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코 마제스터치 블랙 FKB104M/EB 한글각인

원래는 갈축이었는데 제가 구형흑축으로 개조했습니다.
한글 각인 되어 있으며 LED도 빨간색으로 교체했습니다.
구형흑축이라 순정 흑축보다는 키압이 낮은 편입니다.
스위치는 전부 아이오에이드로 윤활되어 있습니다.

위의 제품을 이상학님께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슬퍼졌습니다

아 정말 키보드의 세계는 넓고도 깊구나.
바로 얼마전에 4100을 받아들고 감동을 받던 저는,
매일 1시간씩 잊고 있었던 한글 타자에 바치던 저는
.
.
좌절했습니다.
이런 세계도 있구나.
제게 온 필코 104는 이상학 님의 손길이 많이 거친 녀석 같습니다
하우징에 뭐가 묻고 키캡이 이상하고 지저분하고 그런게 아닙니다
참 깨끗합니다.
그냥 '쟁이'들이 물건을 받으면 딱 느끼는 그런 '감'이 옵니다
"이 녀석은 주인이 정말 사랑해 주었구나."
"이 녀석을 들고 주인이 참 기뻐했겠구나"
"내가 모르는 많은 시간을 주인과 함께 했겠구나"
다른 사람이 보기엔 별 거 아닌 물건일지라도 그런 "감"이 오는 물건을 받으면 뭉클해집니다

더이상 다른 키보드를 구입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미친 듯이 더 좋은 키보드를 찾아 헤맬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지금은 조용히 이 필코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조금은 낯선 키감, 어루만지듯이 예뻐해야 자기 실력을 보이는 감성의 터치.
이 녀석은 저에게 그런 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딸 녀석을 대하는 것 같은 그런 감정을 감히, 기계가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집사람에게 하는듯 살가운 다독거림을
까만 미니스커트의 이 예쁜 아가씨는 제게 달라 하네요^^

공식은 이렇습니다. 마제에서 갈축을 빼고, 구형 흑축으로 갈아끼운 뒤,
아이오에이드로 윤활. 그렇게 해서 이상학 님은 마제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 같습니다.

한동안 다른 키보드에 눈이 안갈 것 같습니다.
혹시 태어난 자태 그대로의 104 흰색을 느껴보고 싶을지도
아니면 진정한 힘으로 한 번 더 점프할지도...

사족 : 쓰다가 생각났는데, 이 키보드는 "나의 지구를 지켜줘"의 앨리스 같습니다^^(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