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절하된 키보드를 재평가 한다 그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

현재 우리 나라에서 기계식 키보드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아시다시피 두 군데 밖에는 없는데 그 중의 하나가 세진입니다.(SB 도 있었군요.. 흠,, 너무 신생업체라 깜빡했습니다.)
다른 것들도 모두 외국산에 밀리고 있는 요즈음 키보드라고 해서 예외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아론이 한동안 경영난에 빠졌다가 요즘 겨우 영업을 재개하고 있는 이때에, 세진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꾸준히 기계식을 생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입니다.

세진 SKM-1080은 독특한 키감과 개성, 단아함, 적정한 가격등 안정감있는 네 박자를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 매니아들의 사랑과 관심이 외국산에 비하여 터무니없이 적은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때문일까요 ?

혹시 외국산에는 관대한 태도를, 우리 국산에는 가혹한 태도를 보인 우리 소비자들의 이중적인 잣대 때문은 아니었는지 이 사용기를 작성하면서 저 자신에게도 한번 반문해 봅니다.


세진 키보드 SKM-1080 (103Key) PS/2

소 개 :

제가 퍼스널 컴을 처음 구입하였을 때 딸려온 키보드가 바로 세진 SKR-1032 였습니다.
현란한 디자인의 키보드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하고는 정말 격세지감입니다만,
처음 대했던 키보드가 세진 이어서 그런지 세진 키보드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지요.

- 세진 키보드 구분방법은 형식명에 M자가 들어가면 바로그게 기계식 입니다.
   현재 생산하고 있는 키 패드를 제외하고 SKM-1080, SKM-2040LH(신형 106 key) - 왼손잡이용,
   이렇게 기계식이라야 달랑 2종류 밖에는 없으니까 구분 무지 쉽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어느 분의 리뷰에서는 오른쪽의 세진 마크를 20세기에나 어울리는 뒤떨어진 디자인이라고 하셨으나 저는 오히려 그 디자인을 세진쪽에서 바꾸지 말고 22세기가 오더라도 그대로 고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Oldies but Goodies란 말도 있듯이 웬지 저는 아날로그 틱한 그 마크에서 오히려 옛날의 향수를 더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아니면 예전의 촌스러움이 오히려 오늘의 세련된 모습으로 다가온다고나 할까요?

특 징 :

저의 사용기에는 항상 키감만을 주로 취급합니다만  - 다른 부분은 선배 고수들의 사용기 또는 리뷰에 훨씬 더 구체적/전문적으로 자세히 나와 있으므로 -  세진 SKM-1080 103key 에 대해서 만큼은 저도 이 네가지의 메카닉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을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1. 원통형 키캡 : 위에서 보면 키캡의 윗부분이 원통모양으로 오목하게 안쪽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2. 2색사출 성형 : 서로 다른 색상의 플라스틱으로 자판을 성형하는 방식 (키캡을 제거한 후, 뒤집어 보아서 검정색이면 그게 바로 2색사출 성형 키캡)
DSCF0006.JPG


3. 후타바 스위치(흰색원통형) 사용 : 이 부분에서 - '후타바 스위치라는 건 알겠는데 그럼 과연 후타바 스위치가 도대체 어떤거냐?' 라고 물으시는 분이 분명히 계시리라 믿습니다.

링크해 놓은 부분을 들어가 보시면 분해도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후타바 스위치의 '잘그락' '잘그락'하는 키감은 로키님이 작성한 '후타바 스위치 분해하기' 를 보시면 이해가 가장 잘되실 겁니다.

또다른 훌륭한 상세분해도는 zoooz님이 작성하신 분해도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tipntech&page=1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33

http://www.zoooz.com/keyboard/about/content.asp?idx=138

저는 재주가 무재주라 메카닉적인 부분은 이곳의 고수분 들을 따라 갈래야 따라 갈수도 없지만,
스위치의 작동원리 정도는 알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해도를 보시면 왜 고수들이 메카닉적인 부분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이해가 가실 것이며,
한 눈에 왜 후타바 스위치에서는 '잘각 잘각' 또는 '잘그락 잘그락' 이런 소리가 나는지 금방 이해가 가실 겁니다.

4. 스텝 스컬쳐 2 : 각 단마다 높이, 각도를 다르게 만든 키캡을 사용, 곡면을 만듬 (키보드를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쉬움)
DSCF00014.JPG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column&page=1&sn1=&divpage=1&sn=off&ss=on&sc=on&keyword=스컬쳐&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8


키 감 :

이제까지 단지 십여 종류의 키보드를 경험했을 뿐입니다만은 가장 오타가 적게 나는 키보드중의 하나로서 저는 세진 SKM-1080을 자신있게 꼽을 수 있겠습니다. (200여종류를 갖고 계신다고 하는 어느 고수 분께는 정말 죄송합니다.)
        
키감을 한 마디로 설명해 보라고 한다면 그것은 " '잘그락' '잘그락' 거리면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음" 이렇게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좀 더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청색축의 체리 클릭 MX 스위치나 알프스 스위치와는 또 다른 후타바 스위치만의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후타바 스위치의 특징은 누를 때보다 놓을 때의 소리가 더 크게 나는데요, 세진 사용기를 예전에 써 주신 김진영씨의 뛰어난 표현에 의하면 누를 때 '똘~"  뗄 때 '각'입니다. 이 부분이 참 신기하더군요.

여타 스위치들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입체감은 덜 할지 모르나, 손가락에 그렇게 큰 무리가 갈 정도의 키압도 아니며 그렇다고 해서 힘없이 누르면 만만하게 들어가는 그런 키압도 아닙니다. (제원에 보면 Operating force/스위치 작동하중 : 60 ±25 gf 라고 나와 있습니다.)
*** 세진측에 작동하중의 기술자료 상세그래프 요청하였으나 아직 답변없음.

정말 쓰다보니 키감처럼 주관적이고 또 표현하기 어려운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_-;;

'잘그락' 또는 '잘각', '달그락', '돌각' 이렇게 다양한 소리로 표현되는 SKM-1080의 키감은 그 어떤 종류의 키보드와도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으며 정확하게 구분되는 타건감은 타이핑 하면서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는 키보드 중의 하나로 이 놈을 꼽게 만듭니다.
(이 부분에서 리얼포스, 해피프로를 갖고 계시는 분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서는 느낌이 등짝을 서늘하게 하는군요..)

너무 장황하게 길어질까봐, 이제 슬슬 사용기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Good & Bad :

Good Point : 1. 아름다운 2색 키캡 (아이보리 & 회색) 사용
             2. 큼지막한 역 L자형 엔터 키 적용 (일자형을 더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3. 넉넉하게 기다란 스페이스 바 (길지만 안정성 겸비)
             4. 이중 높낮이 받침대 (저에게는 이 부분이 여지껏 상당히 참신하게 느껴집니다.)
DSCF0011.JPG


             5. 옛날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Back to the Past' 디자인
             6. 제품 편차가 거의 없는 뒷 공정 마무리 / 뛰어난 QC(Quality Control)

Bad Point : 1. 용납안되는 PS/2 케이블의 짧은 길이
            2. 스페이스 바의 날카로운(?) 또는 각이 좀 예리하게진 밑 단면이 오랜시간 세게
               치게 되면 다른 키보드와는 달리 이상하게도 엄지 손가락에 통증을 가져옴.
               - 저만 그런건 가요? 사용해 보신 분들의 조언을 구합니다. -
               (밑 단면을 부드러운 곡면처리로 했다면 이런 부분이 해소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나름대로의 발상을 해봄)


가장 아쉬운 부분 :

업체의 무관심과 고객에 대한 무배려

실측 77cm (코일을 무리하게 늘이지 않은 상태에서 측정) 에 불과한 PS/2 케이블은 고객들로 하여금 연장케이블(약1,000원)을 무려 4,000원정도 (배송료 포함)를 더 들여 차후 구입해야하는 무지막지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에 있어서 아x매냐에서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판매시에 1000원만 더 포함시키면 연장케이블을 함께 배송하는 옵션을 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그런 배려가 없으며 어디 그게 비단 쇼핑몰의 잘못 이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회사에 건의했다면 세진 측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은 진작에 시정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약 77cm의 살인적인 짧은 길이를 업체에서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소비자들의 무관심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요..


맺는 말 :

저는 개인적으로 SKM-1080의 키감이 너무 맘에 들어 제 소장리스트에 등록시켜 놓았습니다. (9대 명기를 전부 갖고계신 대윤님이 이글을 보시면 뭐라고 하실지 걱정되는군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좀 더 현대적인 디자인을 원하고 윈도우키와 콘텍스츄얼 키가 꼭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SKM 2040 LH도 좋은 선택이 되리라 사료됩니다.
SKM-2040 이 왼손잡이 용이라고는 하나, 어떤 분들은 입력기기의 위치 편의상 '왼손잡이용이 사실은 진정한 오른손 잡이용이다.'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꽤 있기 때문입니다.
마우스작업을 주로 많이 하시는 분들이나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게임 스타 크래프트에서 방향키 조작도 왼손잡이 용이 더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P.S. : 1. SKM-2040 LH의 키압은 SKM-1080에 비해 좀 더 무겁고 반발력이 강함.
       2. 외관은 아이보리색 1color 채택. 2색사출 성형. 후타바 스위치(흰색원통형) 사용.
       3. PS/2 연장케이블은 코일을 늘이지 않은 상태에서 실측 113cm정도이나
          역시 충분한 길이라고 할 수 없음.

여기까지 지루한 사용기를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