에 대해서도 그러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클럽을 제외하고, 온라인에 글을 쓰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기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상 이 업계를 개척해온 운영자 두분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두서없는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