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IG Minitouch Keyboard

## 간략제원

키보드 이름 :  SIIG Minitouch
사이즈 : 가로 30.5Cm X 세로 15.7Cm X 높이 4.9Cm (높이 조절 다리를 최대로 폈을 때 / 펴지 않았을 때 3.7Cm)
스위치 : Alps Blue 클릭 스위치
무게 : 미측정
연결방식 : AT
키탑 인쇄방식 : 레이저 인쇄
제조 : SIIG, Inc
생산지 : China
Model Number : 1903
FCC ID : FKD46AK110P


## 밤은 깊어지고, 마음은 흔들리고..

언제쯤 '만족하다' 라는 말의 의미를 알 것인가? 가득 채우고도 더 채우지 못하는 불안감으로부터 언제쯤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지나가버릴 봄날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깊어가는 밤의 가라앉는 마음은 지나가버린 봄날의 무심함을 생각한다.
마음은 그렇게 마음이 만들어낸 바람에 흔들린다.


## Mini Touch, 만족감은 미니가 아닌데..



얼마전에 영입한 블루 스위치 채용의 키보드는 클릭음이 죽은 것도 많고, 클릭음의 균질함에서도 떨어지는 듯 하여 그중에서 상태좋은 스위치를 추려서 미니 키보드에 이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프스 스위치가 채택된 미니 키보드는 많지 않고, 구하기도 쉽지 않기에 애초에 Filco-86e를 영입하여 작업해볼까 했으나 어쩐지 너무 흔한감이 있어 그래도 기왕이면 소장한분이 적은 키보드가 좋겠다 싶어서 구입하게 된것이 오늘 사용기에 등장하는 SIIG사의 Mini Touch키보드입니다.



외관상의 첫 느낌은 키보드가 작고 아담해서 장난감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시각적인 요소를 떠나서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좋은 점도 많이 보이는 키보드같습니다.
사용하기에 있어서는 미니 키보드에서 풀 사이즈 키보드의 기능을 수행케 하기 위해 Num Lock 키를 이용하여 NumPad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한점이 돋보이며, 스위치의 갯수를 최소한도로 운영하여 (모두 81개의 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좀 더 작은 키보드로 만들기위해 좌측 하단에 펑션키를 두어 숫자입력, 방향키, 편집키의 일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점은 미니 키보드 하나만을 두고 모든 기능을 구현할 수 있기를 바라는 유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럼 몇 장의 사진을 통해서 Mini Touch의 내외관을 살펴볼까합니다.
측면의 모습은 일자형 하우징의 형태를 유지하다가 끝부분만 살짝 꺽어놓은 모습을 보이네요. 일반적으로 하우징의 측면 모양새는 곡선을 그리거나, 일자형이거나인데 특이하다 싶군요. 하우징의 체결은 상/하부 여섯곳의 나사체결로 되어있으며, 통상 바닥면에 붙어있는 키보드 정보표시 태그는 메탈로 제작되어 깔끔한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높이조절 다리는 흔히 볼 수 있는 무난한 모양새구요.
윗면에서 키보드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맨 상단열의 펑션키 라인일 듯 하군요. 키캡의 크기가 상당히 작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다른 스위치가 심어져있거나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입력을 받을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일반적인 스위치를 사용하고 있더군요. 그 외에 특별한 점은 없는데 Tab키가 하우징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길쭉한 다리가 부착된 모습으로 만들어진 점과 BackSpace키 옆에 무각의 키캡이 하나 보이는데 작동은 "\" 표시로 작동을 합니다. 매핑을 통해서 필요한 키로 사용하라는 의미에서 무각으로 해놓은 듯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있어 하는 동시입력은 가로로 8개정도, 세로로도 8개 정도의 동시입력이 되는군요. 그 외에 케이블이 나오는 키보드 상단면에는 RJ-11 포트가 하나 보입니다. Mini Touch키보드를 박스 신품으로 구했기에 메뉴얼이 들어있는데 메뉴얼에 보면 Option Keypad를 꽂을 수 있는 포트로 설명이 나옵니다. 하지만.. 키보드를 뜯어서 보면 그냥 포트만 있을 뿐 기판과의 연결은 되어있지 않은 기대치만 높이는..





키캡의 인쇄는 레이저 방식이며 실크인쇄가 아니란 점에서도 이 키보드를 선택한 이유이기도합니다. 인쇄는 폰트가 매우 가늘고 깔끔하기에 굵고 투박한 폰트보다는 간결하고 날렵해보이는 폰트를 선호하는 분들에게 좋을 듯하며, 키캡위에서의 손가락이 맞이하는 느낌은 통상의 레이저 키캡의 미끌림과 이색사출키캡의 잡아끄는 느낌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키캡은 생각외로 아주 얇은 키캡은 아니지만 두께의 균질성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편이네요. 몇몇 키캡들이 이 키보드의 키캡 평균보다 두꺼운 키캡이 있거나, 하나의 키캡에서 한쪽만 좀 더 두껍다거나 하는 그런 키캡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키감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닌 듯 하구요. 키캡의 단단함은 중/상 정도의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원래 키보드를 받기전에 애플 스탠다드1의 키캡으로 문자열을 교체하려고 부품용 스탠다드를 하나 모회원님에게 얻었는데 키캡의 묵은 때를 제거하다 상단면의 묵은 때가 도저히 제거가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원래의 키캡을 쓰기로 했습니다. 꽂아서 비교를 해볼까 했는데 귀차니즘에 통과했구요..^^;;



키보드의 내부에서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지 좌/우측 맨 가장자리의 스위치들은 기판면보다 바깥쪽으로 나와있습니다. 하우징에 맞추다보니 그렇게 됐겠지만 어쩐지 부실공사의 한면을 보는 듯 기분이 좋지는 않더군요. 기판면은 전형적인 녹색 기판인데 납땜의 마감이 지저분한 편입니다. (여담이지만 기판면과 납땜이 가장 훌륭했던 키보드는 NMB 클릭이었습니다) 보강판은 철판 재질로 무난한 검정색의 절곡보강판이구요.



이상으로 간단하게 Mini Touch키보드를 살펴봤는데요. 처음 마주했던 장난감 같은 느낌은 키보드를 뜯어서 살펴본 결과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우징은 의외로 미니키보드답지 않게 단단하고 야무졌으며, 뒤틀림에도 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AT 방식이 젠더를 써야해서 귀찮긴 하지만 코일형 케이블이 채택된 점도 일자형 케이블보다  더 좋아하기에 만족스럽습니다. 처음 구매전에 사진으로만 봤을 때의 불안했던 요소들은 모두 사라지고 작고 앙증맞은 클릭 키보드의 만족감이 무척 좋은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스페이스바의 덜컹거림이 거슬리고 상단 펑션키의 키캡이 작아서 저는 전혀 쓸일이 없지만 펑션키를 많이 쓰시는 분이라면 키캡의 크기를 고려해보셔야 할 거 같군요.


## 세상은 넓고 키보드는 많지만..

갑자기 저 자신이 반어적인 표현을 즐겨쓴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습니다. 세상은 넓고 키보드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맘에 드는 키보드를 만나는 일은 실로 힘겹기 그지 없습니다. 세상은 좁고 키보드는 적습니다. 알프스 블루를 염원해왔지만 특별히 알프스 블루를 만나는 것은 적은 키보드안에서도 더 적은 듯 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된 알프스 블루의 느낌은 여전히 훌륭합니다. 그것은 과장되이 표현하는 감탄사가 아니라 실 타이핑시의 경쾌한 흐름에 대한 개인적인 찬사의 단적인 느낌입니다.
과거에도 속타의 최고 키보드로 알프스 블루 스위치 채용의 키보드를 꼽아왔었는데요. 경쾌하면서 가벼운 터치감은 어쩔 수 없이 클릭음의 후속을 따라가는 손가락의 무의식적인 반응에서 분홍신을 신고 발목을 잘라 낼때까지 춤을 춰야만 하는 운명에 빠져드는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떨칠 수 없게 만듭니다.



원 Mini Touch키보드에 채택된 스위치는 유사 알프스 스위치로 최초 타이핑시의 느낌은 좀 맥이 빠져버린 클릭 스위치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베이지색의 슬라이더를 가진 카피품 스위치로 알고 있었지만 슬라이더 색상은 두 종류입니다. 메인문자열에는 익히 알고 있던 베이지색의 슬라이더가 채용된 클릭 스위치가, 상단 펑션키 라인에는 쳐다보기 끔찍한..마치 80년대 월남치마의 색상을 마주한듯한 촌스럽기 그지없는 노란색 슬라이더 (흔히 보시는 노란색 리니어 슬라이더를 연상하시면 안됩니다) 가 채택되어있습니다. 스위치 자체도 분해는 해보지 않았지만 하우징 자체의 디자인도 많이 다릅니다. ARON의 KPT-84 미니 키보드에 들어있던 유사 알프스 스위치는 그래도 알프스의 모양새를 간직하고 있었고 클릭음도 좋았었지만 이 스위치는 하부 하우징의 디자인이 많이 다르더군요. 보강판에 꽂는 부분이 불분명한 모습입니다. 그래서 꽂혀있을 때 걸려줘야 하는 부분이 보강판 밑으로 감춰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스위치 자체가 보강판에서 덜렁거리며 걸려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것은 실제로 납을 제거하고 스위치를 들어낼때 알프스 스위치가 양쪽에서 시계 드라이버등을 이용하여 걸림 부분을 눌러주면서 들어올려야 하는 것과 달리 스위치 몸체를 좌우로 흔들며 뽑아도 뽑히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스위치 교환을 목적으로 구입했던 키보드이기에 미련은 없지만 무척 아쉬운 부분이더군요. 스위치가 유사 클릭이더라도 쓸만한 느낌을 주었더라면 다른 키보드에 이식해서 이벤트용으로라도 쓸 수 있었는데 싶더군요.
기판에서 납을 제거할 때는 보강판용 스위치가 의례 그렇듯 스위치 다리를 접어놓은 것들이 많아서 시간은 좀 걸리는 편이었습니다. 미니 키보드여서 그렇지 시간내기 힘든 요즘 같은 상황에서 풀 사이즈 키보드에 모든 다리를 접어놓았더라면 정말 힘들었을 거 같네요.
여하튼 확보한 블루 스위치는 클릭음 죽은 것들을 빼버리고 양질의 클릭음을 내는 것들을 문자열로 배치하고, 클릭음이 나지만 균질성 면에서 떨어지는 것들은 펑션키 라인으로 올렸습니다. 클릭음이 나지 않는 원인은 판스프링에 있고 이것을 교정하는 것은 최상급의 클릭음을 내는 스위치를 분해해서 거기서 나오는 판스프링의 모양새대로 클릭음이 죽은 스위치의 판스프링을 교정해주면 된다고 합니다만 그런 고난이도의 작업은 제게는 무리라고 판단되기에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미니 키보드로 스위치를 옮긴 것은 잘한 판단이라는 만족감을 얻었습니다. 원래 있던 풀 사이즈 키보드에서 클릭음이 죽은 키들이 몇 군데 흩어져 있으면서 전체적인 키감을 방해했지만 그것들을 배제하고 스위치를 정렬한 후 타이핑을 하니 무척 만족스런 느낌을 받습니다.
빈티지를 만난다는것의 즐거움, 그중에서도 상태좋은 느낌을 얻는 다는 것의 행복감..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손을 거쳐서 만들어져가는 나의 세상에 대한 기록이라는 부분이 더욱 만족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잊어서 안되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넓어도 키보드가 아무리 많아도 내 손을 거치고 망가지고 살아나는 키보드는 언제나 지금, 그리고 여기에 있는 하나의 키보드 뿐이라는 것입니다.  





## 알프스 블루 - 과거의 유물을 끌어안고..

아버지는 말하셨죠. 블루를 즐기라고..^^
짤막한 농담이지만 키보드를 즐기는데 있어서 블루를 즐긴다는 것은 클릭 키보드를 사랑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죠. 알프스도, 체리도, NEC도 클릭에 블루 색상의 스위치를 채용했습니다. 클릭음은 청명하거나 둔탁하거나, 묵직하거나 듣는이에 따라 다른 것이지만 역시 블루와 톡톡튀는 개성의 클릭음은 궁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현실에 있어서 인생을 즐기라던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다간 쪽박차기 쉬운 것처럼 키보드에 있어서 블루를 즐긴다는 것은 파산신의 강림과 동일의 의미를 갖는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체리의 구형 클릭 스위치는 클릭음이 슬라이더의 열화로 쉽게 망가진다는 평을 듣고 있슴에도 여전히 최고의 몸값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모든 이들의 마음 한켠에 만나보고픈 로망의 이름을 부여하고 있죠. NEC블루 또한 어느날 갑자기 추락해버렸지만 예전에는 알프스 블루 못지않은 몸값을 자랑했더랬습니다. 알프스 블루는 알프스 등반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언제나 고산준령 최고봉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합니다. 등산로가 따로 없는 알프스의 여정에서 블루는 그 길이 가장 험하며 가장 오지의 영역에 놓여있는 듯 합니다.
이말은 더 이상의 양품 스위치를 만날 수 없는 알프스 탐험에서 '뽑기 운' 이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를 달고 다닐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스위치에 대한 우회적인 이야기긴 합니다.
그렇지만 알프스 블루가 과거의 유물이 아닌 지금도 우리 책상위에서 그 클릭음을 자랑하는 동시대의 존재인 것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는 있을 듯 합니다. 이곳에서 한개의 키보드만을 쓰는 이가 드문점을 상기해본다면 탐험이라는 고색창연한 언어의 외피를 뒤집어쓴 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것입니다.
탐험은 늪지대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며, 독초를 먹고 신음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뽑기운의 두려움에 길을 나서지 않는다면 자신의 손이 험난한 길을 거쳐 신천지를 찾아내는 황홀경을 경험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길을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미사여구로 점철된 사용기의 화려한 수사를 읽고, 후보정으로 뽀샤시한 자태를 뽐내는 사진의 자태에 넋을 잃은채 마치 그 키보드를 실제로 경험한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이것은 바꿔 말하면 다이제스트 판본의 이야기를 읽고서 한권의 완전한 텍스트를 섭렵했다고 착각하며 사는 바쁜 현대인의 모습에 대한 우화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잠 못 드는 새벽에 부엉군은 말합니다.. 블루를 즐기라고..^^;



오랜만의 사용기를 올립니다. 더 이상 사용기를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할말이 없어서..ㅋㅋ)
사용기 게시판이 너무 침체되어 있는 듯도 하고, 아직 이곳에서 Mini Touch 키보드가 한번도 사용기를 통해 소개되지 않았기에 정보를 남겨놓는다는 의미에서이기도 합니다.
TG3 미니 키보드의 일진광풍이 잠잠해지면 장터나 시장정보에 쏠렸던 눈이 사용기 게시판으로 옮아올까요..
제가 쓰는 쓸데없는 얘기 가득한 허접 사용기보다 블랙체리님등의 옛 고수분들이 올려주시던 그런 양질의 사용기가 진정 그리운 새벽입니다.


## 언제나 감사함은 제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입니다.



흔치 않은 키보드를.. 그것도 박스신품 상태로 넘겨주신 소리 소문없이 명기들을 쟁여놓고 계신 재야 고수분중의 한분이신 민성아빠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알프스 블루가 그리운 날들에 꺼내서 행복해질까 합니다.
스위치를 쓸 수 있도록 키보드를 분양해주신 naga님께도 스위치와 상관없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훌륭한 모습, 본받을 만한 모습 보이시는 것에 언제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